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커리 [William Makepeace Thackeray]
영국의 소설가.
개요
나폴레옹 시대의 영국을 그린 소설 〈허영의 시장 Vanity Fair〉(1847~48)과, 18세기초를 배경으로 한 〈헨리 에스먼드 이야기 The History of Henry Esmond, Esq.〉(1852)가 그의 대표작이다.
생애
동인도회사 관리자였던 리치먼드 새커리의 외아들로 태어나 1815년 아버지가 죽자 1816년 영국 으로 오게 되었다. 어머니는 1817년 아버지와 결혼하기 전부터 사랑했던 기술관과 재혼한 뒤 1820년 새커리와 함께 살았다. 그는 그래머 스쿨을 몇 군데 다닌 뒤 1822년 런던의 사립학교인 차터하우스에 들어가 그곳에서 외롭고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1828~30년 케임브리지대학교의 트리니티 칼리지에 다니는 동안은 이전보다 훨씬 잘 지냈지만, 학위를 받지 못한 채 1830년에 중퇴하고 1831~33년에는 런던의 미들템플 법학원에서 법률을 공부했다. 그뒤 직업화가가 되려고도 했는데, 그의 예술적인 재능은 익살스럽고 활기찬 삽화가 붙은 편지나 초기 작품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1832년에 성년이 되면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2만 파운드 유산으로 어설픈 예술가 행세를 했다. 그러나 도박과 투기로 곧 돈을 모두 잃었다. 1836년 파리에서 그림공부를 하던 중 무일푼의 아일랜드 처녀와 결혼했는데, 그의 계부가 한 신문사를 인수해 그를 파리 통신원으로 눌러앉을 수 있게 해주었다. 1837년 신문사가 망한 뒤 아내와 런던의 블룸즈버리로 돌아와 직업기자로 많은 글을 열심히 썼다.
새커리에게는 딸이 셋 있었는데, 1명은 어릴 때 죽었다(1839). 새커리 부인은 막내딸을 낳은 뒤 1840년에 정신이상이 되어 회복하지 못한 채 시골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냈는데, 남편보다 더 오래 살았다. 홀아비나 다름없게 된 새커리는 사교모임에 자주 나갔고, 딸들에게 점점 정을 쏟아 1846년에는 그들을 위해 런던에 집을 장만했다. 1847~48년에 〈허영의 시장〉을 연재물로 출판하면서 명성과 재산을 얻고 그때부터 소설가로 기반을 굳혔다. 그는 말년에 제인 브룩필드라는 여자에게 진지하고 낭만적인 연정을 느꼈는데, 이 일은 그의 편지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녀는 그가 케임브리지 시절 사귄 친구의 아내였으며, 새커리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했던 '홀아비 시절'에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다. 1851년 헨리 브룩필드가 자기 아내와 새커리 사이의 열렬한 정신적 교제를 끝내라고 주장했을 때 새커리는 아내가 정신이상이 된 이후 가장 큰 슬픔을 느꼈다.
미국에서 〈18세기 영국의 유머 작가 The English Humorists of the 18th Century〉(1852~53, 출판 1853)·〈4명의 조지 The Four Georges〉(1855~56, 출판 1860)에 대한 강연을 하면서 여행으로 마음을 달래려고 했다. 그러나 1856년 이후에는 런던에 정착했다. 1857년 하원의원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이전에 친하게 지내던 경쟁자 디킨스와 소위 '개릭클럽 사건'(1858)으로 싸웠으며, 1860년에는 〈콘힐 매거진 The Cornhill Magazine〉을 창간하여 직접 편집을 맡았다. 1863년에 그가 죽은 뒤 기념동상이 웨스트민스터 대수도원에 세워졌다.
초기 작품
19세기는 잡지의 시대였다. 잡지는 점점 늘어나는 중산층 가정에서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발전했다. 1830년대 후반에 새커리는 〈프레이저스 매거진 Fraser's Magazine〉·〈뉴 먼슬리 매거진 The New Monthly Magazine〉·〈펀치 Punch〉지 등에 다양한 내용의 글을 기고하여 유명해졌다. 그는 글에 이름을 붙이지 않거나 마이클 앤젤로 티트마시, 피츠부들, 뚱뚱한 기고가, 아이키 솔로몬스 같은 필명을 썼다. 새커리는 이무렵의 글 중 좋은 것들을 모아 〈문집 Miscellanies〉(4권, 1855~57)을 엮어냈는데 이 속에 들어 있는 〈옐로플러시 보고서 The Yellowplush Correspondence〉는 젊은 런던 토박이 하인의 회고담과 일기로서, 그 특유의 어휘와 말투 그대로 씌어졌다.
