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이 세계 패권 다투고
사드 보복과 무역압력 계속되고
북핵으로 한반도의 위험 높아
차기 정부는 최고 전문가 모아
대외 경제·외교 협력 강화하고
북핵 포기와 평화통일 노력해야
사드 보복과 무역압력 계속되고
북핵으로 한반도의 위험 높아
차기 정부는 최고 전문가 모아
대외 경제·외교 협력 강화하고
북핵 포기와 평화통일 노력해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첫 번째 정상회담이 오늘 열린다. 무역 불균형, 북핵, 대만, 남중국해 영유권 등 현안을 놓고 ‘스트롱맨’들이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무역적자가 타 국가의 불공정 행위에 기반을 둔 것인지 조사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선거 유세 때부터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다고 비난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중국의 대미 상품무역흑자는 지난해 3470억 달러로 전체 미국 적자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러나 미 무역촉진법의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대미 무역흑자가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이면서 경상수지흑자 규모와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위한 외환시장 개입 규모 또한 커야 한다. 중국은 대미 흑자를 제외한 다른 두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미국은 다방면으로 압력을 계속할 것이고 중국도 이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한다면 심각한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트럼프는 중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북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면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도 제재하겠다고 중국을 위협한다. 미국에서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기 전에 선제타격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에 참여는 하지만 북한 정권의 붕괴를 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가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해친다며 철회를 주장한다.
두 국가가 강 대 강으로 부딪히면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에 빠질 수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패권 다툼으로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생한 것처럼 기존 국가와 부상하는 신흥국 간의 패권 다툼은 자칫하면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500년간 총 16번에 걸쳐 패권국과 신흥강국이 패권을 놓고 다투었으며 이 중 12번이 큰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최근 중국의 경제력이 커졌지만 미국은 여전히 패권국이다. 시진핑이 ‘위대한 중화민국의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조급히 이루려 한다면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꿈꾸는 트럼프와 무력 전쟁은 아니더라도 정치·외교·경제의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이 소용돌이 한가운데 한국이 있다는 사실이다. 강대국 간의 무역 전쟁은 수출에 의존하는 통상국 모두에 피해를 준다. 중국·미국은 한국의 1, 2위 수출시장이고 한·중·미의 무역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한국이 수출한 부품과 중간재를 중국이 조립해 미국에 수출하기 때문에 미·중의 통상 마찰은 우리 경제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한국에 대해 직접적으로 무역 압력과 경제 보복을 하고 있다.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무기로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라고 압박한다. 최근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불공정 무역’을 한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단체여행 규제와 롯데마트 영업 정지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에 대한 보복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차기 한국 정부의 대미·대중 관계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압력과 보복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강대국이 충돌하는 한반도의 상황은 지난 20세기 초의 데자뷔다. 그때 한국은 세계정세에 어두웠고 외교 역량은 부족하고 국내 정치는 분열되고 국력은 약했다. 결국 36년의 일제강점기를 겪고, 남북으로 분단되고, 전쟁으로 수백만 군인과 민간인이 사망하는 비극의 역사를 겪었다. 한국전쟁에서 미군도 3만6000명, 중공군도 40만 명 이상이 전사했다. 올해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는 한반도를 남북한과 미·중의 군사 충돌 위험이 매우 높은 세계의 화약고로 보고 있다. 예일대 역사가 도널드 케이건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아테네의 힘이 위협적으로 증가한 것보다는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전략적 판단을 잘못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했다. 미·중·북의 순간적인 실수가 한반도에서 다시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동아시아와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미·중의 대립과 북한 세습 정권의 핵과 미사일에 우리 운명을 맡겨 둘 수 없다. 차기 정부는 어려운 과제를 떠맡았다. 정부가 출범하는 대로 최고의 국내외 전문가들을 모아 경제·안보·외교를 총괄하는 대외전략위원회를 만들고 변화무쌍한 대외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중국에 사드 배치를 설득하고 미·중과 경제·외교 협력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 미국·중국과 협력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하도록 압력을 가하면서도 남북 교류의 길을 열어 한반도 평화통일의 꿈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처: 중앙일보] [중앙시평] 미·중의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무역적자가 타 국가의 불공정 행위에 기반을 둔 것인지 조사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선거 유세 때부터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다고 비난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중국의 대미 상품무역흑자는 지난해 3470억 달러로 전체 미국 적자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러나 미 무역촉진법의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대미 무역흑자가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이면서 경상수지흑자 규모와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위한 외환시장 개입 규모 또한 커야 한다. 중국은 대미 흑자를 제외한 다른 두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미국은 다방면으로 압력을 계속할 것이고 중국도 이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한다면 심각한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트럼프는 중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북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면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도 제재하겠다고 중국을 위협한다. 미국에서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기 전에 선제타격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에 참여는 하지만 북한 정권의 붕괴를 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가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해친다며 철회를 주장한다.
두 국가가 강 대 강으로 부딪히면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에 빠질 수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패권 다툼으로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생한 것처럼 기존 국가와 부상하는 신흥국 간의 패권 다툼은 자칫하면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500년간 총 16번에 걸쳐 패권국과 신흥강국이 패권을 놓고 다투었으며 이 중 12번이 큰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최근 중국의 경제력이 커졌지만 미국은 여전히 패권국이다. 시진핑이 ‘위대한 중화민국의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조급히 이루려 한다면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꿈꾸는 트럼프와 무력 전쟁은 아니더라도 정치·외교·경제의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다.
강대국이 충돌하는 한반도의 상황은 지난 20세기 초의 데자뷔다. 그때 한국은 세계정세에 어두웠고 외교 역량은 부족하고 국내 정치는 분열되고 국력은 약했다. 결국 36년의 일제강점기를 겪고, 남북으로 분단되고, 전쟁으로 수백만 군인과 민간인이 사망하는 비극의 역사를 겪었다. 한국전쟁에서 미군도 3만6000명, 중공군도 40만 명 이상이 전사했다. 올해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는 한반도를 남북한과 미·중의 군사 충돌 위험이 매우 높은 세계의 화약고로 보고 있다. 예일대 역사가 도널드 케이건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아테네의 힘이 위협적으로 증가한 것보다는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전략적 판단을 잘못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했다. 미·중·북의 순간적인 실수가 한반도에서 다시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동아시아와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미·중의 대립과 북한 세습 정권의 핵과 미사일에 우리 운명을 맡겨 둘 수 없다. 차기 정부는 어려운 과제를 떠맡았다. 정부가 출범하는 대로 최고의 국내외 전문가들을 모아 경제·안보·외교를 총괄하는 대외전략위원회를 만들고 변화무쌍한 대외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중국에 사드 배치를 설득하고 미·중과 경제·외교 협력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 미국·중국과 협력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하도록 압력을 가하면서도 남북 교류의 길을 열어 한반도 평화통일의 꿈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처: 중앙일보] [중앙시평] 미·중의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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