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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피카소 - 시녀들[Las Meninas ]

Bawoo 2019. 6. 2. 22:43


    

파블로 피카소

〈시녀들〉Las Meninas

파블로 피카소 〈시녀들〉

1957, 캔버스에 유채, 194x260cm

ⓒ 2015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피카소 미술관을 처음 가보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사실 재기발랄한 도자기 작품들과 스페인의 17세기 궁정화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 las meninas 1656]


재해석한 작품이었다. 여기 소개된 그림은 그가 그린 여러 〈시녀들〉의 재해석 중 가장 첫 번째 작품이다. 그가 이 그림을 재해석했을 때는 피카소 스스로도 물론 명성을 얻었던 상태였다. 하지만 스페인의 황금시기라고 할 수 있는 17세기 궁정화가의 그림 중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누구나 경탄해 마지않는 작품을 다시 그리기란 아무리 피카소라고 해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장의 그림을 다시 그린다는 점 때문에 주저할 수도 있었겠지만 피카소는 꽤 과감했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은 아래위로 길쭉한 그림인데, 피카소의 〈시녀들〉은 옆으로 길다. 일단 화폭 왼쪽에 있는 화가의 크기를 대폭 늘렸다. 그림에서는 화가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통해 원작자와는 다르게 그리면서 강조한 것이다. 역시 천재란, 남들은 복잡한 방식으로 할 법한 것을 아주 간단하게 처리하는 사람들이다. 화가가 커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마르가리타 공주의 비중은 줄어들었다. 물론 피카소의 작품에서도 공주는 가장 중앙에 있지만 이제 이전처럼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아니다.

화면 오른쪽 창문을 보자. 벨라스케스의 창문은 외부에서 빛은 들어오지만 정작 우리가 창의 모습을 볼 수는 없는 창문이다. 그러나 피카소의 창문은 아예 노골적으로 활짝 열려 있다. 설정이 그러다 보니 벨라스케스의 그림보다 밝을 수밖에 없다. 빛의 양이 전보다 갑자기 많아져서 그런 것인지, 피카소의 〈시녀들〉에서는 흑백의 대비가 더 중요해진 것 같다. 화면 가장 먼 곳의 문가에 서 있는 남자의 형상이 그렇다. 난장이 시녀 마리아 바르볼라를 그린 방식도 유머러스하지만, 벨라스케스의 졸고 있던 대형견은 이제 발랄하게 뛰노는 닥스훈트가 되었다. 이 개의 모델은 피카소가 칸 근처의 라 칼리포르니(La Californie)에서 거주할 때 같이 살던 개 룸프(Lump)라고 한다.

피카소는 결국 자신의 그림을 그리면서도 17세기 거장의 그림의 숨결도 그대로 살려냈다. 그는 벨라스케스뿐만 아니라 들라크루아, 마네, 크라나흐, 쿠르베, 렘브란트, 푸생 등의 작품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그리곤 했다.



[글-최경화 /출처 - 스페인 미술관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