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감상실 ♣/[ Brahms]

<브람스> 피아노 4중주 1번/2번/3번

Bawoo 2014. 8. 4. 17:42

<해설>

브람스는 모두 26곡의 실내악곡을 작곡했으며, 그 중에서 G단조 Op.25, A장조 Op.26, C단조 Op.60의 3곡이 피아노 4중주곡이다. 브람스는 1850년대 후반부터 1860년대 초까지 거의 5년 동안 슈베르트의 음악, 특히 그의 실내악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했었다. 슈베르트의 영향은 이 시기 브람스의 작품인 피아노 4중주 1번(Op.25, 1861)과 2번(Op.26, 1861) 그리고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가 암시된 피아노 5중주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슈베르트의 작품의 영향을 엿볼 수 있으면서도 브람스 특유의 우수와 고독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다. 브람스가 첫 번째 피아노 4중주를 작곡한 것은 28살 때인 1861년이다. 앞서 그는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와 변주곡, 현악 6중주와 두 개의 세레나데 등을 작곡했지만, 아직 걸작 실내악곡이 나오기 전이었다. 더욱이 3년 전에 자신이 직접 독주를 맡아 초연한 피아노 협주곡은 참담한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가진 연주에서는 박수를 친 사람이 단 세 명에 불과했다. 개인적으로도 격정과 고뇌의 시기였다. 무명에 가까웠던 피아니스트 브람스를 유럽 음악계에 소개하고 이끌어준 슈만이 자살하고, 클라라를 비롯한 슈만의 가족을 돌보는 등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바쁘고 힘든 시기였다. 더구나 열네 살 연상인 클라라 슈만을 향한 일종의 플라토닉 러브는 젊은 브람스에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브람스는 몇몇 여자들과 정분이 있었고, 1859년에는 괴팅겐에서 사귀었던 아가테 폰 지볼트와 약혼까지 이른 적이 있었으나 이내 파혼하고 평생 동안 결혼하지 않았다.1860년 음악 작업을 위해 좀 더 조용하고 개인적인 공간이 필요했던 브람스는 함이라는 도시 교외에 정원이 딸린 넓은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곳에서 2년 동안 머무르는 시기에 그는 피아노 4중주 1번과 2번을 완성시켰다. 스케치부터 완성까지 6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였다. 1861년 11월 16일 저녁, 브람스의 출생지인 함부르크에서 한 명의 여인과 세 명의 신사가 무대 위에 섰다. 브람스 피아노 4중주 G단조를 대중 앞에 초연하는 이 자리에서 피아노를 담당했던 여인이 바로 브람스의 정신적 연인인 클라라 슈만이었다. 초연 당시의 평판은 그다지 좋지 못했지만, 친구이자 동반자인 당대의 명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의 격찬으로 차츰 진가가 널리 알려지게 되어, 피아노 4중주 1번은 오늘날 가장 널리 사랑받는 브람스의 실내악곡 중 하나가 되었다. 우수와 신비의 1악장, 스케르초 성격의 2악장, 로맨틱한 3악장 그리고 브람스의 특기인 집시 풍 론도의 4악장. 무엇보다 백미는 4악장 집시 풍의 론도이다. 정열적인 리듬으로 쏟아내는 끝없는 화음의 향연은 듣는 순간 관현악을 듣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쇤베르크가 관현악으로 편곡 ‘브람스의 교향곡 5번’이라 함브람스의 작품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로 그 구성의 위용과 약간의 빈틈도 없는 정연함은 범접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그러나 이 곡은 브람스가 28세에 완성한 것인 만큼 젊은 날의 정열과 생생한 활력이 전곡에 넘쳐 있다. 작품에는 불안한 낭만주의 어휘와 안정적이고 교향곡에 가까운 음악적 건축이 혼합되어 있으며, 전반적으로 음색, 표현의 범위, 전개 범위에서 피아노 4중주라는 양식을 벗어나 관현악 쪽에 치우쳐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전화를 피해 오토 클렘페러의 초청으로 미국으로 간 무조음악의 쇤베르크는 1937년 5월부터 9월 사이 넉 달 동안 브람스의 피아노 4중주 1번을 관현악으로 편곡했다. 쇤베르크의 오케스트레이션은 원곡의 장대한 규모를 한층 정교하게 가공하고 있고, 대위 선율 하나하나가 여러 악기를 통해 뚜렷이 제시되고 있다. 쇤베르크는 당시 샌프란시스코 교향악단을 이끌고 있던 피에르 몽퇴에게 자신의 이 편곡을 가리켜 ‘브람스의 교향곡 5번’이라고 말했다고 한다(브람스는 4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피아노 4중주 1번Isaac Stern/Jaime Laredo/Yo-Yo Ma/Emanuel Ax - Brahms, Piano Quartet No.1

