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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돈 후안`(Richard Strauss, Tone Poem `Don Juan`, Op.20)

Bawoo 2014. 3. 9. 08:56

Richard Strauss, Tone Poem 'Don Juan', Op.20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돈 후안'

Richard Strauss

1864-1949

Herbert von Karajan, conductor

Berliner Philharmoniker

Symphony Hall, Osaka, Japan

1984.10.18

 

Herbert von Karajan/Berliner Philharmoniker - Richard Strauss, Don Juan, Op.20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보통 'R. 슈트라우스'로 약칭하는데, 이것은 '왈츠의 왕'으로 유명한 'J.(요한) 슈트라우스'와 구별하기 위해서이다)는 1864년 뮌헨에서 태어나 1949년 가르미슈에서 타계한 독일의 후기 낭만파 작곡가이다. 85년에 이르는 긴 생애 동안 세기가 바뀌고 세계대전이 두 차례나 일어나는 등 세상은 격변했지만, 그의 음악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19세기 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신(新)독일악파의 후예였고, 여러 후기 낭만파 음악가들 중에서 재능과 실력 면에서 가장 걸출한 인물이었다.

R. 슈트라우스는 특히 교향시와 오페라에서 두각을 나타냈는데, 흥미롭게도 교향시는 주로 경력의 전반부에, 오페라는 주로 후반부에 내놓았다. 이 가운데 교향시 분야에서 그는 리스트의 후계자이자 궁극적인 완성자로 간주되는데, 여기에 소개하는 <돈 후안>은 그런 그가 독자적인 개성을 확립한 첫 교향시라는 의의를 지닌다. 다만 그는 리스트가 사용했던 '교향시(Symphonische Dichtung/Symphonic Poem)'라는 명칭보다는 '음시(Tondichtung/Tone Poem)'라는 명칭을 선호하여 그의 교향시들 대부분은 '음시'라는 명칭을 달고 있다. ▶R. 슈트라우스와 아내 파울리네 데 아나, 아들. 1910년.

사실 슈트라우스는 <돈 후안> 이전에 <맥베스>라는 교향시를 썼지만, 선배 지휘자 한스 폰 뷜로가 문제점을 지적하자 발표를 미루고 개작에 들어갔다. 또 그 작품은 넘치는 의욕에도 불구하고 리스트와 바그너의 영향이 채 가시지 않았고, 초연 직후 곡에 불만을 느낀 작곡가가 개정에 들어가는 바람에 출판이 더욱 지연되었다. 그러는 동안 <돈 후안>이 완성되어 초연되었고, 악보까지 출판되었던 것이다.

바이마르 궁정극장에서 슈트라우스 자신의 지휘로 치러진 <돈 후안>의 초연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결과 슈트라우스는 일약 독일 음악계의 주요 작곡가로 부상했는데, 당시 그의 나이 겨우 24세였다. 이후 그는 교향시 창작에 박차를 가하여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돈 키호테>, <영웅의 생애>와 같은 명작들을 연달아 발표하여 독일 음악의 기수로 우뚝 서게 된다.

바람둥이에서 이상주의자로

돈 후안은 17세기의 티르소 데 몰리나(Tirso de Molina)와 몰리에르(Molière)로부터 20세기의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수백 년 동안 예술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온 캐릭터이다. 돈 후안은 14세기 무렵 스페인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전설적인 바람둥이로, 일생 동안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여인들을 유혹하고, 사랑을 나누고, 떠나버리는 일을 무수히 반복했다. 그런 돈 후안을 어떤 이는 몹쓸 호색한으로 묘사했는가 하면, 어떤 이는 허식과 색욕으로 가득한 궁정 및 귀족사회를 풍자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중 모차르트의 유명한 오페라 부파 <돈 조반니(Don Giovanni)>는 돈 후안이라는 캐릭터의 한 전형을 음악화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시인 레나우(Nikolaus Lenau, 1802-1850), 1839년

그런데 19세기 중엽에 활약한 시인 니콜라우스 레나우(Nikolaus Lenau)는 돈 후안을 사뭇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헝가리 출신으로 슈바벤 파의 영향을 받은 그는 1843년에 쓴 극시에서 돈 후안을 지고의 사랑을 찾아 방황하는 낭만주의자이자 이상주의자로 그렸던 것이다. 레나우의 시 속에서 돈 후안은 늘 이상의 여인을 동경하며 모험을 감행하지만, 끝내 궁극의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쓸쓸한 고독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 사실 이런 변형은 헝가리인 특유의 정열과 집시들의 방랑벽, 슬라브적 우수와 독일적 정신성, 그리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정신병적 인자 등 레나우의 개인적 기질과 성향에 기인한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동시대의 낭만적 예술가들로부터 관심과 애호를 받기에 충분한 캐릭터를 창조한 것이기도 했다.

