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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delssohn: "The Fair Melusina" op 32 [서곡- 아름다운 멜루지네]

Bawoo 2022. 7. 7. 12:04

Mendelssohn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

          

 

"The Fair Melusina" op 32  

멘델스존의 서곡 〈아름다운 멜루지네〉는 1833년에 만들어졌다. 멘델스존은 빈의 극작가 프란츠 그린파르리의 인어아가씨와 젊은 기사의 비극적인 사랑을 소재로 쓴 오페라 대본에 연주회용 서곡을 만들었다

 

소나타 형식과 표제음악의 완벽한 결합

서곡 〈아름다운 멜루지네〉는 소나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내러티브를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다. 세 개의 중심주제들이 인물들을 표현하도록 하면서 이 주제들의 조성과 악기를 세심하게 계획하여 내러티브의 전개를 용이하게 하였다. 1주제는 요정 멜루지네를 대변하고 2주제는 기사 라이문트를 대변한다. 종결주제는 라이문트와 사랑하게 되어 인간세계로 간 멜루지네를 표현한다. 제시부에서는 이 세 주제가 순서대로 등장하면서 멜루지네와 라이문트의 만남을 연출하고 있다. 발전부에서는 멜루지네가 요정임을 알게 된 라이문트와, 그로 인해 위기를 맞게 된 두 사람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멘델스존은 타고난 극적 감각으로, 조성적인 유동성과 주제들의 적절한 배치로 발전부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도 그러한 특징들을 능란하게 스토리의 전개로 이어지도록 하였다. 재현부에서는 요정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멜루지네의 고뇌가 그려지고 결국 코다에서 1주제의 조성으로 복귀함으로써 멜루지네가 요정의 세계로 돌아가게 됨을 표현하였다. 이처럼 멘델스존은 소나타 형식이 가지는 구조적 특징들을 이용하여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라이프치히에 있는 멘델스존 동상

물의 요정 멜루지네

자연의 풍경을 나타내는 다양한 음형들 중 물을 표현하는 음형은 대부분 물의 ‘흐름’을 묘사한다. 물을 표현하는 음형들은 특히 19세기 음악에서는 특정한 상징적 의미로 자주 사용되었다. 끝없이 흐름을 이어가는, 즉 순환하는 물의 이미지는 흔히 여성성과 연관되었고, 여성성과의 연관은 다시 신비로움이라는 상징과 연결되었다. 물과 신비로움의 연관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이어진다. 그 하나는 성스러움이나 마법적인 환상을 암시하고, 또 다른 하나는 불가해한 어떤 것, 즉 두려운 대상을 의미한다.

하인리히 포겔러, 〈멜루지네〉

물과 여성성의 연계는 서곡 〈아름다운 멜루지네〉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서곡의 1주제는 유려하고 고요한 선율로 신비로운 물의 흐름을 그려낸다. 이 물의 모티브는 물의 요정 멜루지네를 나타내는 주제로, 8분음표로 이루어진 F장조의 아르페지오 음형이 물의 순환적인 흐름을 묘사한다. 또한 18세기 이후 관능성을 상징하는 악기로 여겨졌던 클라리넷을 중심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멜루지네의 여성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신비로움과 여성성이 결합된 물의 모티브는 동시에 불가해한 존재를 상징하면서 요정의 세계를 암시하는 주제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기사 라이문트

2주제는 8분음표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말발굽 리듬과 함께 F장조인 1주제, 즉 멜루지네의 선율과 명확한 대조를 이루는 f단조의 조성으로 제시된다. 이처럼 요정 멜루지네와 대조를 이루는 2주제는 기사 라이문트를 상징한다. 멘델스존은 1주제와 2주제를 명확하게 대비시킴으로써 라이문트의 세계와 멜루지네의 세계가 이질적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여기에서 말발굽 리듬은 사냥을 연상시키면서 남성성과 함께 인간 세계를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 라이문트의 주제는 처음 등장한 후 제시부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제시되며 라이문트의 주제가 등장한 이후로는 요정 멜루지네의 주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마치 라이문트를 보고 사랑에 빠진 멜루지네가 요정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게 됨을 암시하는 듯하다.

사랑에 빠진 멜루지네

서곡 〈아름다운 멜루지네〉에서는 독특하게도 2주제가 아닌 종결주제에서 노래 양식의 선율을 제시한다. A장조로 제시되는 이 주제는 반음계 음형으로 동경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인간인 라이문트와 사랑에 빠진 멜루지네를 대변한다. 요정 멜루지네가 목관악기로 표현된 것과 달리, 종결주제는 라이문트의 2주제와 마찬가지로 현악성부에서 제시된다. 또한, 종결주제가 두 번째 되풀이될 때 2주제의 호전적인 리듬이 함께 제시됨으로써 라이문트와 그가 속한 인간의 영역으로 멜루지네가 들어가게 됨을 암시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을 사랑하게 된 멜루지네는 요정의 세계를 떠나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세계에 속하게 된다. A장조라는 조성 역시 이러한 내러티브를 강조한다. A장조는 라이문트 선율의 f단조의 나란한조로 요정세계를 표현했던 F장조와는 거리가 먼 조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정 멜루지네를 표현한 주제와 마찬가지로 장조의 조성을 유지함으로써 요정세계와의 연관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이 된 멜루지네를 표현하는 이 종결주제는 요정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가진 속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 하겠다.

발각된 정체와 사랑의 위기

발전부에서 다시 등장하는 1주제는 원래의 F장조에서 시작된 후 C장조와 c단조를 번갈아 넘나든다. 이 장면은 인간세계로 간 멜루지네가 목욕을 할 때 요정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순간을 묘사한다. C음을 중심으로 장조와 단조를 넘나드는 조성은, 요정과 인간의 이중적인 정체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곧이어 라이문트의 주제가 피아니시모로 등장하면서 멜루지네의 변신을 훔쳐보는 장면을 묘사한다. 멜루지네가 요정임을 알게 된 라이문트는 경악과 고뇌에 빠지고, 그의 모습을 보며 멜루지네 역시 고민하게 된다.

정체가 발각되는 멜루지네
율리우스 휘브너, 〈아름다운 멜루지네〉

요정세계로 돌아가다

재현부가 시작되면서 요정을 상징하는 1주제와 사랑에 빠진 멜루지네를 상징하는 3주제가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라이문트를 상징하는 2주제는 완전한 형태로 나타나지 못하고 단편적으로만 등장한다. 이처럼 재현부의 진행은 1주제와 3주제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두 주제가 번갈아 제시되면서 요정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멜루지네의 감정이 탁월하게 표현되고 있다. 명확한 조성감을 확립하지 않는 진행 역시 이러한 갈등의 내러티브를 강조한다. 결국 코다에서 1주제가 확고한 F장조로 제시되면서 갈등은 종결되고, 멜루지네가 요정의 세계로 돌아가게 되는 결말을 보여준다.

 

[글-이은진 /출처-클래식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