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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미국에 상·하수도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19세기 말부터다. 당시에는 깨끗한 물을 상수도로 끌어오고 하수도로 더러운 물을 분리 배출하기만 하면 식수 오염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아무리 상·하수도를 보급해도 수인성 전염병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수돗물이 상수도 취수장에 섞여 들어갔기 때문이다. 상·하수도가 보급되면 보급될수록 더 넓은 수원이 오염됐고 전염병이 퍼졌다. 미국의 수질공학자 마이클 맥가이어는 이를 ‘죽음의 나선’이라고 불렀다. MIT 화학과 재학 중에 결혼한 풀러도 첫 아내를 그렇게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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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러는 약 40t 용량의 혼합조에서 0.5~1% 염화석회 용액을 만든 뒤, 이를 저장 탱크로 퍼올려 취수탑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섞어 주는 설비를 만들었다. 이곳에선 유량에 따라 밸브를 조절해 염소 농도를 1ppm 이하로 조정할 수 있었다. 풀러는 송수관을 여러 번 꺾어 시내까지 37㎞를 흘러가는 동안 염소 용액과 취수 원수가 고루 섞이도록 했다. 덕분에 낮은 농도로도 살균이 잘됐다.
풀러와 릴이 만난 지 99일째, 풀러가 설계한 분튼염소처리장은 살균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추가 경비는 하루 5~6달러에 불과했다. 두 사람의 아이디어는 곧 미국 전역에 퍼졌다. 10년 만에 약 3300만 명이 살균 처리된 수돗물을 공급받게 됐다. 문명 세계의 장티푸스 사망자는 한때 매년 10만 명당 20여 명에서 이제 소수점 이하로 떨어졌다. 풀러의 염소 소독법이 인류를 ‘죽음의 나선’에서 해방시킨 것이다.
<출처: 중앙일보 - 이관수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