 

1악장: 알레그로G단조 4/4박자, 소나타 형식. 제1주제 제1악구가 피아노로 쓸쓸하게 제시되면서 이 악장을 특징짓는 불안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이어서 첼로, 비올라, 바이올린이 차례로 가담한다. 싱커페이션을 가진 경쾌한 제2악구는 첼로로 제시되며 B플랫장조, E플랫장조, F장조 순으로 변화되어 간다. 제2주제는 D단조의 첼로로 제시된다. 발전부는 제1주제 제1악구를 재현한다. 클라이맥스에 이른 다음 카논 풍의 악구를 거쳐 첼로와 피아노의 저음이 집요하게 버티는 가운데 곡은 조용해지면서 현의 피치카토가 2회 암시적으로 들어간다. 재현부는 발전부에서 제1주제의 제1악구가 많이 쓰였기 때문에 제1주제 제2악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꺼지듯이 곡이 종결된다.2악장: 인테르메초.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C단조 9/8박자, 3부 형식. ‘간주곡’(Intermezzo)이라는 제목이 있으나 원래 ‘스케르초’라고 이름 붙여졌었다. 제1부 제1주제는 약음기를 낀 현만으로 온화하게 시작한다. 첼로 리듬을 새기는 오르겔풍크트(지속저음) 위에서 다른 두 악기가 우수를 곁들여 주제를 연주한다. 이윽고 밝은 C장조로 풍부한 화음의 악구를 내놓다가 곧 다시 C단조가 되어 피아노가 약음 페달을 사용하면서 주제를 내놓고 바이올린과 첼로는 거기에 대위법을 준다. 비올라의 오르겔풍크트가 사라지면 바이올린이 가벼운 F단조로 제2주제를 연주한다. 피아노로 반복된 다음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C음을 길게 연주하는 가운데 제1부가 끝난다. 아니마토(생기 있게)의 지정이 있는 제2부 트리오는 A플랫장조로 밝다. 피아노의 재빠른 음표를 타고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경쾌한 선율로 시작된다. 이것은 얼마 후에 피아노로 반복된다. 제3부는 구성적으로 제1부와 거의 같게 작곡되어 있다. 코다는 다시 아니마토가 되는데, 밝은 C장조로 조용히 곡을 맺는다.3악장: 안단테 콘 모토E플랫장조 3/4박자, 3부 형식. 지금까지의 어두운 기분에서 해방되고 앞 악장 코다의 밝음을 받아 눈부시다. 바이올린과 비올라로 감사의 찬가처럼 즐거운 선율을 연주한다. 제1부 주제는 1악장 제1주제 제1악구와 관계되어 있다. 피아노가 하프처럼 빠른 음표를 연주하고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반음계법 선율로 가세하면 행진곡 풍 기분이 두드러진다. 이 악장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제2부에서는 현과 피아노의 대비적 용법이 일품이다. 주제는 E플랫장조로 반복된 후에 발전적으로 이루어져 간다. 제3부는 드물게 E플랫장조가 아니고 C장조로 시작한다. 4악장: 집시 풍의 론도. 프레스토G단조 2/4박자. 이 악장에는 ‘집시 풍의 론도’(Rondo alla zingarese)라고 작곡자의 메모가 적혀 있다. 요제프 요아힘이 절찬한 악장으로 초연 때에는 청중으로부터 가장 많이 박수를 받은 악장이다. 제1주제는 심벌즈의 울림을 흉내 낸 듯한 효과를 내면서 바이올린의 포르테로 시작한다. 1마디의 휴지가 있은 후 제1부주제에서는 B플랫장조로 현의 피치카토를 수반하면서 피아노가 흐르는 듯한 경쾌한 선율을 내놓는다. 제2부주제는 G장조로 밝고 힘차며 정열적인데 집시의 춤을 연상케 한다. 피아노의 무너지는 듯한 카덴차를 거쳐 지금까지의 재료를 써서 이 악장의 클라이맥스가 구축된다. 음계풍의 격렬한 하행 후에 다시 현만으로 제2부주제를 연주하고 다시 피아노가 제1부주제를 연주하면 곡은 더욱 템포를 높여 열광한다. 마지막으로 완전종지를 세 번 되풀이하여 곡의 끝을 암시하는데, 네 번째의 종지화음을 길게 끌다 갑자기 15도 낮은 음으로 늦추어져 뜻밖이라는 듯 곡이 끝난다.

