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고향집 - 김영문

Bawoo 2018. 10. 28. 19:52



고향집 

                                                                김영문



말복이 지난 어느 여름 날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에
뙤약볕으로 끓은 듯
대지의 열기가 숨차 오른다.

마당에 펼쳐 놓은 멍석 위에는
빨간 고추가 양광에 움츠려들고
영글면 저절로 터져 버린
참깨 들깨를 수확하려고
또 다른 멍석위에 농심이 묶였다.

아침부터 들에 나가
논밭에서 김을 매고 와서는
꿀맛 같은 점심을 먹고 나면
졸려오는 낮잠에
시원한 바람을 찾아서
사방 문이 활짝 열린다.

포플라 나무에 앉아 있는 매미도
한낮의 정적에 기가 질려서
소리를 지르다 말고
울음을 뚝- 그치니
자장가 삼아서 잠들었던 첫돌박이가
가만히 눈을 뜨고 베시시 웃는다.

내려 쬐는 늦여름 햇볕에
장독대의 간장 된장이 익어 가고
담장에 올려 놓은 호박 넝쿨에
마디 마디 호박이 열려서
알차게 영글어 가는 한가한 시골집.

쥐 죽은 듯 조용한 분위기에
집을 지키는 삽살개마저도
그늘을 찾아서 코를 골고 있으니
찾아 온 길손을
누가 나가서 마중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