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프레베르
꽃다발
거기서 무얼 하시나요 소녀여
갓 꺾은 꽃을 들고
거기서 무얼 하시나요, 젊은 처녀여
시든 꽃을 들고
거기서 무얼 하시나요, 늙은 여인이여
죽어가는 꽃을 들고
승리자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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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의 초상화를 그리려면
우선 문이 열린
새장을 하나 그릴 것
다음에는 새를 위해 뭔가 예쁜 것
뭔가 단순한 것
뭔가 쓸 만한 것을 그릴 것
그 다음엔 정원이나 숲이나 혹은 밀림 속
나무에 그림을 걸어 놓을 것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움직이지도 말고……
때로는 새가 빨리 오기도 하지만
맘먹고 오는 것이 여러 해가 걸리기도 하는 법
실망하지 말 것
기다릴 것
필요하다면 여러 해를 기다릴 것
새가 빨리 오고 늦게 오는 것은
그림의 성공과는 무관한 법
새가 날아 올 때는
혹 새가 날아오거든
가장 깊은 침묵을 지킬 것
새가 새장에 들어가기를 기다릴 것
그리고 새장에 들어가거든
살며시 붓으로 새장을 닫을 것
그리고
모든 창살을 지우되
새의 깃털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할 것
그리고는 가장 아름다운 가지를 골라
새의 초상을 그릴 것
푸른 잎새와 서늘한 바람과
햇빛의 가루와 여름 열기 속
풀숲을 기어다니는 작은 곤충 소리들을
또한 그릴 것
이어서
새가 노래하기를 맘먹도록 기다릴 것
혹 새가 노래를 하지 않으면
그것은 나쁜 징조
그러나 새가 노래하면 좋은 징조
당신이 사인해도 좋다는 징조
그런 후에 당신은 살며시
새의 깃털 하나를 뽑아
그림 한 구석에 당신 이름을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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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에서
어느 남자가 꽃집에 들어가
꽃을 고른다
꽃집 처녀는 꽃을 싸고
남자는 돈을 찾으려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꽃값을 치를 돈을
동시에 그는
손을 가슴에 얹더니
쓰러진다
그가 땅바닥에 쓰러지자
돈이 땅에 굴러가고
그 남자와 동시에
돈과 동시에
꽃들이 떨어진다
돈은 굴러가도
꽃들은 부서져도
남자는 죽어가도
꽃집 처녀는 거기 가만 서 있다
물론 이 모두는 매우 슬픈 일
그 여자는 무언가 해야 한다
꽃집 처녀는
그러나 그 여자는 어찌할지 몰라
그 여자는 몰라
어디서부터 손을 쓸지를
남자는 죽어가지
꽃은 부서지지
그리고 돈은
돈은 굴러가지
끊임없이 굴러가지
해야 할 일이란 그토록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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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프레베르(Jacques Prévert, 1900년 2월 4일 ~ 1977년 4월 11일)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영화 각본가였다. 그의 시는 프랑스어 세계, 특히 학교에서 매우 유명했고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쓴 영화 가운데 몇 가지는 사상 최고의 영화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는 천국의 아이들과 더불어 매우 잘 알려져 있다. 이브 몽탕이 부른 유명한 샹송 '고엽'의 작사자이기도 하다.
생애
프레베르는 뉘이 쉬르 센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자랐다. 1차 교육을 이수하여 Certificat d'études를 받은 뒤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파리의 주요 백화점 봉 마르셰(Le Bon Marché)에서 일했다. 1918년에 병역 요청을 받아 전쟁 이후 그는 프랑스를 위해 근동으로 보냄을 받았다.
사회에 대한 희망과 감상적인 사랑에 관한 발라드를 주로 썼다. 또한 특히 1930, 1940년대에는 당대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1925~29년에 초현실주의 작가 로베르 데스노스, 이브 탕기, 루이 아라공, 앙드레 브르통 등과 활동을 같이하면서 오랜 전통의 구전시를 초현실주의 풍의 '노래시'라는 형식으로 만들어서 매우 큰 인기를 얻었다. 〈말 Paroles〉(1945)에 수록된 작품들 중 여러 편은 조제프 코스마에 의해 곡이 붙여짐으로써, 젊은 청중들로부터 폭넓은 호응을 얻었다. 그의 작품 중 고엽〈Les Feuilles mortes〉은 너무나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젊은이들은 프레베르의 반교회적·무정부적·우상파괴적 어조와 유머를 좋아했다. 그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위선, 전쟁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는 한편, 거리와 지하철을 메운 연인들과 소박한 마음, 그리고 어린아이들을 노래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프랑스 파리에서의 가면 만찬회 묘사의 시도 Tentative de description d'un dîner de têtes à Paris-France〉(1931)이다. 그는 독자를 스스럼없이 사로잡는 소박한 묘사에 능했으며, 자유시, 불규칙한 시행, 간혹 사용되는 각운, 말장난, 일부러 무질서하게 늘어놓는 말의 폭포, 열거, 반어 등 여러 기법을 사용했다.
그는 또한 정치적으로 투쟁적인 극작가들을 위해서도 글을 썼으며, 그들과 함께 소련을 방문(1933)한 적도 있다. 우수한 영화 대본도 여러 편 썼는데 그중 가장 뛰어난 것들로는 마르셀 카르네 감독의 〈이상한 이야기 Drôle de drame〉(1937)·〈밤의 방문객들 Les Visiteurs du soir〉(1942)·〈인생유전 Les Enfants du paradis〉(1944) 등이다. 대표 시집으로는 〈이야기들 Histoires〉(1946)·〈정경 Spectacle〉(1951)·〈봄의 대무도회 Grand bal du printemps〉(1951)·〈런던의 매혹 Charmes de Londres〉(1952)·〈이야기들, 그리고 또다른 이야기들 Histoires et d'autres histoires〉(1963)·〈사물, 기타 Choses et autres〉(1972)를 꼽는다.
그는 1977년 4월 11일 Omonville-la-Petite에서 폐암으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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