 

Piano Quartet No. 1 in G minor, op.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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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 4중주 2번 A장조 OP 16

Ralf Gothóni - piano, Ana Chumachenco - violin, Ara Gregorian - viola, Robert Cohen - cello, www.springlightmusic.com, Helsinki Spring Light Chamber Music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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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4중주 3번

 

<해설>

브람스의 피아노4중주 No.3 op.60은 1875년, 그가 우리나이로 43세에 작곡한 것이다. 그의 음악이 한창 완숙미에 이르렀을 때 작곡된 것이다. 그러나 이 곡은 그의 피아노4중주 세 곡중에서 번호와 연대는 마지막이지만 실제로 구상된 것은 훨씬 더 오래된 것이다. 이 곡은 보통의 사중주가 모두 그렇듯이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2악장 Scherzo - allegro

3악장 Andante

4악장 Finale - allegro


첫 악장은 강한 피아노 포르테로 시작한다. 그리고 들려오는 현들의 짤막한 소리는 음산하고 우울하다. 시작부터가 무거운 것이다.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이 어디 가벼울 수 있겠는가. 이러한 분위기는 일악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배한다. 울렁거리는 듯 나오는 피아노의 주제도 그렇고, 그 주제를 따라 부르는 현의 노랫소리도 마찬가지다. 브람스 특유의 반복되는 긴장감이 분위기를 더 가라앉게 한다. 간혹 격렬함이 있지만 그 것 역시 사랑의 아픔으로 견딜 수가 없어서 터져 나오는 고통스런 격정일 뿐, 다시 울음을 먹으며 조용히 내려온다. 사실 브람스가 전곡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감정은 이미 일악장에 모두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나머지 악장은 대립되거나 전개되는 항에 불과하다. 이악장 스케르죠는 일악장의 슬프고 비통한 감정을 반전시키려는 대립의 항으로 설정된 것이고, 삼악장 안단테는 일악장의 감정을 다시 되풀이하여 서정적으로 전개한다. 그리고 사악장에서 마무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이 곡은 전곡이 답답할 정도로 음울하고 비통하다. 아름다운 모차르트가 들으면 기절할 곡이다. 브람스의 곡들이 대부분 조용히 내면을 파고들어 어두운 분위기를 갖는데, 피아노4중주 3번은 그 중에서도 유난스러울 정도로 깊고 어두운 나락으로 한없이 빠져든다. 이는 브람스가 개인적인 사랑의 경험을 바탕으로 극히 주관적인 감정을 표현하였기 때문이다. 클라라에 대한 사랑의 좌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감정과 행동, 그리고 스스로 미워지는 자신, 그리고 다시 나타나는 절망.