슈트라우스 역시 레나우의 세계에 매료되었는데, 돈 후안의 이상주의자적인 면에 호감을 느꼈고, 특히 그의 심리에 대한 레나우의 묘사에 강하게 이끌렸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그는 나중에 아내가 되는 여가수 파울리네 데 아나와 교제 중이었다. 파울리네는 아주 독특한 성격을 지녔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슈트라우스는 그녀의 성격을 “매우 복잡하고, 매우 여성적이며, 조금 괴팍하고, 조금 요염하며, 매 순간 기분이 달라진다.”고 묘사한 바 있다. 어쩌면 그처럼 수수께끼 같은 여성을 사랑했기에, 레나우가 표현한 ‘여성 탐구의 여정’을 거울삼아 한 편의 장대하고 변화무쌍한 음시를 작곡했던 것이 아닐까?

Fritz Reiner/Chicago Symphony Orchestra - Richard Strauss, Don Juan, Op.20

Fritz Reiner, conductor

Chicago Symphony Orchestra

Orchestra Hall, Chicago

1954.12.06

격정과 탐미, 그리고 허무의 음시

슈트라우스의 <돈 후안>은 3관 편성 오케스트라를 위한 관현악곡으로 전곡 연주에는 약 17~18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 작품의 최초 출판 악보에는 레나우의 시가 실려 있는데, 그 첫머리와 마무리는 대강 다음과 같다.

참으로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이기는 하나

헤아릴 수 없이 광대한 마(魔)의 나라여.

열락의 폭풍 속을 지나서

최후의 여인에게 입 맞춘 뒤 바로 죽어도 좋으리라!

이제 아름다운 폭풍은 멎고 정적만이 남았다.

모든 희망과 소원은 죽은 듯하다.

아마도 하늘의 섬광이 우리를 비웃고

우리 사랑의 힘을 흩어버리는 듯하다.

세상은 갑자기 황량한 어둠으로 변한다.

▶독일 화가, 막스 슬레포크트가 그린 돈 조반니(또는 돈 후안).

 

여인을 유혹하는 돈 후안(돈 조반니)의 모습을 그린 오페라 장면.

정열적인 D장조로 시작되어 음울한 e단조로 마감되는 슈트라우스의 음시는 이러한 구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열락의 회오리’를 나타내는 격렬한 주제로 출발하여, 빠르고 열광적인 흐름과 느리고 부드러운 흐름이 수차례 교대로 나타나 서로를 희롱하며 진행된다.

빠른 부분에서는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의 상징, 광대한 마의 나라’를 나타내는 선율과 돈 후안을 나타내는 주제가 복잡하게 얽히는 가운데 돈 후안이 종횡무진 세상을 누비는 모습이 그려지고, 느린 부분에서는 매혹적인 여인의 등장(바이올린 독주), 아름다운 여성 앞에 무릎을 꿇는 돈 후안의 모습, 돈 후안의 구애와 유혹 등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부친의 뜻을 거스르며 그에게 순종하려는 여인, 그가 정열을 바치지만 그를 거부하는 여인, 어둠 속에서 그에게 속아 유혹을 당하는 여인, 그의 열정적인 독백 속에서 떠오르는 여인, 그로 인해 상심한 나머지 갑자기 죽어버린 여인 등 레나우의 극시 속에서 암시되는 다양한 유형의 여인들 사이를 헤매며 ‘이상의 여성’을 찾아 방황하는 돈 후안의 모습이 압축적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돈 후안의 희망과 실망, 그리고 한때의 영웅적 승리 등이 한 폭의 장대하고 화려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 정열적이고 매혹적이며 변화무쌍한 음악은, 그러나 결국 허무를 암시하듯 안타까운 여운을 남기며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다.

 

추천음반

1.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DG

2. 루돌프 켐페(지휘)/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Warner/EMI

3. 프리츠 라이너(지휘)/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RCA

4. 마르크 알브레히트(지휘)/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PentaTone

5. 마리스 얀손스(지휘)/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EuroArts *DVD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를 역임하였다.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4.03.07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50642

 

출처 : 클래식 사랑방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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