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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호아킨 로드리고 ‘아랑후에스 협주곡’(Joaquín Rodrigo, Concierto de Aranjuez)

Bawoo 2014. 3. 4. 11:45

Joaquín Rodrigo, Concierto de Aranjuez

호아킨 로드리고 ‘아랑후에스 협주곡’

Joaquín Rodrigo

1901–1999

John Williams, guitar

Paul Daniel, conductor

BBC Symphony Orchestra

Royal Albert Hall, London

BBC Proms 2005

 

John Williams - Joaquín Rodrigo, Concierto de Aranjuez

 

아주 오래전 KBS 토요 명화극장 시그널 뮤직으로 사용되어 시청자를 TV 앞으로 불러 모았던 이 곡은 스페인의 호아킨 로드리고가 기타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으로 작곡한 3악장의 작품이다. 그중에서 우리들이 가장 많이 감상하며 영화나 TV에 자주 삽입되는 부분이 2악장 아디지오. 대중음악이나 재즈 가수들이 2악장에 가사를 붙여 Aranjuez mon amour 또는 En Aranjuez con tu amor라는 곡명으로 노래를 불러 더욱 유명하다.

세 살 때 디프테리아를 앓아 실명한 로드리고는 어린 시절을 음의 세계에 파묻혀 지내며 음악가가 되려고 결심한다. 발렌시아 음악학교에서 공부한 후 26세 되던 1927년에 프랑스로 유학을 간 로드리고는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폴 뒤카에게 작곡법을 배웠다. 파리 시절 로드리고는 그의 음악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두 사람을 만났는데, 스페인의 저명한 작곡가 마누엘 데 파야와 후에 부인이 된 터키 출신 피아니스트 빅토리아 카미이다.

호아킨 로드리고는 3살 때 완전히 실명하여 기타로 네 개의 음을 연달아 칠 수조차 없었다. 그는 손수 점자로 악보를 찍어 필경사에게 구술하는 방식으로 작곡을 했다고 한다.

스페인 내전을 피해 독일에 머물다 1939년에 귀국한 로드리고는 이듬해 기타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아랑후에스 협주곡>을 발표했다. 유명 기타 연주자 사인스 데 라 마사가 바르셀로나에서 초연하였으며 로드리고는 이 작품을 그에게 헌정했다. 아랑후에스는 마드리드 남쪽에 있는 작은 도시로 ‘스페인의 작은 베르사유’라고 불리는 궁전인데, 로드리고는 그곳을 방문했을 때의 정취와 감흥을 살려 <아랑후에스 협주곡>을 작곡했다. 특히, 2악장 아다지오에는 이 곡을 작곡할 무렵 첫 아이를 유산으로 잃은 부인 카미를 위한 위로를 담았다고 한다.

로드리고의 음악은 시정에 넘친다. 이 곡은 스페인 춤곡 풍 리듬의 기타 독주가 오케스트라의 여린 지속음에 실려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기타 음악 보급에 절대적인 공헌을 한 기념비적인 이 작품은, 20세기에 가장 많이 편곡된 클래식 음악으로 약 50여 종의 편곡 음반이 발표되었으며, 스페인 음악 중 가장 많은 저작권 수익을 올린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다고 한다. 호아킨 로드리고는 1991년 국왕 후안 카를로스로부터 스페인 음악 발전에 미친 공로를 인정받아 아랑후에스 궁전의 후작 칭호를 받았다.

