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황제 폐하의 포고문을 너희 미천한 무리들이 왈가왈부하다니, 썩 물러가라."
1618년 오늘(5월 23일) 프라하 창문 투척 사건이 발생해 30년 전쟁의 발단이 됐다.
◆아우크스부르크 화의 이후 60여 년간 잠잠했던 종교 문제
1517년 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반박으로 촉발된 종교 개혁으로 개신교가 창설되면서 16세기 전반기 내내 독일은 카톨릭과 개신교의 내전에 휩싸였다. 내전에 지친 황제와 독일 제후들은 1555년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모여 화해했다. 화의의 요지는 "각 제후가 카톨릭을 믿든 개신교를 믿든 간섭하지 말고, 제후가 믿는 종교를 영민들도 모두 믿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1618년 5월 23일 발생한 프라하 창문 투척 사건을 묘사한 동판화. 보헤미아의 개신교 귀족들이 국왕의 섭정 두 명을 붙잡아 성의 창문 밖으로 내던지고 있는 가운데, 섭정의 비서관도 사람들에 의해 붙들려 있다. 동판화를 찍은 사람은 스위스 바젤에서 주로 활동한 동판화가 마테우스 메리앙. |
이 화의 이후 그럭저럭 잘 지내던 카톨릭과 개신교가 다시금 싸움에 돌입하게 된 계기는 신성로마제국 제위 계승과 관련이 있었다.
당시 세속 군주로서는 유럽 최고의 명예로운 직위였던 신성로마제국 황제는 마인츠 대주교, 쾰른 대주교, 트리어 대주교, 보헤미아 국왕, 작센 공작, 팔츠 백작, 브란덴부르크 변경백작 등 선거권을 가진 일곱 명의 제후('선제후')가 다수결로 선출하고 있었다.
이 중 대주교 세 명은 당연히 카톨릭교도였고, 작센 공작, 팔츠 백작, 브란덴부르크 변경백작은 루터파이거나 칼뱅파인 개신교 제후였다. 카톨릭교도인 신성로마제국 황제 본인은 보헤미아 국왕을 겸임하며 제위를 대대손손 계승하고 있었다.
◆종교 탄압에 항의하던 개신교 귀족들, 국왕의 섭정 창밖으로 집어던져
나이가 많고 자식도 없던 신성로마제국 황제 마티아스는 골수 카톨릭교도인 사촌 동생 페르디난트에게 제위를 물려주기로 결심하고 황제 선거에서 안전하게 이길 수 있도록 페르디난트에게 보헤미아 왕위를 먼저 내줬다.
그런데 페르디난트는 보헤미아 왕위에 취임하자마자 보헤미아의 종교를 카톨릭으로 선언하고 개신교를 탄압하기 시작했다. 개신교 귀족들이 관직에 오르는 것을 금지하고 개신교 교회를 허물거나 폐쇄했다. 그러자 분노한 보헤미아 귀족과 백성들은 1618년 5월 23일 보헤미아의 수도 프라하로 몰려갔다.
페르디난트는 신성로마제국 황제위를 대대로 계승하던 합스부르크 왕조의 본거지 오스트리아의 빈에 있었기 때문에, 프라하 성에는 국왕을 대신하여 보헤미아를 다스리던 섭정 마르티니츠와 슬라바타가 있었다. 보헤미아 귀족들이 새로운 국왕의 종교 탄압에 대해 따져묻자 섭정들은 "신성한 황제 폐하의 포고문을 너희 미천한 무리들이 왈가왈부하다니, 썩 물러가라"고 꾸짖었다.
격분한 귀족들은 섭정과 비서관 3명을 성 3층 창문에서 밖으로 집어던져 버렸다. 땅으로부터의 높이는 20m 이상이었지만 마침 창문 밖에 건초가 잔뜩 쌓여 있었기 때문에 기적적으로 목숨은 건졌다. 오스트리아의 빈으로 달아난 이들은 "보헤미아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보고했다.
◆30년 전쟁의 발단, 종교 전쟁으로 독일 초토화
국왕의 섭정을 창밖으로 집어던지는 것은 역모나 다름 없었다. 갈 데까지 간 개신교 귀족들은 페르디난트의 보헤미아 왕위 폐위를 선언하고 개신교 선제후인 팔츠 백작 프리드리히 5세를 보헤미아 왕으로 선언했다.
보헤미아 왕위는 단순히 보헤미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제후로서 황제 선거권이 있기 때문에 페르디난트도 이 반란을 가만히 보아 넘기거나 설득할 여유가 없었다.
페르디난트는 카톨릭교도인 바이에른 공작을 "보헤미아 반란군을 쳐부수고 나면 팔츠 백작의 선거권을 빼앗아 바이에른에 주겠다"며 끌어들이고, 팔츠 백작 프리드리히는 그 나름대로 "신성로마제국 황제 선거에서 편을 들어 주겠다"며 사부아 공작을 회유하는 등 이 사람 저 사람이 끼어들게 됐다. 그러면서 애초에 단순한 종교 폭동이었던 이 사건은 국제적인 전쟁으로 번지며 30년 동안이나 계속되어 독일을 초토화하게 된다.
[머니투데이 MT교육 정도원기자]
정보 출처: 책-역사가 기억하는 군주의 권위 171~179쪽 30년 전쟁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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