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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바로 알기] ☆5. 지금 다시 일본 정독: 이창민

Bawoo 2022. 11. 10. 07:30
[국뽕과 친일, 혐오를 뺀 냉정한 일본 읽기]

[소감] 일본을 지일 차원에서 알고 싶어 관련 책을 찾아 꾸준히 읽는 편이다. 역사, 문화(문학 중 소설 포함), 경제가 주를 이루는데 아무래도 우리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경제 분야가 제일 관심이 크다. 그러나 내가 알고자 하는 만큼을 알려주는 책은 없었다. 다 빙산의 일각만 보여주는 느낌이어서 늘 뭔가 아쉬웠다. 최근에 이르러 한일역전이란 책까지 나오면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앞질렀다고 호들갑(?)인데 과연 그럴까 싶었는데 이 책이 가장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한일 100대 기업에 일본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자료를 통해 한일 무역수지가 수교이래 단 한 번도 흑자였던 적이 없었던 이유를 명확하게 알려준다. 일본이 생산자 중심의 제품 생산에 주력하다가 한, 중, 대만에게 추월당한 분야가 많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특히 IT분야의 낙후는 새삼 놀랍다. 소,부,장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압도적으로 점유하고 있으면서도 앞날이 낙관적이지만 않다는 점은 우리나라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인구 감소 문제 등 우리나라는 일본을 뒤따르고 있는 형국이니 일본이 자꾸 정체되는 것에 결코 만족하면 안 되고 극복해나가야 할 것이다.

[여담]
비록 한반도의 남쪽만이지만 우리 민족이 언제 이리 사는 나라인 적이 있었던가. 번도 없었다. 그러니 번영이 자손 대대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도층 특히 정치권에 있는 이들이여 제발 바로 눈 앞의 권력만 탐하지 말고 안목을 가지고 잘 해주길.ㅠㅠ

 

책소개:저자 소개, 목차는 책 메목을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일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을 민감하게 만드는 나라가 있을까? 식민지 역사에서 비롯된 문제는 지금까지 양국 관계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애국과 매국이라는 두 가지 프레임밖에 없는 탓에 일본에 대한 어떠한 의견도 곡해 없이 전달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경제 분야에서 쌓아 올린 일본의 성취는 한때 전 세계를 호령할 정도였으며, 그 위세가 한풀 꺾였다고는 하나 지금도 세계적인 위치에 서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보다 먼저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고, ‘저출생과 고령화, 격차 사회’라는 선진국형 과제와 ‘추격당하는 국가’로서 선두를 내주지 않기 위해 해법을 고심하고 있는 지금의 일본 사회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무엇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지금까지 한국이 쌓아올린 성취에 취해 방심했다가는 우리도 일본이 걷고 있는 ‘그저 왕년에 잘나가던 나라’의 길을 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일본학 3세대 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창민 교수는 경제학이라는 큰 줄기에 일본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명료한 팩트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낸다. 그리고 일본의 미래를 전망하며, 우리가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예리하게 통찰한다. 국뽕, 반일, 혐오라는 기름기를 걷어 내고 일본을 정확하게 읽는 정독(正讀)과 자세히 읽는 정독(精讀)에 오롯이 집중하고, 객관적인 데이터와 풍부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일본인들은 진짜 근면한가?’, ‘일본형 장기 불황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아베노믹스, 성공인가 실패인가?’ 등 의견이 분분한 일본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쳐 나간다. 또한 여전히 ‘팩스, 도장, 종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현실을 통해 과거의 성공이 오히려 덫이 되어 현재의 실패를 만드는 선진국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사례들을 통해 일본을 ‘반면교사’로서 삼아야 함을 경고한다. 이 책은 한일 양국에 대한 차고 넘치는 선정적인 뉴스들에 지치고 올바른 진실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객관적인 시각과 냉철하게 판단할 기회를 줄 것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도쿄대학 명예 교수 다케다 하루히토武田晴人는 그의 저서《일본인의 경제관념日本人の???念》에서 공업화 사회에서 보이는 일본인의 근면함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 획득한 노동의 에토스ethos라고 설명한다. … 다케다 교수의 설명대로라면 ‘근면한 일본인 상’이라는 것은 겨우 80년의 역사를 가진 셈이다. 1882년 요코하마에서 발간된 영자신문에는 당시 서양인에 비친 일본인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데, “게으르고 향락을 즐기는 이 나라 사람들의 성정은 문명사회로의 진보를 방해하는 요소이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게으른 일본인을 질타하는 서양인의 견문록적 성격의 글은 이 외에도 다수 존재한다. 일본인 스스로도 인정하는 ‘근면=일본인의 DNA’라는 뿌리 깊은 믿음은 어쩌면 심각한 오해일지도 모른다.
- ‘1부 4장 일본인들은 진짜 근면한가?’ 중에서
그런데 이러한 소니의 노력이 무용지물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 음악을 파일로 만들어 재생하는 새로운 매체인 MP3가 등장한 것이다. 결국 소니는 급변하는 시장에 맞추어 빠르게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수 없었고, 한 시대를 풍미한 워크맨은 이제 추억의 물건으로 남게 되었다. … 비단 소니뿐만이 아니라 한때 전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의 전자 제품 기업들 중에서 현재도 그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한 곳도 없다. 1980년대까지 전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 전자제품 기업들의 몰락을 설명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과잉 기술, 과잉 품질 문제이다. 소니가 그랬듯이 많은 일본 기업들은 목표가 정해지면 궁극의 수준까지 연마하는, 일종의 장인 정신으로 물건을 만들어 왔다. 일본어로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라고 하는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한 제조 문화’는 일본 기업들을 품질 제일주의의 세계적인 기업들로 키워 냈지만, 반대로 우물 안 개구리 같은 기업들로 변질시키기도 하였다.
- ‘1부 7장 소니를 추락시킨 과잉 기술에의 집착’ 중에서

