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감상실 ♣/[ Haydn ]

[스크랩] 하이든 교향곡 99번(Haydn, Symphony No.99 in E flat major Hob.I-99)

Bawoo 2014. 2. 12. 12:10

Haydn, Symphony No.99 in E flat major

하이든 교향곡 99번

Franz Joseph Haydn

1732-1809

Trevor Pinnock, conductor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Concertgebouw, Amsterdam

2008.05.07

 

Trevor Pinnock/RCO - Haydn, Symphony No.99

 

하이든의 교향곡 99번은 런던 청중을 위해 작곡된 12곡의 ‘런던 교향곡’ 중 7번째 작품이며 하이든의 두 번째 런던 여행을 위해 작곡된 작품이다. 교향곡 99번은 ‘시계’나 ‘놀람’과 같은 부제가 없어 다소 낯설지도 모르지만, 이 교향곡은 ‘런던 교향곡’ 12곡 가운데 가장 깊이 있는 작품으로 손꼽히며, 베를리오즈와 림스키코르사코프 등 19세기 관현악의 대가들이 경탄할 정도의 뛰어난 관현악법을 보여주는 명곡이다. 또한 하이든의 교향곡 가운데 처음으로 클라리넷이 편성된 곡이기도 하다. 하이든은 이 야심찬 대작을 1793년에 빈에서 미리 완성한 후 1794년 2월 19일에 그 자신의 지휘로 런던 청중에게 첫선을 보였다.

1794년, 두 번째 런던 여행길에 오르다

1791년 1월부터 1792년 7월까지 이어진 첫 런던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하이든은 빈에 머무르며 두 번째 런던 여행을 준비했다. 당시 베토벤을 제자로 받아들인 하이든은 베토벤을 지도하는 한편, 런던의 두 번째 연주회 시즌을 열게 될 교향곡 99번을 작곡하고 있었다. 작곡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하이든의 수업은 그다지 충실하지 않았으나, 베토벤은 하이든의 교향곡 99번 4악장의 초고를 사보하며 나름대로 하이든의 음악어법을 익혔다고 전해진다. 베토벤의 초기 교향곡에서 하이든 교향곡 99번의 특징이 엿보이는 것도 우연은 아닌 듯하다. 1793년 10월 26일자 <베를린 음악신문>에는 하이든이 베토벤을 런던에 데리고 갈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으나 하이든은 베토벤을 런던 여행에 데려가지 않았다.

1790년대 초반 런던의 풍경.

하이든의 전기 작가 디이스의 기록에 의하면, 하이든의 후원자 에스테르하지 후작이 하이든의 건강을 걱정하며 노년의 하이든이 다시 머나먼 런던 여행을 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후작은 하이든의 런던 여행이 그에게 매우 좋은 기회임을 이해하고 하이든의 런던 여행을 허락했다. 마침내 1794년 1월, 두 번째 런던 여행길에 나선 하이든은 첫 번째 여행에서보다 더욱 열정적인 런던 청중을 만날 수 있었다.

1791~92년에 이루어진 하이든의 첫 번째 런던 공연은 다소 경쟁적인 분위기였다. 당시 런던 음악계를 장악하고 있던 ‘프로페셔널 콘서트’ 시리즈가 하이든의 등장으로 위축되자, 프로페셔널 콘서트의 바이올리니스트인 크라머는 하이든의 옛 제자인 플레이엘을 프로페셔널 콘서트에 초청해 경쟁 분위기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하이든은 자신의 제자와 경쟁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던 것이다. 그러나 1794년에 하이든이 다시 런던에 갔을 때는 이미 경쟁 분위기는 사라진 상태였다. 하이든의 음악이 단연 앞섰기 때문이다.

