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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슈만 교향곡 2번(Schumann, Symphony No.2 in C major, Op.61)

Bawoo 2014. 3. 16. 20:07
Schumann, Symphony No.2 in C major

슈만 교향곡 2번

Robert Schumann

1810-1856

Daniel Harding, conductor

Mahler Chamber Orchestra

Royal Albert Hall, London

BBC Proms 2013

 

Daniel Harding/Mahler Chamber Orchestra - Schumann, Symphony No.2, Op.61

 

이 작품은 슈만이 남긴 네 편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독특한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작곡 시기에서 찾을 수 있는데, 다른 세 곡은 모두 슈만의 생애에서 밝고 희망에 찬 시기에 작곡되었지만, 이 곡만은 어둡고 혼란스런 시기에 작곡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곡의 전반적인 색조는 결코 어둡지 않다. 중심 조성이 C장조인데 전체 네 개의 악장 가운데 세 악장이 이 조성을 취하고 있으므로 오히려 지나치게 밝은 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느린악장만은 c단조’ 작곡되어 전곡의 기저에 깔려 있는 정조를 대변하고 있다.

슈만이 이 교향곡을 스케치한 것은 1845년 12월 드레스덴에서였다. 당시 그는 1843년 즈음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한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클라라와의 결혼을 전후하여 ‘노래의 해’(1840년), ‘교향곡의 해’(1841년), ‘실내악의 해’(1842년)를 보내며 한창 인생의 절정을 구가하던 슈만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길지 않았던 행복, 고질적인 우울증

일단 슈만의 정신적 불안정에 태생적인 요인이 연계되어 있었다는 지적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다. 그의 아버지는 신경성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의 누이는 19세의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또 슈만은 이미 스물세 살 때 심한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그의 피아니스트를 향한 꿈을 좌절시킨 손가락 부상에 형수와 동생의 죽음 등 불행한 사건이 겹친 탓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그는 일기장에 이런 글을 끼적였다. “나는 내가 미쳐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슈만은 깊은 절망과 우울감에 빠져 있었다.

이번에는 외적인 정황을 살펴보자. 클라라와의 결혼을 통해서 얻은 행복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작곡과 평론에 의존하는 그의 수입만으로는 가계를 넉넉히 꾸려 나가기 어려웠고, 클라라는 남편이 돈 때문에 일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그녀는 첫 아이를 낳고 회복한 다음부터 순회연주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을 재개했고, 그에 따라 부부가 떨어져 지내는 시간도 늘어났다. 1842년 3월의 일기를 보자.

“그대를 떼어놓은 일은 내가 한 일 가운데 가장 멍청이 같은 행동이었소. 이 느낌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오. 제발 행복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볼 수 있기를. 그 사이 우리 귀여운 녀석이나 보고 있겠소. 당신과 떨어져 있으면 다시금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강렬히 느끼게 된다오. 그렇다고 나의 재능을 팽개쳐두고 그대를 따라 순회여행에 동행해야 하겠소? 아니면 내가 신문 일이나 피아노에 매달려 있을 동안 그대의 재능을 썩혀두어야 하겠소? 역시 지금 상태가 우리가 발견한 해결책이 아니겠소. 당신 연주 일을 돌봐줄 사람을 따로 구하고 나는 애한테로 돌아와 내 일을 하기로 말이오. 그러나 세상이 알면 뭐라고 하겠소? 그 생각만 하면 한없이 마음이 괴로워진다오.“

때로는 클라라의 연주여행에 슈만이 동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항상 좋은 결과만을 불러온 것은 아니었다. 특히 1844년 초의 러시아 연주여행에서 슈만은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심한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무엇보다 음악가로서 그의 명성이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점이 문제였다. 반면에 클라라는 어디를 가나 유명 여류 피아니스트로 각광을 받았기에 슈만의 가슴에는 (음악가로서) 그녀에 대한 질투심마저 일었다. 그럴수록 그는 안으로 움츠러들었고, 불면, 히스테리, 음악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면서 건강도 나날이 악화되었다.

David Zinman/Tonhalle Orchester Zürich - Schumann, Symphony No.2, Op.61

David Zinman, conductor

Tonhalle Orchester Zürich

Tonhalle, Zürich

2003.10

어두운 시절을 극복하기 위한 분투의 과정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1844년 12월에 ‘제2의 고향’ 격인 라이프치히를 떠나 드레스덴으로 이주한 것이 바로 그런 차원의 조치였다. 라이프치히 시절 말기에 슈만은 ‘음악신보’ 주간 일을 로렌츠에게 넘긴 상태였고, 멘델스존의 뒤를 잇고자 게반트하우스의 카펠마이스터를 지망했다가 고배를 마시는 쓰라림도 맛보았었다. 이 ‘C장조 교향’'은 그런 어두운 시절을 딛고 다시금 일어서 광명을 향하여 나아가기 위한 분투의 과정을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가 지휘자 오텐에게 보낸 편지를 보자.