1979년 출간된 미국의 사회학자 에즈라 보걸Ezra F. Vogel이 쓴 《Japan as Number One》은 미국에서보다 일본에서 더 인기가 있었는데, 일본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전 세계인이 우리를 배우고 싶어 한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시쳇말로 국뽕에 흥건히 취해 있던 시절이었다. … 연이어 일본인 학자들이 한껏 자신감을 표출한 《현대 일본 경제 시스템의 원류現代日本??システムの源流》가 출간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경제는 장기 불황이라는 늪에 빠졌고 지금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헤매고 있다. … 50년 동안 일본을 세계 초일류 국가로 이끌었던 시스템이 1990년대 들어서 현재까지 30년 동안은 오히려 일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 ‘2부 9장 왕년의 일본’ 중에서

일본에는 ‘사내社? 실업자’란 말이 있다. 말 그대로 회사에 다니고는 있지만 사실상 실업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 사실 사내 실업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970년대에는 ‘창가족窓際族’이라고 해서 사내 실업과 내용상 동일한 의미의 용어가 유행했었다. 1977년 6월 《홋카이도신문》 칼럼에 처음 소개된 ‘창가 아저씨窓際おじさん’는 딱히 일도 없이 회사에 출근해 창가 (구석) 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거나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퇴근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당시는 고도성장이 끝나고 엔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엔고 불황이 우려되던 시기라 기업들이 제조 라인을 축소하던 때인데, 종업원을 함부로 해고할 수 없는 고용 시스템 때문에 불가피하게 창가족들이 대량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 대부분의 일본 기업들은 사내 실업자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해고가 어려운 일본 특유의 고용 시스템으로 인해 별다른 손을 못 쓰고 있는 실정이다.
- ‘2부 11장 사내 실업자’ 중에서