하이든의 두 번째 런던 여행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교향곡 99번은 대담한 표현과 다채로운 관현악법으로 하이든의 노련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웅장한 어조로 시작되는 교향곡 99번의 도입부는 그 어떤 교향곡의 서주보다 더욱 풍부한 울림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이 교향곡에 트럼펫과 팀파니뿐만 아니라 중저음을 보충하는 클라리넷이 처음으로 편성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교향곡 서주의 도입부에서 2대의 클라리넷 중 한 명은 고음을 연주하고 다른 한 명은 매우 낮은 저음을 연주하며 소리에 깊이를 더하며 풍부하고 따스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클라리넷은 모차르트가 특히 사랑했던 악기다. 모차르트의 오페라와 협주곡, 교향곡에서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내는 클라리넷 연주는 하이든에게도 깊은 감명을 주었으리라. 하이든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모차르트에 대한 그리움을 클라리넷 소리에 담아내려 했을지도 모르겠다.

Carlo Maria Giulini/WPh - Haydn, Symphony No.99

Carlo Maria Giulini,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Großer Saal, Musikverein, Wien

1986.06.10

마법처럼 신비로운 음의 변화

1악장: 아다지오 - 비바체 아사이

교향곡 99번 1악장의 느린 서주는 클라리넷의 추가로 참신한 울림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대담하고 개성적인 화성 진행으로 놀라움을 안겨준다. 도입부에서 E플랫 장조의 장엄한 서주를 연주하던 오케스트라는 9~10마디째에 이르러 미처 예상치 못한 C플랫이란 엉뚱한 음을 큰 소리로 연주해 충격을 준다. 그 다음 마디에선 C플랫과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음인 B음을 반복하며 전조를 거듭하다 c단조를 암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빠른 템포의 주부에 이르면 천연덕스럽게 본래 조성인 E플랫장조를 회복하여 발랄한 주제를 제시하는데, 그 과정은 마치 마법처럼 신비롭다. 음표들을 마음대로 다루는 대가의 경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아마도 많은 음악학자들이 교향곡 99번 1악장 서주를 하이든이 작곡한 교향곡 서주 가운데 으뜸으로 꼽는 것도 이토록 대담하고 변화무쌍한 특징 때문일 것이다.

1악장의 느린 서주에 이어지는 빠른 주부 역시 비범하다. 본래 밝은 장조의 음악임에도 간혹 단조의 우울함이 암시되기도 해 매우 독창적인 느낌을 준다. 또한 빠른 템포 속에서도 서정적인 개성을 보여주고 있어 어떤 이는 이 악장이 ‘노래하는 알레그로’의 음악 양식을 보여준다 말하기도 한다.

2악장: 아다지오

느린 2악장은 림스키코르사코프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 19, 20세기의 관현악의 대가들이 경의를 표하는 특별한 음악이다. 연주 시간은 길지 않으나 고전적인 소나타 형식*을 갖추고 있어 형식미가 뛰어날 뿐 아니라, 부분적으로 목관 앙상블의 음향을 강조하거나 클라이맥스 부분에 팀파니와 트럼펫 음향을 폭발시키는 등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을 예견하는 다채로운 관현악법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전개부의 폭풍 같은 반음계는 매우 드라마틱하다. 교향곡 99번은 2대의 클라리넷이 만들어내는 음색이 돋보이는 곡이다.

3악장: 미뉴에트. 알레그레토

3악장 역시 보통의 미뉴에트*와는 달리 조금 거친 듯한 렌틀러*의 성격을 보여주며, 베토벤이 교향곡 3악장에 채택했던 스케르초*와 같이 예상치 못한 악센트와 강약 대비가 나타나서 흥미롭다. 고전주의 음악의 미뉴에트 악장은 대개 하나의 조성으로 이어지지만, 이 곡에서는 놀랍게도 중간에 오보에의 G음을 축으로 하여 주요 조성인 E플랫장조가 C장조로 전조되면서 변화무쌍한 느낌을 준다.

