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학 관련 ♣/[우리말 바루기]

담배 한 까치(?) 필(?) 데 없다

Bawoo 2014. 7. 8. 22:13

간접흡연 피해 방지 조례’가 제정돼 금연 구역이 늘어나고 사회적으로 금연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흡연자들의 볼멘소리가 거세다. “담배 한 까치 맘 놓고 필 데가 없다”는 것이다.

 담배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빈번하게 등장하는 표현이 ‘담배 한 까치’다. ‘담배 한 개피’ ‘담배 한 가피’ ‘담배 한 가치’ 등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잘못된 표현으로 ‘담배 한 개비’라고 해야 바르다.

 가늘게 쪼갠 나무토막이나 기름한 토막의 낱개를 일컬어 ‘개비’라 부른다. “어서 나가 장작 두 개비만 구해 와라” “향 네 개비를 피웠다” “바람이 너무 불어 성냥 한 개비가 다 탈 때까지 초에 불을 붙이지 못했다”와 같이 쓸 수 있다.

 ‘개비’는 토막을 세는 단위이므로 “한 개비, 두 개비, 세 개비”에서와 같이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서 띄어 써야 한다.

 ‘담배 한 개비’인지 ‘담배 한 까치’인지 헷갈린다면 ‘성냥개비’를 떠올려 보면 된다. 낱개의 성냥을 가리킬 때 ‘성냥개비’로 부른다. 담배 역시 ‘한 개비’로 부르면 된다.

 그렇다면 길거리에서 낱개로 파는 ‘까치담배’는 어떻게 될까. ‘개비담배’로 쓰면 될까. 이 경우 국립국어원은 ‘가치담배’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

 담배와 관련된 표현 중 잘못 쓰기 쉬운 단어가 또 있다. 흔히 “담배를 피다”고 쓰곤 하나 이 역시 잘못된 표현으로 “담배를 피우다”고 해야 한다.

 ‘피다’는 자동사로 동작이나 작용이 주어에만 미치는 낱말이다. 따라서 “담배를(목적어) 피다”와 같이 목적어를 취할 수 없다. “꽃이(주어) 피다”고는 하지만 “꽃을(목적어) 피다”로는 쓰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게으름을 피다” “거드름을 피다” “고집을 피다” “딴청을 피다” 역시 잘못된 표현이다. ‘피다’는 목적어와 함께 쓰이지 않으므로 모두 ‘피우다’로 고쳐야 한다.

  “담배 한 개비 맘 놓고 피우기 힘들다”고 생각한 김에 모질게 마음먹고 금연을 실천해 보자.

                                                                       < 출처: 중앙일보 -김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