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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ander Scriabin - 24 Preludes, Op. 11

Bawoo 2017. 9. 2. 21:40

   

Alexander Scriabin




Alexander Nikolayevich



 [1872.1.6~1915.4.27/러시아]


24 Preludes, Op. 11

24곡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1888년에서 1896년 사이에 작곡되었으며, 스크랴빈 초기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스크랴빈의 우상이었던 쇼팽을 모델로  스크랴빈의 〈24개의 프렐류드〉는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에 작곡되었고, 스크랴빈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대규모의 작품에 속한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스크랴빈의 초기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쇼팽의 〈24개의 프렐류드〉를 모델로 스크랴빈은 이 곡집에서 그가 젊은 시절 매료되었던 낭만주의 피아니즘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 곡집에 들어있는 24개의 프렐류드들은 24개의 조성에 맞춰 하나씩 작곡되었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과 쇼팽의 〈24개의 프렐류드〉가 그러했듯이 C장조와 A단조로 시작해서 F장조와 D단조로 끝난다. 비록 여기에 들어있는 작품들은 그가 나중에 작곡한 프렐류드들이나 연습곡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피아노라는 악기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키는 작법이나 비범한 화성 등을 통해 우리는 그의 초기작품에서 후기 스타일의 씨앗이 이미 숨겨져 있음을 관찰하게 된다. 특히 2번 A단조 프렐류드에서 볼 수 있는 방황하는 듯한 주제와 극단적으로 어두운 화성은 당시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에서 볼 수 없는, 스크랴빈만의 독창적이고 진보적인 언어를 제시하고 있다.

알렉산더 스크랴빈(Alexander Scriabin, 1872~1915)

8년간 세계 각지에서 쓴 24개의 프렐류드

〈24개의 프렐류드〉가 바흐와 쇼팽이 사용했던 조성의 순서를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C장조, a단조 다음 5도권을 상행하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이전 작곡가들과 달리 스크랴빈은 전체를 6개씩 묶어서 네 개의 파트로 구성한다. 1곡부터 6곡까지는 1888년에서 1896년 사이 고르게 썼지만, 7곡부터 12곡까지는 1894년에서 1896년 사이, 13곡부터 18곡까지는 1895년에, 그리고 19곡부터 마지막 24곡까지는 1895년에서 1896년 사이 작곡되었다. 따라서 이 곡집은 작곡된 순서대로 나열된 것이 아니다. 4번이 가장 먼저 작곡되었는데, 당시 스크랴빈의 나이는 16세였다. 이 곡은 모스크바에서 작곡되었다. 이듬해 6번이 키예프에서 작곡되었고, 그 다음해 다시 모스크바에서 1번과 10번이 작곡되었다. 14번은 독일 드레스덴에서, 3번, 19번, 24번은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17번, 18번, 23번은 스위스 루체른 호수 근처의 휴양지인 비츠나우에서 작곡되었다. 이러한 사실만을 보아도 우리는 작곡가가 얼마나 오랜 기간 이 곡집을 완성하는데 공을 들였으며, 얼마나 많은 유럽 각지를 돌아다녔는지를 알게 된다.

스크랴빈이 각 음에 어울리는 색깔을 시각화한 일러스트레이션


짧지만 강렬한 악흥의 순간들

스크랴빈은 〈24개의 프렐류드〉를 통해서 다양한 음악적 순간들을 각각의 곡들의 짧은 시간 속에 담아낸다. 스크랴빈의 ‘1번’에서 쇼팽의 〈프렐류드 1번〉을 느끼게 된다. 쇼팽의 곡에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하게 파도치는 피아노의 음형은 스크랴빈의 1번에서 더욱 사랑스럽고 감정의 폭이 더욱 깊은 파도로 변화되어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16번’에서 우리는 장례식의 한 장면과 마주하는 듯한 장송행진곡의 분위기를 접한다. ‘3번’에서는 그림자가 움직이는 듯한 신비로운 움직임을 마주한다. 또한 나중에 작곡된 프렐류드의 네 번째 부분, 즉 ‘19번’부터 ‘24번’에서 우리는 초기 스크랴빈의 보다 성숙한 스타일을 접할 수 있다. 왼손의 현란한 움직임은 리듬적인 복잡함을 만들어내고, 오른손의 선율은 짧게 프레이징되면서 신비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늦여름 독일 가문비나무 숲의 전경, 독일 오버팔츠 바이에른 주


정이은 집필자 소개

서울대학교 작곡과 이론전공 졸업 및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음악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홍콩대학교 음악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