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나무
윤덕진
그 자릴 오래 지켜 바꾸지 않은
뿌리 얼키고 설켜 구천까지 닿은
크고 오래인 단 하나 목숨
동량 재목이 위세 떨쳐도
나이 든 네 앞에선 시치밀 떼야 하지
대쪽 푸른 솔 절개를 뽐내도
무심한 네 곁에선어색키만 하구나
늙기도 서러웁거늘 빨리 가라 등 떠밀려
횡댕그레 나온 한 길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어디를 가야하나 스스로 딱하구나
올 적에 이리 왔으니 갈 적도 그리 할겐가
아서라 저 애들 어이 두고 갈 겐가
평생 고쳐 못 할 일 할 기회 주자꾸나
우리는 할 일 찾아서옛 얘기 하듯 전하자
뿌리 없는 가지 없고 샘 없는 물 없지않나
지각 없이 돈만 좇는 저 애들 깨닫기까지
산 속에 낙락장송 문득 눈에 띄면
베여 재목 되기 사양하지 않듯이
제 자리 옮지 말고 굿굿이 지켜가세
윤덕진 - 시인.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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