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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이야기] 봄내골의 그때 그 사건 1, 2권:김길소

Bawoo 2023. 10. 11. 11:43

 

 

(봄내골의) 그때 그 사건:김길소 지음.
춘천:춘천시,2019

[소감] 강원도 춘천시를 옛적엔 봄내골이라고 불렀나 보다. 이 춘천의 이야기를 토박이 언론인인 김길소 님이 두 권으로 펴냈다. 내용이 깊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그래도 춘천에 대하여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춘천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일독할 만한 책이다. 저자가 기자 출신이라 문장력도 빼어나고 활자 크기, 책 장정 모두 좋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춘천 지역 유명인- 작가, 예술가 등- 이야기가 없다는 점인데 내가 아는 유명한 작가만 해도 한수산, 전상국, 이순원, 화가로는 이상원 님이 있는데 말이다. 작고한 이외수 작가는 춘천 교대 출신인 건 알고 있는데 검색해 보니 춘천 토박이는 아니다. 
참고로 책이  2019년에 나온 터라 이후 이야기는 빠져있다. 세상이 워낙 빨리 변하는 터라 이후 3년이 지난 2023년 현재 많은 변화가 있을 터인데 이를 담아내지는 못할 수밖에 없었을 테다.책 2권 마지막 내용이 노루목 저수지 이야기인데 도시가 확장됨에 따라 용도가 폐기되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데 검색해 보니 이의 개발을 둘러싼 논쟁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거로 나와있다.
 
[참고] 책을 검색해 보니 출판사에서 올린 내용이 없어 이유가 뭔가 궁금했는데 상업성을 띤 출간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춘천시에서 시 홍보 목적으로 낸 책 같군요. 도서관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책일 것 같습니다. 아무튼 춘천시에 관심이 있는 분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참, 책에 대한 소개는 출판사 내용이 없어 강원일보의 책소개 글과 한 블로거 분의 글을 옮겼습니다. 춘천을 무척 사랑하는 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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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소 한국전래오락연구소장 '봄내골의 그때 그사건' 펴내

시정홍보지 '봄내' 연재한 글 엮어

강원일보 기자 40년 경력 언론인

그시절 취재수첩 꺼내 들고 글 써

산업·민주화 속 망각 속도 빨라져

 

지역서도 많은 변화·사건 일어나

“기록으로서 기억 지켜내 뿌듯”

춘천의 근현대사를 담아낸 600여쪽 분량의 '춘천 역사책'이 발간돼 화제다.

기존 역사서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허투루 야사(夜思)라고 부르기에는 또 참고한 자료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무엇보다 일단 재미있다. '봄내골의 그때 그 사건'은 춘천의 속내를 탈탈 털어내 미려한 글쓰기 하나로 이리저리 버무려낸 솜씨가 눈길을 끄는 그런 책이다.

책을 쓴 주인공은 춘천 출신 김길소(76) 한국전래오락연구소장. 떡살 수집가이자 전래놀이전문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강원일보 기자로 취재 일선에서 잔뼈가 굵은 40년 경력의 언론인이다.

책은 그가 2017년 1월부터 춘천시정홍보지 '봄내'에 연재한 글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연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춘천의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날것의 춘천을 그대로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는 반세기 동안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격랑의 시기에 '봄의 고장' 춘천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가 살펴보고자 한 것입니다.”

그는 거대담론들 속에서 망각되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풍요와 자유를 향유하기 시작한 후 흔적의 상실과 망각의 속도가 빨라졌어요. 이렇게 줄달음쳐 오는 사이 봄내골에서는 크고 작은 일들이 기억의 노리 속에서 멀어졌습니다. 그래서 요즘 젊은 이들은 태어나기 전후에 일어난 일들에 맹숭맹숭하거나 까맣게 모르는 형국이 되고 말았죠.”

그는 글을 쓰기 위해 오래된 취재수첩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세월의 더께에 가려져 있는 '기억의 창고'에서 그 내용들을 다시 끄집어내는 일은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한번 사회부 기자 시절로 되돌아가야 했다고 했다. “전통적으로 신문사 사회부 출신 기자들은 팩트에 중점을 둡니다. 이걸 무시하면 아무리 글솜씨가 뛰어나도 무언가 모자라게 되니까요. 그리고 (제가 쓴 글들로) 근대사를 되짚어보고 기록하는 아카이브(Archive·기록보관소) 운동을 점화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김 소장은 자신의 생각들을 실현하기 위해 오랜 기억을 더듬고 기억의 빈 공간을 방대한 자료들로 채우면서 사라져버리고 잊혀가는 춘천의 모습을 기록해 나갔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찌 보면 그에게는 사관(史館)과 같은 사명감 같은 게 있었을 것 같다.

“단편적으로나마 우리 고장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해 다시 떠올려보고 기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뿌듯합니다. 역사를 알려는 건 현재를 더 잘 살펴보려는 겁니다. 더 나아가서는 다가올 세상을 미리 내다 보는 것이기도 하고요.”

많은 기억을, 역사를 정리해 놓았지만 그에게는 아직도 남겨할 기록들이 많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창고 안에 넣어 둔 기억들은 더 명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변에서 이런저런 것을 다뤄달라는 제보도 늘고 있다.

