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감상실 ♣/- 바 흐

[스크랩]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Bach, Goldberg Variations in G major BWV 988)

Bawoo 2014. 2. 8. 19:23

Bach, Goldberg Variations in G major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Pierre Hantaï, cembalo

2000

 

Pierre Hantaï plays Bach's Goldberg Variations (2000)

피에르 앙타이가 사용하는 쳄발로는 메디치 가 소유였던 것으로 프랑스 학술원에 소장 중인 것을 이 연주를 위해 특별히 제공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18세기 중반 피아노에게 자리를 넘겨주기 전까지 쳄발로는 16세기 초 이래 특히 바로크 시대 최고의 건반악기였습니다. 쳄발로에는 대개 한 개의 건반에 몇 세트의 현과 잭이 있는데 각 건반의 안쪽 끝에 달려 있는 잭이 현을 퉁겨서 소리를 냅니다. 쳄발로(cembalo)는 독일어이고, 불어로는 클라브생(clavecin), 영어로는 하프시코드(harpsichord)라고 합니다.

아마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건반악기를 위해 작곡된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긴 길이를 갖는 작품일 것이다. 반복하지 않고 전곡 연주에 걸리는 시간은 약 50분 정도가 걸리며 건반악기를 위해 작곡된 단일 작품으로는 유례없는 긴 연주시간과 큰 형식을 가지고 있다. 바흐가 창작한 마지막 건반악기를 위한 작품답게 바흐는 자신의 모든 작곡 기교를 이 곡에 쏟아 부었다. 물론 <평균율 클라비어 모음곡>이라는 거대한 작품이 또 있기는 하지만 <평균율 클라비어 모음곡>이 개별 모음곡 형식을 띠고 있는 데 비해, 30개의 변주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어떠한 변주도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고, 하나의 작품으로 논리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바흐의 모든 건반악기 작품들 중에서도 길이에 있어서만큼은 가장 거대하다고 말할 수 있다.

카이저링크 백작의 불면증 치료를 위해 작곡된 음악

널리 알려져 있듯이 이 곡의 창작 과정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독일 드레스덴 주재의 러시아 대사였던 헤르만 카를 폰 카이저링크 백작은 바흐가 작센 공작의 궁정음악가가 되도록 많은 도움을 준 인물이었다. 1741년경에 카이저링크 백작은 업무를 보기 위해 라이프치히에 머물고 있었다. 당시 백작은 심한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백작은 유명한 음악애호가였고, 고트리프 골드베르크라는 클라비어 연주자를 고용하고 있었는데, 매일 밤 골드베르크에게 음악을 연주시켜 잠을 자보려고 해보았다. 그러나 불면증은 좀처럼 낫질 않았다. 카이저링크 백작은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수면제 대용으로 쓰일 수 있는 곡을 바흐에게 의뢰했고, 바흐는 자신이 궁정음악가 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 백작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 곡을 작곡해 보냈다. 실제로 카이저링크 백작은 이 작품에 대하여 깊은 애정을 보였고 ‘나의 변주곡’이라고 부르며 골드베르크에게 자주 연주를 주문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거금의 작곡료를 지불해 재정적 어려움에 처해 있던 바흐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작품 제목의 유래는, 눈치 챘을지도 모르지만, 골드베르크의 이름과 관련이 있다. 1742년 바흐가 이 작품을 최초로 출판했을 때에는 <클라비어 연습곡집>의 4부로 출판했으며, 이때 곡의 제목은 ‘2단의 손건반을 가진 쳄발로를 위한 아리아와 여러 변주’라고 붙어 있었다. 표지의 어디에도 골드베르크나 카이저링크 백작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지만, 이후 카이저링크 백작이 기용했던 젊은 연주자 고트리프 골드베르크의 이름에서 제목을 가져오게 되었다.

수학적으로 치밀하게 계산된 작품의 건축적 구조

바흐는 이 작품의 구조를 주제(아리아)―30개의 변주―주제(아리아)라는 3개의 틀로 구성했다. 아리아를 뺀 30개의 변주는 단순히 아무런 이유 없이 나열된 것이 아니라 놀라울 정도로 치밀한 수학적 논리를 통해 서로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다. 우선 첫 곡이자 마지막 곡인 아리아는 수미쌍관을 이루며 곡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다. 아리아는 사라반드(느리고 우아한 스페인 춤) 풍으로 되어 있으며, 주제는 1725년 바흐가 작곡한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클라비어 소곡집>의 2권에서 가져온 것이다. 베이스 라인을 이루는 파사칼리아(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변주곡) 스타일의 주제가 이후 각각의 여러 변주에서 모습을 바꾸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작품을 종횡으로 꿰매고 있다. 곡의 첫 문을 여는 도입부이자 중심적 주제, 그리고 완결된 마무리를 짓는 가장 중요한 악구가 바로 이 아리아다.

