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urice Ravel
Daphnis et Chloé
[모음곡- 다프니스와 클로에]
이 곡은 ‘안무가 있는 교향곡’으로 불리며, 안무보다도 음악이 더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최정예 예술가가 만든 종합예술 작품
라벨이 ‘안무가 있는 교향곡’이라고 명명했던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발레 뤼스를 이끌고 있던 디아길레프의 의뢰로 작곡된 발레 음악이다. 미하일 포킨이 고대 그리스의 작가 롱구스의 작품을 바탕으로 대본과 안무를 구상하고, 레옹 박스트가 무대 디자인을, 그리고 니진스키가 주인공을 맡는 등, 최정예군단이 모여 만들어낸 이 작품은 초연 직후부터 고전의 하나로 손꼽혔으며, 특히 발레(안무)보다도 라벨의 음악이 더욱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고뇌 속에서 탄생한 음악
라벨은 이 작품을 작곡하면서 많은 고뇌와 어려움에 부딪혀야 했다. 원래 디아길레프(Sergei Diaghilev, 1872~1929)는 1910년의 첫 시즌 공연을 목표로 라벨에게 음악을 의뢰했지만, 라벨은 미하일 포킨의 에로틱한 대본에 계속 거부감을 느꼈다. 포킨과의 협상은 지난하게 계속되었고, 라벨 역시 지쳐갔다. 작곡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자 라벨은 점차 추진력을 잃어갔다. 결국 이 작품은 1912년이 되어서야 완성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완성된 음악은 특유의 섬세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이지적인 구조가 더없이 빛을 발하는 라벨 음악의 정수를 보여준다. 1시간여에 달하는 큰 규모의 음악이지만 몇 개의 주제선율로 통일감을 확보하고 있으며, 투명한 화성진행이 열정과 관능을 더없이 우아한 색채로 표현하고 있다. ‘음악으로 그려내는 거대한 프레스코화’를 만들어내고 싶었던 라벨의 의도대로 이 작품은 회화적인 음색의 향연을 펼쳐낸다. 스트라빈스키는 이 작품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 음악이라고 감탄했다.
모음곡으로 편곡된 〈다프니스와 클로에〉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3부 구성의 발레 음악으로 작곡되었으나, 라벨은 몇 개의 음악을 발췌하여 다시 두 개의 모음곡으로 만들었다. 제1모음곡은 발레 음악의 1부와 2부에서 발췌한 3개의 음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2모음곡은 발레의 3부에서 발췌한 3곡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구성된 모음곡은 발레보다도 훨씬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연주되었고, 프랑스 관현악 음악의 정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특히 제2모음곡은 〈볼레로〉와 함께 가장 즐겨 연주되는 라벨의 관현악곡으로 사랑받고 있다.
제1모음곡
라벨은 발레 〈다프니스와 클로에〉가 초연되기 전인 1911년 4월, 발레의 1부와 2부에 사용된 3개의 음악을 발췌한 모음곡을 선보였다. 발레의 1부와 2부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다프니스와 클로에가 서로 사랑하게 되는 과정과 갑작스럽게 침입한 해적들이 클로에를 납치해 가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라벨은 이러한 음악적 서사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3곡을 골라 모음곡을 구성했다. 이 첫 번째 모음곡은 2관 편성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다양한 타악기가 사용된다. 혼성 4부 합창이 포함되는데, 간혹 오르간으로 대신할 때도 있다.
1곡 ‘녹턴’(Nocturne)
이 곡은 발레의 2부 마지막에 연주되는 곡으로, 클로에가 납치당한 뒤 비탄에 빠진 다프니스를 위로하기 위해 님프들이 목신 판에게 도움을 구하면서 춤추는 장면을 묘사한다. 탐탐의 연주로 음악이 시작되고, 하프 혹은 첼레스타의 반주 위에서 플루트 독주가 님프의 주제를 연주한다. 이 주제 선율을 호른과 클라리넷이 뒤이어 반복하면서 님프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춤을 시작하는 장면을 묘사한다. 음악은 점차 느려지면서 목가적인 분위기를 우아하게 표현하다가, 갑자기 템포가 다시 빨라지면서 클로에를 잃고 비탄으로 쓰러져 있는 다프니스의 모습을 그린다. 뒤이어 클라리넷과 비올라가 느리고 감미로운 연인의 주제를 연주한다.
