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통해 세상읽기] 표풍부종조 취우부종일
노자도 일찍이 날씨의 절기에 주목한 적이 있다. "사나운 바람도 아침 한나절을 넘지 못하고 마구 쏟아지는 비도 하루 종일 내리지 못한다(표풍부종조 취우부종일·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자연의 위력이 위대하다고 하지만 태풍과 폭우는 짧게는 반나절 이상 길게는 하루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드물다. 노자는 이러한 사실을 알아차리고 '표풍부종조 취우부종일'의 지혜를 끌어낸 것이다. 노자는 자연현상에서 지혜를 찾아낸 뒤 그 지혜를 사회에도 적용해본다. 자연에서 하나의 현상이 제아무리 일시적으로 위력을 떨친다 하더라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으니 인간사에서도 그러한 일이 결코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어떤 현상이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시간을 절기라고 한다면 사회에서 어떤 일을 맡아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을 임기(任期)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어떤 일을 처음 맡으면 자신이 영원히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선출직 공직자일수록 이러한 사고가 강할 수 있다. 다수의 지지자를 든든한 우군으로 생각하므로 자신이 모든 일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한 일의 결과가 성공과 실패의 성적표로 돌아오면 지지자들의 지지도 변할 뿐 아니라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도 점점 짧아지게 된다.
짧아지는 시간과 관련해 자연과 인간은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된다. 자연에서도 짧아지는 시간에 저항을 할 수가 없다. 짧아지는 시간을 늘리려고 아무리 저항하려 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남은 시간의 문이 그대로 닫혀버린다. 반면 사람은 짧아지는 시간에 저항을 시도할 수가 있다. 자신의 퇴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남은 시간 안에 맹위를 떨치려 하게 된다.
노자는 이러한 저항을 예견이나 한 듯이 말을 잇는다. "까치발을 한 사람은 오래 서 있지 못하고 큰 걸음으로 걷는 사람은 오래 걷지 못한다(기자불립 과자불행·企者不立 跨者不行)." 까치발을 하면 힘이 들어 발바닥이 전부 땅에 닿는 것만큼 오래 버틸 수가 없고 큰 걸음으로 걸으면 빨리는 가게 되지만 오래 갈 수가 없다. 까치발과 큰 걸음은 일시적으로 가능한 일이지 폭풍과 폭우처럼 한나절 또는 하루 이상 지속할 수가 없는 일이다. 이렇게 부자연스럽게 자연의 길을 어기게 되면 발과 다리의 근육이 상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노자는 절기에 따라 변하는 자연을 통해 우리에게도 임기를 인정하라는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다시 말해 사람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하더라도 세상의 일부이지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위인도 시간의 흐름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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