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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삼국지 -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과 한국의 활로:권석준

Bawoo 2023. 4. 13. 13:20
반도체 삼국지:저자 권석준 | 뿌리와이파리 | 2022.10.12.
 
 

[개인적인 소감] 수출로 먹고살아 선진국까지 된 우리나라. 그중에 반도체 산업의 기여가 절대적이다. 그런데 앞날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미국은 중국 견제 목적이라지만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옥죄고 있고 인구 대국 중국은 자립을, 과거의 반도체 왕국 일본은 절치부심 재기를 노리고 있다.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1/3뿐이 안 되지만 강소국인 네덜란드는 슈퍼 을-저자 표현-의 지위를 흔들림 없이 누리고 있다. 대만은 또 어떤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빼앗길 염려도 없다.
반면 우러나라는 세계 7번째로 30-50 클럽에 가입하고 겨우 5년 째인데 앞날이 불안하다. 나라의 경제발전을 뒷받침해야 할 정치권이 개판이서 더욱 그렇다.

저자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삼국지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나는 열국지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반도체 열국지. 미국, 대만, 네덜란드 외 호주, 인도,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가 각축하는 장인.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 같이 반도체 관련 지식이 전무한 일반독자에게는 조금 버거운 내용도 들어있어 눈높이를 좀 낮춰서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었다. 서문과 에필로그처럼. 아무튼 세계 반도체 전쟁의 실상을 알게 해 준 양서이다.

전문적인 책소개는 아래 내용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책소개

2022년 9월 28일,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반도체 공급망 관련 협의체 ‘칩4동맹’의 첫 예비회의가 열렸다. 한국은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동맹이라는 표현 대신 ‘작업반(working group)’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향후 본회의 참여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등 신중하게 처신하고 있지만, 운신의 폭은 좁다. 그리고 당장 10월 중에, 미국은 자국의 기술을 사용한 기업들이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하는 것을 막는 ‘화웨이식 제재’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전체 수출액의 20퍼센트를 차지하고, 그 절반 이상을 중국에 수출해왔다.
2019년 이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반도체 가치사슬이 재편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려고 하고,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퍼센트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굴기’를 추진해왔다. 미-중의 대결구도와 함께 세계 반도체 칩 생산의 90퍼센트 이상을 담당하는 동아시아에서 파란이 일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재편, 그리고 반도체 업계의 주도권 다툼과 합종연횡이 격심해지면서,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한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도전은 무엇이고, 그것에 대한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며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확보 방안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가? 그리고 차세대 반도체 기술 전쟁의 핵심은 무엇인가? 이 책은 반도체공학자이자 첨단산업 분야의 전략가 권석준 교수가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 반도체 산업의 현황과 역사, 그리고 앞으로의 구도와 전망을 기술전략적 관점에서 풀어낸, 명쾌하고도 흥미진진한 삼국지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 권석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매사추세츠공과대학 화학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첨단소재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을 지냈으며 반도체 신소재와 차세대 반도체용 나노 및 포토닉스 소자 분야에서 다수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과에서 연구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반도체 관련 최신 하이테크 개발 성과와 기초과학 연구 성과를 해제하는 글을 각종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과학과 사회, 학문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에도 관심이 많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서문. 반도체 전쟁의 시대