일본 경제의 몰락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여기에서는 거꾸로 이런 질문을 던져 보자. 일본 경제가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와중에도 세계 3위의 경제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의 시가 총액이 한일 기업 중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를 빼고 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가 총액 상위 30개 기업 중에 한국 기업은 6개에 불과하고, 일본 기업이 우리보다 4배(24개) 더 많다. … IMF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일본의 GDP가 한국의 GDP보다 3배 정도 더 큰데, 이 말은 비슷한 규모의 기업들도 3배 정도 더 많다는 이야기이다. … 다시 말해 SK하이닉스, 네이버, LG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와 같은 우리나라의 초우량 기업들이 일본에는 3배 정도 더 있다는 뜻이 된다. 그 안에는 키엔스キ?エンス, 신에쓰화학信越化?, 다이킨공업ダイキン工業과 같이 일반인들이 잘 들어보지 못한 기업들도 많다.
- ‘2부 12장 삼성전자 한 개 vs 중소기업 천 개’ 중에서
아베노믹스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을 묻는 여론 조사에서 ‘전혀 실감할 수 없다.’는 답변이 무려 81%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나 혼자만 호황을 실감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럼 대체 호황의 과실은 누가 다 가져갔다는 말인가?’라는 의문을 품었다. 아베노믹스를 실시하기 전인 2012년에 비해 분명 주가는 두 배 이상 상승했고, 환율은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기업 이익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실업률은 3% 수준으로 떨어졌다. 충분히 호황이라 부를 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실감이 나지 않는 호황에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적잖이 당황했다. 전후 최장기 호황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 가득한 뉴스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렸다. … 아베노믹스 경기는 실질 경제 성장률이 1%대를 기록해서 호황이라고는 하지만 명확하게 경기가 좋다고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불황이라고도 할 수 없는 상태, 즉 저온호황weak boom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3부 17장 체감할 수 없는 호황’ 중에서

인구 감소 문제는 과제 선진국 일본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인구 감소에 대처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인구를 늘리는 것이다. 한 가지 방법은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고, 또 한 가지 방법은 이민을 허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엔젤 플랜(1994년에 발표된 저출산 종합 대책)을 시작으로 30년 동안 각종 아이디어를 시험해 본 결과, 일본 정부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고, 이민 정책은 국민들의 거부감이 심해서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 그러던 중 2008년 일본에서는 향후 외국인 노동자 수용 정책의 큰 변화를 알리는 정책이 발표되었다. … 이러한 단계적인 제도 개혁에 힘입어 일본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최근 10년 동안 급속하게 늘고 있다. … 현재 일본의 시민 사회를 중심으로 다문화 공생 사회에 대한 공론화가 한참 진행 중이다. 이를 반영하듯, 일본의 서점에 가 보면 이민 사회나 다문화 공생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서적들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 ‘3부 21장 언 발에 오줌누기식 인구 정책’ 중에서

도쿄 올림픽의 응원 메시지를 팩스로 받는다는 이야기에 전 세계인들은 귀를 의심했다. 대외 조직위 SNS에는 2021년이 아닌 1964년 도쿄 올림픽 이야기가 아니냐는 조롱이 이어졌다. … 디지털 사회에서 낙오자가 된 일본의 문제는 심각하다. … 몇 년 전에 실제로 일본에서 겪은 일이다. 일본 사람들에게 서류를 PDF 파일로 보낼 테니 거기에 전자 서명을 한 후 다시 보내달라고 했더니 생각지도 못한 문제점들이 터져 나왔다. PDF 파일을 열 수가 없는 사람, 전자 서명이 뭔지 모르는 사람, 온라인상으로 서류를 처리하는 것 자체에 절차적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그럼 팩스로 보내면 어떻겠냐고 하니 모두들 팩스는 가지고 있으니 그게 좋겠다고 했다. 결국 팩스, 도장, 종이로 이루어진 레거시 시스템이 얼마나 강력한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 ‘3부 22장 여전히 팩스, 도장, 종이’ 중에서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일본의 강점과 약점을 톺아보고, 한국의 미래 시나리오에 토대를 주는 책!

