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zart, Flute Concerto No.1 & No.2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 1번 & 2번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
Emmanuel Pahud, flute
모차르트는 원래 플루트라는 악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세기의 플루트는 오늘날과는 달리 개량이 덜 된 불완전한 악기였다. 정확한 음정을 내기 어려웠고 음조도 고르지 못한 경우가 흔했다. 그런 플루트를 가리켜 모차르트는 ‘참기 힘든 악기’라고까지 말한 바 있고, 그래서인지 초기의 교향곡이나 협주곡에서는 오케스트라에 플루트보다는 오보에를 기용했다. 그러나 그랬던 모차르트도 만하임에서 궁정악단 플루트 주자의 탁월한 연주를 듣고 나서는 이 악기를 다시 보게 되었던 모양이다. 그가 1777년 말에서 1778년 초에 걸쳐 만하임에서 작곡한 일련의 플루트 곡들은 하나같이 악기의 장점과 매력을 십분 살려내고 있으니 말이다.
만하임으로 떠나기 전, 모차르트는 무려 30개월 가까이 잘츠부르크에 발이 묶여 있었다. 어느덧 성년으로 접어든 그로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그의 꿈을 펼치기에 깐깐한 콜로레도 대주교 치하의 잘츠부르크는 너무 단조롭고 협소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아버지 레오폴트는 다시 한 번 연주여행을 계획하고 대주교에게 휴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그가 아들의 이름으로 대필한 청원서는 대주교의 노여움을 사고 말았고, 대주교는 휴가 대신 해고를 통보했다. 당황한 레오폴트는 간청 끝에 가까스로 복직할 수 있었고, 결국 여행은 ‘자유의 몸’이 된 아들만 떠날 수 있었다. 1777년 9월 23일, 모차르트는 어머니와 함께 잘츠부르크를 출발했다. 그리고 뮌헨과 아우크스부르크를 거쳐 10월 말에 ‘음악도시’ 만하임에 도착했다.
음악도시 만하임에서 발견한 플루트의 매력
당시 카를 테오도어 선제후가 다스리던 만하임은 선진 음악도시로 명망이 높았다. 특히 만하임 궁정에는 유럽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활동하고 있었는데, 악장 크리스티안 칸나비히를 필두로 플루트에 요한 밥티스트 벤틀링, 오보에에 프리드리히 람 등이 포진한 만하임 궁정악단은 일명 ‘장군들로 이루어진 부대’로 일컬어졌다. 그 구성원들은 유능한 연주가이자 작곡가였으며, 동시에 오케스트라 연주의 새 시대를 연 개척자들이기도 했다. ‘만하임 크레셴도’ ‘만하임 로켓’ ‘만하임 롤러’ ‘만하임의 한숨’ ‘만하임의 새’ 등 새로운 표현 양식을 개발했고, 단원들의 탁월한 연주력을 십분 활용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협주 교향곡)’라는 장르를 창안하여 유행시켰다. ▶모차르트는 만하임 궁정의 플루티스트로부터 플루트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모차르트는 그들과 친하게 지내는 한편 음악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오랫동안 잘츠부르크 궁정악단의 고리타분한 연주만 접해 왔던 그에게 만하임 궁정악단의 연주는 일종의 계시처럼 다가갔으리라. 이후 그의 작품들에서 ‘만하임 양식’의 영향이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그런 영향은 그의 후기 작품들에까지 이어진다. 아울러 그가 플루트의 매력에 새로이 눈뜨게 된 것도 만하임 궁정악단의 플루티스트인 벤틀링 덕분이었다.
Werner Tripp plays Mozart's Flute Concerto No.1
Werner Tripp, Flute
Karl Böhm,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Grosser Saal, Musikverein, Wien
1973.05
추천음반
좋은 음반이 많지만 일단 왕년의 명인들 중에서 장 피에르 랑팔과 제임스 골웨이를 먼저 들어야겠다. 랑팔은 1960년대에는 1번만을, 1980년대에는 두 곡 모두를 녹음했는데, 구 녹음(Erato)에서는 톤과 테크닉의 생생함이, 신 녹음(Sony)에서는 한결 여유로운 표현력이 강점이다. 아울러 1번만이라면 빈 필의 수석주자였던 베르너 트립이 독주를 맡은 카를 뵘의 음반(DG)도 잊을 수 없다. 골웨이의 여러 녹음들 중에서는 네빌 마리너가 지휘한 세인트 마틴 아카데미와의 음반(RCA)이 가장 유명하고 구하기도 쉽다. 골웨이 특유의 풍부한 톤과 다채로운 음색이 돋보이는 화려한 연주를 만끽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의 음반들 중에서는 파트릭 갈루아(Naxos)와 샤론 베잘리(BIS)가 라이벌 격이다. 관현악 파트에 하프시코드 콘티누오까지 도입한 갈루아의 연주는 다분히 고증적이면서도 즉흥성이 풍부하게 가미되어 흥미진진하고, 핀란드의 현대 작곡가인 칼레비 아호의 카덴차를 사용한 베잘리의 연주에서는 여성다운 섬세한 표현과 따뜻한 음색, 그리고 매끄러운 호흡이 인상적이다. 특히 베잘리의 음반은 BIS 특유의 탁월한 음질이 연주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한편 2번 대신 원곡인 오보에 협주곡을 1번과 나란히 수록한 음반들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다.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 독주와 반주를 겸한 음반(DG)이 대표적이며, 로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의 수석주자들이 독주자로 나선 콘세르트헤보우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음반(PentaTone)도 놓치기 아깝다.
글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를 역임하였다.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