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학 관련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이견을 좁히나, 의견차를 좁히나

Bawoo 2016. 6. 27. 22:31



모든 협상엔 의견 조율 과정이 필요하다. 쟁점 사항일수록 파이를 좀 더 갖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이게 마련이어서 ‘이견 좁히기’가 쉽지 않다. 서로 협력해 파이를 키우려는 상생의 정신이 아쉽다.

아쉬운 건 이뿐만이 아니다. 협상이나 토론과 관련된 글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견 좁히기’는 지나치기 쉬우나 어색한 표현이다. ‘이견(異見)’은 어떠한 의견에 대한 다른 의견, 또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한다. “그 결정이 신의 한 수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었다” “‘실업급여’라는 대표적인 노동시장 정책의 효과에 대해선 이견이 많다”처럼 쓰인다. 문제는 동사 ‘좁히다’가 뒤에 놓일 때다.

‘좁히다’는 벌어진 간격이나 차이를 가깝게 하다, 거리나 범위 등을 줄여 나가다는 뜻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게 쉽지 않다” “사방에서 포위망을 좁혀 오는 듯한 불안감이 엄습했다”와 같이 사용한다. ‘이견을 좁히다’고 표현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둘 이상의 사람 사이에서 나타나는 생각의 차이를 좁힐 수는 있어도 서로 다른 의견 자체를 좁힐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견’ 대신 ‘의견차’를 넣어 표현하면 문제가 없다. ‘견해차’라고 해도 된다. ‘의견차(견해차) 좁히기’처럼 쓰는 게 바람직하다.

“합의 시한이 다가오지만 노동계와 경영계는 이견을 좁히기보다 더욱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해 당사자 사이의 이견을 좁히기엔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와 같이 사용해선 안 된다. ‘이견을 좁히기보다’ ‘이견을 좁히기엔’은 ‘의견차를 좁히기보다’ ‘견해차를 좁히기엔’으로 바루어야 한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이견을 좁히나, 의견차를 좁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