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학자가 본 식민지 근대화론: 저자 도리우미 유타카 | 지식산업사 | 2019.9.5.
책소개- 인터넷 교보문고
일본학자의 치밀한 논증으로 식민지 근대화론의 근거를 실증적으로 비판하다
계량 분석 및 계층 간 이해ㆍ유착관계 포착으로 식민지 경제의 내막을 밝힌 화제작
수탈론의 발전적 계승이자 새로운 이론 정립의 서막
일본학자의 눈으로 일제강점기 토목업을 둘러싼 조선 경제의 실상을 실증적인 방법론으로 탐구한 문제작이 출간된다. 《3ㆍ1독립만세운동과 식민지배체제》(이태진ㆍ사사가와 노리카쓰 공편, 2019)에서 일제가 조선에 뒤늦게 투자를 시작하면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선전했음을 지적한 도리우미 유타카 한국역사연구원 상임연구원(선문대학교 강사)은 이 책에서 그 장밋빛 발전의 허구를 낱낱이 파헤친다. 일본인으로서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차분한 사색과 일본학자 특유의 정치한 논리는 독자들을 이내 사로잡는다.
저자 : 도리우미 유타카
일본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였다. 같은 대학 아시아 태평양 연구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뒤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사학과에서 〈일제하 일본인 토목請負業者의 활동과 이윤창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역사연구원 상임연구원이자 선문대학교 강사이다. 일본인들에게 무의식중에 형성된 혐한적 역사 인식을 바로잡는 강의로 한국학생들과 일본인 유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주요 논저로 《31독립만세운동과 식민지배체제: 31운동 100주년 기념 한일공동연구》(공저, 지식산업사, 2019), 〈일제하 수리조합사업과 일본인 토목청부업자〉,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분류와 반론〉 등이 있으며, 《東大生に語った韓國史》(李泰鎭 著, 明石書店, 2006)를 옮겼다.
목차
머리말 5
서설 15
들어가는 말 : 다양한 체험담 _15 / 일제강점기 조선 경제에 대한 연구사 _18 / 조선인 빈곤의 원인은 무엇인가 _22 / 한국인의 빈곤은 자본주의 성립기의 보편적 현상인가 _25 / 당시의 일본의 경제 상황 _26 / 조선총독부의 재정 _28 / 산업조사위원회 _31 / 철도 부설과 산미증식계획 _32 / 자본주의 형성기의 일본 재정 _36 / 자본주의의 형성기의 한국 재정 _38 / 조선의 안행형 경제 발전을 무서워한 일본 _40 / 조선에 투자된 자금은 조선 거주 일본인이 독점 _42
제1장 1910년 이전 일본인 청부업자의 성장과 조선 진출
제1절_ 일본인 청부업자의 발생과 성장 45
일본 개국과 서양 토목기술의 습득 _45 / 외국인 기술자를 통한 토목기술 수용 _47 / 코르넬리스 요하네스 판 도른 _52 / 근대적 청부업의 등장과 발전 _56 / 회계법의 성립과 청부업의 난립 _57
제2절_ 일본인 청부업자의 조선 철도 건설 진출 65
일본 철도 건설의 정체 _65 / 조선에서 철도 건설의 시작과 경인철도 _67 / 경부철도의 건설 _73 / 경부철도의 속성 공사 _83 / 경의철도 공사 _85 / 한국 토목청부업자의 소멸 _87
제2장 조선총독부의일본인 청부업자 보호정책
제1절_ 재정지출에서토목 관련 비용의규모 91
조선총독부 예산의 토목 관련 비용 _91 / 식민지기의 재정 지출과 사회간접자본의 형성 _103 / 《조선청부업연감》에서 산출한 토목공사비 _110
제2절_ 일본인 청부업자 보호와 조선인 청부업자 억압 114
토목 정책의 목적 _114 / 토목 정책 기구 _115 / 발주입찰에 관한 법률 _117 / 기술주임제도와 철도국 청부인 지정제도 _121 / 억압받는 조선인 청부업자 _124
제3절_ 관리 출신 일본인 청부업자 134
제3장 일본인 청부업자의 이윤 창출 활동
제1절_ 일본인 청부업자 단체와 공사 예산 확보 활동 143
조선토목건축협회 _144 / 회계규칙 개정과 담합 문제 _148 / 산업조사위원회와 토목공사 예산 획득을 위한 동상운동 _150 / 산업 개발 4대 요항 결정 _157 / 동상운동의 시작과 관동 대지진 _159 / 와타나베 데이이치로의 동상운동 _162 / 제국철도협회의 건의 _168 / 조선철도촉진기성회 _171 / 제52회 제국의회의 법안 승인 _173 /
제2절_ 일제하 조선인 노동자의 저임금과 일본인 토목청부업자의 부당 이익 177
임금 미불 문제 _181 / 저임금과 청부업자의 부당 이익 _189
제3절_ 일본인 토목청부업자의 이윤 창출 사례 206
토목 담합사건 _206 / 일본의 담합 _210 / 조선의 담합 _214 / 담합에 대한 유무죄의 논리 _217 / 경성 토목 담합사건과 그 고찰 _222
제4절_ 일제하 수리조합사업과 일본인... 토목청부업자들 229
