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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 사이공 나이트 - 정민

Bawoo 2019. 8. 22. 22:22

사이공 나이트

사이공 나이트
 
[소감] 베트남의 수도 사이공(하노이)을 무대로 펼쳐지는 범죄 영화(누와르) 느낌이 나는 작품. 문장이 맛깔나고 긴장감이 연속되어 절로 빠져들어 읽게 만든 수작이다. 장르로 보면 대중소설 느낌이어서 작품성 면에서는 크게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지만,  글을 쓰는 입장에서 배우고 싶은 문장력이다.  단문이면서 상황 묘사가 탁월하다는 면에서. (후속작을 검색하니 출간되어 있어서 읽기 위하여 도서관에 신청했다.- "어둠의 양보"

[참고] 이런 류-범죄물-의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으론  김언수 작가의

" 뜨거운 "가 기억에 남아있다. 이 작품보다 대작이면서 구성도 치밀하고 반전까지 있는 뛰어난 작품이다.

 
 
 
 
 

책소개 -인터넷 교보문고

정민의 장편소설 『사이공 나이트』. 권태와 욕망, 음모와 배신,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사이공의 검은 밤을 그린 작품으로 영화를 보는 듯한 빠른 전개와 반전으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으며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고리대금업자 기승에게 돈을 돌려받기 위해 모인 베트남 호찌민의 한 카페에 서울에서 온 대수, 태국 푸껫에서 온 순철, 그리고 호찌민에 살고 있는 도식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승의 행방을 추적하던 세 사내는 불시에 기승의 아파트에 들이닥치고, 이미 난장판으로 변한 그곳을 떠나 사이공의 뒷골목을 배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라진 기승의 아내인 베트남 여성 흐엉이 아파트에서 피살체로 발견되고 도식이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물증 확보에 실패해 무혐의로 풀려난 뒤 기승과 순철이 나란히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저자 : 정민
1970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광고회사, 편집회사, 잡지사, 웹진 등에서 일했다. 장편소설 『사이공 나이트』로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았고, 『어달-탄식함에 이르다, 까마귀와 통하다』로 2013년 제1회 동해해양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되었다.
2천 년대 초반 서울 강남의 벤처업계를 배경으로 금융가와 정보요원, 벤처 사업가 등이 등장하는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혼합된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강원도 동해시를 배경으로 한 중, 단편 소설도 함께 쓰고 있는 중이다.

 

 

 

목차

 

1부 산 자들의 마지막 날
동코이, 불길한 전화벨 소리
푸미흥, 검디검은 베트남 커피
수완나품 공항, 표도르와 타이거
액자 속의 행복
열대의 밤, 비틀거리는 사내들
악몽, 시체들의 향연
사이공의 밤거리
어둠 속의 꽁까이
사이공의 매음굴
언제까지? 죽을 때까지
달콤한 코코넛 향기

2부 세상의 끝, 세상의 기원
부패 형사와 라이따이한 통역사
사이공의 별과 구름
새벽의 사이공, 한 여자의 죽음
검은 눈
씨클로를 모는 영감
베트콩 그리고 부비트랩
어둠 속의 소녀
새벽의 황당한 청혼
무념, 무실, 무상, 무감의 어린 창녀
순결한 붉은 피
달랏행 미니버스
묵호를 아는가
거무스름한, 세상의 기원
When I die bury me face down so the whole world can kiss my ass
떠오른 사내, 뜯겨진 사내

3부 죽음이 너를 구원할 것이다
베트남의 소년 영웅
끈적한 사이공, 안개와 무풍지대
살의
시신 안치소
인자한 얼굴의 호찌민 아저씨
정겨운 대화
장례식장, 신바람 브라스밴드
로얄 살루트 38년산

에필로그
멀고 춥고 무섭다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지난 1년 동안 10만 달러가 넘는 빳빳한 오까네가 순철의 주머니로 들어왔다. 얇고 노란 고무줄로 돌돌 말린 지폐 뭉치는 몸값 비싼 창녀의 유방처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돈을 건네받을 때마다 순철의 가슴도 터질 듯 두근거렸다.
순철은 지난 1년 동안 오로지 수금만을 위해 열 번 넘게 호찌민을 방문했다. 3~4일 동안의 체류 기간 동안 순철은 하룻밤에 400달러짜리 5성급 호텔에서 묵었고, 아침저녁으로 전신 마사지를 받았다. 또한 매일 밤 21년산 발렌타인을 마셨고, 하룻밤 300달러가 넘는 창녀의 젖통을 떡 주무르듯 주물렀으며, 매일 18홀 라운드를 돌았다. 물론 기승과 함께였다. 모든 비용은 순철이 지불했다. 어차피 기승한테서 받은 돈이었지만. 기승이 건네주는 오까네는 낡은 수도꼭지에서 줄줄 흐르는 달콤한 수돗물과 같았다. 상쾌하게 차갑지만 약간 비릿한 수돗물. 순철은 지난 1년 동안 그 비릿하면서 달콤한 수돗물을 조금씩 들이켰다. - 본문 27~28페이지