게이허건 소령 Major Gahagan〉(1838~39)은 인도의 군대생활을 가상적으로 다룬 글이며, 〈캐서린 Catherine〉(1839~40)은 당시 범죄와 밑바닥 생활을 낭만적으로 표현하는 인기 있는 '뉴게이트 소설'을 익살스럽게 모방한 것으로 그 자체가 꽤 실감 있는 범죄소설이다. 〈새뮤얼 티트마시와 호가티 다이아몬드 이야기 The History of Samuel Titmarsh and the Great Hoggarty Diamond〉(1841)에서 다룬 젊은이의 결혼생활은 나중에 〈필립 Philip〉에서 다시 다루어진다. 〈배리 린던의 행운 The Luck of Barry Lyndon〉(1844, 〈배리 린던의 회고담 The Memoirs of Barry Lyndon〉으로 1856년 개정)은 역사소설로서, 그가 쓴 최초의 본격 소설이다. 〈배리 린던의 회고담〉은 가학적인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속도감 있고 풍자적인 이야기로서, 〈허영의 시장〉을 비롯한 대작 역사소설을 쓰기 위한 실험작이다. 〈속물들의 책 The Book of Snobs〉(1848)은 〈펀치〉지에 발표하여 성공한 〈영국의 속물들 The Snobs of England, by one of Themselves〉(1846~47) 같은 글을 모은 책으로서, 런던 사람들의 특징을 날카롭게 묘사하는 새커리의 특징적 문체가 잘 나타나 있다. 1855년 크리스마스 책으로 나온 〈장미와 반지 The Rose and the Ring〉는 그의 몇몇 시처럼 매우 재미있는 작품이다. 훌륭한 산문작가들처럼 그도 가벼운 시와 발라드를 짓는 솜씨가 뛰어났다.
원숙기 작품
본명으로 발표한 첫 작품 〈허영의 시장〉은 디킨스처럼 일정한 분량을 매달 시리즈로 발표하는 방식으로 출판되었다. 이 소설은 섭정시대인 1820년대를 배경으로 어밀리어 세들리와 베키 샤프라는 대조적인 두 여자의 얽히고 설킨 운명을 다루고 있다. 절개가 없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신분상승을 노리는 베키는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새커리가 창조한 인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이 없는 소설'이라는 부제가 붙었듯이 이 소설에는 주인공다운 인물이 없다. 새커리는 이 소설의 목적이 "인간은 대부분…… 어리석고 이기적이며…… 허영을 좇는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작품에서 수동적인 성격의 부유한 양가집 처녀 어밀리어아 세들리와, 야심 많고 활동적이며 간교하고 도발적인 성격의 가난한 화가의 딸로서 천성적으로 비도덕적인 베키 샤프는 운명이나 삶에 대응하는 자세에서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성격 대조가 단순히 도덕적인 선과 악의 대조인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는 둘 다 공감할 부분이 있다. 베키의 주위에는 중상류층이나 귀족가문 출신의 남자들이 있다. 어밀리어는 조지 오즈번과 결혼하지만, 조지는 워털루 전쟁에서 전사하기 직전 어밀리어를 버리고 베키를 선택하기로 결심한다. 한편 베키는 온갖 수단을 다해 사교계에 진출하여 좋은 가문 출신의 젊은 장교 로든 크롤리와 결혼하려 한다. 크롤리는 환멸을 느끼고 마침내 베키 곁을 떠나며, 결국은 미덕이 승리해 어밀리어는 그녀를 일생 동안 흠모한 커널 더빈 대령과 결혼하고, 베키는 마음을 잡아 선한 일을 한다.
〈허영의 시장〉은 19세기초 영국 사회의 전경을 생동감 있는 사건 전개와 화려한 문체로 그려낸 새커리의 최고 걸작이다. 서술기법, 섬세한 인물묘사, 뛰어난 표현력으로 이 소설은 당대의 최고작으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특정 사회의 묘사나 상상을 통한 분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양면적인 인간의 동기를 미묘하게 의식함으로써 "아! 헛되고 헛된 것! 이 세상에서 어느 누가 행복한가? 누가 욕망을 가졌으며, 가졌다 한들 만족할 수 있겠는가?"라는 새커리의 결론을 이해하게 한다. 〈허영의 시장〉은 그 비극적인 아이러니 때문에 인간의 야심과 경험에 대한 지속적이며 통찰력 있는 평가를 제공하고 있다. 〈허영의 시장〉이 성공을 거두어 유명해진 새커리는 이 작품에서 선보인 2가지 재능, 즉 런던 정경을 환기시키는 재능과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역사소설을 쓰는 재능을 계속 개발했다. 첫번째 재능을 발휘한 〈펜더니스 이야기 The History of Pendennis〉(1848~50)는 그 일부를 지어낸 자서전이다. 이 작품은 아서 펜더니스라는 젊은이의 첫 사랑과 '옥스브리지대학교' 시절, 런던에서의 기자생활 등을 통해 공감이 가는 젊은이의 초상을 그렸다.
