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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장편 추리소설]새벽 거리에서:히가시노 게이고

Bawoo 2022. 5. 11. 12:38

 

[소감] 살아가면서 아내 외 다른 여자와 절대로 "불륜하지 마라"라는 이야기를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한 인턴 아가씨-'아키하'라는 이름-를 통해 주장(?)하는 작품. 아버지와 이모의 불륜을 알자 자살한 아버지의 비서 겸 연인이 자신이 살해한 법인으로 의심받는 타살로 처리된 것을 알면서도 공소시효 15년이 지날 때까지 침묵하고 있다가 터뜨리는 방식으로 아버지와 이모에게 복수하는 형식으로 전개된 작품이다. 자신이 일부러 유부남-와타나베-을 택해 불륜의 사랑하는 것을 아버지가 보게 하여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설정인데 작품의 끝부분-공소시효가 끝난 날-에 가서야 자신이 살인범이 아닌 것을 설명 형식으로  해명한다. 작품 전개 내내 자신이 살인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작가의 다른 작품에 비해 추리적 기법은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살인범으로 주목받은 주인공이 실제 살인범은 아니고 아버지의 연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는 설정이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아버지와 이모는 딸이자 조카인 주인공이 살해한 줄 알고 고통 속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죗값을 치르라는 메세지.

주인공은 이리 항변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아빠, 이모 도대체 왜 그랬어? 불륜의 사랑이 엄마. 비서를 스스로 죽게 만들 정도로 그리 좋았던 거야? 또 딸이자 조카인 내가 받는 고통은 생각도 안 하게 될 정도로?"

 

책소개

오늘의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릴러 소설 『새벽 거리에서』. 항구 도시 요코하마를 배경으로 잔혹한 사랑과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그리고 있다. 현모양처인 아내와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둔 평범한 샐러리맨 와타나베. 어느 날 그의 회사에 아키하라는 젊은 여사원이 들어오고, 우연한 사건으로 그녀와 둘만의 만남을 갖게 된 그는 두근거림을 느끼면서 얼마 후 불륜의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러던 중 아키하는 와타나베에게 15년 전 자신의 집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얼마 후 와타나베는 자신을 좇아 온 형사에게 아키하가 그 살인 사건의 용의자이며 사건의 공소 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듣게 되는데….

 

책 속으로

“이 방에 들어 온 게 몇 개월 만인지.”
“그 정도야?”
“이 집에 와도 이층의 내 방에 잠시 들를 뿐이거든요.”
“왜지?”
그러나 그녀는 내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뭔가를 확인하려는 듯 거실 안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아버지는 이 집을 처분하고 싶어 해요.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데다 좋은 추억도 없으니까. 그런데 살 사람이 안 나타나서 아버지도 부동산 중개인도 애가 타나 봐요.”
“너무 엄청나서 안 나타나는 건가…….”
아키하는 술잔을 기울여 남은 브랜디를 단숨에 다 마셨다. 그리고 입술을 닦으며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이런 집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죠.”
“그럴까?”
“그럼요.”
그녀는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살인이 일어난 집이거든요.”
“뭐?”

“도망치고 싶지?”
“그래 보여?”
“아냐?”
나는 아키하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키하가 이런 관계를 싫어한다면 나로서는 할 말이 없어.”
그녀는 립스틱이 지워진 입술로 미소 지었다.
“나도 내 행동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거야. 이미 각오 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에게 키스한 후 꼭 끌어안았다.
계획 같은 건 없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전혀 알 수 없다.
불륜의 저지르는 놈만큼 멍청이는 없다고 생각했다. 쾌락만을 추구해, 기껏 손에 넣은 행복한 가정을 무너뜨리다니, 그런 멍청이가 없다고.
그런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나는 나 자신을 멍청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틀린 것이 있다. 불륜은 쾌락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일단 시작돼 버리면 그렇게 미적지근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지옥이다. 감미로운 지옥. 여기서 도망치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속의 악마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저기서 세워 주세요.”
“예.”
운전사가 브레이크를 밟는다. 그리고 요금을 알려 주더니 바깥을 내다보며 말한다.
“아시는 분이 이 근처에 사세요?”
“그런데요?”
“흠. 저도 옛날에 이 부근에 살았어요. 저 집, 아세요?”
그러면서 손으로 가리키는 곳은 바로 아키하의 집이었다.
“저 집이 왜요?”
“살인 사건이 있었죠.”
“예?”
“벌써 십년도 넘었어요. 강도 살인이었죠. 끝내 범인이 잡히지 않았을 걸요.”
거스름돈을 건네며 운전사가 말했다.
차에서 내린 나는 천천히 아키하의 집으로 다가갔다. 창문에 어렴풋이 불빛이 비쳤다.
‘살인이 일어난 집이거든요.’
아키하가 했던 얘기가 되살아났다. 그럼 그 얘기가 거짓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주저주저하며 인터폰을 눌렀다. 그러나 반응이 없다. 대문을 밀자 그대로 스르륵 열렸다. 나는 대문을 통...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만일 내가 살인범이라도 나를 사랑할 건가요?”
일본 판매 120만 부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2011년 10월 영화 개봉!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은 이제 현대 일본문학에서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의 모든 작품이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순위의 앞머리를 장식하는 것은 물론이고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매 작품마다 영화 또는 드라마로 만들어져 책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림으로써 ‘히가시노 매직’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만큼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새벽 거리에서』는 이러한 ‘히가시노 매직’을 굳건히 이어가는 또 하나의 걸작이다.
일본의 문예지 『야성시대』 2004년 9월호에서 2007년 4월호까지 2년 8개월 동안 연재되었던 이 작품은 2007년 6월 간행과 동시에 각 서점 소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불러 모았고, 이후 일본 내 판매 120만부를 돌파하여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등극했다. 또한 이 작품은 와카마쓰 세츠로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2011년 10월 8일 일본에서 개봉된다.

