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감상실 ♣/ - 구스타프 말러

[스크랩]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Mahler, Symphony No.6 in A minor `Tragic`)

Bawoo 2014. 2. 5. 20:47

Mahler, Symphony No.6 in A minor 'Tragic'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

Gustav Mahler

1860-1911

Bernard Haitink, conductor

Chicago Symphony Orchestra

Royal Albert Hall, London

Proms 2008

 

Bernard Haitink/Chicago Symphony Orchestra - Mahler, Symphony No.6 'Tragic'

 

말러가 그의 비극적인 교향곡 6번을 완성하던 1904년, 그는 당대 최고의 지휘자로 빛나는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아름다운 부인 알마가 있었으며 사랑하는 두 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의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가장 행복한 시기에 비극적인 교향곡 6번을 작곡한 말러는 그로부터 3년 후인 1907년에 사랑하는 장녀 마리아를 잃는 비극을 겪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심각한 심장병 진단을 받았으며 10년간 몸담았던 빈 오페라 극장에서 사임했다. 말러는 그에게 닥쳐올 비극을 예감하며 비극적인 교향곡을 작곡했던 것일까? 이 놀라운 우연의 일치로 인해 말러의 부인 알마가 그녀의 회상록에서 밝힌 교향곡 6번에 대한 해설은 더욱 그럴 듯하게 들린다. “교향곡 6번은 가장 개인적인 작품이며 예언적인 작품이다. 그는 6번에서 그의 인생을 음악적으로 예견했다. 그는 또한 운명으로부터 세 번의 타격을 받았고 세 번째 타격은 그를 쓰러뜨렸다.”

말러가 정말로 그의 미래를 음악적으로 예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말러가 교향곡 6번을 작곡한 이후 비극적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 때문에 말러의 교향곡 6번은 더욱 무시무시하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사실 말러 자신이 붙인 ‘비극적’이라는 타이틀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A단조의 비극적인 화음으로 마무리되는 교향곡의 충격적인 엔딩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타격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전혀 새로운 형태의 결말이다. 환희와 승리로 마무리되는 교향곡 1, 2, 5번이나 정화된 결말에 이르는 교향곡 3, 4번과 차별화된다.

압도적인 비극적 분위기

1악장이 시작되면 첼로와 베이스의 강한 반복 음을 배경으로 군대행진이 시작된다. 그것은 마치 시시각각 다가오는 불길한 운명의 발걸음 같기도 하고 혹은 처절한 운명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인 것 같기도 하다. 거칠고 리드미컬한 군대행진 주제에 이어 갑자기 위로 치솟아 오르는 아름다운 주제가 나타나는데, 이는 말러가 ‘알마의 테마’라 부른 열정적인 선율이다. 아무런 예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이 놀라운 멜로디는 듣는 이의 마음을 한껏 뒤흔들어놓는 매력이 있다. 알마 말러, 1902년.

교향곡 6번만의 특이한 그 밖에도 많다. 이 교향곡의 가장 놀라운 점은 그토록 비극적인 내용을 지극히 고전적인 형식에 담아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교향곡 구성에 따라 모두 네 개의 악장을 갖추었고 1악장은 엄격한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다. 몇몇 주제들을 제외하면 대체로 교향곡 6번을 이루는 주제들은 고전적 명확성과 간결함을 보여주며 베토벤의 교향곡처럼 논리적인 동기 발전 수법을 보여준다. 또한 말러의 초기 교향곡에 빈번히 등장하곤 했던 신호나팔 소리나 대중가요 같은 잡다한 음악도 이 곡에선 나타나지 않기에 정돈된 통일성마저 느껴진다.

1악장이 진행될수록 알마의 주제는 점차 군대행진 리듬에 동화되며 어둡게 변모하기도 하지만, 1악장 말미에서 트럼펫에 의해 찬란하게 연주되면서 A단조로 시작된 1악장이 A장조의 승리로 마무리한다. 그래서 말러 연구가인 콘스탄틴 플로로스는 알마의 주제가 트럼펫에 의해 찬란하게 표현된 것을 ‘알마의 신격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극적인 6번 교향곡에 비친 단 한 번의 찬란한 빛은 덧없이 사라지고 1악장의 환희는 승리의 도취감을 충분히 즐길 사이도 없이 급히 끝나버린다.

