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프랑스 혁명 당시 직업상 루이 16세를 처형할 수밖에 없었던 사형집행인의 이야기를 일본인 작가가 쓴 소설같은 느낌이 드는 논픽션. 재미있는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읽었다. 불가촉 천민은 부르는 이름만 다를 뿐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에나 존재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인물에 대한 것도.
이를테면 루이 15세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한 다미앵 (Robert-François Damiens), 토마스 랄리 톨랑당 [(Thomas Arthur, comte de Lally, baron de Tollendal, January 1702 – 6 May 1766) 7년 전쟁중 인도 지배권을 둘러싸고 영국과 싸운 프랑스 령 인도 주둔군 사령관으로 영국과의 전투에 패한 책임을 물어 사형당했다]이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대표적인 인물이다.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
파리 공식 사형집행관이 증언하는 혁명의 뒷이야기!
프랑스 혁명의 두 얼굴, 사형집행인의 고백『왕의 목을 친 남자』. 이 책은 자유와 평등에 대한 열기와 서슬 퍼런 처형의 공포가 공존했던 프랑스 혁명기에 저주받은 처형인의 운명을 타고난 한 남자의 운명을 축으로 거대한 세계사적 전환기를 서술한 놀랍고도 생생한 역사 논픽션이다. 실존 인물인 파리 공식 사형집행관 샤를 앙리 상송의 시각에서 18세기 프랑스에서 행해진 처형과 고문의 잔혹한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사형제도에 대한 고뇌, 사형집행의 공무를 위임받았음에도 세상의 박해와 편견에 희생되어야 했던 처형인 가문의 비애와 숙명을 보여준다, 나아가 존경하는 왕과 왕비를 비롯해 무고한 사람들의 목을 치는 동안 사형제에 깊은 번민을 느끼고 눈을 감는 날까지 사형제 폐지를 꿈꾸었던 샤를 앙리 상송의 인간적 고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프롤로그
1장 저주받은 가문
2장 일렁이는 혁명의 기운
3장 국가의 면도날, 기요틴의 탄생
4장 무자비한 신들
5장 국왕을 혁명의 제물로
6장 그날은 오지 않았다
맺음말
참고문헌
옮긴이의 글
[언론사 서평]
프랑스대혁명 당시 사형집행인의 이야기를 소설처럼 엮어낸 예사롭지 않은 논픽션이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는 물론이고 역사의 격랑 속에서 혁명 지도자의 목까지 떨어뜨린 샤를 앙리 상송. 대문호 발자크가 그의 일대기를 썼을 정도로 프랑스에서는 유명한 인물이다. 저자는 그와 그의 가문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씨줄 삼아 루이 15세와 16세의 통치기를 사형집행인의 관점에서 재현했다.
사람들은 사형집행인을 '파리아(pariah)'로 부르며 불가촉천민처럼 취급했다. 마을에서 떨어진 외딴곳에서 격리된 채로 살아야 했고, 사형집행인이 사는 곳이라는 표시로 외벽은 온통 붉은 칠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역사의 한가운데 있었다. 프랑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 스캔들에서 목걸이를 가로채려는 사기극을 꾸민 라모트 백작부인의 상의를 벗겨 내고 직접 태형을 가한 뒤 '도둑'을 상징하는 'v'자를 인두로 어깨에 지진 당사자였다. 국왕 암살 미수사건의 주모자 다미앵의 능지처참형, 혁명의 전조였던 바스티유 사형수 구출사건, 인도적인 처형 기구 기요틴의 탄생 때도 그는 그 자리에 있었다. 그의 가문에는 이런 사건들에 관련된 기록이 전해진다. 이 기록에 따르면 루이 16세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사형장에서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았다.[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출판사 서평]
지금까지 알려진 프랑스혁명사가 전부는 아니다.
발자크와 미셸 푸코가 주목한 파리 사형집행관의 놀라운 증언!
루이 16세, 마리 앙투아네트, 로베스피에르, 당통…. 프랑스혁명을 대표하는 이 인물들이 모두 단두대에서 생을 마쳤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프랑스의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들어선 혁명정부는 1년이 채 안 되는 공포정치 기간 동안 1만 7000여 명을 단두대에서 처형했으며, 그러한 살육극의 종결조차도 독재자인 로베스피에르가 단두대에 오름으로써 비로소 끝날 수 있었다. 여기에 왕과 왕비, 유력한 종교 지도자와 혁명 지도자들의 목을 일제히 떨어뜨린 사형집행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형집행인 샤를 앙리 상송이다.
