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明太)는 이름이 많다. 생태 동태 황태 북어 코다리 노가리 등등. 얼리지 않은 건 생태, 얼린 건 동태, 말린 것은 북어다. 내장을 뺀 명태를 꾸덕꾸덕하게 반쯤 말린 게 코다리, 한겨울 처마 끝에서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 살이 연해지면서 누렇게 변한 게 황태다. 술꾼들이 속을 풀려 찾는 북엇국은 북어를 두드려 잘게 뜯어 끓인 것이다. 이 밖에 큰 명태는 왜태, 끝물에 잡은 명태는 막물태, 봄에 잡은 건 춘태라고 한다. 코다리는 찜, 구이 등으로 사람들이 즐겨 먹지만 사전에는 오르지 못했다.
명태는 왜 명태일까. 조선시대 때 함경도 명천(明川)에 사는 태씨(太氏) 성을 가진 어부가 처음 잡았다 해서 ‘명태’라는 설이 있는가 하면, 이 생선을 많이 먹으면 ‘눈이 밝아진다’고 해 명태가 됐다는 설도 있다.
술안주로 인기가 있는 노가리가 명태 새끼란 걸 아시는지. 또 하나.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을 ‘노가리를 까다’라고 하는데 먹는 노가리와 관계가 있는지. 물론이다. 노가리는 명태 새끼이자 ‘거짓말’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노가리를 까다’에서 까다는 ‘알을 낳다’라는 뜻이다. 즉 명태가 알을 까서 새끼를 만드는 게 ‘노가리를 까다’인데, 명태는 한꺼번에 엄청난 양의 알을 깐다. 여기서 ‘말을 많이 하다’와 같은 비유적 의미가 생기고, 말을 많이 하다 보면 과장도 섞이게 마련이어서 거짓말을 한다는 뜻도 보태진 것이다.
바닷물고기 중에는 새끼 때와 어미 때 이름이 다른 게 꽤 있다. ‘고도리’는 고등어 새끼를 이른다. ‘간자미’는 가오리 새끼, ‘껄떼기’는 농어 새끼, ‘모쟁이’는 숭어 새끼, ‘마래미’는 방어 새끼, ‘모롱이’는 웅어 새끼다. ‘전어사리’는 전어 새끼이고, 횟감으로 제격인 풀치는 갈치 새끼다.
‘출세어(出世魚)’라는 것도 있다. 치어에서 성어가 되기까지 이름이 여러 번 바뀌는 물고기를 말한다. 커갈수록 이름이 바뀌는 게 점점 출세를 하는 것 같다는 뜻에서 따왔다. 대표적인 게 농어 방어 숭어 등이다.
정부가 이달 13일부터 명태 보호수역을 지정하는 등 ‘국산 명태 살리기’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바닷물 온도 상승과 남획으로 우리나라 해안에서 명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명태가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하는 방법? 술꾼들이 노가리를 포기하는 것은 아닐는지.
동아일보 -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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