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순간에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은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은 오고야 말리니
출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최선 옮김, 민음사, 1997)
시를 말하다
문태준 l 시인
"나는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리/ 리라로 선량한 감정을 일깨웠고/ 나의 잔혹한 시대에 자유를 외쳤고/ 쓰러진 이들에게 동정을 호소했으므로." 이 시구는 푸시킨이 1836년 쓴 시 '기념비'의 일부분이다.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에 쓴 시로 자신의 생애와 시적 성과를 자평한 것이면서 동시에 사후 자신의 문학이 미칠 영향을 예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예언한 대로 푸시킨은 러시아의 국민 시인이며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로 칭송되었다. 러시아 작가 고골은 푸시킨을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작가로 치켜세웠고, 푸시킨이 사망하자 "균형 잡힌 정신세계를 가진 위대한 인간의 상실"이라며 몹시 애석해했다. "인간의 감정을 고양시키고 선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받는 푸시킨의 문학세계는 인간 영혼의 평온과 자유를 노래하는 데 바쳐졌다. ▶알렉산드르 푸시킨(Aleksandr Pushkin, 1799-1837)
그가 한때 정치적인 성향의 풍자시를 창작해 검열을 받고, 1825년에 12월 근대적 선진 지식인들에 의해 일어난 혁명운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시를 짓기도 했으나 보다 큰 그의 문학적 성향은 삶의 긍정과 고상한 정신의 지향에 있었다. 사랑의 감정과 자유, 신성, 환희로 고동치는 가슴을 노래해 삶의 경이를 일깨우고자 했다. 그가 “겸허와, 인내와, 사랑과, 순수의 정신이/ 제 가슴속에 살아나도록 하소서”(‘신부들과 수녀들이’)라고 썼듯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시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는 삶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슬픔과 우울을 담담하게 인내하라고 당부한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고, 그렇게 시간이 경과하면 내 삶에 친밀하던 눈물과 고통은 사라지고 기쁨과 행복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곤란은 시간의 그늘과 주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이라는 유명한 시구처럼 푸시킨은 현재의 일이 순조롭지 않아 어렵더라도 내일의 시간에 생생한 기운이 샘솟아날 것임을 믿으라고 말한다. 고통이 풀리고 생동의 빛이 우리를 감싸는 후일에는 힘들었던 순간이 오히려 우리들 삶의 궤적의 기록이며 소중한 자산일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는 삶의 근심을 큰 기쁨으로 바꾸는 것이 시간의 흘러감, 물처럼 흘러가는 시간의 완력에 의한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음은 물론 삶의 음지를 양지로 전환시키는 것이 마음의 작용에 의해서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어둡고 비통한 삶의 단면에 처하더라도 스스로 일광(日光)을 비춤으로써 그것을 넘어설 수 있다고 보는 이러한 푸시킨의 삶의 긍정적 에너지는 "마지막 꽃들은 더 사랑스럽네/ 들판에 화려한 첫 꽃들보다도/ 우리 가슴에 슬픈 꿈들을/ 더 생생하게 일깨우는 마지막 꽃들/ 그렇게 간혹 이별의 순간은/ 더 생생하네, 달콤한 만남의 순간보다도"라고 노래한 시 '마지막 꽃들은 더 사랑스럽네'에서도 드러난다.
아내 나탈리아 곤차로바와의 결혼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곤차로바는 사교계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얻었으나 사치벽이 있었다. 그리고 푸시킨을 죽음의 사지로 내몰아 간 것도 아내의 염문설이었다. 러시아 근위대에 근무하는 망명 프랑스인 장교 단테스와의 추문은 푸시킨을 괴롭혔고 결국 단테스와의 결투라는 파국으로 치닫게 했다. 단테스와의 결투에서 총상을 입은 푸시킨은 이틀 후인 1837년 1월 29일 숨을 거두고 만다. 시인 레르몬토프는 푸시킨이 이런 비극적 죽음을 맞게 된 것은 러시아 궁정의 시시한 무리들의 함정과 음모 때문이라고 분노했다. 푸시킨이 영면하자 수만 명의 조문 인파가 몰려들었고, 니콜라이 1세는 조문 행렬에 놀라 6만의 군대로 경계를 세웠고 푸시킨의 관을 집안 영지인 미하일로프스코예 인근의 수도원으로 급히 옮기도록 했다.