4악장: 피날레. 비바체

빠른 4악장의 도입부는 하이든 교향곡의 전형적인 피날레답게 시골풍 무곡의 명랑한 스타일이지만 목관악기의 솔로와 현악의 음향이 대비되는 만화경 같은 음향이 펼쳐져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한다. 중간에는 바흐의 푸가를 닮은 푸가토*까지 등장해 음악적인 내용이 매우 충실하다. 말년의 하이든이 그가 일생 동안 갈고 닦아온 여러 가지 작곡 기법을 전부 녹여낸 듯한 정교한 음악이다.

소나타 형식

소나타나 교향곡, 현악 4중주 등의 1악장을 구성하는 주요 형식으로 꼽히는 ‘소나타 형식’은 간단히 말해 조금 확장된 ‘3부 형식’이라 할 수 있다. A라는 음악적 요소가 먼저 제시된 후 이를 바탕으로 B라는 음악이 전개된 후에 다시 A’로 되돌아오는 형태를 취하는데, 여기서 A부분은 ‘제시부’, B부분은 ‘발전부’ 혹은 ‘전개부’, 그리고 A’부분은 '재현부‘라 한다. 이는 마치 서론-본론-결론과 같은 구조로, 어떤 가사나 이야기가 없는 순수 기악곡에서 음악을 전개시키는 데 가장 균형 잡힌 구조라 하겠다.

소나타 형식의 각 부분은 임의대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법칙을 따른다. 우선 제시부는 ‘주제’(theme, tema), 즉 음악 작품의 주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두 가지 대립되는 주제가 제시되어 음악적인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보통이다. 베토벤의 소나타에서 제1주제(주요 주제)는 대개 남성적이며 리듬의 성격이 확실한 반면, 제2주제(부주제)는 여성적인 성격이 강조되며 가요적인 성격을 지닌다. 때때로 제2주제는 제1주제로부터 유도되기도 한다. 제시부에서 제1주제와 제2주제의 차이는 단지 선율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뿐 아니라 조성적으로 대비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미뉴에트

미뉴에트(Minuet)는 본래 프랑스 시골에서 추던 3박자의 춤이지만 17세기에는 프랑스 궁정에 도입됐고 이후 교향곡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음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렌틀러

렌틀러(Ländler) 라는 말은 ‘대지’라는 뜻의 독일어에서 온 말이니만큼 좀 더 서민적이고 소박한 춤이다. 엉덩이를 치며 추는 렌틀러는 강한 율동감과 거칠고 소박한 맛이 있다.

스케르초

이탈리아어로 ‘농담’이란 뜻의 스케르초(Scherzo)는 매우 빠른 3박자로 된 경쾌한 음악으로, 예상을 뒤엎는 악센트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며 익살을 부리는 듯한 표현이 전형적인 특징이다.

푸가토

본래 푸가(Fuga)라는 말은 라틴어로 ‘도주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실제로 푸가라는 음악은 주제와 그를 뒤따르는 다른 성부의 움직임이 마치 도망치고 뒤따르는 추격전 같은 느낌을 준다. 푸가 양식을 취한 음악에서는 성부가 둘이듯 셋이든 넷이든, 하나의 일정한 주제가 먼저 한 성부에서 나오면 몇 마디 후에 다른 성부가 응답하면서 그 주제를 똑같이 따라서 연주한다. 하나의 악곡에서 푸가와 같은 방식으로 모방 기법이 부분적으로 사용될 경우 이를 푸가토(Fugato)라고 부른다. 대개 푸가토는 지나가는 식으로 잠깐 나타나고, 교향곡뿐 아니라 협주곡 등 다른 기악곡에 나타나기도 한다.

 

추천음반

하이든의 교향곡 99번의 추천음반으로는 콜린 데이비스/로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Philips), 로저 노링턴/남서독일 방송교향악단(Hänssler),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로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Warnwe Classics), 제프리 테이트/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EMI)을 꼽을 수 있겠다.

 

최은규(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과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2.08.06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11365

 

출처 : 클래식 사랑방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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