1악장이 끝나면 악단에 따라 느린 안단테 모데라토 악장을 연주하기도 하고, 혹은 빠른 스케르초 악장을 연주하기도 한다. 이는 말러가 교향곡 6번을 여러 차례 개정하면서 생긴 혼란이다. 어느 악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악장 순서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전통적인 교향곡에서 2악장은 대개 느린악장이므로 2악장으로 안단테 모데라토 악장이 연주되는 것이 좀 더 전통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빠른 스케르초 악장의 리듬이나 분위기가 1악장과 닮았기에 1악장과의 연결성을 강조하고자 한다면 1악장에 이어 스케르초 악장을 연주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

대개 교향곡의 스케르초 악장은 일종의 빠른 춤곡이라 할 수 있으나 말러의 교향곡 6번 스케르초는 조금 다르다. 이 악장에서 말러는 춤곡의 리듬을 불규칙적인 리듬으로 왜곡하고 갖가지 상징을 담은 타악기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그의 음악 중에서도 가장 악마적인 음악을 만들어냈다. 이 스케르초가 더욱 무시무시하게 들리는 까닭은 그 섬뜩한 이중성 때문이다. 스케르초는 소름 끼치는 악마의 댄스 음악으로 시작하지만 이 악마의 춤에 이어지는 트리오 부분에서 놀랍게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순진무구한 음악이 나타난다.

알마는 그녀의 회상록에서 이 악장의 트리오 부분에 오보에 솔로로 표현되는 어린이의 놀이음악이라 말했다. 그리고 이 음악이 말러의 두 아이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증언했는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매우 섬뜩한 일이다. 스케르초 악장에서 어린이의 놀이음악은 비극적인 음악으로 변하며 추락하기 때문이다. “스케르초 악장에서 그(말러)는 두 아이들이 모래 위로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을 불규칙한 리듬으로 묘사했다. 무시무시하게도 어린이들의 목소리는 점차 비극적으로 변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아주 작은 소리만이 흐느끼듯 사라져간다.”

Paavo Järvi/Frankfurt Radio SO - Mahler, Symphony No.6 'Tragic'

Paavo Järvi, conductor

Frankfurt Radio Symphony Orchestra

Kloster Eberbach, Germany

Rheingau Musik Festival 2013

벗어날 수 없는 운명, 최후의 타격에 쓰러지다

안단테 모데라토 악장의 분위기는 다른 악장들과는 사뭇 다르다. 과격한 군대행진 리듬이나 불규칙한 춤 리듬, 또는 듣는 이를 압도하는 공포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이 음악은 말러의 가장 비극적인 교향곡에서 잠시나마 희망과 고요함을 느끼게 해주는 평화로운 간주곡이며,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처럼 관현악으로 표현된 아름다운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이 악장은 말러의 음악 중에서도 듣기 좋고 아름다우며 평화로운 분위기로 가득하기 때문에 말러 음악의 입문 곡으로서도 널리 추천되고 있지만, 불규칙한 악구와 애매한 화성, 그리고 재현부가 빠져버린 급격한 종결 등 그 음악 어법은 혁신적이다. 이 곡은 운명의 비극, 염세적이고 섬뜩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4악장 피날레는 웬만한 고전 교향곡의 전 악장에 맞먹을 정도로 연주 시간이 길고 형식의 엄격함과 자유로움을 갖춘 음악이다. 그러나 음악학자 에르빈 라츠는 예외적으로 긴 길이에도 불구하고 이 피날레에는 ‘집중력’과 ‘간결함’이 있음을 강조했는데, 그것은 아마도 이 악장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모티브들이 이미 서주에서 음악적 복선으로 미리 암시되고 이후의 모티브 전개 방식도 논리적이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 덩치 큰 피날레에서는 알마의 회상록에 언급되었던 ‘영웅에게 가해지는 세 번의 타격’은 거대한 나무망치의 강력한 타격으로 상징되고, 어두침침한 금관 코랄과 신비스러운 현의 레치타티보, 불길한 군대행진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종결부에서 트롬본과 튜바의 무거운 푸가토가 연주되면서 음악은 점차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고, 트럼펫은 마지막으로 강렬한 코드를 연주하며 그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저항해보지만, 그것은 a단조 단3화음의 비극적인 절규일 뿐이다.

 

추천음반

1. 말러 교향곡 6번의 추천음반으로는 단호한 리듬감과 세밀한 표현이 살아 있는 조지 셀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1967년 세브란스 홀 실황음반(Sony)과 처절한 비극성이 강조된 텐슈테트와 런던 필하모닉의 음반(EMI)이 있다.

2. 최근에 나온 음반으로는 명징한 음향이 돋보이는 마리스 얀손스와 로열 콘세르트헤보우의 음반(RCO Live)과 군대행진 리듬의 긴박감이 살아 있는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런던 필하모닉의 음반(LSO Live)이 있다.

 

최은규(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1.09.05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5805

 

출처 : 클래식 사랑방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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