알렉산드르 푸시킨 나탈리아 곤차로바 조르주 단테스
미래파가 푸시킨 문학을 트집 잡아 거북할 만큼 따지고 들고, 또 무용한 문학이라며 현대의 증기선에서 던져버려야 한다고 목청을 돋우기도 했지만 푸시킨 문학의 신화화 작업은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었다. 푸시킨 문학의 휴머니즘과 삶에 대한 낙관적 전망들은 러시아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단일하게 묶어내는 데에 아주 유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보적이고도 아주 양심적인 문학가들이 결과적으로 푸시킨의 문학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푸시킨이 구속되지 않는 자유의 정신으로 문학가로서의 위엄을 지켰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혁명시인 마야콥스키가 1912년 미래파 선언을 통해 과거 전통의 과감한 청산을 선언하며 그 청산 목록에 푸시킨의 이름을 올려놓았지만, 후일 푸시킨의 문학을 지지하고 옹호한 까닭도 내면의 양심에 귀 기울였던 푸시킨의 준엄한 예술가적 면모에 있었다. 푸시킨이 다음과 같이 시인의 시혼을 노래했듯이. ▶이반 아이조브스키와 일리야 레핀이 공동으로 그린 <푸시킨의 바다여 안녕>, 1877
시인이여! 사람들의 사랑에 연연해하지 말라
열광의 칭찬은 잠시 지나가는 소음일 뿐
어리석은 비평과 냉담한 비웃음을 들어도
그대는 강하고 평정하고 진지하게 남으라
그대는 황제, 홀로 살으라. 자유의 길을
가라, 자유로운 지혜가 그대를 이끄는 곳으로
사랑스런 사색의 열매들을 완성시켜 가면서
고귀한 그대 행위의 보상을 요구하지 말라 ―
‘시인에게’
알렉산데르 푸시킨(Aleksandr Pushkin, 1799.6.6-1837.2.10) 1799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1811년 차르스코예 셀로(‘황제의 마을’이란 뜻인데, 후에 푸시킨의 이름을 따서 푸시킨 시로 바뀜)에 개교된 귀족 기숙학교에 입학했다. 1817년 졸업 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외무부 서기로 근무를 시작했다. 1820년 서사시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발표했으며, 이어 <카프카즈의 포로>, <바흐치사라이의 분수>, <도적 형제>, <집시> 등 낭만주의의 특질이 강한 작품들을 집필했다. 1824년 시인으로서 민족문학에 눈을 뜨며, ‘예언자’를 비롯한 서정시들을 썼다. 1830년 러시아 문학사상 최초의 리얼리즘 소설로 꼽히는 <예브게니 오네긴>, 단편 소설집 <벨킨 이야기>, 서사시 <콜롬나의 작은 집> 등을 완성했다. 1836년 문학잡지 <동시대인>을 발간했으며 <대위의 딸>을 완성했다. 1837년 아내 나탈리아를 짝사랑하는 프랑스 망명 귀족 단테스와의 결투로 부상하여 사망했다
글 문태준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산문집 <느림보 마음> 등이 있다.
* 출처: http://cafe.daum.net/music7694/C9Au/1276
신이여, 저를 미치지 않게 하소서.
신이여, 저를 미치지 않게 하소서.
아니, 그보다는 차라리 보따리와 지팡이가 나아요
아니, 고생스럽고 배고픈 게 차라리 더 나아요.
그것은 내가 나의 이성을
존중해서도 아니고
이성과 헤어지는 것이 기쁘지 않아서가 아니요.
나 자유로이 둔다면
그 얼마나 활개치며
어두운 숲으로 달려가리!