Pepe Romero - Joaquín Rodrigo, Concierto de Aranjuez

Pepe Romero, guitar

Rafael Frühbeck de Burgos, conductor

DR SymfoniOrkestret

Copenhagen Concert Hall

2013.06.01

1악장: 알레그로 콘 스피리토

전통적인 소나타 형식을 갖춘 이 악장은 중부 스페인의 명랑한 구애의 민속춤 판당고를 연상시킨다. 1악장은 기타가 잔잔한 저음을 배경으로 깔면서 시작된다. 첫 악절에서는 그 악장 전체를 흐르는 리듬을 제시한다. 6개의 8분음표가 3박 2개(이 악장의 기본 박자인 6/8박자)나 2박 3개(3/4박자)로 나뉜다. 강약은 변하지만 마디 길이는 변함없는 이 헤미올라는 당김음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는 스페인 민속음악과 유럽의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 춤곡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기타는 목관악기의 조용한 연주와 함께 스타카토 오스티나토(연달아 음을 끊어서 연주하는 기법) 음형으로 진행한다. 이것이 끝나면 현악기가 도입 패시지를 연주한다. 오보에와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대담한 주제가 잔잔한 음을 넘어 들어오다가 기타에 의해 변형된 뒤 목관악기와 발랄한 화음을 주고받는다. 이는 다시 플라멩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확대된 프리지안 카당스(E단조와 F샤프단조의 화음)로 들어갔다가, 바순의 저음과 더불어 기타가 이끄는 새로운 주제로 넘어간다.

지금까지의 주제는 강세를 띤 D장조로 들어갔으나, 이 새로운 주제는 훨씬 동떨어진 영역의 F장조와 D플랫장조를 거쳐 A단조에 이른다. 현악기의 판당고 리듬이 다시 등장함과 동시에 발전부가 같은 조로 시작된다. 이에 따라 기타는 전보다 훨씬 빠른 경과구의 라스게아도로 연주된다. 소용돌이치는 듯한 하강음(목관악기와 고음의 현악기)이 재현부를 이끌어내고, 재현부는 제시부와 마찬가지로 기타가 D장조의 딸림화음을 화려하게 연주함으로써 끝을 맺는다. 코다는 대개 기타에 의해 처음 이끌려 들어온, 앞의 스타카토 오스티나토 음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코다가 비록 발랄한 투티에 이르기는 하지만, 조용히 종지를 향해 나아간다. 이때 기타는 판당고 리듬을 짧게 연주한다.

2악장: 아다지오

작곡가의 아내인 카미는 2악장을 가리켜 “허니문의 행복을 담은 사랑의 노래”라고 했으며, 로드리고 자신은 “기타와 잉글리시 호른이 나누는 애수의 대화”라고 했다. 잉글리시 호른의 애잔한 선율이 그리움과 우수로 가득 찬 향수를 자아낸다. 프랑스어 가사를 붙여 나나 무스쿠리가 부른 ‘사랑의 아랑후에스 (Aranjuez Mon Amour)’로 유명하다.

현악기의 지속적인 저음부 위로 기타가 B단조의 으뜸화음을 되풀이하며 등장한다. 한 마디가 끝나면 잉글리시 호른이 <아랑후에스 협주곡>에서 가장 유명한 구슬픈 멜로디를 연주한다. 이 멜로디는 성모 마리아와 수많은 성인들을 기리는 가두행렬이 세비야 거리에 물결치는 연례 종교행사인 사에타에서 연주되는 음이다. 일부 음이 꾸밈음으로 강조된 이 멜로디는 2개의 악절로 이루어져 있다. 조용한 현악 연주를 바탕으로 기타가 2개의 악절을 반복하여 마치 칸토레의 노랫소리같이 화려하고 서정적인 음색을 가미한다. 그러면 이 멜로디에서 비롯된 짧은 악구는 현악기와 목관악기를 거쳐 E단조에 이른다.

