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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 소설] 열정시대 - 8ㆍ3구락부 소사 /현길언

Bawoo 2018. 10. 16. 21:18

열정시대 - 83구락부 소사

열정시대

[책소개]



저자소개

저서(총 18권)

현길언소설가로 1940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제주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를 거쳐 한양대학교 국제문화대학 인문학부 교수로 퇴임한 후 현재 울란바토르 대학 석좌교수이자 한국학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평화의문화연구소 소장 겸 출판인으로 계간지 『본질과 현상』을 기획하여 꾸준히 펴내고 있다. 1980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성 무너지는 소리』가 추천 완료되어 작가로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용마의 꿈』 『우리들의 조부님』 『닳아지는 세월』 『무지개는 일곱 색이어서 아름답다』 『나의 집을 떠나며』등 10여 권의 소설집과, 장편소설 『투명한 어둠』 『여자의 강』 『한라산』과 어린이 성장소설 『전쟁놀이』 『그때는 한 살이었다』 『못자국』 등을 발표하였다. 그밖에도 『제주도 장수설화』를 비롯하여 문학에세이인 『한국소설의 분석적 이해』 『소설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문학과 사랑과 이데올로기』 『소설에서 만나는 한국인의 얼굴-일제 강점기』 『소설에서 만나는 한국인의 얼굴-해방기』 『문학과 성경』『누구나 그 섬에 갈 수 없을까』 등과 같은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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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_2002년 겨울
레스토랑 : 8.3구락부_1993년 가을
배신자론_1994년 12월
생존의 사슬_1996년 1월
모든 강물은 바다로 흐른다_제갈궁의 습작 소설
주변인(周邊人)을 위하여_1997년 여름
대숲에 바람이 불면_2002년 2월
추억 속에 자라는 나무_2002년 4월
열정시대_2002년 9월
에필로그_2006년 9월
해설.복도훈(문학평론가)
모두가 유다인 자들의 사도행전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작가 현길언, 그가 참으로 오랜만에 우리들에게 장편소설을 선보인다. 가장 최근에 펴낸 책이 9월에 낸 창세기 읽기 즉 종교 관련 서적이었고, 그로부터 몇 년을 거슬러 그의 이력을 뒤져봐도 이론서와 기행문, 아동서적이 주를 이루고 있으니 본업인 소설에 좀 소홀했던 듯싶다. 물론 오래 몸담고 있던 한양대 국문과에서 퇴임한 이후 계간 『본질과 현상』을 창간, 운영함과 동시에 몽골 울란바토르대학 석좌교수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었다니 분주한 일상이 일견 예상되기도 하는 바, 그래서일까. 이번 장편소설이 참으로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현길언의 장편소설 『열정시대』는 1993년부터 2003년까지 근 10년 동안 각종 잡지에 발표하였던 단편들을 모아 다시금 재구성한 책이다. 물론 '열정시대'라는 가제 아래 연작소설로 진즉에 구상되어 쓰인 것이고, 발표 이후 구성을 다시 하여 다시 쓰기의 과정을 거쳤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약 15년의 세월이 그대로 묵어 있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음이 바로 그 '세월'이 담겨 있지 않으면 애초부터 스토리를 엮을 수 없었을 터다. 일종의 후일담 소설이기 때문이다.