열병에 걸린 것처럼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고
그 얼마나 자유로이 멋진 꿈에 도취되어
나를 잊으리.
그리고 나의 파도소리에 귀기울이고
행복에 가득차서
빈 하늘을 바라보리니
나 그 얼마나 힘차고 자유로우리
들판을 파헤치고
숲을 휘어뜨리는 회오리처럼.
그런데 불행히도 : 미친다는 것은
페스트보다 더 두려운 일,
곧 갇히고
사슬에 묶이리니,
사람들은 창살 사이로 짐승을 찌르듯
찌르러 올 것이고,
그리고 밤에는 들을 것이다.
꾀꼬리의 울 리는 낭랑한 목소리도 아니고
빽빽한 참나무숲의 웅성거림도 아니고
울리는 것은
친구들의 외침소리, 밤의 파수꾼의 욕설,
사슬이 쩔렁이고 삐걱이는 소리뿐
<해설>현실속에서 살고 싶어하는 시인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의 법칙을 떠나고자 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삶에 기쁨과 슬픔등 모든 것이 균형을 이루어 살아가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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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깊은 광맥속에
제까브리스트 12월 혁명이후 유형간 사람들에게 보내는 시.
시베리아 깊은 광맥 속에
그대들의 드높은 자존심의 인내를 보존하소서
그대들의 비통한 노력과 높은 정신의 지향은
사라지지 않으리니.
불행의 신실한 누이,
희망은 암흑의 지하 속에서
용기와 기쁨을 일깨우리니
그 날은 오리니:
사랑과 우정이 그대들에게 닿으리니
깜깜하게 닫힌 곳 빗장을 열고
지금 그대들의 감방 그 굴 속으로
나의 자유의 소리가 다다르듯이.
무거운 사슬이 풀어지고
암흑의 방은 허물어지고 - 자유는
기쁨으로 그대들을 마중나오리니
그리고 형제들은 그대들에게 검은 건네리니.
미래에 대한 신뢰, 정신적인 동지의식.
인생, 사회, 세계 등에 대한 사상이 연결됨.
<해제>여기서 '광맥'이란 - 그대들이 가지고 있는 그 노력과 정신은
나중에 또 하나의 보물이 되어 발굴되리라는 의미를 추가한다.
마지막연에서 푸쉬킨은 그대들이 옳은 사람들이니
심판해 달라고 하며 검을 건넨다.
작은 새
머나먼 마을에 이르러
고향의 풍습을 따라서
매맑은 봄철 축제일에
작은 새 놓아 주노라.
비록 한 마리 새이지만
산 것에 자유를 주고
아쉬운 생각은 없으니
나의 마음은 평화로와라.
<해제>제 2행의 고향의 풍습이란 당시 러시아 농민들 사이에는
부활주일이면 새를 놓아주면서 행복을 비는 풍습을 말한다.
제3행의 봄철 축제일은 부활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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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워진 편지
안녕, 사랑의 편지여 안녕.
그 사람이 이렇게 시킨 것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
나는 주저하고 있었던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나의 손은
모든 기쁨을 불에 맡기려고 맹세하였던가...
하지만 이제 지긋지긋하다.
시간이 찾아 왔다.
불타라, 사랑의 편지여!
나는 각오하고 있지,
마음은 무엇에도 현혹되지 않지.
탐욕스런 불꽃은 벌써 너의 편지를 핥으려 한다...
이제 곧.
활활 타올라 타올라 엷은 연기가 얽히면서
나의 기도와 더불어 사라져 간다.
이미 변치않을 마음을 맹세한
반지로 찍은 자국도 사라지고
녹기 시작한 봉랍이 끓는다...
오오, 신이여 일은 끝났다.
검어진 종이는 휘말리고 말았다.
지금은 가쁜한 재 위에
그 숨겨진 자국들이 새하얗게 남고...
내 가슴은 조여진다.
그리운 재여.
나의 애처로운 운명 위에
그나마 가련한 기쁨이여,
내 한탄의 가슴에 영원히 머물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