기타가 이 새로운 조를 통해 새로운 악구로 돌입하면 바순이 이를 받아 연주한다. 이런 형태가 전과 동떨어진 G단조, C단조를 거치며 계속되는 동안 오보에가 원래 선율들을 함께 연주한다. 이때 전체 오케스트라가 갑자기 끼어들면서 E단조로 돌아선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기타가 독주로 즉시 첫 멜로디를 연주한다. 잠시 후 오보에와 현이 끼어들어 E단조를 A단조로 바꿔 놓는다. 기타도 긴 떤꾸밈음과 빠른 경과음으로 정열적인 연주를 시작한다. 기타의 정열적인 연주가 서서히 잦아들면 목관악기가 단편적인 악구들을 번갈아 가며 빠르게 연주한다. 다시 바순만이 홀로 남고 G단조가 넌지시 돌아온다. 놀랍게도 기타 독주가 여러 주제들을 바탕으로 한 G샤프단조의 기나긴 종결부를 이어나가면서 다양한 분산화음과 그 밖의 다른 화음들을 선보인다.

절정을 이루는 트레몰란도(2개 이상의 음을 빠르게 교차시키는 주법) 화음이 오케스트라 전체를 부추겨 전혀 예기치 못했던 F샤프단조의 처음 멜로디로 단숨에 되돌아가게 한다. 이어 기타가 다시 등장해 2악장을 평온한 종결부로 이끌며, 매우 여리게 연주되는 현악기들의 화음을 아래로 깔고 최고 음역을 향해 치닫는다. B장조의 종결 화음이 마치 저녁햇살처럼 다가오는 듯하다.

3악장: 알레그로 젠틸레

마지막 3악장에는 궁정의 우아한 분위기가 흐른다. B장조로 시작되는 기타 독주가 힘찬 2부 대위법으로 즉각 론도 주제를 제시한다. 이어 2/4박자와 3/4박자의 마디들이 불규칙하게 번갈아 나오면서 세기와 박자를 변형시켜, 1악장의 당김음 리듬으로 되돌아가게 한다. 오케스트라가 이 주제를 신속히 재현하는데 이때는 D장조를 취한다.

3악장의 나머지 부분은 4개의 삽입구로 나눌 수 있다. 첫 삽입구에서 기타는 론도 주제를 아름다운 화음에 맞춰 연주하다가 조용히 또 다른 론도를 제시한다. 이어 떨리는 스타카토가 연주되면서 C샤프단조로 조를 옮긴다. 이 부분에서 제2삽입구가 시작된다. 퉁기듯 연주되는 현악기의 낮은 음을 바탕으로 강렬하고 꽉 찬 느낌을 주는 기타 화음에 목관악기가 화답한다. 목관악기의 화답이 끝나면 기타가 점점 내려가는 분산화음으로 B단조의 새로운 주제를 연주한다. 플루트에 이어 기타의 빠른 음역이 론도의 재등장을 알린다. 바이올린은 퉁기듯 연주하며, 기타는 아르페지오로 연주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G장조다. 앞의 두 삽입구보다 긴 제3삽입구에서는 오케스트라가 또 다른 악상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악상을 제대로 취하고 있는 것은 기타밖에 없다. 퉁기듯 연주하는 현악기와 새의 울음소리 같은 목관악기의 음이 계속된다. 결국 기타는 론도 주제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이번에는 흐르는 듯한 16분음표로 연주한다. 그러고는 거침없이 제4삽입구로 연결된다. 이때 마치 나팔소리처럼 들리는 군가 풍의 주제가 도입되면 오케스트라가 이를 재빨리 받아들여 진행한다.

마지막 삽입구는 기타의 빠른 분산화음과 바이올린의 트레몰란도로 절정에 이른다. 잠시 쉬고 나면 전체 오케스트라가 전속력으로 D장조의 론도를 마지막으로 연주한다. 코다는 짧다. 고음의 현악기와 목관악기가 옥타브 도약, 아르페지오로 연주하는 으뜸화음에 이어 추락하는 듯한 기타의 빠른 음이 들린다. 악장의 마지막은 어울리지 않게 조용히, 하지만 미묘한 기타 소리에는 어느 정도 어울리는 모습으로 끝난다.

 

  해설ㆍ정리 : 라라와복래 2013.10.27

 

출처 : 클래식 사랑방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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