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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슈만 피아노 5중주 E플랫장조(Schumann, Piano Quintet in E flat major Op.44)

Bawoo 2014. 3. 3. 13:06

Schumann, Piano Quintet in E flat major

슈만 피아노 5중주 E플랫장조

Robert Schumann

1810-1856

Martha Argerich, piano

Dora Schwarzberg, violin

Lucy Hall, violin

Nobuko Imai, viola

Mischa Maisky, cello

Concertgebouw, Amsterdam

1994.09.18

 

Argerich/Schwarzberg/Hall/Imai/Maisky - Schumann, Piano Quintet

 

슈만은 젊은 시절 때때로 실내악 작품을 작곡하긴 했지만 1842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 장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해 6월과 7월 그는 세 곡으로 구성된 현악 4중주 Op.41의 작곡을 끝마쳤고 10월에는 피아노 5중주 E플랫장조 Op.44를, 11월에는 피아노 4중주 E플랫장조 Op.47을 작곡했다. 그리고 1843년 1월에는 후일 개정을 한 환상소곡집 Op.88과 안단테와 변주곡 Op.46의 초기 버전을 작곡했다. 이는 1839년부터 친구인 프란츠 리스트가 언젠가는 슈만이 피아노만으로 만족할 수 없으리라 예견하며 3중주, 4중주, 5중주, 6중주 혹은 7중주의 실내악을 작곡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에 고무된 것으로, 이 시기는 가히 슈만에게 ‘실내악의 해’라고 부를 만하다.

내용과 형식이 이상적으로 화해를 이룬 고전적인 작품

1841년 11월 슈만은 아내인 클라라와 함께 바이마르를 방문하여 환상곡에서 발전시킨 교향곡 1번과 전 해에 쏟아냈던 가곡들을 선보였고 이듬해 2월까지 브레멘과 올덴부르크, 함부르크도 방문했다. 당시 그는 아내의 피아노 연주를 보조하는 듯한 자신의 역할에 일말의 불만을 품었다. 그런 까닭에 3월에 클라라는 한 달 동안 코펜하겐으로 연주회 여행을 떠났고, 그 사이 슈만은 혼자서 라이프치히로 되돌아왔다. 깊은 우울감에 빠져 작곡을 할 수 없었던 그는 대위법과 푸가에 몰두하기 시작하며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의 현악 4중주를 공부했다. 특히 베토벤을 연구한 뒤 그는 보다 상징적인 음악 형식에 자신감을 갖게 되며 실내악 작품을 본격적으로 작곡할 준비를 마치게 되었다. 이 곡을 슈만은 아내 클라라에게 헌정했으며 그녀의 연주로 초연되었다.

순수 현악기를 위한 실내악 작품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슈만은 자신의 악기인 피아노에 대한 열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 피아노가 등장하지 않는 실내악 작품에는 주제나 변형부와 같은 대목에서 피아노를 연상시키는 모습이 등장하고, 피아노가 수반된 실내악에서 현악기들은 피아노를 모방하거나 뒷받침하며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피아노 5중주와 4중주의 경우가 그러하다.

사실상 슈만의 실내악 작품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서 이 피아노 5중주는 내용과 형식이 가장 이상적으로 화해를 이루고 있는 고전적인 작품이다. 음악적 내용뿐만 아니라 이 작품으로 인해 부부 사이도 다시금 화해를 이루게 되었다. 슈만은 잠시나마 부인에게 질투를 느꼈던 것이 미안했던 탓인지 이 작품을 클라라에게 헌정하여 자신의 변치 않은 사랑을 확인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후 몇 차례 수정을 하여 1843년 1월 8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부인 클라라의 연주로 공개 초연되었다(1842년 11월 29일 슈만의 집에서 먼저 연주된 바 있다). 급격한 개혁가였던 리스트는 이 작품을 “너무 라이프치히적이다”라고 평가하며 지나치게 고전적인 모습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이 작품의 대중적인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져 갔다.

