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z Liszt
1811-1886/항가리
12 É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초절기교 연습곡]
연습곡에 대한 개념이 비롯된 시기는 건반음악의 초기 단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연습곡의 개념은 토카타와 동의어가 되기 시작했고 세월이 지날수록 기술적 연습으로서의 독립적인 기능을 요구해 왔다.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피아노 악기의 발전과 더불어 19세기에 이르러 연습곡은 연주를 하기 위한 기본적인 기술을 습득하는 교과서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프란츠 리스트는 이전 시대에서 사용하던 연습곡이라는 제목만을 사용했을 뿐 콘서트홀의 대규모 청중 앞에서 비르투오소적인 성격을 과시하기 위한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연습곡을 다수 만들어냈다. 그 가운데에서도 <초절기교 연습곡>이야말로 한 시대의 음악적 특성을 결정지은 이정표와도 같은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연주 테크닉의 정점을 과시하는 화려한 연습곡
1826년 15세의 리스트는 그의 스승인 카를 체르니를 염두에 두고 12개의 연습곡을 작곡했다. 이는 원래 ‘모든 장단조에서의 48개의 연습곡’(Étude en quarante-huit exercices dans tous les tons majeurs et mineurs)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작품으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의 구성을 모델로 삼은 듯한 이 곡은 실제로는 12곡만이 작곡되어 마르세유의 출판업자 부아슬로에 의해 출판되었다. 그는 평생토록 자신의 작품에 만족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수정하여 개정판을 냈던 습관을 가졌던 만큼, 11년 뒤 어린 시절의 연습곡들에 수정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 첫 번째 개정 작업은 1837년부터 1838년 사이 그가 이탈리아에 머물던 시기에 이루어졌다. ◀전성기 때의 리스트, 1843년
이 수정본은 ‘24개의 대연습곡’(24 Grandes Études)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12곡밖에 수록되지 않았다. 이 연습곡집은 리스트가 ‘피아노의 파가니니’로 칭송받게 된 가장 중요한 비르투오소적 작품이었다. 그는 이 작품을 작곡뿐만 아니라 직접 연주를 하여 당대 청중들로 하여금 경외심을 불러일으켰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에 만족하지 않은 리스트는 1851년 이 작품을 또다시 개정하기 시작했다.
이 결정본은 1852년 브라이코프 운트 헤르텔 출판사에서 출판되면서 비로소 ‘초절기교 연습곡’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1837-38년 버전처럼 이 버전 또한 체르니에게 헌정되었는데 ‘작곡가에 의한 유일한 정격 에디션’이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다. 엑토르 베를리오즈는 이 결정본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을 남긴 바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러한 종류의 음악을 자주 들을 수 없을 것이다. 리스트는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 이 음악을 작곡했고, 세상에는 이 작품을 올바르게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혼자 우쭐댈 사람조차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1826년 버전이나 1837-38년 버전 어디에도 연습곡에 대한 개별적인 제목은 붙어 있지 않다. 디지털적인 정확함만을 추구하는 연습곡과는 전혀 다르게 서정적인 깊이와 낭만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음악임을 강조하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음악을 다듬었던 리스트는 1852년 버전에서야 비로소 부제를 붙인 것이다. 이것 또한 한 번에 이루어진 작업이 아니다.
1847년 리스트는 네 번째 연습곡을 따로 떼어내 ‘마제파’(Mazeppa)라는 제목의 독립곡으로 먼저 출판했으며, 이 제목을 사용한 문학 작품에 음악이 잘 어울리게끔 작품의 마지막을 수정했다. 결국 이 한 곡만큼은 ‘마제파’라는 제목의 장대한 시를 지은 빅토르 위고에게 헌정되었다. 이렇듯 한 곡 한 곡에 의미를 부여하며 쇼팽이 미처 완성하지 못한 스토리텔링의 요소를 갖춘 연습곡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리스트는 활짝 열어젖혔다.
리스트가 사용하던 피아노 중 하나. 그가 살던 부다페스트의 아파트에 보존되어 있다.
피아노로 연주하는 시
리스트는 이 작품을 작곡하면서 파생된 개념을 더욱 발전시켜 1838년에는 <파가니니에 의한 초절기교 연습곡>(É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 d’après Paganini)을 출판하여 한층 진일보한 피아노 테크닉을, 자신의 일기와도 같은 <순례의 해>(Années de Pèlerinage)에서는 더욱 강화된 스토리텔링적 이미지의 사용으로 피아노로 연주하는 음시(音詩: Tone Poem, 즉 리스트가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표제음악 장르로 제창한 교향시의 중심 개념)의 개념을 확립했다.
