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학 관련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2년간 사겼다" 면 사기를 당했단 말인가?

Bawoo 2014. 8. 22. 08:37

문자 메시지나 SNS 글을 보면 “여자친구랑 2년간 사겼다” “이런 남자 있으면 나도 사겼다” “지난해부터 사겼다” 등처럼 ‘사겼다’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사겼다’를 풀이해 보면 ‘사기다’에 과거를 나타내는 ‘었다’가 결합한 ‘사기었다’가 줄어든 말이다. 그렇다면 ‘사기다’는 무슨 뜻인가. 나쁜 꾀로 남을 속이는 것을 의미하는 ‘사기(詐欺)’에 서술형어미인 ‘다’가 붙은 형태다. 따라서 “여자친구랑 2년간 사겼다”는 말은 여자 친구와 2년간 함께한 시간이 사기였다는 말과 비슷해진다.

 ‘사기다’가 아니라 원말이 ‘사귀다’이므로 ‘사귀+었다’ 형태인 ‘사귀었다’가 맞는 말이다. ‘사귀었다’는 더 이상 줄어들 수 없으므로 ‘사겼다’로 쓰면 안 된다. ‘ㅟ’와 ‘ㅓ’ 모음이 합쳐질 때 발음을 표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즉 ‘귀’와 ‘었’이 합치면 ‘겼’이 아니라 그냥 ‘귀었’이 된다.

 ‘바꼈다’도 마찬가지다. ‘바꼈다’는 ‘바끼다’와 ‘었다’가 결합한 ‘바끼었다’의 준말이다. 그러나 ‘바끼다’는 단어는 없다. ‘바뀌다’에 ‘었다’가 결합한 ‘바뀌었다’가 바른말이다. ‘바뀌었다’ 역시 더는 줄어들 수 없으므로 ‘바꼈다’로 표기해서는 안 된다. ‘할퀴다’도 ‘할켰다’로 쓰는 경우가 많지만 ‘할퀴었다’로 적어야 한다. 

 “2년간 사겨 왔다”나 “여자친구가 수시로 바껴” “아기가 자꾸 얼굴을 할켜요”의 ‘사겨’ ‘바껴’ ‘할켜’ 또한 ‘사귀어’ ‘바뀌어’ ‘할퀴어’로 고쳐야 한다.

 물론 ‘사겼다’나 ‘바꼈다’ ‘할켰다’가 속도와 편리성을 따르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이를 맞는 말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보다 보면 익숙해지기 때문에 옳은 말로 착각할 수 있다. 일반인의 글은 물론 신문 기사에서도 이런 표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빨리 발음하면 ‘사겼다’ ‘바꼈다’ ‘할켰다’로 들릴 수도 있지만 ‘사귀었다’ ‘바뀌었다’ ‘할퀴었다’로 바르게 적어야 한다.

* 출처: 중앙일보-배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