“저는 반쯤 병든 상태에서 이 교향곡을 썼습니다. 마치 다른 사람이 쓰는 것 같았죠. 마지막 악장에서야 다시 제 자신을 느낄 수 있었고, 비로소 전곡을 좋은 상태에서 마칠 수 있었습니다.”

슈만은 1846년 2월부터 오케스트레이션 작업에 들어갔지만, 우울증이 다시 도지는 바람에 그 매듭은 10월에 가서야 지을 수 있었다. 드레스덴에서 슈만은 클라라와 함께 바흐의 작품들을 연구하면서 심신을 가다듬었는데, 대위법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는 이 교향곡에도 그 연구 성과가 나타나 있다.

1악장: 소스테누토 아사이 –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서주가 붙은 소나타 형식으로, ‘눈부신 햇살 아래서의 투쟁’을 연상시키는 정열적인 음악이다. 느린 서주가 시작되면 금관에서 흘러나오는 동기가 특히 중요한데, 이 동기는 이 악장의 말미에서 크게 울려 퍼질 뿐 아니라 다음 악장의 코다와 마지막 악장에서도 다시 등장하는 등 전곡의 모토(motto)로서 기능한다.

2악장: 스케르초. 알레그로 비바체

슈만이 쓴 가장 흥미진진한 스케르초 악장이라 할 수 있다. 멘델스존 풍의 활달한 패시지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랄함과 익살스러움이 교차하며 거칠게 질주하는 스케르초들 사이에 두 개의 트리오가 놓여 있다. G장조의 첫 번째 트리오에서는 관악기로 연주되는 셋잇단음 악구가 두드러지고, 두 번째 트리오에서는 4분음표 중심의 안정적인 선율에 8분음표로 이루어진 또 다른 선율이 대위를 이룬다.

3악장: 아다지오 에스프레시보

론도(A-B-A-C-A-B-A) 식으로 구성된 환상곡풍의 느린악장이다. 작곡 당시 슈만의 고달픈 심경이 투영된 듯, 다채로운 흐름 위로 우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으며, 아련한 환영을 좇는 듯한 느낌과 애틋한 갈망의 기분이 교차한다.

4악장: 알레그로 몰토 비바체

이 피날레 악장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에서는 앞선 악장의 분위기를 일신하는 힘찬 행진곡이 펼쳐지는데, 그 주요주제의 리듬과 부주제의 음형은 슈만이 찬탄해마지 않았던 슈베르트의 ‘그레이트 심포니’(교향곡 9번 C장조)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또 부주제는 앞선 악장의 주제와 관련이 있다. 새로운 주제로 시작되는 후반부는 첫 악장의 소재들까지 곁들여져 전곡에 대한 종결부 역할을 하는 종합적인 것으로 더욱 장대하며, 팀파니의 강렬한 연타와 힘찬 C장조 화음으로 찬란하게 마무리된다.

그런데 이 후반부에 새롭게 등장하는 주제는 베토벤의 연가곡 <멀리 있는 연인에게>의 마지막 곡에 흐르는 선율과 매우 유사하다. 그 마지막 절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그러면 이 노래들이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힘을 극복할 것이오,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은 바라던 것을 얻게 되리니.”

 

추천음반

1. 우선 고전적인 명반으로 쿠벨리크와 자발리슈를 들 수 있다. 쿠벨리크는 슈만 교향곡 전집을 두 번 녹음했는데, 베를린 필을 지휘한 첫 번째 전집(DG)도 좋지만,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한 두 번째 전집(Sony)이 해석의 성숙도와 음질 면에서 조금 더 낫다. 그리고 쿠벨리크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접근법은 이 ‘C장조 교향곡’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라파엘 쿠벨리크(지휘)/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Sony.

2.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지휘한 자발리슈의 전집(EMI)은 슈만 교향곡 음반을 거론할 때 언제나 첫손에 꼽히는 명반인데, 이 곡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좋은 연주를 만날 수 있다. 볼프강 자발리슈(지휘)/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EMI.

3. 이상의 두 연주가 다분히 표준적이라면, 빈 필을 지휘한 번스타인의 연주는 보다 적극적인 몰입과 풍부한 낭만성이 돋보인다. 번스타인은 이 곡에 각별한 애착을 보였던 지휘자로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레너드 번스타인(지휘)/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DG.

4. 한편 비교적 최근으로 와서는 틸레만의 음반이 논쟁적이면서도 주목할 만하지만, 요즘에는 구하기 어려워 아쉽다. 크리스티안 틸레만(지휘)/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DG.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를 역임했다.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2.11.30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16822

 

출처 : 클래식 사랑방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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