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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혁신-혁신을 원한다면 반역자가 되라:이주희

Bawoo 2024. 1. 23. 20:50
저자:이주희
출간:2023.6.21
 
[소감] 역대 주요 전투의 승패 요인을 분석하여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 특이한(?) 시각의 책. 이미 익히 아는 역사적 내용이 많은지라 술술 읽히면서 아주 유익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눈에 들어온 내용은 중국 청나라와 메이지 일본의 명운이 엇갈린 이유를 설명한 내용인데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반역을 했느냐 안 했느냐로 갈렸다로 이해했다. 
중국 청나라의 경우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한 증국번, 이홍장 같은 인물이 청왕조를 멸망시키지 않고 그대로 존속시키는 바람에 결국 100년 치욕의 역사로 이어졌고 일본의 경우 에도 막부를 무너뜨리려는 사쓰마, 죠슈번을 주축으로 한 웅번의 세력이 토막에 성공함으로써 메이지 유신을 이룰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구미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대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는 내용. 결과론이긴 하지만 저자는 혁신에는 반역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거로 이해했다. 독특한 시각인데 공감이 많이 갔다. 한 번 읽어봐야 할 목록에 넣어야 할 양서.

책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책소개 전문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책소개

흔히 현대사회를 무한 경쟁 시대라고 한다. 새로운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개발되고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지도 모른다고 하는 이 시대에 가만히 있는 것은 후퇴를 의미한다. 한편에서는 이런 긴장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삶의 중요성을 역설하지만, 이미 지난 역사가 증명하듯 뒤처진 자는 역사에서 사라지기 마련이다. 결국 역사의 다음 장은 처절한 혁신을 이룬 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동명의 다큐멘터리 〈강제혁신〉을 연출한 EBS 이주희 PD는 전작 『강자의 조건』에 이어 또 한 번 정치와 권력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석학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더욱 심층적으로 풀어나간다.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의 깔끔한 프레젠테이션과 애플의 세련된 디자인만 보고 혁신을 우아하고 낭만적인 것으로 착각하지만 이는 혁신의 결과물일 뿐이다. 혁신은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서는 일이기에 잔인하고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전쟁터는 피비린내 나는 혁신의 역사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주는 장소다. 전쟁에서의 실패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전쟁터는 그 어떤 곳보다 승패가 명료한 혁신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 혁신의 현장에는 한 무리의 기득권자와 반역자가 존재한다. 권력을 가진 자는 자리를 지키고 싶어 하며, 그 옆에는 호시탐탐 이를 노리는 자가 존재한다. 그리고 전쟁터에 ‘화약혁명’이라는 새로운 혁신의 바람이 불어왔을 때, 누가 권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한 국가의 운명은 달라졌다. 혁신으로 쫓겨날 자가 이끄는 나라의 미래는 이미 후퇴의 전조를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혁신에서의 권력이란 역사를 재편하는 핵심 조건이며, 그런 의미에서 힘의 총체인 전쟁터에서의 혁신을 살펴보는 일은 가장 강력한 역사의 교훈과 마주하는 일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들어가는 말
-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PART Ⅰ 혁신은 기득권을 공격한다

과거의 전쟁, 엘리트 전사의 시대
- 천적이 없는 전사, 몽골
- 몽골의 재앙이 이슬람을 덮치다
- 선택받은 엘리트 노예, 맘루크
- 군대를 위해 존재하는 국가

몽골 vs 맘루크, 아인잘루트에 모이다
- 골리앗의 연못으로 꾀어내다
- 유인된 자를 기다리는 참혹한 패배

새로운 전쟁, 화약 제국 오스만의 등장
- 전쟁의 폭풍이 시작되다
- 이슬람 세계의 태양은 하나다

오스만 vs 맘루크,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다
- 백전노장 맘루크의 생애 마지막 전투
- 전세를 뒤엎은 오스만의 비밀 무기

정체성, 전쟁의 승패를 가르다
- 화약을 증오한 권력자, 맘루크
- 불완전한 혁신을 주저한 대가
- 혁신에 자유로운 집단, 오스만

PART Ⅱ 서양 우위의 분기점

전쟁의 발단, 프라하 창문 투척
- 금권 선거로 얻는 왕좌
- 새 종교를 탄압하는 새 황제

30년 전쟁, 진화하는 군대
- 해산도 탈출도 없는 테르시오
- 황제군, 경험에서 교훈을 얻다
- 규모에 대항하는 유연성의 힘
- 스웨덴군, 화약혁명의 미래