역사소설 〈헨리 에스먼드 이야기〉(3권, 1852)의 배경은 앤 여왕 시대이다. 〈펜더니스 이야기〉가 형식이 없고 산만하다는 비평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에 〈헨리 에스먼드 이야기〉는 매우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형식을 갖춘 플롯을 구성했다. 에스먼드가 화자(話者)인 이 이야기는 그가 12세 때인 1691년부터 시작하여 1718년에 끝이 난다. 사건이 복잡하지만, 당시 런던 사교계와 정계에서 두드러진 인물인 베아트릭스와 에스먼드를 구심점으로 통일성을 갖추었다. 베아트릭스는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 그녀는 처음에는 단지 귀여운 아이로 나오지만, 자라면서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들에게 치명적인 힘을 발휘하는 아름다움을 갖추게 된다. 새커리가 창조한 뛰어난 인물 가운데 하나인 그녀는 정서적으로 까다롭고 위압적인 새로운 유형의 여주인공으로서 미덕의 화신은 아니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용감하며 귀족적인 군인 에스먼드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에는 환멸을 느낀다. 베아트릭스의 부모 캐슬우드 부부에게 보살핌을 받은 고아 헨리는 처음에는 캐슬우드 부인을 어머니로서 존경하다가 성장한 뒤에는 마침내 그녀와 결혼한다. 18세기 산문체를 모방한 이 소설은 지난 시대의 영국 분위기를 가장 잘 재현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평가는 좋지 않았고, 특히 에스먼드가 캐슬우드 부인과 결혼한 부분은 비난받았다. 조지 엘리엇은 이 소설을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불쾌한 책"이라고 했다. 그러나 끝내는 뛰어난 영국 역사소설로 인정받게 되었다.
〈뉴컴가(家) The Newcomes〉(1853~55)에서 새커리는 다시 동시대를 배경으로 삼았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부유한 중산층을 꼼꼼하게 관찰하면서 뉴컴가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토머스 뉴컴 대령은 아들 클라이브와 함께 지내려고 인도에서 런던으로 돌아온다. 겁이 많지만 매력 있는 클라이브는 사촌 에설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사랑하면서도 경제적인 계산 때문에 여러 해 동안 맺어지지 못하고, 클라이브는 로즈 머켄지와 결혼한다. 에설의 아버지이며 뉴컴가의 최고어른인 반스 뉴컴은 이기적이고 탐욕적이며 냉혹한 사람으로, 클라이브와 뉴컴 대령을 해칠 음모를 꾸민다. 한편 대령은 자신의 재산을 경솔하게 투자하여 빈민구호소에서 말년을 보내게 된다. 로즈는 아이를 낳다가 죽고, 이야기는 대령의 죽음으로써 끝이 난다. 감상을 배제하고 진지한 감정으로 그려낸 임종 장면은 빅토리아 시대의 소설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 새커리는 짤막한 맺음말에서, 클라이브와 에설은 결국 결혼하지만 이 이야기는 꾸며낸 이야기라고 말한다. 〈버지니아 사람들 The Virginians〉(1857~59)은 18세기 후반 미국과 영국이 배경이며, 이전 작품인 〈헨리 에스먼드〉의 주인공 헨리의 손자인 조지 워링턴과 헨리 워링턴 형제의 인생 부침(浮沈)을 주로 다루었다. 새커리는 이외에도 연재소설 〈홀아비 러블 Lovel the Widower〉(1860)·〈필립의 모험 The Adventures of Philip〉(1861~62)을 썼다. 그는 소설 〈데니스 듀벌 Denis Duval〉을 쓰기 시작한 후 얼마 뒤 죽었다. <출처: 다음 백과>
'♣ 문학(文學) 마당 ♣ > - 작가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 텍쥐페리 [Antoine(-Marie-Roger) de Saint-Exupéry] (0) | 2014.11.10 |
---|---|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0) | 2014.11.09 |
찰스 존 허펌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 (0) | 2014.11.07 |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 (0) | 2014.11.06 |
도스토예프스키 (Dostoevskii, Fyodor Mikhailovich) (0) | 2014.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