허술한 상품으로 이국의 정취에 들뜬 철부지 관광객을 유혹하는 기념품 가게의 네온사인이 비에 젖었다. 비에 젖은 불빛들이 검게 빛나는 길바닥에서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종종걸음의 키 작은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가볍고 가식적인 각진 얼굴의 소유자, 순철의 눈동자에 쓰디쓴 환멸이 어려 있었다.
베트남 전통 요리를 파는 고급 레스토랑과, 버스에서 금방 내린 단체 여행객들로 부산한 어중간한 수준의 호텔과, 우중충한 얼굴로 높이 서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긴 담벼락과, 하얗고 긴 수염이 난 호찌민의 얼굴이 그려진 고풍스런 옛날 건물과, 불안하게 세워진 오토바이에 앉아 서로의 입술을 빠는 젊은 연인들이 득실거리는 어두운 공원과, 옆구리까지 파인 야드르르한 하얀색 아오자이를 입은 미녀들이 우글거리는 남성 전용 클럽과,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단체로 앉아 정체를 알 수 없는 음료를 마시며 재잘거리는 노천카페를 순철과 대수는 터벅터벅, 지리멸렬한 걸음으로 지나쳐갔다. -본문 52~53페이지

 

도식은 기승의 사업을 믿지 않았다. 기승이 말하는 달콤한 배당금보다는 기승과 순철 그리고 대수와 함께 사이공의 밤거리를 걷고 싶었을 뿐이었다. 도식은 투자의 대가로 기승과 대수와 순철을 얻었다. 그들과의 싱거운 농담, 즐거운 한때가 투자의 대가라고 도식은 생각했다.
기승과 대수, 순철 그리고 도식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도식은 그들과 술을 마시며 서로의 공통점을 곱씹었다. 목표를 손쉽게 달성한 남자들. 한때는 건실했던 남자들. 목표를 이뤘지만 그 대가로 뭔가를 잃어버린 남자들. 그 뭔가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미련한 남자들. 하지만 그 뭔가를 애타게 되찾으려 애쓰는 한심한 남자들.
한때는 건실했던, 하지만 지금은 미련하고 한심할 뿐인 남자들이 기승과 대수, 순철 그리고 자신이라 생각했다. -본문 196~197페이지

 

 

출판사서평

 

심사위원들의 뜨거운 반응, 하지만
차마 대상을 줄 수 없었던 바로 그 소설!
단 한 편의 소설로 무섭게 떠오른 신예 작가의 바로 그 화제작!
드디어 처음 경험하는 인간 사유의 거침없고도 적나라한 진흙탕!

술과 여자와 지폐가 가득한 욕망의 파라다이스, 사이공의 휘청대는 불빛 따라 술 취한 사내들이 비틀거린다. 이들을 향해 다가오는 알 수 없는 죽음의 그림자. 누가, 왜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가? 권태와 욕망, 음모와 배신,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식민지 도시의 검은 밤, 냄새 나고 더러운 도시의 뒷골목에 네온사인이 켜지면 살인과 순결한 붉은 피가 사이공의 밤거리를 물들인다.
사이공의 검은 밤을 조심하라! 권태와 욕망으로 찌든 당신의 무기력한 영혼에 순결한 육체와 달콤한 거짓말이 소리 없이 다가와 아직 붉은 피와 모든 현실을 송두리째 빼앗을지도 모르니.

 

“『사이공 나이트』는 결말의 반전까지 몰고 가는 서사적 파워가 강한 몰입도 높은 소설이다. 중년의 피로감이 짙게 밴 남자들을 전면에 내세워 그들이 다다르게 되는 비극적 죽음 혹은 삶을 누아르 풍으로, ‘수컷’ 향기 짙게 다뤄 남성 독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단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사이공 나이트』는 베트남의 호찌민에 모여든 한국 사내들의 음모와 배신, 비극적 죽음을 그린 장편소설이다(사이공은 호찌민의 옛 이름). 특히 정식 문학수업을 받은 적 없는 작가 지망생의 데뷔작인데도 심사위원들이 입을 모아 호평했던 작품으로 유명하다. 소설가 이순원은 “읽는 내내 심사위원이 아니라 한 사람의 독자로서 한 편의 영화 같은 전개 솜씨에 놀랐고, 이 박진감 넘치는 얘기를 자신의 경험과 현실의 얘기처럼 풀어나간 작가의 이력이 궁금했다. 어디까지가 상상이고 어디까지가 경험인지 끝까지 몰입하게 하는 작품이다.”라고 했다. 소설가 신승철도 “영화 한 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빠른 전개와 결말의 반전은 도저히 신인의 솜씨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읽은 추리소설 중 단연 으뜸이었다. 한국 문학의 갱신을 말할 때 맨 앞에 내세울 작품이다.”라고 극찬했다.