황제군 vs 스웨덴군, 브라이텐펠트 벌판에서의 조우
- 숙련되었으나 낡은, 설익었으나 새로운
- 방향을 틀어 적을 두 동강 내다

스웨덴군 vs 황제군, 뤼첸에서의 2차전
- 1년 전의 패배를 교훈으로 삼다
- 승패를 뒤집은 반걸음의 차이

혁신을 강제하는 경쟁의 힘
- 이상한 나라의 붉은 여왕 효과
- 전쟁, 죽여야 사는 경쟁

PART Ⅲ 동아시아의 잃어버린 200년

다네가시마에 왜구의 배가 표류하다
- 멸문 직전의 가문에 총이 쥐어지다
- 창조의 어머니, 리버스 엔지니어링

노부나가 vs 다케다, 운명을 바꾼 나가시노 전투
- ‘사카이’를 지배한다는 것의 의미
- 월급받는 조총 부대
- 품위보다 생존이 중요했던 센고쿠시대

조선 vs 일본, 임진왜란의 치욕을 동력으로 삼다
- 가장 잘하는 방식이 최선은 아니다
- 패배를 통해 배우다

명나라 vs 청나라, 영원성에서 맞붙다
- 천혜의 요새에서 적을 기다리다
- 화약 무기로 3일 만에 전투를 끝내다

위기의식, 발전의 속도를 가르다
- 겐나엔부, 모든 하극상을 금하다
- 시마바라의 난, 혐오의 대상이 된 조총
- 대청제국의 시대, 길 잃은 혁신

PART Ⅳ 혁신가의 또 다른 이름, 반역자

청나라 vs 영국, 아편전쟁으로 시작된 근대
- 오랜 평화의 종결
- 통찰은 현실을 직시하는 자에게만 찾아온다

삿초 vs 영국, 근대화에 눈을 뜬 두 차례 전쟁
- 시모노세키 전쟁, 서양 함대의 힘을 절감하다
- 패전 이후 존왕양이의 일신

농민군 vs 상승군, 양무운동을 촉발한 내전
- 태평천국의 난,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
- 서양의 신식 무기로 무장하다

충성심, 혁신의 미래를 바꾸다
- 반청 사건은 왜 역사가 아닌 야사가 되었나
- 권력을 거부한 자들의 근대화
- 막부에 대항하는 반역자들의 탄생
- 반막부 정서가 폭발하다
- 반역자들이 이룬 근대화

나가는 말
- 실험실의 천재가 아닌 전쟁터의 전사로

주석
참고문헌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진정한 혁신’은 항상 기득권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므로 권력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혁신에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혁신’이 본질적으로 권력을 둘러싼 정치적 행위가 될 수밖에 없으며 일종의 ‘반역 행위’로 간주 될 수 있는 이유다. 천재가 될 필요는 없지만 용감한 전사는 되어야 하는 것이다. (…) 혁신에 대해 가장 냉혹한 선생을 찾고자 한다면 화약혁명 이상의 선생을 찾는 것도 불가능하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결국 화약 무기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단순히 새로운 무기 한 종류를 늘리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맘루크들이 가진 권력의 기반이던 ‘푸루시이야’를 포기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다. 당연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 엘리트로서의 기득권을 포기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 권력이 술탄 개인이 아니라 맘루크 전체에게 있었기 때문에 전체 맘루크들의 정체성이나 이해관계를 무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술탄 자신도 맘루크들이 가진 정체성의 포로였던 것이다.
-「정체성, 전쟁의 승패를 가르다」 중에서

진화론을 설명하는 이론 중에 ‘붉은 여왕 효과’라는 것이 있다. (…)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처럼 진화의 달리기가 계속되므로, 이런 환경에서 어느 한 종이 진화를 멈춘다면 그 종이 서 있는 곳은 제자리일 수가 없다. 계속 뒤로 밀려나는 중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종을 기다리고 있는 운명은 멸종이다. 여러 종 사이의 경쟁이 끊임없는 진화를 촉진하는 셈이다. 근대 유럽도 말하자면 붉은 여왕의 나라였다.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처럼 유럽 열강도 전쟁이라는 끝없이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었다. (…)
경쟁이라는 강제력이 화약 혁명이라는 혁신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경쟁이라는 강제력이 권력자들에게 혁신을 받아들일 것을 강제한 것이다.
-「혁신을 강제하는 경쟁의 힘」 중에서

17세기 이후의 군사혁신이 동아시아에서 중단되고, 유럽에서 계속된 원인은 결국 위기의식의 차이다. (…) 생존경쟁이 위기의식을 낳고 위기의식이 혁신을 강제한 것이다. (…) 청나라의 패권은 압도적이었고 조선이나 일본도 자국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오랜 평화를 누렸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권력의 이익에 반하는 혁신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없었다. 혁신이라는 수레바퀴는 생존경쟁과 위기의식이라는 강제력 없이는 앞으로 굴러갈 수 없기 때문이다.
-「위기의식, 발전의 속도를 가르다」 중에서

운전대라는 권력 없이는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없다. 그러니 운전석에 앉기를 주저하는 순간 혁신의 기회는 사라진다. (…) 청나라의 양무파들이 철저한 충신으로 일관했던 데 반해 일본의 유신파들은 태생부터 반역자로 행동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일본의 근대화와 국가 혁신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 반역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직접 권력을 잡을 수 있었고, 권력을 손에 넣었기에 현기증 나게 진행되는 혁신...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화약혁명에서 찾은 혁신의 4법칙