본디 전제 정부의 공식 사형집행인이었던 그는 혁명정부의 명령으로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그리고 다시 반동주의자들의 요구에 따라 로베스피에르와 그의 추종자들을 차례차례 참수하면서 혁명의 시작과 끝을 열었으며 그야말로 정치적 격동기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근간 《왕의 목을 친 남자-프랑스혁명의 두 얼굴, 사형집행인의 고백》(한권의책 펴냄)은 왕족이나 귀족,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프랑스혁명의 배경과 추이를 평면적으로 기술해온 기존의 역사서와는 달리, 파리의 공식 사형집행관을 중심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혁명사를 재구성한 논픽션이다. 실존 인물인 샤를 앙리 상송은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프랑스의 대문호 발자크가 그의 일대기를 책으로 썼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며(《Memoires pour servir a l'histoire de la Revolution(프랑스혁명사에 공헌하기 위한 회상록)》), 미셸 푸코는 대표작 《감시와 처벌》의 도입부에 루이 15세의 암살 미수사건의 범인 다미앵의 처형장면을 묘사하면서 그 처형집행인의 이름으로 상송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이 책은 자유와 평등에 대한 열기와 서슬 퍼런 처형의 공포가 공존했던 프랑스혁명기에 저주 받은 처형인의 운명을 타고난 한 남자의 운명을 축으로 거대한 세계사적 전환기를 서술한, 놀랍고도 생생한 역사 논픽션이다.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역사의 아이러니와 가혹한 운명
“그는 왜 경애하는 주군의 목을 쳐야 했나?”
1789년 7월 14일, 세계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역사적 사건 중 하나인 프랑스혁명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동안 교과서에서 배운 것들이 과연 전부일까? 흔히 나약하고 무능한 국왕의 전형으로 그려지는 루이 16세는 처형장에서 “나는 망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발버둥 치다가 사형집행관이 총으로 위협한 끝에 간신히 단두대로 끌려나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시 사형을 집행한 샤를 앙리 상송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기독교적 수련으로 단련된 루이 16세는 최후의 순간까지 왕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았고 존엄하고 침착한 태도로 모든 절차를 받아들였다고 전한다.
프랑스혁명은 유럽 전체를 뒤흔든 대사건이었으며 수많은 이들이 시시각각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았던 만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록이 남아 있으나 이들 진술은 관점에 따라 상당히 엇갈린다. 그러나 ‘역사의 심판’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섬기던 왕과 왕비를 참수해야 했던 샤를 앙리 상송의 회고록은 그 어떤 증언도 포착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담고 있으며, 지금껏 우리가 역사적 단면으로서 프랑스혁명을 바라보았던 기존의 관점을 크게 뒤흔들고 있다.
예컨대 샤를 앙리 상송은 파리 사형집행관의 자격으로 새로운 처형도구의 개발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실용화에 앞장서는데, 이때 만들어진 것이 바로 그 유명한 기요틴이다. 기요틴은 잔혹한 처형 도구로 각인되어 있지만 본래는 혁명의 정신에 따라 사형수의 무익한 고통을 줄이고 확실한 처형을 위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설계된 것이다. 게다가 상송은 기요틴 설계도면의 완성자가 다름 아닌 루이 16세라는 충격적인 사실도 기록하고 있다. 본래의 도면에는 반달형의 오목한 칼날로 설계되어 있던 것을 루이 16세가 기요탱, 앙투안 루이, 샤를 앙리 상송과 함께 한 비밀 회합에서 비스듬한 칼날을 제안한 것이다(비스듬한 칼날을 제창한 인물이 루이 16세라는 점은 알렉산드르 뒤마의 역사물 《93년의 드라마》에도 언급된다. 뒤마는 샤를 앙리의 아들에게서 이 정보를 들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왕의 목을 친 남자》는 사형집행관의 시각에서 18세기 프랑스에서 행해진 처형과 고문의 잔혹한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사형제도에 대한 고뇌, 사형집행의 공무를 위임받았음에도 세상의 박해와 편견에 희생되어야 했던 처형인 가문의 비애와 숙명, 그리고 존경하는 왕과 왕비를 비롯해 무고한 사람들의 목을 치는 동안 사형제에 깊은 번민을 느끼고 눈을 감는 날까지 사형제 폐지를 꿈꾸었던 샤를 앙리 상송의 인간적 고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150년간 빛을 보지 못한 사형집행인의 실제 기록과
발자크의 저작을 토대로 새롭게 재구성한 역사드라마!
발자크의 저작을 주로 연구한 불문학자 아다치 마사카쓰는 마라 암살사건의 범인 샤를로트 코르데에 관하여 조사하던 중 샤를 앙리 상송에게 주목하게 된다. 사형집행관인 상송이 처형장으로 그녀를 호송하는 과정에서 세심한 배려를 했다는 기록을 접한 저자는 발자크의 《프랑스혁명사에 공헌하기 위한 회상록》과 상송 가문의 6대손이자 최후의 사형집행인 앙리 클레망 상송의 《상송가 회고록》을 기초 자료 삼아 대대로 사형집행을 가업으로 이어온 상송 가문에 대해 연구하여 이 책을 펴냈다.
특히 저자가 주요 문헌으로 참고하고 상당 부분 인용하기도 했던 발자크의 저술은 샤를 앙리 상송의 아들인 앙리 상송을 자세하게 취재한 끝에 쓴 책이라고 전한다(발자크 전집에 수록). 앙리 상송과 식사를 할 정도로 친분이 있었던 발자크는 단편 <속죄의 미사>에도 죽은 국왕을 위해 금지된 미사를 드리는 상송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한 바 있다.