1부. 일본의 영광, 그리고 느리지만 확실한 몰락
1. 일소현명과 갈라파고스
2. 일본 반도체 왕국, 그 영광의 시대
3. 일본 반도체 산업의 중흥과 시련
4. 일본 반도체 쇠망의 시작
징조/배경과 원인/도시바/NEC/엘피다/후지쓰/르네사스/파나소닉
5. 일본 반도체 왕국, 성과 쇠의 갈림길
기술력의 신화와 함정/파괴적 혁신과 혁신 기업의 딜레마/국가의 보호인가, 아니면 간섭인가?
6. 한국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2부. 중국의 굴기, 그리고 보이지 않는 위협
1. 반도체 산업 서진의 역사
2. 중국 반도체 기술굴기의 허상
기술국기의 이면/본격화되는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미-중 반도체 전쟁과 한국
3. 중국의 반도체 기술굴기는 중국몽을 이룰 수 있을까?
화웨이의 급부상과 그에 대한 견제/화웨이와 TSMC의 관계/중국 최신 반도체 기술의 현황/미국의 기술 제재에 대한 중국 반도체 업계의 대응 전략/초극미세 패터닝 공정이라는 통곡의 벽/EUV용 광학계라는 또 다른 기술의 장벽/슈퍼을 ASML과 중국의 ‘난니완’ 프로젝트/중국의 초극미세 패터닝 기술 자립은 가능할 것인가?/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갈라파고스가 될 경우의 시나리오
4. 중국 반도체 기술굴기의 불투명한 미래
정부 주도 투자의 지속 가능성/중국의 대미 반도체경쟁과 구소련의 대미 군비경쟁/기술굴기에 집착한 중국의 실책/중국 반도체 기술굴기에 돌파구는 있는가?/중국 기초과학기술 연구의 잠재력
5. 중국 반도체 기술굴기에 대한 한국의 대응 전략
미-중 반도체 전쟁 속의 한국/한국의 대응 전략

3부. 한국의 도전, 그리고 초격차를 위한 재도약
1. 한국 반도체 산업 그 반세기의 역사
2. TSMC와 삼성의 파운드리 전쟁
3. 한국의 차세대 메모리 기술 확보 전략
4. 네덜란드로부터 배우는 반도체 산업 육성의 교훈
5. 격변하는 위기 속 한국의 도전
6. 칩4동맹에서 한국이 고려해야 할 점
미국의 칩4동맹의 실질적 의미는 무엇인가?/그로부터 한국은 무엇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하는가?/대중국 정책은 어떻게 준비되어야 하는가?/칩4동맹은 오래 지속될 수 있는가?
7. 제언

4부. 차세대 반도체 기술 패권
1. 격변하는 세계 반도체 산업 지도
2. 인텔 하이퍼스케일링 공정의 명과 암
3. 차세대 반도체칩 제조 공정의 병목 지점
4. EUV 공정의 도전 과제
5. EUV 이후 초미세 공정의 향방
6. 다가올 양자 컴퓨터의 시대

후기
용어 설명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21세기의 페르시아만이라 할 수 있는 동아시아 3국의 반도체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반도체에 대한 전 세계 산업의 의존도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언제든 새로운 혁신 기술이 나타나면 지금의 지배 기술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 반도체 업체들 간의 치킨게임으로 언제든 공룡 같은 업체들이 하루아침에 쓰러지거나, 어제까지 적이던 업체들이 합병하여 새로운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_11쪽

일본에 이어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의 몰락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수 없다. 2010년대 들어 점점 극심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 전쟁, 중국의 공격적인 반도체 굴기 투자, 미국의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 대만의 굳건한 파운드리 지배를 비롯하여 하루하루 달라지는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등을 생각하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언제든 외부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타이밍에 맞게 필요한 내부 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한국 역시 일본이 걸었던 것과 비슷한 쇠망의 길을 갈 가능성이 상존한다. 일본과 다른 길을 가기 위해서도 일본 반도체 산업의 흥망성쇠를 살펴볼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_34쪽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일본의 굵직한 반도체 업체들의 쇠망사에는 공통적인 패착이 관찰된다. 일본 반도체 왕국의 패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장 큰 패착은 기술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과 그로 인한 세계 시장의 변화에 대한 대응력 저하다. 두 번째 패착은 혁신의 딜레마다. 시장을 압도하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한 혁신 기술이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수익률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패착은 정부의 과도한 간섭이다 _84쪽

