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감상실 ♣/[로망스, 야상곡]

Richard Strauss - Metamorphosen

Bawoo 2016. 6. 19. 21:23




Richard Strauss

1864-1949

Metamorphosen


Ronald Zollman, conductor

Carnegie Mellon Symphony Orchestra

Carnegie Music Hall, Pittsburgh

2011.10.12

 

Ronald Zollman/CMSO - Richard Strauss, Metamorphosen: Study for 23 Solo Strings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1945년 3월 13일부터 4월 12일에 걸쳐서 작곡, 1946년 1월 25일 취리히에서 파울 자허의 지휘로 초연된 <메타모르포젠, 23인의 현악기 독주자를 위한 습작>(바이올린 10, 비올라 5, 첼로 5, 더블베이스 3)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이 작품은 <네 개의 마지막 노래>와 <오보에 협주곡 D장조>, <클라리넷과 바순을 위한 협주곡>과 더불어 80이 넘은 노대가가 남긴 마지막 걸작 가운데 하나다.

[영문해설 보기 -Metamorphosen (1945)]

[Metamorphosen, study for 23 solo strings (TrV 290, AV 142) is a composition by Richard Strauss, scored for ten violins, five violas, five cellos, and three double basses, of approximately 26 minutes in duration. It was composed during the closing months of the Second World War, from August 1944 to March 1945. The piece was commissioned by Paul Sacher, the founder and director of the Basler Kammerorchester and Collegium Musicum Zürich, to whom Strauss dedicated it. It was first performed in January 1946 by Sacher and the Collegium Musicum Zürich, with Strauss conducting the final rehearsal.]

처참하게 파괴된 자신의 고향과 전쟁에 대한 비참한 마음을 느린 템포의 악상으로 담아낸 이 작품을 보면 그의 마지막 오페라 작품인 <카프리치오> 이후에도 작곡가의 상상력과 감수성은 전혀 노쇠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을 주의 깊게 들어본다면 폐허가 된 독일을 바라보는 작곡가의 그 형언할 수 없이 쓸쓸하고 참담한 마음이 가장 아름다운 현악 언어로 표현되어 강렬한 설득력과 탐미주의적인 아이러니를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이 작품을 작곡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1943년 연합군이 감행한 대공습 때문이다. 뮌헨 오페라 극장을 시작으로 드레스덴 젬퍼오퍼가 무너지고 베를린의 린덴 오페라 등등이 차례로 화마에 휩싸였는데, 특히 1945년 2월 13일부터 15일 사이 3600여 대의 폭격기와 1300여 대의 대형 폭격기들이 몇 만 톤 이상의 폭탄을 쏟아 부어 고도 드레스덴을 순식간에 날려버려 폼페이 최후의 날로 만들어버린 것이 작곡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는 “나의 아름다운 드레스덴-바이마르-뮌헨, 모두가 끝났다”며 자신의 추억과 꿈이 서려 있는 도시들이 파괴되는 현실에 몹시도 괴로워했다. 이 공습으로 인해 작곡가는 자신의 과거를 송두리째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런 까닭에 그로브 음악사전에는 이 작품에 대해 ‘슈트라우스 자신이 반세기 동안 이끌어 온 독일 음악문화에 대한 비가(悲歌)’라고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1900년 아름다웠던 드레스덴의 젬퍼오퍼 오페라 극장.

1945년 2월 독일 드레스덴에 대규모 폭격이 가해진 후 폐허가 된 모습.

<살로메>와 <엘락트라>같이 그리스 고전을 통한 에너지와 다이내믹의 강력한 포효를 시작으로 <장미의 기사>와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이후 드라마와 음악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통해 새로운 극-오페라의 탄생을 이끌어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천성적으로 유머러스하고 긍정적이며 호기심 많은, 그리고 복잡함을 넘어선 화려함과 단순함을 넘어선 순수함을 동시에 갖고 있던 작곡가이다. 이렇듯 모차르트 이후 최고의 천재로 일컬어진 그에게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1차 세계대전도 겪은 그였지만 당시에는 참호전과 국지전을 중심으로 전쟁이 벌어진 반면 이렇게 도시 전체와 시민을 순식간에 날려버리는 참혹하고 무자비한 경우는 없었기에 그 슬픔의 강도는 더욱 컸다.

