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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rice Ravel - Valses nobles et sentimentales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 ]

Bawoo 2018. 1. 13. 22:31

Maurice Ravel

 

모리스 라벨(1875~1937)

모리스 라벨(1875~1937)

 

 

 Valses nobles et sentimentales

Pianist: Louis Lortie

00:00 I - Modéré, très franc
01:19 II - Assez lent, avec une expression intense
03:40 III - Modéré
04:57 IV - Assez animé
06:04 V - Presque lent, dans un sentiment intime
07:39 VI - Vif
08:19 VII - Moins vif
10:59 VIII - Lent

Score is in French.

 

라벨의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는 8개의 왈츠로 이루어진 모음곡으로, 인상주의적인 음향과 현대적 기법이 어우러진 혁신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처음에는 독주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으로

완성되었으나, 1912년에 편곡된 관현악 편성은 라벨 특유의 투명하고 섬세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매혹적인 음색을 자아내고 있어, 피아노 편성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두 버전 모두 피아니스트

루이 오베르(Louis Aubert, 1877~1968)에게 헌정됐다.

 

 

우아함에 감상을 더한 왈츠 

 

라벨은 생기 넘치는 삶의 기쁨을 담고 있는 빈 왈츠에 깊은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1906년에는 빈 왈츠의 대가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에게 헌정하는 작품을 구상하였으나 결과적으로 1920년에야 〈라 발스〉로 구현될 수 있었다. 그러나 〈라 발스〉 완성 전인 1911년, 8개의 짧은 왈츠로 이루어진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를 완성하였다. 그런 만큼 이 작품은 그 자체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동시에 〈라 발스〉를 향한 가교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제목에서 암시된 것처럼, 라벨은 이 작품을 구상할 때 슈베르트의 《우아한 왈츠》(D.969)와 《감상적인 왈츠》(op.50), 두 곡집을 모델로 했다. 왈츠의 생기와 낭만적 감수성을 조화시킨 슈베르트의 음악처럼 라벨 역시 균형 잡힌 프레이즈, 경쾌한 리듬, 루바토, 소박한 형식, 미묘한 화성진행 등 슈베르트적인 특징을 살려냈다. 그러면서도 ‘우아함’과 ‘감상적’, 서로 다른 성격의 왈츠를 개별적으로 출판한 슈베르트와는 달리, 라벨은 이 두 가지의 감성을 하나의 ‘우아하고 감상적인’ 작품으로 표현하려 했다.

필립 자크 렝데, 〈마비유에서의 왈츠〉


옛 형식 속에 펼쳐낸 실험적인 정신

이 작품은 새로운 프랑스 음악을 추구했던 진보적인 음악가들의 모임인 ‘독립음악협회’가 야심차게 기획한 음악회를 위해 작곡된 것이었다. 이 음악회는 작곡가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청중들이 작곡가의 명성에 구애받지 않고 새롭고 혁신적인 작품을 선입견 없이 평가할 것을 의도한 것이었다. 이 음악회에는 라벨 외에도 사티, 댕디, 코다이 등 당대의 혁신적인 음악가들이 참여하여, 새로운 음악을 향한 시도들을 다채롭게 선보였다.

피아노 앞의 라벨, 1912년

 

그만큼 라벨 역시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를 통해 여러 가지 혁신적인 시도들을 실험하였다. 특히 실험적인 화성을 사용함으로써 인상주의적인 음향과 현대적 감각을 함께 표현하려 했다. 그러나 라벨의 이 실험적인 화성진행은 초연 당시 청중들의 비난을 불러일으킨 주된 요인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청중들은 음악회가 끝나고 작곡가의 이름이 밝혀진 뒤에도, 이 작품이 라벨의 것이 아닌 에릭 사티나 코다이의 작품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만큼 라벨은 이 작품에서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실험들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1907년의 라벨


투명하게 빚어낸 왈츠의 꿈

그러나 라벨은 이에 좌절하지 않고, 이듬해 피아노 독주곡을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편곡하여 발표하였다. 특히 라벨은 이 오케스트라 편성에서 〈밤의 가스파르〉를 능가하는 투명한 음향을 표현하려 했다. 피아노 독주보다도 더 투명하게 빛나는 음향을 만들어내기 위해 라벨은 정교하고 세심하게 악기들을 선택하고 배치했다. 왈츠라는 고풍스러운 형식 속에서 현대적 감각과 낭만적 격정, 관능적인 갈망과 투명한 꿈이 어우러져 정교하면서도 몽환적인 음의 향연이 펼쳐지는 오케스트라 편성은 곧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아델라이데; 꽃말〉이라는 제목의 발레로도 제작되었다. 이 발레는 라벨 자신이 직접 대본을 쓰고 리허설과 제작 과정에 참여하여 라벨 특유의 정밀함과 섬세함이 무대 위에서 유감없이 펼쳐질 수 있었다. 1912년에 초연된 이 발레는 러시아의 발레리나 나타샤 트로우하노바가 의뢰하여 제작된 것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냈다.


작품 구성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는 빈 왈츠의 쾌활함을 담은 동시에 프랑스적인 우아함과 섬세함을 지닌 7개의 왈츠와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1곡은 보통 빠르기의 G장조 왈츠로, 날카로운 불협화음의 꾸밈음으로 시작함으로써 신랄한 색채를 띠지만, 전통적인 화성진행과 주제선율의 반복을 통해 고전적 양식의 우아함을 유지한다. 느린 템포의 2곡은 g단조의 조성으로 1곡과 대조를 이루면서 감상적이고 우수어린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밀함을 추구했던 라벨로서는 드물게 템포 루바토를 지시하여, 슈베르트의 음악을 모델로 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보통빠르기로 제시되는 3곡은 e단조로 시작하지만 재현부에서 이 주제선율이 G장조로 짧게 제시됨으로써 반전의 느낌을 준다. A장조의 생기 넘치는 4곡은 왈츠임에도 불구하고 2박 리듬을 자주 사용함으로써 긴장감을 연출하고, 두터운 텍스처의 5곡은 느리고 몽환적이고 관능적인 느낌을 준다. 6곡에서는 다시 분위기가 반전되어 빠르고 쾌활한 C장조의 왈츠가 펼쳐진다. 7곡은 전체 악곡에서 가장 긴 왈츠로 전통적인 ABA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라벨은 이 7번째 왈츠를 가장 개성적인 곡이라고 평가했는데, 재즈의 영향을 받은 보스턴 왈츠풍의 리듬과 화려한 색채감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에필로그에서는 앞서 제시된 왈츠들의 재료를 절묘하게 배열하여 섬세하고 다채로운 춤의 향연을 펼치다가, 2곡의 주제가 고요하게 제시되면서 마무리된다.

 

 

[글-이은진 /출처-클래식 백과클래식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