그가 클라라를 만난 것은 그의 나이 스물셋이 되던 해였다. 슈만이 그의 음악잡지 '음악의 신비평'에 브람스를 새로운 물결이라고 소개하여, 브람스는 시골이나 마찬가지인 함부르그에서 일약 독일의 음악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지 얼마 후였다. 그가 슈만과 클라라 부부가 살고 있는 듀셀도르프를 방문한 것이었다. 이어지는 슈만의 자살기도와 광기, 그리고 클라라에게 느껴지는 사랑의 감정, 그녀와 함께 하였던 라인강지역과 단찌히로의 연주여행, 여행도중 바다를 보고 싶다는 철없는 그의 희망을 어루만져주는 여인의 부드러운 심성, 그리고 마침내 슈만의 죽음. 젊고 감수성이 강한 브람스에게 이는 충격 이상이었을 것이다. 열네살이나 더 많은 여인에게 불꽃처럼 느껴진 그의 감정은 연민인가, 사랑인가, 동정인가, 충동인가. 하여튼 슈만이 세상을 떠난 후 그는 쫓겨나듯 듀셀도르프를 떠나 일시 함부르그로 돌아간다. 어떤 심정으로 떠났을까.


여인은 아름다웠다. 당시에 그린 초상화를 찬찬히 들여다 본다. 가르마를 타서 머리를 곱게 빗어 뒤로 넘겨 묶고, 달같이 밝은 이마 위에는 머리띠로 가느다란 줄이 지나 뒷머리로 젖혀졌다. 깊은 쌍거풀에 큰 눈. 무엇인가 그리움인가 상념에 젖어 바라보는 눈길이 커다란 호수에 떠 있는 달처럼 동그란 것이 깊고 그윽하다. 그 깊은 눈은 아마 바라보는 사람들의 혼을 뿌리째 흡입하려는 듯 매혹적이다. 그리고 기다랗고 높은 코, 갸름한 턱에 조그만 입술. 햐얀 목덜미에는 화려하지 않고 그저 수수한 목걸이가 걸려 아래 가슴으로 드리우고, 풍만한 가슴에는 숄이 무엇인가 가리듯 걸쳐 있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운 여인이 피아노는 왜 그리 잘 치는가. 피아노 건반이 울릴 때마다 브람스의 가슴은 마구 뛰었으리라. 스승이나 마찬가지인 슈만. 그리고 그가 광기로 라인강으로 뛰어 들었다. 목숨은 건졌지만 병원에 갇혀 살다가 얼마 안 있어 저 세상으로 떠났다. 저렇게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홀로 되다니. 불쌍한 사람 클라라, 아니 불쌍한 사나이 브람스.


그들의 관계는 지금의 우리가 볼 때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답답했다. 소위 플라토닉 사랑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욕망을 밖으로 터트리지 않고 억제하거나 짓누르고 있으면, 그 것은 독이 되고 또 절망으로 화한다. 그랬다. 1868년 그의 일악장 스켓치에는 '스스로 총을 쏘아 죽으려는 그리고 그 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는 남자를 생각해보라'라고 적혀 있다. 얼마나 절실한 호소요, 외침인가. 상처를 달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 절망에 빠져든 사나이가 바보처럼 자살을 하려는 심정, 바로 그러한 처절한 감정이 전곡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1874년 브람스가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말한 젊은 베르테르의 심정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사중주는 스물네다섯 나이에 구상이 되기 시작한 것이 틀림없고, 슈만이 죽은지 십이년이나 지난 1868년 일악장을 스켓치할 때에도 그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생생하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물론 클라라와의 어렵고 달콤한, 하지만 생각만 하여도 몹시 쓰라린 관계는 지속되고 있었다. 이러한 연유로 이 곡은 하마터면 사라질 운명이었을텐데 브람스는 나이가 들어 이제 사랑을 승화시켰는가, 아니면 극복했는가, 1875년 손을 더 본 다음에 이 곡을 드디어 발표한다. 마음에 안 드는 곡을 수없이 파기시켜 버린 그로서는 의외의 일이라 할 만한데, 아마 브람스는 이 곡이 그의 인생에서 스스로를 표현한 몇 안 되는 사실적인 기록이기에, 부끄럽지만 남겨둘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다 아는 사실이지만 브람스는 죽을 때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다 죽었다. 여러 여인이 스쳐 지나가고 있지만 결국 그에게는 한 여인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여인이 저 멀리 세상을 떠나자 브람스는 일년도 안되어 그녀를 따라간다. <출처: 카페'새벽출판사'글에서 발췌>

 

Piano Quartet No.3, Op.60 - Live @ Samobor Music Festival

 

 

 

                                    <자료 출처: 음원-유튜브/ 해설-검색자료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