Karajan/WPh - Richard Strauss, Metamorphosen: Study for 23 Solo Strings

Herbert von Karajan,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GroBer Musikvereinssaal, Wien

1947.10

‘메타모르포젠(Metamorphosen)’이라는 단어는 괴테의 시 ‘동물의 정화, 식물의 정화’에서 인용한 것으로 탈바꿈ㆍ변형ㆍ변모ㆍ변성(變性)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작곡가는 이에 대해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았지만 아마도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된 드레스덴을 상징하기 위해 선택한 단어로 추측할 수 있다. 쇼스타코비치의 전쟁 교향곡들이나 쇤베르크의 <바르샤바의 생존자>와 같은 전쟁 음악들이 표현주의적인 방식으로 직접적으로 반영을 그려냈다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메타모르포젠>은 보다 개인적인 은밀함과 은유적인 간접성이 두드러지며 다른 전쟁 음악들과 대조를 이룬다.

전쟁을 연상시키는 통렬한 심경이나 묘사가 없는 약간은 신비로운 측면을 담고 있어 리얼한 전쟁 음악으로서의 강도는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쟁을 겪는 한 개인의 내적인 강렬함을 가장 정제된 형태와 압축된 언어로 담아낸 얼음 속의 불꽃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메타모르포젠>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자신의 도시가 폐허로 변한 변형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 폐허 위에 미래를 위한 일말의 희망을 심고자 하는 새로운 변형을 염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드레스덴의 젬퍼오퍼 오페라 극장은 폭격 후 40년이 지난 1985년에 재건되었다.

이 음악에는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의 2악장 장송 행진곡으로부터 인용한 첼로와 더블 베이스의 몇몇 마디들이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한편,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등장하는 셋잇단음 리듬이 빈번히 사용된다. 이와 동시에 말러의 교향곡 느린악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심원하고도 낭만적인 성격과도 닮아 있고, 그 특유의 자유로운 폴리포니적 성격(23개의 악기가 모두 독립된 라인을 갖고 있는)과 자유로운 변주 양식을 연상시킨다.

비통하면서도 명상적인 주제에 가해지는 색다르고 끊임없는 유기적 변형을 담고 있는 이 음악은 정신적으로는 ‘트리스탄’적이지만 마음으로는 절친한 친구였던 말러를 회상하며 결국은 베토벤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귀결시키는 듯하다. 이렇게 수수께끼 같은 제목과 상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전쟁의 상흔에 대한 일종의 정신적인 치유를 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더 나아가 초감각적인 ‘멜로디적인 폴리포니’를 통해 현악 테크닉에 있어서 가장 발전된 승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작곡가의 현대적인 기악 어법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로부터 아무도 알아챌 수 없는 사이에 벨벳과도 같은 부드럽고 찬연한 사운드로 정화시켜 나가고, 신중하게 선택된 음조를 통해 현혹적이고 ‘아리아드네’적인 화성으로 이동하는 과정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창조력만이 해낼 수 있는 독보적인 것이다. 그는 이 작품을 자신이 죽은 다음 일종의 ‘유품’으로 발표되기를 원했지만 그렇게 실행되지는 못했고 그 자리는 이후에 작곡한 <네 개의 마지막 노래>가 대신하게 되었다.

 

추천음반

1. 베를린 필하모닉/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DG

2. 빈 필하모닉/ 앙드레 프레빈. Philips

3.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주세페 시노폴리. DG

4.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루돌프 켐페. EMI

 

박제성(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을 번역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3.07.12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31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