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착한 사람의 풍경-도복희

Bawoo 2014. 12. 13. 23:34

 

 

착한 사람의 풍경

 

 

도복희

 

 

 

울타리가 없는 집에는 소란이 들락거렸다

 

개기월식의 날 동네 개들이 일제히 짖어댔다

 

빈혈이 쓰러트린 창백한 얼굴은 깨어나지 못했다

 

매몰된 돼지들의 피가 솟구쳐 도랑으로 흘러갔다

 

소문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자랐다

 

밤을 갉아대는 쥐들이 골목에 넘쳐났다

 

소독차가 돌았지만 불안은 손톱 속으로 파고들었다

 

죄는 온유한 미소를 띠고 등에 칼을 꽂았다

 

따뜻한 것들에는 무기력한 냄새가 났다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자들만 고해성사가 허락되었다

 

나는 상자에 갇혀 부족한 산소를 반으로 줄여 사용했다

 

그리운 당신은 저수지 건너편 방에서 박제가 되었다

 

시와 사람』(2014, 가을)

 

도복희 / 1966년 충남 부여 출생. 2011년 《문학사상》신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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