결국 일본이 노렸던 한국 반도체 산업, 특히 그 뿌리부터 흔들려고 했던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공격은 오히려 일본 입장에서는 자국 기업들의 신뢰도 저하와 수익률 급감으로 이어지는 자충수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반도체 소재의 안정적 공급망을 단기에 회복하여 성공적으로 일본에 대한 반도체 소재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 형국이 이루어지고 있다. _107쪽

그러나 이러한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여전히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2021년 기준 16.7퍼센트 수준에 불과한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미국의 중국 기술 견제 기조로 인해 실질적인 자급률이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2025년까지 70퍼센트의 자급률을 달성하겠다는 중국의 목표 달성이 난망한 상황이다. _119쪽

지금으로서는 미국의 제재 때문에 TSMC가 눈치를 보며 SMIC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지만, 미국의 제재가 느슨해지면 두 회사는 언제든 다시 원래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럴 경우 TSMC가 곧 중국 파운드리 산업의 일부로 역할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제재 와중에서도 TSMC와 SMIC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이어지는지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_148쪽

이렇듯 아무리 첨단 기술, 첨단 장비라고 해도, 어느 한 나라, 혹은 한 회사가 독점하여 홀로 기술을 개발하거나 표준을 주도하는 것은 이제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규모가 큰 산업일수록 효율적인 발전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촘촘한 글로벌 공급망이 형성되고 세심하게 조율되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_169~170쪽

어떤 나라보다도 충격적인 결과는 중국에서 나타난다. 지난 20년간 중국 연구자들은 논문 편수뿐만 아니라 그 질까지 급성장했다고 알려져는 있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 나타난 데이터는 예상을 훨씬 넘어선, 두려울 정도의 수준이다. 화학과 재료과학은 가히 세계 최강이라고 부를 만한 수준이고, 공학 전반과 수학 역시 어느새 세계적 수준이 되었다. 물리학과 지구환경 쪽도 톱클래스 등극이 눈앞에 온 것으로 보인다._201~202쪽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그 당시의 최고 수준의 첨단 기술을 반드시 여러 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시간과 자원의 한계가 있으니 그러한 기술을 모두 갖출 수는 없으나, 반도체에 대해서라면, 특히 소재와 공정의 핵심 요소 기술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 ASML처럼 아쉬운 사람이 먼저 찾아가 읍소할 수 있는, 그런 ‘슈퍼을’의 지위를 국가 차원에서도 반드시 전략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_220쪽

파운드리에만 국한된 비즈니스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산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제조업에서의 쌓은 미세 공정의 원가 절감과 오랜 공정 노하우를 살린 성능 개선으로, 1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파운드리 분야 매출액 규모 세계 2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그러나 파운드리 사업 부문이 삼성전자로부터 독립된 법인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은 단점이다. _251쪽

한국이 이왕 대일본 소재·부품 의존도를 낮출 요량이라면, 단순히 일본을 대체할 다른 수입처를 찾는 데서 더 나아가, 네덜란드와 싱가포르 같은 강소국의 성공적인 산-학-연 네트워크를 통한 강력한 R&D 드라이브 정책을 제대로 배워 한국의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소재 및 부품 국산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현시점이 이를 추진할 적기라고 생각한다. _275쪽

삼성의 사례에서 보듯, 한국이 만약 칩4동맹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공정을 미국에 확보해두고 이를 오히려 지렛대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삼성이 그러한 전례를 만들어두면 비단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배터리, 바이오, 자동차 등의 다른 산업이 미국에 진출할 때에도 비슷한 혜택과 법적 보호를 기대할 수 있다. 지렛대 삼아 얻어내야 하는 것은 미국 법의 보호와 기반시설 지원, 감세, 고용인원 증원에 따른 보조금 확보, 그리고 타국 수출 과정에서 미국의 기업에 준하는 관세 혜택이나 기술 IP 로열티 혜택 등이다. _298쪽

