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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사랑의 묘약

Bawoo 2016. 1. 19. 20:42

 

 

 

사랑의 묘약

따분한 시골 마을, 아디나는 여기서 제일 잘사는 예쁜 처녀다. 영리하고 책도 열심히 읽는다. 같은 마을의 네모리노 총각, 잘생기지도 않았고 부자도 아니다. 용기도 없고 어리숙하기까지 하다. 전혀 스펙이 안 되는 이 친구가 아디나를 좋아한다. 아디나는 그의 사랑을 받아줄 생각이 없다. 그저 가지고 노는 정도랄까? 이 마을에 한 소대의 군인들이 도착한다. 인솔자는 하사관 벨코레. 스스로 잘났다고 여기는 그는 아디나를 보자 대뜸 구애를 한다. 네모리노에게는 큰일이지만 아디나에게는 이 새로운 상황이 재미있다. 아디나는 벨코레의 구애를 받아들여 일주일 뒤에 결혼하기로 약속한다.

 떠돌이 약장사 둘카마라가 도착한다. 만병통치약을 다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듣자 네모리노는 아디나가 읽던 책을 생각한다. 그것은 사랑의 묘약에 관한 것이었다. 네모리노의 얘기를 듣고 눈치 빠른 둘카마라는 자신의 발명품(실은 싸구려 포도주)을 건네준다. “이 약을 먹어 봐. 하루만 지나면 동네 처녀들이 모두 당신을 줄줄 따라다닐 거야.”

 마셔 보니 기분도 좋아지고 약간의 용기도 생긴다. 네모리노는 약 기운이 제대로 작용하기를 기다리며 아디나를 보고도 태연한 체한다. 그 꼴을 본 아디나는 기분이 상해 마침 나타난 벨코레에게 “기다릴 것 없이 오늘 저녁 당장 결혼해요” 하고 제안한다(희극에서는 종종 이런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다).

 네모리노는 급해진다. 하루만 기다리면 약효가 나타난다고 했는데 당장 오늘 저녁에 아디나가 결혼한다니 급처방이 필요하다. 아까 마지막 금화를 썼으므로 할 수 없이 입대신청서를 쓰고 위로금을 받아 그 돈으로 묘약을 산다. 잔뜩 마시고 얼큰해졌는데 동네 처녀들이 그에게 몰려든다. 그것은 약 기운 때문이 아니라 네모리노는 아직 모르고 있지만 다른 마을에 살고 있던 그의 삼촌이 많은 유산을 남기고 죽었다는 소문이 여기까지 전해진 때문이었다.

 결혼식을 하려고 공증인을 불러다 놓고 계약서를 준비하고 있는데도 네모리노가 나타나지 않자 아디나는 짜증이 난다. 잠시 결혼을 미루고 밖으로 나와 보니 네모리노가 동네 처녀에게 둘러싸여 있다. 게다가 인기가 보통 아니다. “이건 또 뭐야?” 분해 하는 그녀에게 둘카마라가 자랑 삼아 말한다. “저 총각이 나한테서 묘약을 사 먹더니 저렇게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다오. 아디나라는 처녀를 좋아해 군대에 갈 각오를 하고 입대위로금을 받아 약값을 치렀지.”

 이 말에 아디나의 마음을 겹겹이 싸고 있던 무장이 해제되면서 네모리노의 사랑이 뜨겁게 그녀에게 전해진다(이후의 내용은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보면 된다. 유명한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