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체르니 선생님의 끈질긴 설득에 베토벤도 항복하고 말았다.
‘정 그러면,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 개구쟁이를 한번 데려와요’
체르니 선생님과 나는 베토벤이 살고 있는 슈바르쯔파니어 하우제의
작은 방에 들어갔다.
나는 약간 망설였으나, 체르니 선생님은 다정하게 격려해주셨다.
그 때, 베토벤은 창문 옆에 있는 책상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우울한 표정으로 우리를 잠깐 보더니 체르니 선생님께 뭐라고 했다.
그런 다음, 친절한 선생님이 나를 피아노 앞에 앉으라고 했다.
나는 처음에 간단한 소품 하나를 쳤는데,
연주가 끝나자, 베토벤은 바흐의 푸가를 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평균율 피아노곡집에서 C단조 푸가를 쳤다.
베토벤은 ‘그러면, 즉석에서 푸가를 다른 키로 칠 수 있겠지?’ 하고 물었다.
다행히도,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나는 연주를 마치고, 베토벤을 올려다봤다.
위대한 거장의 어둡게 번뜩이는 시선이 나를 뚫어질 듯이 응시하고 있다가,
어느새 부드러운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베토벤은 아주 가까이 다가와서는 몸을 굽히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굉장한 녀석이군. 진짜 개구쟁이야!’
갑자기 나는 용감해졌다.
‘이제 선생님 작품을 1곡 쳐봐도 돼요?’
베토벤은 살짝 웃으면서 그렇게 해보라고 했다.
나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쳤다.
연주가 끝났을 때, 베토벤은 두 손을 잡고 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는 몹시 다정하게 말했다.
‘ 넌 행운아야!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것이니 말이야!,
더 이상 잘할 수 없어. 최고야!’
리스트는 감동에 젖은 목소리로 이런 얘기를 털어놓았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잠깐 침묵한 후, 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사건은 내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자부심으로 남아 있지. 내 예술 경력에 수호신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