토목청부업자가 본 수리조합사업 _237 / 식민지 조선 농가의 경제 상태와 견주어 본 수리조합사업 금액 _240 / 수리조합사업 공사금액 검토 _245 / 수리조합사업의 관리비 _247 / 수리조합사업과 일본인 지주의 이익 _251 / 일본인 토목청부업자와 일본인 지주의 유착 _253 / 일본인의 취직자리로서 수리조합 _258 / 수리조합의 대행기관 _261
제4장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분류와 반론
식민지 근대화론의 분류 _266 /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반론 _271
결어 279
참고문헌 286
찾아보기 291
출판사서평
청부업자를 축으로 꿰뚫은 식민지 경제 발전의 허상
철도 등이 건설되고 근대적 법제가 도입되었음에도 왜 당시 조선인들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은 일제 지배가 경제적으로는 조선에 도움이 되었으며 조선 빈곤의 책임을 전통 사회로 돌린다(《반일종족주의》). 그러나 저자는 그 반례로 재정 분야의 정치권력 개입 사례인 철도 및 수리조합사업에 주목한다. 일본인 토목청부업자들은 재정을 들여 조선 경제의 인프라를 확장시킨다는 총독부와 유착하여 많은 이익을 취하고 경인ㆍ경부철도 공사에서 보듯 조선인 청부업자들을 배제시켜 나갔다. 저자는 총독부 통계자료와 칙령은 물론, 당시 토목건축업협회 잡지의 실태 조사를 샅샅이 훑어 논지를 입증해 나간다. 이때 일제와 일본인 지주의 이익구조를 꿰뚫는 경제학자의 예리함이 돋보인다. 담합사건을 유죄로 하면서 정무통감 통첩의 형태로 지명경쟁입찰을 도입, 청부업자를 구제하는 ‘악의 시스템’을 고발하는 것이 그 대표적 예이다. 결국 조선으로 투자된 막대한 자금의 상당 부분은 일본인 청부업자와 지주의 손아귀에 들어가 조선인들은 가난에 허덕였던 것이다.
통계와 수치 그 행간을 읽다
허수열 교수도 지적한바(2017) 강점기 통계 문서들은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 그럼에도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은 일본인이 1945년에 작성한 표를 들어 강제징용 때 조선인 탄광부의 임금이 상당히 높았다고 주장한다(《반일종족주의》). 이에 저자는 통계 자료가 미처 제시하지 못하는 정황이나 데이터의 행간을 읽음으로써 식민지 경제의 민낯을 세세히 그려낸다. 조선인 노동자의 임금을 추정하면서 그 실태와 조선총독부 통계 자료 사이의 간극을 찾아내고, 체험담, 수기나 신문 보도 등을 근거로 일본인 청부업자 편에서 이루어진 조사의 한계를 밝히는 것이다. 임금 미지급과 그로 말미암은 저임금의 유지는 ‘보이지 않는’ 착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료 수치상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국가권력의 간섭ㆍ폭력이나 일본인끼리의 연대감 등은, 곧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 언급하는 ‘일상의 자발적 거래’까지도 방해하는 장애물이자 ‘이중구조’를 고착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수탈론에서 부당 이익론으로
계량 분석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통계의 함정과 일상 거래의 경우의 수까지 다룬다는 점에서 이 책은 정연태 교수가 지적(2011)한 ‘식민지 수탈론의 연구방법상의 낙후성이나 실증상의 한계’를 극복한 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특히 근대화론자들의 비판을 받아왔던 ‘수탈’이라는 개념 대신 정치권력에 의한 경제 분야의 부당 관여, 부당 이익, 부당한 방치, 부작위 등 구조적 폭력을 직시하자고 제안한다. 제4장에 언급한 금융 분야에 대한 사례가 더해지고 조선 후기와 해방 후 경제 조사가 보강된다면, 앞으로의 저자 연구는 근대화론의 맹점을 효과적으로 타파하는 정론正論이 될 뿐만 아니라 이 시기 경제 연구의 신개척이 될 것이다.
최근 한일 관계가 전방위에 걸쳐서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반일’ 혹은 ‘친일’ 모두 현 상황을 타개하는 궁극적인 대안은 아닐 듯하다. 갈등의 근원은 과거사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아마도 가장 근본적으로 긴요한 첫걸음은 실사구시에 입각한 역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일 것이다. 따라서 ‘일본인도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제시하고자 한 이 책이 역사학계, 더 나아가 한국사회에 던지는 파문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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