2곡 ‘간주곡’(Interlude)
이 곡은 발레의 2부에 연주되는 곡으로, 클로에를 납치한 해적들이 등장하기 전에 연주된다. 무대 뒤에서 혼성 4부 합창이 보칼리제로 들려오고, 점차 합창소리가 가까워지면서 해적들이 등장을 예고한다. 비탄에 빠진 클로에의 절망과 슬픔이 격정적으로 묘사된 뒤, 점차 관현악이 고조되면서 3곡으로 이어진다.
3곡 ‘싸움의 춤’(Dance guerriére)
거칠고 격렬한 춤곡풍의 주제가 금관과 저음부 현악기에서 제시되고 바이올린과 비올라, 목관이 이에 가세한다. 뒤이어 트롬본과 튜바가 2주제를 연주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된다. 금관악기들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세 번째 주제를 제시하고, 이윽고 박자가 6/8박자로 전환되면서 리드미컬한 피콜로의 연주가 네 번째 주제를 펼쳐간다. 이 4개의 주제가 서로 어우러지면서 목신 판과 해적들의 싸움이 다양한 면모로 전개된다. 격정적이면서도 찬란한 색채감이 시종일관 유지되는, 라벨 특유의 오케스트레이션이 빛을 발하는 곡이다.
제2모음곡
라벨은 1913년에 두 번째 모음곡을 발표했는데, 발레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3부에서 발췌한 3곡의 음악으로 구성하였다. 3부에서는 다프니스가 목신의 도움으로 클로에를 구출하여 결혼에 이르는 서사를 제시하는데, 라벨은 이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음악을 골라 모음곡으로 발표했다. 이 두 번째 모음곡은 지금도 라벨의 관현악 작품 중 가장 자주 연주되는 음악으로 사랑받고 있다.
1곡 ‘해돋이’(Lever du jour)
두 대의 플루트와 하프가 아르페지오를 연주하며 안개 낀 아침 풍경을 절묘하게 연출하면서, 신성한 숲 속에서 잠들어 있는 모습을 묘사한다. 뒤이어 작은 새들의 지저귐과 목동의 피리 소리가 피콜로로 연주되면서 태양이 떠오르는 장면이 신비롭게 펼쳐진다. 일출의 순간을 묘사한 이 음악은 라벨의 섬세한 감각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지점이다.
뒤이어, 무대 뒤에서 합창이 제1모음곡에서 제시한 선율을 노래하면서 다프니스의 등장을 예고한다. 음악이 점차 고조되면서 목관이 자아내던 두터운 안개가 햇살처럼 찬란한 현악기의 선율에 의해 말끔히 걷힌다.
2곡 ‘판토마임’(Pantomime)
이 곡은, 구원자로 등장한 목신 판이 요정 시링크스에게 구애했던 것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연주되는 음악이다. 늙고 음험한 목신 판은 오보에의 음색으로 묘사되고, 아름다운 시링크스는 우아하면서도 이국적인 플루트 선율로 묘사된다. 점차 음악은 열정적으로 고조되고, 마침내 음악이 절정에 이르면 클로에가 구출되어 다프니스의 품에 안기는 장면이 묘사된다. 다시 경쾌한 음악이 제시되면서 두 사람은 사랑을 맹세하고, 탬버린이 연주되면서 흥겨운 춤곡이 펼쳐진다.
3곡 ‘일동의 춤’(Dance générale)
발레의 마지막에서 온갖 역경을 이겨낸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행복한 결혼 장면에서 연주되는 음악이다. 클라리넷이 주제선율을 연주하며 음악을 시작하고, 5/4박자의 독특한 리듬의 춤곡이 펼쳐진다. 점차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현악 성부가 기쁨에 넘치는 환희의 주제를 연주한다. 음악은 더욱 더 열광적으로 절정을 향해 몰아치고,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사랑의 주제가 다시 한 번 제시된다. 두 사람의 사랑이 절정에 달한 듯 소용돌이치는 열광적 기쁨과 원시적인 황홀경의 춤 속에서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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