“과거의 정체성에서 벗어나라”
“멈추지 말고 끊임없이 진화하라”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가져라”
“충성심 대신 용기를 품어라”

천적이 없던 13세기 몽골군에게 패배의 쓴맛을 보게 한 이집트 맘루크 술탄국은 1516년 마지 다비크 전투에서 오스만제국에 패하고 역사에서 이름을 잃었다. 화약 무기를 가진 오스만 앞에 맘루크의 자긍심 넘치는 무예는 속수무책으로 파괴당했다. 권력이 개인이 아닌 집단에게 있던 맘루크와 달리, 권력이 세습되던 오스만은 집단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웠고 새로운 기술을 적극 받아들였다. 엘리트 노예라는 ‘정체성’을 손에 쥔 자와 화약 무기를 손에 쥔 자의 대결에서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한편 종교 갈등으로 시작된 30년 전쟁의 시기, 화약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유럽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었다. 가톨릭의 황제군과 신교의 스웨덴군은 브라이덴펠트와 뤼첸에서의 대규모 전투를 통해 서로의 기술을 적극 받아들였다. 스페인의 ‘테르시오(Tercio)’ 군사 편제를 바탕으로 한 창병 중심의 황제군은 교차사격이 가능하도록 구성된 총병 중심의 스웨덴군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러나 불과 1년 후, 적군의 기술을 받아들인 황제군의 포탄은 스웨덴군의 리더 구스타프 아돌프에게 박혔다. 미국의 진화 생물학자 리 밴 베일런이 제기한 ‘붉은 여왕 효과’에서 진화를 멈추는 것은 멸종을 의미한다. 근대 유럽은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붉은 여왕의 나라였다. ‘진화’하지 않는 것은 곧 정지가 아닌 후퇴를 의미했다.
반면 15세기에만 해도 서양에 대해 완전한 우위를 점했던 동양은 시간이 흐를수록 화약 무기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전쟁이 일상화되어 있던 센고쿠시대, 다네가시마에 등장한 위력적인 신무기는 일본열도 전체에 급속도로 퍼졌다. 사느냐 죽느냐의 생존경쟁 앞에 사무라이의 자존심이나 품위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전란의 동시대를 살던 조선과 후금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동양은 직접 화약 무기를 생산할 만큼의 기술을 갖추었고 16세기 말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화승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처럼 17세기를 기준으로 동아시아와 유럽의 화약 무기는 동등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전란의 시대가 종지부를 찍으며 평화의 시대를 맞이한 동양은 곧 ‘위기의식’을 잃고 만다.
이후 1840년 아편전쟁과 함께 동양은 외부로부터 벼락같은 근대를 맞이한다. 이때만 해도 청나라와 일본이 서양 세력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충성심’으로 무장한 채 더 이상의 진보를 거부한 청나라의 양무파와 달리, 처음부터 기존 권력에 대항할 반역자로 구성된 일본의 유신파는 혁신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 기존의 권력이 아닌 새로운 권력이 혁신의 가속 페달을 밟은 순간, 일본은 거침없는 근대화를 이뤄냈다. 그런 점에서 1895년 시모노세키에서 마주 앉은 이홍장과 이토 히로부미의 명암은 혁신이 시작되던 30년 전에 이미 결정됐다고 할 만하다.

생존경쟁의 화약혁명의 역사

우아한 승자는 없다!
국가의 운명을 뒤바꾸는 혁신의 맨얼굴

대규모의 미사일이 난무하는 현대의 전쟁과 달리 과거 전쟁에서는 무사의 품위나 기예를 중시했다. 그들이 오랜 시간 갈고 닦은 전투기술은 다른 집단과의 차별성을 더하는 권력의 형태를 띠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역사의 새로운 장이 펼쳐지는 순간, 이전의 권력은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모든 역사는 기득권 세력과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새로운 권력의 교체에 관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쟁터는 그 운명의 교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현장이다. 특히 전쟁터를 중세 기사들의 낭만적 공간에서 철저한 무력의 장으로 탈바꿈시킨 ‘화약혁명’은 이후의 역사를 아주 새롭게 써 내려간 분기점이 됐다. 화약 무기라는 혁신을 받아들이지 않은 자는 역사의 다음 장에 더 이상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경쟁은 혁신의 원동력으로써 권력자들에게 혁신을 강제했다.
누군가는 혁신이 강제되기 전, 더욱 철저하게 혁신을 계획하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상식적으로도 좋은 아이디어가 혁신을 이룰 것 같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혁신을 위해 필요한 것은 기득권을 해체하려는 용기와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권력이다. 그리고 그 권력이 주어졌을 때 과감하게 가속 페달을 밟는 자가 바로 다음 역사의 주인공이 된다. 그 순간 운전석에 앉아 있는 자가 혁신가인지, 아니면 혁신으로 도태당할 자인지에 따라 한 국가와 민족의 미래는 결정된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