아리아로 첫 문을 연 32개의 변주곡 전체는 16번 변주곡을 중심으로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16번 변주곡은 프랑스 풍 서곡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서곡으로 명시되어 있는 만큼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크게 두 개의 부분으로 나누고 있는 역할을 한다. 전반부를 마무리하고 후반부의 문을 여는 역할인 것이다. 동시에 스스로도 2개의 형식으로 나누어진 특성을 보인다. 또한 30개의 변주들은 단순 나열이 아닌 3개의 곡이 한 조가 되어 10번 배열되며 (3x10=30), 3의 배수를 이루는 변주들(3, 6, 9...)은 카논 형식으로 되어 있어 변주의 흐름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 카논은 3, 6, 9 변주곡으로 진행될수록 음정이 1도씩 증가해 27번 변주에 이르면 9도까지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바흐는 마지막 30번 변주인 ‘쿠오들리베트’(quodlibet), 즉 ‘자유롭게’라고 지시되어 있는 곡에서 30번 변주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지켜왔던 수학적 형식을 일순간에 무너뜨린다. ‘쿠오들리베트’는 16~17세기에 유행한 음악 형식으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선율을 재미있게 결합해 하나의 작품을 만든 것을 뜻한다.

Glenn Gould plays Bach's Goldberg Variations (1981)

1955년 6월의 어느 한 주 동안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컬럼비아 녹음부와 함께 뉴욕 이스트 30번가에 있는 오래된 교회에서 녹음했다. 굴드는 외투에 베레모를 쓰고 목도리를 두르고 장갑까지 끼고 나타났다. 그의 ‘장비’는 통상적인 악보 뭉치와 수건 묶음, 큰 생수 두 병, 작은 알약 다섯 병, 그리고 이후 굴드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애용품으로 유명해진 피아노 의자였다. 이 의자는 다리가 모두 고무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연주할 때 몸의 각도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다. 연주에 들어가기 전 굴드는 두 손을 20분간 더운 물에 담그고 자신이 가져온 수건으로 손을 닦아 냈다. 녹음이 진행되는 동안 굴드는 특유의 허밍 소리를 냈으며 몸을 앞뒤로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했다. 컬럼비아의 녹음 기술자들은 굴드의 허밍을 녹음하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 음반은 레코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음반 중의 하나가 되었고 발매 당시에도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오늘날까지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글렌 굴드는 1981년 4~5월 4번에 걸쳐 마지막이 된 <골드베르크 변주곡> 녹음을 마치고 이듬해 1982년 10월에 사망했다. 사인은 뇌졸중이었다. 1981년도 녹음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고 있노라면 피아노 건반 사이로 흘러나오는 그의 허밍 소리를 접하게 된다. 그것은 또 다른 음의 영역이자 마르지 않는 글렌 굴드의 신화가 퍼져 나가는 소리이다.

바흐의 인간적이고 해학적인 면모가 숨겨진 마지막 부분

3의 배수에 해당하는 변주곡에서 절묘하게 음정을 1도씩 쌓아 놓았던 바흐는 마지막 곡에서 엄격한 형식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처럼 규칙을 일순간에 무너뜨려 해방감을 안겨준다. 이것은 정교한 퍼즐 쌓기와 허물기의 유희와 유사하며, 바흐의 인간적이고 해학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음악적 장치이기도 하다. 또 30번 변주에서는 당시 유행했던 민요 ‘양배추와 무청’, ‘긴 세월 동안 만나지 못했네’와 같은 독일의 민속적 선율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민요들은 바흐의 집에서 열렸던 파티 등의 모임에서 사람들이 즐겨 불렀던 노래라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유기적으로 구성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그 구성의 복잡함으로 인해 카이저링크 백작의 자장가용으로 작곡되었을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어 왔다(실제로 위의 작곡 일화는 여러 음악학자들에게 의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렇게 거대한 작품이 단순히 즉흥적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치밀한 구도 속에서 작곡된 바흐의 역작이라는 이유에서이다. 바흐는 이 완결된 변주곡을 통해 하나의 수학적 구조 속에 일관된 음악적 스토리를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완전무결한 구조의 변주곡은 완벽한 형식과 아름다운 선율미 모두를 지니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서양음악사의 그 어떤 변주곡과도 구별되는 경이로운 독창성과 개성을 가진 곡이 되었다.

 

추천음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하프시코드와 모던 피아노로 두루 연주되고 있으므로 각각 두 개의 음반을 추천하겠다. 고악기 연주로 구스타프 레온하르트(DHM)의 음반은 1978년 연주가 뛰어나다. 피에르 앙타이의 연주는 화사한 색채 감각과 재치가 돋보이는 연주이다. 피아노 연주로는 글렌 굴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굴드의 1955년과 1981년 녹음 모두 엄청난 반향을 가져온 연주고 빠른 속도로 주파한 1955년의 녹음은 파격성으로 유명하다. 로잘린 투렉(VAI)은 평생 바흐에 헌신한 연주자로 내면적 깊이, 진지한 사색이 연주의 비범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노태헌(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전문지 <라 뮤지카>, <그라모폰 코리아>, <코다>, <스트라드>, <인터내셔널 피아노>, <안단테> 등에 클래식 음반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0.01.13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1838

 

출처 : 클래식 사랑방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