이 두 작품 모두는 <초절기교 연습곡>과 비슷한 시기에 작곡되기 시작한 것으로, 리스트의 초기 시절(1822-1839년)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28세의 리스트는 이미 작곡과 피아노 연주 모두에서 진정한 음악적 초인이자 새로운 음악예술 개념으로서 메타모르포시스(metamorphosis)의 거장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총 12곡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다음과 같은 제목과 구성을 가지고 있다.
1. 전주곡 Prélude
1번 전주곡은 1분이 채 안 되는 매우 짧은 작품으로 장대한 아르페지오를 통해 손가락을 풀고 악기에 익숙해지는 워밍업을 위한 연습곡이다.
2. A단조
부제가 없는 몰토 비바체의 이 연습곡은 양손이 엇박자로 빠르게 진행되며 점점 고난이도의 테크닉을 사용한다. 그 격렬함은 파가니니의 악마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3. 풍경 Paysage
고요하고 아름다운 정경을 묘사하는 작품. 그 표현이 단순하면서도 독창적인 일종의 야상곡인데, 일부 싱커페이션적인 진행들은 브람스를 예견하는 의미 이상의 것을 내포하고 있다.
4. 마제파 Mazeppa
짧은 도입부를 거쳐 등장하는 격렬하면서도 용맹한 주제 선율이 마제파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말발굽을 연상시키는 부점 리듬에 의한 야생마의 야성과 우크라이나의 넓은 평야를 누비는 주인공의 악몽과도 같은 기행이 어우러지며 다이내믹한 스토리를 펼쳐내는 음악이다.
이반 스테파노비치 마제파( 1644-1709)는 우크라이나의 전설이 된 실존 영웅으로 젊은 시절 폴란드 국왕 요한 카지밀의 궁정에 하인으로 봉사할 무렵에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 백작부인과 사랑에 빠진 그는 남편에게 발각되어 말에 묶인 채 황야로 추방된다. 우크라이나의 산과 들을 헤매다 빈사 상태로 죽음에 이른 마제파는 다행스럽게도 코사크 병사들에게 구조되고, 이를 계기로 그는 다시 살아나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영웅으로서의 삶을 보내게 된다. ▶말에 묶인 채 황야로 추방되는 마제파
5. 도깨비불 Feux Follets
요정들 혹은 귀신들이 밤에 불을 밝히며 그로테스크한 춤을 추는 듯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 음악. 벨칸토 성악에서의 메사 보체 테크닉이 건반음악에서 어떻게 사용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표현에 있어서의 난해함이 극도로 드러나는 난곡.
6. 환영 Vision
무거운 발걸음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다음에 이어지는 영웅의 서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몽상적인 느낌과 비극적인 기운이 기묘하게 뒤섞이며 동일한 음형을 왼손이 반복하면서 고도의 긴장감과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7. 영웅 Eroica
도입부는 리스트가 이전에 로시니와 스폰티니 주제를 사용한 화려한 즉흥곡들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서사적이면서도 격동적인 작품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이끈다. 여기서 펼쳐지는 영웅의 상은 리스트가 헝가리 스타일로 작곡한 많은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표현한 전형으로서 감동적인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8. 사냥 Wilde Jagd
프레스토 프리오소의 대단히 빠른 템포의 이 작품은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이후 독일 낭만주의 예술가들이 빈번하게 다루었던 낭만적인 밤의 이미지가 한층 격정적으로 등장한다. 사냥의 뿔피리 소리와 질주하는 사냥개들, 사냥감이 느끼는 위험함, 여기에 사냥꾼이 느끼는 희열이 리스트 특유의 초절기교로 유려하게 표현된다.
9. 회상 Ricordanza
아름다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작품은 페루초 부소니가 언급한 바대로 “노랗게 물들인 연애편지 묶음과 같은” 곡이다. 리스트의 전형적인 벨칸토 스타일을 보여주는 이 곡은 쇼팽의 음악과 더불어 피아노에 있어서 이탈리아적인 칸타빌레의 원형으로 간주된다.
10. F단조
역시 부제가 없는 이 곡은 알레그로 아지타토 몰토의 빠르기로서 일종의 무궁동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11. 밤의 하모니 Harmonies du Soir
명상적이고도 고요한 밤의 정취를 자아내는 안단티노 빠르기의 곡으로 명징하면서도 환상적인 분산화음이 꿈을 꾸는 하프의 노랫소리를 연상케 하는 저역의 포근함과 어우러지며 나른한 비상감을 고조시킨다.