냉정하게 일본을 바라볼 준비가 되었다면, 강점과 약점을 모두 살펴야 한다. 먼저, 이 책은 세계에서 장수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가 왜 일본인지, 이를 가능하게 한 일본의 전통적 힘이 무엇인지 그리고 선진국의 기술을 단순 모방하지 않고 하이브리드 정신으로 자신만의 적정 기술을 찾아내는 힘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등을 주목한다.
더불어 대기업과의 협상에서 ‘을’이 되지 않는 일본 중소기업의 저력과 생존 전략을 파헤쳐, 여전히 세계 3위 경제 대국을 떠받치고 있는 막강한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기업들의 활약을 명료하게 보여 준다. 일본의 전자 기업들이 애플이나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에게 주도권을 내주었지만, 이들조차도 부품만큼은 여전히 많은 일본 기업들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삼성전자 한 개로 천 개가 넘는 일본의 중소기업을 이길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이 책은 현재 일본이 선진국형 과제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실도 보여준다. 일본은 여전히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기는 하지만, 1인당 명목 GNI(국민총소득)는 세계 28위 정도에 그치고 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제자리걸음 정도가 아니라 뒷걸음질했다고 봐야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돈을 빌려주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돈을 빌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돈을 빌려서 신규 투자를 해야 소비도 살아나고 물가도 상승하는데 아무도 돈을 빌려 가지 않으니 일본 정부가 대신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도 현재는 해외 투자로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버티고 있다. 그것은 경제 호황기에 쌓아둔 막대한 자금으로 투자한 것인데, 이러한 ‘밖으로 밖으로!’ 전략으로 언제까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게다가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경제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수많은 인구 정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백약이 무효한 상태인 상황, 부동산 버블에 던져진 주택 공급 폭탄으로 부동산이 장기 하락하고 있는 점, 호황이라는데 아무도 호황을 체감하지 못했던 아베노믹스와 그 이후의 아슬아슬한 경제 상황에 대해 꼼꼼히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한일 관계 설정에 대한 해법!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현명한 국제 감각에 대한 제언!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현재의 한일 관계는 역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한일 양국의 여론 조사 기관이 조사한 결과, 한일 양국 국민의 과반수(한국 84.6%, 일본 54.8%)가 “현재의 대립 국면을 벗어나야 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80% 이상의 우리 국민들이 현재의 한일 관계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대답한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한일 관계의 목표를 어디에 두면 좋을까?
이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이 두는 장기판의 말이 되기에는 너무 강한 나라가 되었다. 지금부터는 직접 장기를 두는 입장에 서서 주변 국가와의 갈등을 조절해 나가야 한다. 지구본을 내려다보는 차원에서 국제 정세를 바라본다면, 일본은 대표적인 22개 선진국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 우리에게는 이러한 큰 판을 읽는 연습이 부족하다.
이러한 와중에 한일의 젊은이들은 상식선에서 선진국 시민 대 선진국 시민으로서의 사귐을 이어 가고 있다. 선진국이 된 한국을 만끽하며 자라 온 우리의 젊은이들은 유창한 외국어 실력으로 다양한 외국 친구들과 교류하며 기성세대와 달리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딱히 열등감도 우월감도 없다.
분명한 것은 현재 기성세대의 머릿속에는 한일 두 선진국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한 해법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 기성세대의 역할은 새 시대의 주역들이 엉킨 한일 관계를 풀어 갈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취사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뿐이다. 이 책은 선진국 국민으로서 다른 나라에 추월당하지 않고 당당히 세계무대를 누빌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해법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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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이어서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현재의 한일 관계는 역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한일 양국 국민의 과반수(한국 84.6%, 일본 54.8%)가 ‘현재의 대립 국면을 벗어나야 한다.’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 과연 바람직한 한일 관계의 목표를 어디에 두면 좋을까? …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이제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진국으로서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 갈 때가 되었다. 한 단계 높은 차원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일단 주변 4대 강국이라는 표현부터 고칠 때가 되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은 흔히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네 나라인데, 4대 강국은 우리의 입장을 우리 스스로가 ‘장기 두는 나라’가 아닌 ‘장기판의 말’로 규정하는 표현이다. 청일 전쟁이나 러일 전쟁 때의 조선은 더 이상 없다. 대한민국은 이제 장기판의 말로 움직이기에는 너무 강한 나라가 되었다. 이제는 직접 장기를 두는 입장에 서서 주변 강대국들과의 갈등을 조절해 나가야 한다. … 반면 선진국이 된 한국을 만끽하며 자라 온 우리의 젊은이들은 유창한 외국어 실력으로 다양한 외국 친구들과 교류하며 이들 역시 기성세대와 달리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딱히 열등감도 우월감도 없다. … 분명한 것은 현재 기성세대의 머릿속에는 한일 두 선진국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한 해법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기성세대의 역할은 새 시대의 주역들이 엉킨 한일 관계를 풀어 갈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취사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뿐이다.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저자로서 그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것 같다.
- “나가며_ ‘장기판의 말’이 아닌 ‘장기 두는 나라’로” 중에서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