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든 보다 24년이나 늦게 태어났으나 18년이나 먼저 세상을 떠난 모차르트가 현악4중주 제1번 로디를 작곡한 것은 1770년 15세 때였다. 23곡의 현악 4중주를 남긴 모차르트의 작품을 시대별로 나누어 보면 로디에 이어 이탈리아 여행중에 작곡한 6곡의 밀라노 4중주와 1773년 18세때 작곡한 6곡의 빈4중주곡 까지를 그의 초기 시대 작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모차르트는 6곡의 현악4중주를 일종의 연작으로 쓰고 있는데 완전한 현악 4중주라기 보다는 디베르티멘토의 풍의 밝고 환한 장조로 작곡하고 있다. 악장도 모두 3악장의 형태로 하이든이 완성한 현악 4중주와는 다른 실용음악의 범주에 속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마지막 이탈리아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빈으로 간 모차르트는 특히 하이든의 현악 4중주를 들으면서 현악 4중주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되었고 단순히 즐기기위한 음악에서 예술적 메시지가 표출되는 작품을 쓰고자 마음먹으며 4악장으로 된 빈 현악4중주 6곡을 쓰게된다.
하이든이 작품 20의 현악4중주 6곡을 발표한후 10년이 지난 1781년에야 작품 33의 6곡을 발표한것과 같이 모차르트도 빈 4중주를 쓴 1773년부터 10년간 전혀 현악4중주에 손을 대지 않았다. 1781년 하이든이 작품 33을 발표하자 이듬해인 1782년 26세의 모차르트도 하이든에 뒤질세라 하이든 4중주로 불리우는 4중주 14번부터 19번에 이르는 6곡을 발표하게 된다. 물론 말할 것도 없이 모차르트는 하이든의 작품을 보고 감동한 나머지 현악 4중주를 쓰게 되는데 1785년 하이든을 초대해서 이곡들을 연주한후 가장 아름답고 존경에 찬 헌사와 더불어 하이든에게 헌정 함으로서 지금껏 하이든현악4중주로 남게 되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작곡된 하이든의 작품 33과 모차르트의 하이든 4중주를 살펴보면 개성적인 특징은 말할것도 없고 모차르트의 작품이 스케일과 다양한 선율선의 흐름, 그리고 각 악기의 독립적인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다른 확연함을 보여주고 있다. 하이든은 이 곡들을 들으며 누구도 흉내낼수 없는 작곡기법이라고 했다지만 넘쳐흐르는 풍요한 악상과 템포감 거기에 특징적인 4개의 악장이 일체감속에 조화를 이루고 있어 찬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7번은 사냥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고 18번 A장조 K464는 특히 베토벤이 좋아해 베토벤은 작품 18의 현악4중주를 작곡하기전 모차르트의 이곡을 필사해 연구하기도 했다. 하이든현악4중주의 마지막곡인 19번은 불협화음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1악장 아다지오의 첫부분이 불협화음으로 진행되어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모차르트 시대에 이런 불협화음을 쓴다는 것은 이해할수 없는 일이어서 모차르트 학자들은 한때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풀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하이든 4중주를 발표한후 약 2년간 현악 4중주를 작곡하지 않던 모차르트는 나이 30에 빈에서 20번을 작곡했고 세상떠나기 2년전인 1789년, 베를린 여행중에 포츠담 궁전에서 프러시아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를 만나고 돌아와 프러시아왕 4중주로 불리우는 마지막 현악4 중주곡 3곡을 남겼다. 그동안 베이스의 역할에 충실했던 첼로에게 보다 넓은 역할을 맡기고 음역도 더 넓게 쓴 마지막 4중주는 또 다른 의미에서 모차르트의 끊임없는 음악적 독창성을 느끼게 한다.
모든 음악이 연주가들의 완벽한 연주를 바탕으로 구체화되는 것이지만 다른 어떤 장르의 음악보다도 현악 4중주라는 연주 형식은 작곡 과정에서 부터 재현을 담당하는 연주에 이르기 까지 진실함과 책임감 그리고 완벽함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악4중주 만큼 완전한 음악형태는 없다고 하겟다. 우선 현악 4중주는 4개의 악기가 맡아야할 역할이 분명할뿐 아니라 자신의 역할을 남에게 대신 맡길 수도 없으며 한 치의 잘못도 용인될 수 없기에 연주자나 감상자 모두에게 진지한 접근을 요구하게 된다. 참으로 진실한 음악, 달관된 연주력과 깊이 있는 예술성이 일체감을 이루어 만들어내는 현악4중주야말로 음악예술의 극치라해도 잘못됨이 없을 것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작곡가의 마지막 작품에 우리는 "백조의 노래"라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바그너의 파르지팔, 바하의 푸가의 기법, 그리고 모차르트의 레퀴엠. 이 모두 한 작곡가의 일생을 마감하는 깊은 의미를 지닌 백조의 노래로 이 곡을 쓴 작곡가 들은 모두 이 곡들이 자신의 마지막 곡이 되리라는 예감을 가지고 한음 한음에 최선을 쏟아 작곡하였다. 베토벤의 백조의 노래는 마지막 현악 사중주인 op.135, 16번의 현악 사중주이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현악 사중주는 무엇일까?1790년에 작곡된 현악 사중주 23번, K.590. 모차르트의 현악 사중주에 있어서 백조의 노래이다. 모차르트가 이 곡이 자신의 마지막 현악 사중주가 될 것이라는 예상으로 작곡했을 리는 물론 없다. 프러시아의 왕 빌헬름 프레드리히 2세로부터 6곡의 현악 사중주를 위촉받은 모차르트는 K.575, K.589와 이 곡까지 3곡을 쓴 상태였기에 앞으로의 3곡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다. 베토벤이 58세까지 살면서 그의 현악 사중주에서 이루었던 극치를 모차르트는 그의 현악 사중주 20번, K.499에서 이미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그 이후의 곡에 담길 다른 것들은? 그것은 더한 깊이일 것이고 그 깊이는 이 곡에 잘 나타난다. 두드러지는 첼로의 깊이있는 음역과 간결한 주제에서 파생되는 이 곡이 가지는 완벽한 형식상의 미학, 바하가 푸가의 기법에서 이루었던 푸가의 극치처럼 모차르트는 이 곡에서 더 할나위 없이 정화된 소나타 형식의 곡이 가지는 "더 할 수 없는 간결함에 담긴 음악적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 자료 출처: 정문규 미술관 (http://cafe.daum.net/imsa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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