12. 눈쓸기 Chasse-neige
이 장대한 <초절기교 연습곡>의 마지막 곡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눈에 덮여 가는 도시를 연상케 하는 안락하지만 어딘지 섬뜩함을 전달해주는 멜로디 라인을 만들기 위해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이 내린 눈 알갱이 하나하나를 상징하는 듯한 저 엄청난 수의 음표들이 주는 위압감은 이루 형언하기 힘들 정도의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Claudio Arrau - List, 12 É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
Claudio Arrau, piano
Concertgebouw, Amsterdam
1974-1976
1. Prélude 00:00 - 2. A minor 01:02 - 3. Paysage 03:21 - 4. Mazeppa 07:37 - 5. Feux Follets 15:16 - 6. Vision 19:41 - 7. Eroica 25:46 - 8. Wilde Jagd 30:39 - 9. Ricordanza 35:46 - 10. F minor 46:46 - 11. Harmonies du Soir 51:32 - 12. Chasse-Neige 01:00:25
추천음반
비현실적일 정도로 현란한 기교와 극한의 다이내믹, 풍부한 낭만성을 요구하는 탓에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을 녹음한 피아니스트는 극도로 적은 편이다.
1. 리스트 직계 피아니스트들 가운데 <초절기교 연습곡>을 모두 녹음할 수 있었던 클라우디오 아라우의 감각적이면서도 상상력 풍부한 연주(Philips)와 호르헤 볼레의 섬세하면서도 긴장감이 배어 있는 연주(DECCA) 모두 리스트 음악의 가장 훌륭한 모범으로 널리 존경받아 마땅하다.
2. 러시아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라자르 베르만(Melodiya)은 초절기교를 뛰어넘는 테크닉의 경지를 보여주며 범인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세계를 구축한 바 있다.
3. 아직 전곡을 녹음하지는 않았지만 현대적이면서도 스케일 큰 해석을 자랑하는 예브게니 키신의 연주(RCA) 또한 경청할 만하다.
글 박제성 (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을 번역했다. 현재 서울문화재단 평가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기획물 전체>음악의 선율>클래식 명곡 명연주 2011.12.02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6891
Composer: Franz Liszt Artists: Mariangela Vacatello Franz Liszt was the greatest piano virtuoso of his time, and his enormous solo piano output includes some of the most taxing music for the instrument ever written. He was influenced by a vast range of composers, but none more so than Paganini. Liszt was inspired by Paganini’s incredible virtuosity on the violin, and wanted to translate it into piano technique. He continually sought to push the boundaries of possibility, and many of his most difficult works for solo piano stem from this impulse, including the dazzling and fearsomely difficult Transcendental Studies. In doing so he laid the foundations for modern piano technique. However, the Studies are also one of the most important cycles in his output, designed to be a collection of sublimely enjoyable sound pictures and not just a series of technical inventions. Each one presents a different challenge to the performer, requiring eloquence and lyricism as much as dazzling virtuosity, from the delicacy of Feux follets, to the melting poetry of Ricordanza, the grand and dramatic Eroica, to the thundering finale, Chasse-neige. This is the revised and most-performed version of the original 12 Transcendental Studies, published in 1852, which is slightly easier to play, although the galloping Mazeppa is technically more difficult. The exciting young Italian pianist Mariangela Vacatello is a Liszt specialist, renowned for her passionate performances and technical ability. She has given concerts at prestigious venues across the USA and Europe,and has won many awards. These include 2nd prize at the Franz Liszt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in 1999, and the Internet Audience Award at the 2009 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Tracklist: 00:00:00 Franz Liszt: É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 S. 139 (1852): Preludio 00:00:53 Franz Liszt: É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 S. 139 (1852): (Molto vivace) 00:02:57 Franz Liszt: É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 S. 139 (1852): Paysage 00:08:34 Franz Liszt: É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 S. 139 (1852): Mazeppa 00:16:36 Franz Liszt: É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 S. 139 (1852): Feux follets 00:20:33 Franz Liszt: É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 S. 139 (1852): Vision 00:26:51 Franz Liszt: É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 S. 139 (1852): Eroica 00:31:59 Franz Liszt: É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 S. 139 (1852): Wilde jagd 00:37:30 Franz Liszt: É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 S. 139 (1852): Ricordanza 00:49:07 Franz Liszt: É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 S. 139 (1852): (Allegro agitato molto) 00:54:01 Franz Liszt: É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 S. 139 (1852): Harmonies du soir 01:04:02 Franz Liszt: É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 S. 139 (1852): Chasse-nei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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