15년 전 한 가정에서 일어난 비극의 살인 사건. “나는 그 용의자와 불륜의 사랑에 빠졌다.”

주인공 와타나베는 현모양처인 아내 유미코와 유치원에 다니는 딸 소노미와 함께 살아가는 41세의 가장이자 평범한 샐러리맨. 어느 날 그의 회사에 ‘아키하’라는 이름의 젊은 비정규직 여사원이 들어온다. 처음에는 그녀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던 와타나베는 어느 저녁,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들른 야구 연습장에서 처절한 표정으로 배트를 휘두르는 그녀와 마주치고 그녀에게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날 벌어진 우연한 사건으로 며칠 뒤 회사 밖에서 아키하와 둘만의 만남을 가진 와타나베는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한 가슴 두근거림을 느끼면서 알 수 없는 행복감에 젖어든다. 그러한 감정이 일시적인 현상일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지만 얼마 후 그는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고 만남이 거듭될수록 그녀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평소 불륜을 저지르는 놈만큼 멍청이는 없다고 생각했던 와타나베는 결국 그녀와의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이후 둘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깊어져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키하는 15년 전 자신이 고등학생일 때 집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해 와타나베에게 이야기한다. 아버지의 비서로 있던 혼조 레이코라는 여성이 아키하의 집 거실에서 칼에 찔린 채 발견되었고, 그것을 발견한 사람이 다름 아닌 아키하 자신이라는 것.
그리고 얼마 후 와타나베는 자신을 좇아온 형사와 혼조 레이코의 여동생에 의해 아키하가 그 살인 사건의 용의자이며 사건의 공소 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항구 도시 요코하마에서 펼쳐지는 잔혹한 사랑과 충격의 사건 전말

이 소설의 축을 이루는 두 개의 키워드는 ‘사랑’, 그것도 불륜의 사랑과 ‘살인’이다.
소설의 전반부는 주인공 와타나베가 비정규직 여사원으로 새로 온 아키하에게 빠져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사랑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용의자 X의 헌신』『비밀』 등에서 보이는 지고지순한 사랑, 또 하나는 『백야행』 『환야』 『다잉 아이』 등에서 볼 수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지닌 여성에게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어 파멸을 향해 치닫는 사랑이다. 『새벽 거리에서』에서의 사랑은 전형적인 후자의 사랑이다.
소설은 도입부에서 주인공 와타나베의 불륜 행각을 그려 간다. 자신을 ‘남자’가 아닌 ‘아저씨’일 뿐이라고 친구들과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놓던 와타나베는 미혼의 젊은 여사원 아키하에게 빠져들면서 결국 ‘이 사랑을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그런 식의 불륜 러브 스토리로 끝난다면 그것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아니다. 어느 날 아키하는 자신의 집에 온 와타나베에게 약 15년 전 그곳에서 벌어졌던 사건에 관해 입을 연다.

“이런 집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죠.”
“그럴까?”
“그럼요.”
그녀는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살인이 일어난 집이거든요.”

여기서 드디어 이 소설의 또 하나의 키워드 ‘살인’이 등장한다. 그리고 전반부에서 아름다운 항구 도시 요코하마를 배경으로 펼쳐지던 달콤한 사랑은 점차 비극으로 변해 가며 소설은 본격적인 ‘미스터리’로 접어든다.
결국 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아키하이며 사건의 공소 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와타나베는 스스로의 사랑에 자신을 잃어 가고, 그런 와타나베와는 달리 아키하는 점점 와타나베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지난 15년간 수사를 벌여 온 형사와 피해자의 여동생이 집요하게 아키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진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일본의 국민 밴드 서던 올 스타스의 히트 곡 ‘Love Affair-비밀의 데이트’를 모티브로 한 작품

소설에는 주인공 와타나베가 상사인 과장과 둘이 노래 주점에 가서 ‘Love Affair-비밀의 데이트’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몇몇 인터뷰에서 실제로 이 노래에서 영감을 받아 본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서던 올 스타스’는 1978년에 데뷔한 이래 30년 넘게 일본인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 온 국민 밴드다. 50세 이상의 멤버들로 이루어진 이 아저씨 밴드의 노래가 아마도 그에게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 듯하다.

곳곳에 숨은 복선들이 스피디한 전개와 맞물려 숨 가쁘게 사건의 진상을 드러냄과 동시에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주인공의 마음을 적확하게 표현함으로써 독자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이 소설은 히가시노 게이고 매직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그의 인간에 대한 통찰력과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표현력이 한껏 발휘된 수작이다. 어찌 보면 친숙하다고도 할 수 있는 설정을 결코 평범치만은 평범치만은 않은 이야기로 풀어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로서의 능력은 오늘날 그가 일본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 이유이자, 한국에서도 그에게 열광하는 팬들이 점차 늘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