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들어 가장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털 부츠에 목도리, 장갑 등으로 꽁꽁 싸매도 사이사이 새어 드는 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한다. 이렇게 강추위가 몰아치면 기상예보에서는 “내일은 한파가 밀려오니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외출해야 한다”는 표현이 등장하곤 한다. 그런데 사실은 ‘옷깃을 여미다’와 ‘추위’는 함께 어울려 쓰기 어색한 표현이다.
‘옷깃을 여미다’는 관용적 표현으로, ‘경건한 마음으로 옷을 가지런하게 해 자세를 바로잡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나는 잠시 순국선열들을 생각하며 옷깃을 여미어 묵념했다” “폐허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의 의지에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기도 한다”처럼 써야 한다.
‘여미다’에는 ‘옷깃이나 장막 등을 합치다’는 뜻이 들어 있긴 하지만 단순히 합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합쳐서 단정하게 하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즉 결과적으로 ‘단정히 하다’에 방점이 찍혀 있다. 따라서 추위에는 ‘옷깃을 여미어야 한다’고 하기보다 ‘옷깃을 세워야 한다’고 하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이다.
옷과 관련해서는 ‘소맷깃’도 잘 틀리는 표현 가운데 하나다. “소맷깃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도 온몸이 뻣뻣하게 경직됐다”에서와 같이 ‘소맷깃’이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옷깃’이란 단어를 생각해서인지 ‘소매’에 ‘깃’을 합해 만든 단어가 ‘소매깃’ 또는 ‘소맷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깃’은 ‘옷깃’의 동의어다. ‘옷깃’은 목둘레에 길게 덧붙여 있는 부분을 가리킨다. 즉 ‘깃’은 윗옷의 앞쪽과 위쪽에 달려 있을 뿐 소매 부분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소매’에 ‘깃’을 붙여 단어를 만들 수는 없다.
옷소매에서 손이 나올 수 있게 뚫려 있는 끝 부분을 가리키는 말은 ‘소맷귀’다. ‘소맷귀’는 두루마기나 저고리의 섶 끝 부분을 뜻하는 ‘귀’가 ‘소매’와 만나 이루어진 말이다. “울며 소맷귀를 부여잡는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고 달려 나왔다” “때 하나 묻지 않은 새하얀 소맷귀가 평소 그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다”처럼 쓸 수 있다.
김현정 기자
'♣ 어학 관련 ♣ > [우리말 바루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말 바루기] 활기를 ‘띄었다’고? (0) | 2015.02.06 |
---|---|
[우리말 바루기] '도찐개찐'은 '도긴 개긴' (0) | 2014.12.30 |
[우리말 바루기] 일상화했다? 일상화됐다? (0) | 2014.12.12 |
[우리말 바루기] 보고도 못 본 체 눈 감는 사회 (0) | 2014.11.18 |
[우리말 바루기] 하늘이 정말 파라네 (0) | 2014.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