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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피카소 - 〈기다림(마고)〉L’espera(Margot)

Bawoo 2019. 6. 3. 22:34



파블로 피카소

〈기다림(마고)〉

L’espera(Margot)


파블로 피카소 〈기다림(마고)〉

1901, 카드보드에 유채, 68.5x56cm

ⓒ 2015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스무 살의 피카소는 파리의 생활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돈이 없어서 캔버스를 재활용해서 그림을 그릴 정도로 가난하게 지내던 시절도 있었지만 파리의 밤, 술집의 풍경, 그 안에서 밤과 술에 취한 사람들을 사랑했다. 〈기다림〉 혹은 〈마고〉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한 손을 어깨에 올린 창녀’ 혹은 ‘모르핀에 중독된 여인’이라고도 불린다. 피카소는 거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사람들이 겪는 모든 모험, 즉 현대적인 삶이라고 부르는 것에 푹 빠졌다. 거리나 야외의 풍경만큼이나 거리의 창녀, 실내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어딘지 모르게 도발적이면서도 동시에 연약한 느낌을 풍기는 이 여인에게서 눈을 떼기 힘든 이유는 아무래도 붉은 빛 때문인 것 같다. 피카소는 빨간색을 거침없이 사용했다. 이 여인을 보고 있노라면 빨간색과 빛을 가지고 그림 그리기를 즐기던 스무 살의 자신만만한 젊은이가 떠오른다. 옷, 모자, 얼굴의 볼, 입술, 배경에 빨간색을 칠했다. 반 고흐의 영향을 받은 것 같은 두텁고 힘이 넘치는 붓자국은 온갖 색으로 가득하다. 그는 점묘법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렸는데, 점묘법이란 순수한 색을 나란히 찍고 어느 정도 떨어져서 보면 두 색이 섞인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이용한 테크닉이다. 색을 섞지 않으므로 채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피카소는 조르주 쇠라와 폴 시냑이 사용한 점묘법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나름의 방법을 고안했다. 그의 점은 선배들의 기법보다 자유롭게 찍혀 있고 느슨하다. 인물 부분의 테두리를 검은색으로 한 것이 툴루즈로트레크의 기법에 더 가깝다.

이 그림은 파리에서 영향력 있던 갤러리에 전시되었는데 신문, 잡지를 비롯하여 비평가들의 평도 좋았고, 이후 피카소가 미술계에서 중요한 후원자와 수집가들을 만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글-최경화/출처-스페인 미술관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