“내가 죽어 자빠지면 나를 뒤집어 묻어주게.
망할 놈의 세상이 내 엉덩이에 키스할 수 있도록.”
권태와 욕망, 허세와 거짓말, 천국과 지옥, 죽음과 구원이 뒤섞인
사이공의 밤거리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피의 향연

 

베트남 호찌민의 한 카페에 세 사내가 모인다. 서울에서 온 대수, 태국 푸껫에서 온 순철, 그리고 호찌민에 살고 있는 도식. 이들의 공통점은 종적을 감춘 고리대금업자 기승에게 상당한 돈을 투자했다는 것. 기승이 사라지기 전까지 이들은 1년에 한두 번 호찌민에 모여 기승이 건네주는 돈으로 질펀한 배당금 파티를 벌이며 이국의 쾌락을 원없이 만끽했다.
세 사내는 돈을 돌려받기 위해 기승의 행방을 추적한...다. 불시에 기승의 아파트에 들이닥쳤을 때 그곳은 이미 난장판으로 변했다. 셋은 사이공의 뒷골목을 배회하며 무기력하게 술을 들이켜고 쾌락을 탐닉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사라진 기승의 아내인 베트남 여성 흐엉이 아파트에서 피살체로 발견된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도식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경찰이 물증 확보에 실패하여 무혐의로 풀려난 도식은 밤거리에서 만난 한 젊은 베트남 여성에게 “결혼해서 나를 한국으로 데려가 달라”는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린’이란 이름의 이 여자의 몸에는 한국인 피가 흐른다. 린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도식은 ‘황당한’ 청혼을 수용한다.
린과 결혼하기 위해 여러 절차를 밟는 동안 도식은 그녀의 젊은 몸을 마음껏 탐닉한다. 린은 묘하게 중독성이 있는 여자다. 침대 위의 그녀는 거리의 여인처럼 요염하고 또 대담했다. 린과 함께 있으면서 잠시나마 마음의 안정을 찾은 도식은 기승과 순철이 나란히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에 빠진다. 경찰 측의 신원 확인 요청으로 싸늘하게 변한 두 사내의 시신과 마주한 도식은 죽음의 원인에 의문을 품는다.
한편 린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한국 땅을 밟는다. 한국인 할아버지의 고향인 강원도 동해시에 도착한 린은 사상 유례없는 폭설을 만나는데….

추천사

『사이공 나이트』는 제9회 세계문학상 심사 과정에서 대상으로 뽑히길 간절히 바랐던 작품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내가 읽은 추리적 요소를 띤 소설 중 단연 으뜸이었다. 영화 한 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빠른 전개와 결말의 반전은 도저히 신인의 솜씨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사이공 나이트』야말로 한국 문학의 갱신을 말할 때 맨 앞에 내세울 작품이다.
-신승철(소설가, 김영사 기획실장)

『사이공 나이트』는 첫 장면부터 뭔가 국제적인 음모가 배어 있는 듯한 불온한 느낌 속에 울리는 한 통의 전화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이공을 무대로 그곳에서 만나기로 한 세 남자의 회합이 어긋나는 첫 장의 이야기부터 박진감이 넘친다. 읽는 내내 심사위원이 아니라 한 사람의 독자로서 한 편의 영화 같은 전개 솜씨에 놀랐고, 이 박진감 넘치는 얘기를 자신의 경험과 현실의 얘기처럼 풀어나간 작가의 이력이 궁금했다. 어디까지가 상상이고 어디까지가 경험인지 끝까지 몰입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순원(소설가)

작가의 한마디

“사이공, 아바나, 마닐라, 홍콩, 서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부끄러움과 죄악으로 가득한 식민지 거리의 낮이 저물고 있다. 시체들과 왕과 공주와 구걸꾼과 얼간이와 염탐꾼이 활보하는 식민지의 검은 밤. 이제는 마음속에만 남아 있을 것이 분명한, '그 옛날 식민지 거리의 검은 밤'을 소설로 그려내고 싶었다. 그 도시는 꼭 사이공이 아니어도 좋을 것이다. 결코 잊히지 않을 식민지 거리의 ‘얼굴들’을 소설로 그려내고 싶었다. 아마도 그 얼굴들은 자신의 혹은 누구나의 얼굴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