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학 관련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굽신거리는 이들' 의 실체

Bawoo 2014. 8. 26. 08:57

미국의 한 정치가가 이런 말을 남겼다. “자신의 지위에 너무 자부심을 갖지 마라. 지위를 잃으면 자부심도 함께 사라지는 법이다.” 높은 자리에 있을 땐 권력 앞에 ‘굽신거리는’ 이들에게 익숙하다 보니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지만 자리에서 물러나면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존경해 머리를 조아리는지, 자신이 가진 지위를 두려워해 ‘굽신거리는지’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갑을관계를 이야기할 때 ‘굽신거리다’와 같이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몸을 굽히다’는 뜻의 한자어라고 생각해 ‘몸 신(身)’자를 넣어 ‘굽신거리다’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표준어가 아니다. 고개나 허리를 자꾸 가볍게 구푸렸다 펴다, 남의 비위를 맞추느라 자꾸 비굴하게 행동하다는 의미의 동사는 ‘굽실거리다’이다. ‘굽신거리는’ ‘굽신거리는지’는 ‘굽실거리는’ ‘굽실거리는지’로 바루어야 한다. ‘굽신굽신’ ‘굽신대다’도 ‘굽실굽실’ ‘굽실대다’로 써야 바르다. 이들 단어는 한자와는 상관없는 순우리말이다.

 한자어라고 오해해 잘못 사용하기 쉬운 말로는 ‘채신’도 있다. ‘채신’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져야 할 몸가짐이나 행동을 가리키는 ‘처신’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이를 ‘몸 체(體)’에 ‘몸 신(身)’자로 이뤄진 ‘체신’으로 잘못 알고 쓰는 경우가 있다. ‘체신(體身)’은 사람의 몸뚱이를 뜻하는 말이다. ‘처신(處身)’은 한자어지만 여기서 변해 고유어처럼 굳어진 ‘채신’은 순우리말이다. 주로 ‘채신없다’ ‘채신사납다’의 꼴로 사용돼 부정적인 의미를 나타낸다. ‘체신없다’ ‘체신사납다’와 같이 쓰는 것은 잘못이다. ‘처신’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 ‘채신머리’ 역시 ‘체신머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분한 마음을 일컫는 말인 ‘부아’도 화병(火病)의 ‘불 화(火)’자를 떠올려 ‘부화’라고 쓰기 쉽다. ‘부아가 나다’로 사용해야 된다. 만족스러운 듯이 슬쩍 자꾸 웃다는 동사도 ‘기쁠 희(喜)’자가 들어간다고 생각해 ‘희죽거리다’로 써서는 안 된다. ‘히죽거리다’로 고쳐야 한다.

* 출처: 중앙일보-이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