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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으로 끝난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

Bawoo 2016. 1. 5. 23:41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1824∼1896)

 

 

안톤 브루크너가 1887년 아홉 번째 교향곡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가 이 곡의 운명을, 나아가 자신이 맞을 운명을 예상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이 곡을 자신이 사랑하는 하느님에 대한 ‘신앙고백’으로 쓰고자 했습니다. 10년 가까운 시간을 들였지만 완성하지 못한 채 그는 세상을 떠났고, 4개 악장 중 피날레를 제외한 3개 악장의 악보가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마지막 4악장은? 주제 선율들을 적은 여러 장의 스케치만 남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브루크너가 습관대로 이 스케치 악보들에 순서대로 번호를 적어 두었다는 것입니다. 이 번호에 따라 스케치 악보를 읽어보면 대략의 구조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에 따라 몇몇 음악학자와 작곡가들이 자기 나름대로 완성한 4악장 악보를 발표했습니다.

브루크너 자신은 “완성하지 못한 4악장을 잊어버리고 내가 예전에 쓴 테데움(찬미가)을 3악장 뒤에 연주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교향곡 9번은 대부분의 경우 후대에 가필 완성된 4악장도, 테데움도 없이 브루크너가 완성한 3개 악장만 연주되고 있습니다. 3개 악장만으로도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 웅대하고도 완결된 듯한 구도가 느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