사형제도가 존속하는 한 형을 집행할 인물을 필요로 하지만, 세상은 그 인간을 기피하고 혐오하며 차별한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앙리 클레망 상송의 《상송가 회고록》은 ‘어차피 사형집행인이 쓴 기록’이라는 이유로 외면당해왔다. 그러나 프랑스혁명 발발 200주년이 되기 한 해 전인 1988년에 상송가 회고록의 역사적 가치가 공인되었고 150여 년간 빛을 보지 못했던 프랑스혁명에 대한 새로운 증언이 세상에 공개된다. 《왕의 목을 친 남자》는 그 기록들을 두루 종합하여, 거대한 역사의 굴곡 속에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물로 고뇌하며 숨 쉬었던 한 사형집행인의 이야기를 따뜻한 휴머니즘의 시각에서 관찰, 기록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루이 15세, 16세의 통치기를 배경으로, 프랑스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 스캔들, 국왕 암살 미수사건의 주모자 다미앵의 능지처참형, 혁명의 전조가 된 바스티유 사형수 구출사건, 인도적 처형 기구 기요틴의 탄생과 루이 16세 최후의 날 등의 역사적 격변기의 주요 사건들이 사형집행인의 관점에서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저자는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다루면서도 문학 전공자다운 감각으로 역사서, 전기, 소설의 장점을 취하여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선 입체적 역사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구성해냈다.
프랑스혁명의 대서사시를 증언하는
사실적인 그림과 삽화 수록
특히《왕의 목을 친 남자》한국어판에는 원서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다수의 회화와 판화, 삽화가 수록되어 격변하는 혁명기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프랑스 파리의 카나발레 미술관을 비롯하여 베르사유, 리옹 등의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에 소장된 거장들의 명화를 중심으로, 바렌 도피사건이 발각되어 파리로 송환되는 국왕 일가의 모습, 바스티유 함락사건, 튈르리 왕궁의 탈환사건,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처형 장면 등 혁명기의 굵직한 사건을 묘사한 그림들과 루이 16세, 마리 앙투아네트, 로베스피에르, 생 쥐스트 등 혁명의 주역들이 초상화로 본문 곳곳에 소개되어 있어 역사적 사실감을 더한다.
책속으로
상송의 두 조수가 손을 묶는 동안, 국왕은 신부가 내민 그리스도 상을 입에 물었다. 머리카락은 기요틴의 칼날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짧게 잘렸고 셔츠의 옷깃 언저리는 뒤로 홱 젖혀졌다.
국왕이 신부의 부축을 받으며 처형대의 가파른 계단을 천천히 오르는 광경을 샤를 앙리는 마치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듯 멍하니 바라보았다. 손을 뒤로 결박당한 채 머리카락은 잘리고 셔츠 깃은 젖혀져 맨 목이 드러난 국왕의 모습을 보자 넓은 혁명광장을 메운 군중 사이에 동정 어린 탄식과 신음소리가 일었다. 우렁찬 북소리만이 지옥처럼 울려 퍼졌다. -본문 247페이지
대대로 사형집행인을 가업으로 삼은 집에서 태어나 프랑스 혁명과 조우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경애하는 국왕까지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했던 한 인간의 드라마를 쓰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었다. 처형된다는 것은 물론 누구에게나 끔찍한 일이겠지만 처형을 하는 쪽에서도 두렵고 끔찍한 일일 것이다. 상송은 자신의 직무가 범죄인을 처벌하는 정의로운 일이라고 몇 번이나 스스로에게 되뇌며 가업을 이어왔지만 국왕 루이 16세의 처형에 직면하자 직업에 대한 정당성의 확신이 근저에서부터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나라 정세가 공포정치로 이어지면서 상송에게 더 큰 타격을 준다.
상송 가문의 문장을 보면, 두 마리의 개가 깨져서 울리지 않는 종을 이상하다는 듯 올려다보고 있다. 상송가의 역대 당주들은 사냥에 취미가 있었기에 항상 개를 길렀다고 한다. 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배제된 상송가의 사람들은 개를 친구 삼아 함께 살아간다.
-맺음말 중에서
프랑스혁명이라는 격동기를 관통했던 실존 인물의 삶을 당시 굵직한 사건과 교차시키며 역사서, 전기, 소설이 가진 장점을 취해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선 서술감각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국왕 암살 미수사건의 주모자 다미앵의 능지처참 처형, 사회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 스캔들을 비롯해 혁명의 전조였던 바스티유 사형수 구출사건, 혁명의 가장 어두운 측면을 드러낸 9월 학살사건, 절대왕정의 마침표를 찍고 공화정의 성립을 공표한 루이 16세 최후의 날까지 다채롭고 흥미로운 사건과 일화가 한 사형집행관의 인생을 축으로 새롭게 배치되고 있다. 특히 한 장을 따로 할애하여 기요틴의 탄생 비화를 다룬 저자는 만민평등과 인도주의 사상의 발로로 고안된 기요틴이 도리어 대량살상 장치로 바뀐 역설적 상황을 입체감 있게 서술하였다. -옮긴이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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