“벌써 꽉 찬 3년간 연재가 됐습니다. 연재 마감은 '봄내'지 제작·편집진과 상의해 결정할 계획입니다. 졸필을 열심히 읽어주신 독자들과 글을 쓰도록 멍석을 깔아주신 춘천시에 감사드립니다. (제 글이)작은 일이나마 봄내골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찾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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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내골의 그때 그 사건(전2권)

 메르카츠 ・ 2021. 12. 7. 20:27
 

춘천 토박이 김길소가 강원일보 기자를 하며 겪은 춘천의 여러 사건들과 옛 모습을 책으로 엮어냈다.

나에게 춘천이란?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많이 다니다 보니 나에게는 딱히 고향이라 하는 개념이 없다. 아버지는 자신의 고향 강릉을 나에게도 고향이라는 생각을 주입 시키려고 안간힘을 쓰시는데, 어린 시절 하루도 강릉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이게 뭐선일인고?’ 아버지의 집념 덕분에 나뿐만이 아니라 내 자식들까지 본적이 강릉이 돼버렸다.

내 어린 시절은 서울-경기-강원도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몇 번이나 돌고 도는 것이다. 그나마 가장 오래 살은 곳이 춘천으로 태어난 직후 약간과 학창 시절(고교+대학) 9년을 보냈다.

이후 직장 생활 중 춘천 또는 강원도 모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춘천에서 2~30년씩 산 그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이방인이었다. 본질적으로 그 사람들은 태어나서 학창 시절 내내 춘천에서 살았고, 나는 대학시절 위주로 춘천에 있었기 때문에 대화의 주된 내용이 빗겨나가 있었다. “대학 MT 하면 강촌이지!”, “나 대학은 제주도에서 나왔어”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는 강원도 모임에 잘 안 나가기 시작했고, 내 마음속에 춘천은 점점 지워져 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춘천의 많은 친구들과 전혀 연락이 안 되고, 그나마 교류하는 친구들은 타지로 이사 간 영향이 가장 크다.

춘천 토박이에게는 내가 외지인일지라도, 정작 나 자신에게는 춘천이 반쯤은 고향이며 항상 그리운 무엇인가가 있다. 그러던 나에게 향토지나 다름없는 이 책은 옛 기억들을 되살릴 수 있어 도저히 안 읽어 볼 수 없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내용들은 춘천 사람이라면 충분히 알만한 내용들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문화 상륙> 챕터에 나오는 사진들 중 3장은 우리 친척들이 사는 곳일 정도로 나에게는 손바닥 안이다.

비교적 지엽적인 사건인 70년대 큰 교통사고 2건인 <중도 나룻배 전복사고>, <의암호 버스 추락사고>을 제외하고 전혀 몰랐던 내용은 두 챕터로 <빙상의 도시 춘천>과 <춘천 매운탕>이다. 그래서 춘천에서 태어나 생가에서 한 번도 이사를 안 가고 시집올 때까지 살았던 집사람에게 물어보니 잘 알고 있었다. 집 사람은 어렸을 때 공지천에서 스케이트를 탔는데 언젠가부터 그냥 안 타게 되었다고 했다. 이는 역사적 근거가 있는 내용으로 책에 의하면 80년대 이후 공지천에 오수가 심하여 결빙이 안돼 스케이트를 못 타고 있다고 한다. 춘천 매운탕의 경우 그냥 나만 몰랐던 것으로, 집사람은 춘천댐 쪽의 매운탕 거리가 있다는 것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 책의 서문에 인정한 가장 큰 사건은 <중국민항기 피랍 및 불시착 사건>으로 1983년 5월 5일 일어났다. ‘중국판 요도호 사건’이라고 할만한데 차이점은 납치범들이 김포공항이 아니라 춘천으로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춘천에는 공항이 없다. 그럼 어떻게? 놀랍게도 헬기장밖에 없는 캠프 페이지에 내렸다. 활주로가 짧아 풀밭 몇십 미터를 내달렸다는 부연설명과 함께. 냉전 당시 세계가 경악한 사건이니, 춘천은 그야말로 뒤집혔었다. 민항기는 중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김포공항으로 이동하였는데 이륙 과정에 비행기가 추락할까 봐 그 일대 주민들이 모두 대피했다고 한다.

캠프 페이지에 대해서는 나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용을 보니 모르는 게 더 많았다. 일단 캠프명은 장진호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워 명예훈장을 받은 ‘존 U. D. 페이지’의 이름을 따온 것으로 대충 1952년 언저리에 시작되어 2005년에 공식적으로 반환되었다. 부대에는 제2보병사단 예하 제2항공연대 1대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반환 직전에 아파치 롱보우 헬기들이 잔뜩 주기되어 있어 사진 찍었던 기억이 난다.

결 이렇게 이 책은 저자가 기자로 활동한 70~90년대 이야기가 대부분으로 그야말로 춘천의 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내가 아는 내용이 나오면 너무도 반갑고,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신기해하며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보통 역사라고 하면 춘천이 생긴 근원과 주변 지역과 통폐합 과정 등 딱딱하고 고루한 내용이 대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춘천에서 있던 여러 사건은 물론, 닭갈비나 막국수, 남이섬, 강촌 유원지같이 춘천의 명물에 대한 과거와 현재를 다루고 있어 현대사/민중사 관점에서 가치 높은 기록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책을 통해 내 마음속의 춘천에 대해 다시 한번 알게 해주어 정말 고맙고, 많이 팔려 춘천이 잘 알려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