추세는 이미 결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 피해가 다른 산업, 다른 무역 채널로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굳이 부채질할 필요는 없다. 한한령이 한국 상품 전체로 확장되어 애써 가꿔온 캐시카우 시장 전체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할 필요는 없다. 한국이 중국에 취할 대응 기조는 전선의 확대를 막는 데에 제1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며, 유출될 수 있는 기술과 인력에 대한 보호가 그다음이어야 한다. _300~301쪽

ASML이 10년 넘는 암흑기를 버텨내며 결국 EUV 노광 공정의 실현에 성공했던 것처럼, 기업에서는 죽음의 계곡이라고 부르는 장기간의 실패 누적 기간을 학계와 연구계에서 지지할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산-학-연 대형 장기 프로젝트의 필요성에만 역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의외의 소재와 공정이 개발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풀뿌리 프로젝트의 융성도 포함하는 것이다. 기존의 개념이 한계에 부딪혔다면 그것을 우회하거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연구들이 필요하며, 이는 대형 장기 연구보다는 중소형 장기 연구, 자유주제 공모 연구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커버될 수 있다. _305~306쪽

따라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인력 양성 정책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반도체 산업 자체를 타깃으로 하는 인력 양성이 아닌, 관련 전공의 교육 내실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각 전공에서 반도체 산업으로의 연계가 가능한 교과목을 개발하고, 실무에 능한 엔지니어들을 겸임 교원으로 더 적극 채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혁신 정책에 무게가 실려야 한다. _310~311쪽

다만 2025년을 목표로 20큐비트급의 양자 컴퓨터를 개발한다는 목표는 미국의 구글이 2019년 53큐비트급의 양자 컴퓨터를 이미 개발한 것과 비교하면 큰 격차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장기적으로 양자 ICT 기술은 양자암호통신, 양자암호내성통신, 양자 센서, 양자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밀접한 연관성을 바탕으로 생태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는 바, 현재 가장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양자 컴퓨터의 하드웨어 구현 및 양자얽힘 제어 가능 신소재 등에서 더 집중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_353쪽