이 작품은 언뜻 보면 각기 다른 개념의 회화가 모여 있는 것 같다. 일반적인 고전주의 실내악의 악장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이 각 악장이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네 개로 구성된 일련의 서정적인 세밀화를 이루고 있다기보다는, 자신의 창조적인 시성을 음악으로 환원하기에 이렇게 큰 규모의 형식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며 독립적인 세계를 환상적으로 이어놓은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위풍당당한 소나타 형식의 1악장, 장송 행진곡의 2악장, 환상곡 풍의 스케르초인 3악장, 열정적인 푸가토인 4악장으로 이어지는 이미지는 젊은 시절 피아노 작품인 <나비>나 <유모레스크>, <크라이슐레리아나>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극적인 스토리텔링에 비견할 만하다.

피아노 5중주는 피아노와 현악 4중주(바이올린2,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다.

어찌되었든 슈만은 피아노와 현악 4중주가 함께 하는 피아노 5중주라는 실내악 작품을 처음으로 작곡한 위대한 음악가로, 그의 피아노 5중주 E플랫장조는 피아노가 가세한 실내악 장르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빛을 발하는 명곡임은 의심할 바 없다. 후일 브람스를 비롯하여 드보르자크, 포레, 엘가, 레거, 쇼스타코비치 등등이 슈만의 피아노 5중주를 본받아 이 형식을 발전시켜 나아갔다.

Daniil Trifonov & Ariel String Quartet - Schumann, Piano Quintet

Daniil Trifonov, piano

Ariel String Quartet

Alexandra Kazovsky, violin

Gershon Gerchikov, violin

Sergey Tarashchansky, viola

Amit Even-Tov, cello

Rubinstein International Piano Master Competition

Tel Aviv, 2011.05

다닐 트리포노프(1991~ )는 2010년 쇼팽 콩쿠르 3위,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우승(손열음이 준우승) 및 전 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하였으며, 현재 전 세계 음악인과 애호가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젊은 피아니스트입니다. 위 영상은 차이콥스키 콩쿠르 몇 주 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있은 루빈스타인 콩쿠르에서 우승할 때의 연주입니다. 다닐 트리포노프는 2013.06.11-12에 예술의전당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가집니다.

1악장: 알레그로 브릴란테

소나타 형식의 모범과 같은 곡으로서 두 개의 주제가 등장한다. 1주제는 E플랫장조로서 반짝거리는 빛을 발하는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이고 2주제는 관계조인 C단조로서 서정적이고 겸허하며 온화하다. 피아노는 이 두 개의 주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며 현악기들 위에 군림하는 주인공으로서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2악장: 행진곡 풍으로. 다소 느리게

슈만의 장송 행진곡으로 실내악의 걸작으로서의 풍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다분히 주제적인 성격인 세 개의 주요 악상(터벅거리는 듯한 음울한 리듬―조용히 침잠하는 낭만적인 선율―역경을 딛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빠른 선율)이 엄격한 형식을 통해 전개되며, 이러한 엄격함은 전체에 진지하면서도 비통한 분위기를 불어넣는다. 비극적인 아지타토를 거친 뒤 피아노의 간헐적인 리듬은 차츰 조용해지며 마침내 화음의 빛 구름 속에서 영롱하게 해체된다.

3악장: 스케르초. 몰토 비바체

상승하는 활기찬 스케일과 이에 대한 거울로서 하강 스케일이 대비를 이루는 주제가 이례 없는 활력을 더하는 스케르초 악장이다.

4악장: 피날레. 비바체

첫 악장의 주제를 다시 한 번 포착하여 모든 악기가 동원되어 열정적인 푸가토를 연주하는 악장으로, 슈만 특유의 극도의 긴장 상태와 환상적인 분위기가 펼쳐진다. 이 작품을 작곡한 뒤 고전 형식에 자신감을 얻은 슈만은 보다 큰 규모와 장대한 내용의 작품, 즉 오페라에 눈을 돌리게 된다.

 

추천음반

가장 먼저 빈의 분위기와 고전적인 기품을 담은 외르크 데무스와 바릴리 4중주단의 연주(Westminster)를 추천한다. 한편 스비아토슬라프 리흐테르와 보로딘 4중주단의 연주(Teldec)는 치열하면서도 현대적인 세련미가 돋보이는 해석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프리드리히 굴다와 하겐 4중주단의 연주(DG) 또한 빈의 음향을 현대적으로 잘 보여준 연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레너드 번스타인과 줄리아드 4중주단의 연주(SONY)도 아날로그 시대부터 명반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박제성(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을 번역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2.11.12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15613

 

출처 : 클래식 사랑방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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