부제로 덧붙인 '8·3구락부 소사(小史)'에서 '8·3구락부'는 1984년 겨울, 오직 독재 정치에 저항하고 이 땅에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한 신념으로 무장한 83학번의 젊은 대학생들이 시위에 쫓겨 숨어든 술집에서 칭한 조직의 이름으로, 『열정시대』는 1987년 6월, 이 땅에서 군부 독재의 폭압을 종식시키고 민주주의, 더 정확히 말하면 '형식적 민주주의'(최장집)를 탄생시킨 일군의 주역들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들이 한국 정치·사회·문화의 제반 권력의 핵심 세력, 혹은 기성세대로 편입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그간 제주 4·3 사건과 같이 한국 현대사에서 종종 은폐된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에 대한 남김 없는 증언을 일련의 소설로 펴내는 한편으로, 기독교의 평화 지향적 사명과 정신을 바탕으로 개인과 사회의 얽힘, 사회의 억압적이고도 폭력적인 지배 논리 속에서 억울하게 희생되고 소멸되는 공동체와 개인의 비극에 천착해온 작가가 바로 그였듯이, 이번 소설에서도 그는 '인간'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열망으로 피가 뜨겁던 그들이 근 20여 년의 시간을 관통하면서 어떻게 늙어가고 있는가. 이 소설은 자신들의 피와 땀으로 성취한 민주주의를 배반하는 배반자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작중 인물들이 혁명 투사에서 기득권 세력이나 정치 엘리트로 편입되어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줌으로 우리로 하여금 현실로 눈을 돌리게도 한다. 1987년 민주화 항쟁의 주역이 된 이들 중 굳이 이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주었던 기억이 얼마나 또렷한가.

그러나 이는 픽션이 아니라 소설이다. 저자는 소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런 글을 달았다. '이 책을 올해 세상에 태어난 손녀 서영에게 준다. 먼 훗날 네 아버지 세대의 아픔을 이해하기를 기대하면서.'라고. 학생운동이 거의 소멸된 시대적 분위기에서 20대를 보낸 독자들이나 그보다 훨씬 후세대들이 공감하며 읽기에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어떤 ' 목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결국 시대를 막론하고 비춤이 되고 상징이 되는 건 '사람'이니 그를 보라는 이야기는 아닐는지.

추천글

현길언은 리얼리스트다. 그는 여전히 사회와 역사에 대한 견고한 믿음을 견지하고 있다. 이 믿음의 메타포가 바로 '모든 강물은 바다로 흐른다'이다. 역사는 흐를 수밖에 없다는 진술은 역사에 대한 단순한 회의나 비판을 넘어서는 총체적인 세계 인식을 반영한다. 역사의 흐름 속에는 긍정적인 것도 부정적인 것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강물이 바다로 흐르듯 도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또 다른 생성의 밑거름이 될 뿐이다. 이런 점에서 8 ? 3구락부의 부침은 주목에 값한다. 저 억압의 시대, 온몸으로 독재에 맞서 싸우던 11명의 젊은 청춘들이 의기투합해서 결성한 8 ? 3구락부, 그들의 아침이슬 같은 순수는 기성의 질서 속으로 편입해 들어가면서 타락의 길을 걷게 된다.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기를 바라던 그들은 오히려 권력 안으로 깊숙이 빠져 들고, 참된 세상을 꿈꾸던 그들의 열정은 온갖 비리와 부조리로 질퍽거리게 된다. 작가는 이 사실에 대해 "우리의 열정시대는 막을 내리고, 새로운 8 ? 3구락부의 역사가 열리는구나."라고 울부짖는다. 이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8 ? 3구락부의 소사(小史)는 곧 우리 역사 일반에 대한 하나의 알레고리라고 할 수 있다. 역사의 종언을 심심찮게 이야기하는 시대에 다시 역사의 문제를 들고 나온다는 것은 작가에게 남겨진 부채 의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것은 역사가 아닌 역사를 보는 방식에 대한 반성적인 인식을 동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사발의 냉수 같은 투명함과 차가움을 넘어 바다 같은 유연함과 웅숭깊음 안에서 역사를 보려는 작가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복, 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책속으로

그날 밤, 「아침이슬」 가락은 쉬지 않고 되풀이 흘러나왔고, 모임이 끝난 다음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친구들이 모여 8?3구락부를 만들었다. 모두 11명이었다. 육민재까지 열둘, 열둘은 의미 있는 수라고 누군가 말했다. 세상을 변혁시키기에 충분한 수라고 생각했다. 예수의 제자가 열둘인데 그중 한 사람이 배신했다. 그러나 우리 열둘 중 한 사람은 배신한 것이 아니라 폭력에 저항하다가 먼저 죽었다. 그의 숨결이 수많은 이름들의 대열에 끼여 있다. 그는 죽었으나 죽지 않고 꽃이 되어 열매를 준비하고 있다.
-「레스토랑 : 8?3구락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