급변하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정치적 상황,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기술 스펙, 혁신이 언제 어떻게 생길지 모르는 양자 ICT 같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 등, 다양한 현안과 어젠다는 한국이 민간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더욱 신경쓰고 시의적절하게 대응해야 하는 부분이다. 근시안적인 맞춤형 인력 양성, 정부 R&D 과제 개발을 넘어,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도체 산업 생태계 다변화와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이 수립되고 정책이 개발되어야 한다. 물리학과 소재과학 같은 기초과학 분야에 더 많은 인력이 연구할 수 있는 기관과 시설, 그리고 연구 프로그램이 확장되어야 하며, 차세대 반도체 공정 기술에 대한 표준을 더 많이 선점해야 하고,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장비와 소재의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회사들이 나올 수 있는 산학연계 프로그램이 제시되어야 한다. _356~357쪽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잃어버린 20년’을 넘어, 반도체 왕국의 권토중래를 노리는 ‘소부장’ 일본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세계 반도체 기업 상위 10개사 중 여섯(NEC,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시, 후지쓰, 마쓰시타)이 일본 기업이었다. 30년쯤 후인 2020년, 메모리반도체 업체 키오시아가 12위지만, 상위 10개사에 일본 기업은 없다.
그렇게 된 이유는 첫째, 일본이 기술력의 신화에 도취된 나머지 세계 기술표준과 동떨어진 자국만의 길을 간 데에 있었다. 이른바 ‘갈라파고스화’로, ‘가라스마’라고 불리는 일본식 스마트폰이 그 예다. 둘째는 국가의 지나친 간섭이었다. 셋째는 미국의 견제였다. 일본 반도체 회사들이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커지자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1985년 6월, 미국 통상법 301조(일명 슈퍼 301조)를 걸고 나왔다. 미국 정부는 일본 반도체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했고, 일본은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세계 시장에서의 굳건한 지위를 잃고 한국, 대만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허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을 견제하는 한편,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대만 TSMC의 공장을 구마모토현에 유치하며 재기를 꿈꾼다. 일본은 여전히 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서의 경쟁력이 있고, 이를 기반으로 언제든 글로벌 선두주자로 재도약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반도체 굴기 2025’의 허와 실
2010년대의 12차, 13차 ‘5개년 계획’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2015년에는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매년 20~30퍼센트씩 급성장해왔다. 하지만 반도체 자급률은 여전히 20퍼센트를 밑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와 세계 최대 규모의 내수시장, 엄청난 인적 자원은 중국의 현재적, 잠재적 힘의 근원이다. 그러나 2020년 8월의 ‘우한훙신(HSMC) 사태’에서 드러난 내부의 부패와 비리 문제와 함께, 점점 더 거세어지는 미국의 견제 역시 근본적 난제다. 예를 들어 기존의 DUV 장비를 뛰어넘어 초미세 패터닝 공정에 필요한 EUV 장비를 구할 수 없게 되고, 중국이 자의든 타의든 독자적 반도체 기술표준과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면, 그것은 또다른 ‘갈라파고스’로 향하는 길이 될지도 모른다.
미-중 대결구도에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전략적 모호함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칩4동맹’ 참여 여부와 무관하게,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한국으로부터의 반도체 수입을 줄여가는 ‘한한령 시즌2’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미-중 경쟁 속에서 미국의 논리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의 기술 로드맵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반도체는 한중일 삼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이익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영역이 되고 있다. 미-중 대결이 본격화하고, 자유무역에 입각한 글로벌 반도체 가치사슬이 블록화되며 비용이 대폭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런 환경 변화와 불확실성이 위기를 낳는다.
한국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가 꼽는 한국의 시급한 과제들을 꼽아보자면 이렇다.
첫째, 네덜란드 ASML의 사례처럼, 산-학-연 클러스터 및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통해 ‘슈퍼을’을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 엔지니어들을 교원으로 적극 채용할 수 있도록 학제를 개편하고, 일본의 소부장 기업들을 한국의 클러스터 안으로 유치하며,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의 ‘죽음의 계곡’을 지날 수 있도록 장기간의 실패를 용인하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둘째, 핵심 기술 인력과 IP를 보호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한국의 엔지니어에 대한 스카우트 제의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반도체 핵심 인재에 대한 대우 수준이 SMIC 이상으로 높아져야 하고, 기술 보안 또한 지금보다 대폭 강화해야 한다.
셋째,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한다. 최근 기초과학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미국을 능가할 정도다. 미-중 반도체 전쟁은 결국 통신, 이동, 생명, 우주, 에너지 등 모든 하이테크 산업으로 확장될 것이다. 한국의 핵심 이익은 이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 겹친다. 다가올 미래에 중국에 대한 학문적 종속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 투자가 확대되어 차세대의 혁신 기술이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 밖에도, 대만 TSMC와의 파운드리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 분사 문제나 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에 대한 전략적 제언, 나아가 EUV 공정 장비를 넘어 다가올 양자컴퓨터 시대에 대한 예측에 이르기까지, 제언은 일목요연하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기술들의 핵심 가치, 그것이 핵심이 되는 이유와 영향, 그 파급효과 등을 꿰는 공학자이자 과학자인 저자의 경험과 독보적인 안목이 깔려 있다.
일본의 현재가 한국의 미래가 될 수 있고, 중국의 위험이 한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다. 당장 헤쳐나가야 할 삼각파도이면서 한국 경제의 10년, 20년을 좌우할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과 기술패권 경쟁을 앞에 두고, 저자는 정책 결정자와 전략가, 연구자, 그리고 반도체 산업에 관심 있는 독자 모두가 경청할 만한 충실한 정보와 날카로운 분석을 이 책에 담았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