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87년 처음 출간, 93년 개정, 2014년에는 문장 다듬는 정도로 개정했다고 한다. 내가 읽은 작품은 2014년 판.
내용은 거창 양민 학살을 주제로 다루지만 정작 학살 내용은 마지막 장 "먼 봄, 겨울 끝 마을 3"에서만 집중적으로 다룬다. 학살을 주도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다. 작품 거의 대부분을 빨치산과 그들의 관할 영역에서 살아내던 거창군 신원면 사람들 이야기를 주로 다뤘다.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은 내용이고 조금 그러한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끝까지 집중하여 읽게 됐는데 이유가 과연 결말이 어찌 되는가 싶어서였다. 결론은 내가 실제로 경험하지는 않은 일이지만 국가권력에 의해 힘없는 민중이 무차별적으로 학살당하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지고 읽었다로 내릴 수 있겠다. . 만약에 내가 그 시대, 그곳에서 살았다면 똑같이 당했으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쩌먄 인간이 이리 악독할 수 있는가라고 분노하면서. 학살이 있던 당시에는 토지개혁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작품 중에 이런 내용은 언급이 없다- 아직은 초창기인 데다가 산간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오죽했을까? 토지개혁이 있고 난 뒤에도 박정희 군사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봄마다 먹을 식량이 다 떨어지는 보릿고개가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나라가 좌우로 대립하며 갈라져 싸우는 통에 어쩔 수 없는 착취(?)를 양쪽에서 당하며 지내다가 전선이 3.8선에서 고착화되면서 국군은 여유 병력을 빨치산 소탕 작전에 투입하게 되고 이때 빨치산에게 어쩔 수 없이 혐력할 수밖에 없었던 주민들을 통비분자로 지목하고 무차별적으로 학살하고 마는 것이다. 그저 살아남기 이해 어쩔 수 없이 협조 아닌 협조를 할 수밖에 없었을 뿐인데. 제주 4.3 사건이나 다른 학살 사건과 마찬가지로 국가권력을 남용하는 소수의 무리들에 의해. 이 작품에는 안 나와있지만 김종원이라는 인물이 주범이다.
작가는 작가의 말(494~495쪽)으로 통해 "엄동 한철을 넘길 동안 산사람-빨치산-과 마을 사람이 겪어낸 지난한 삶의 현장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는데 더 큰 의의를 두었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실제로 그런 내용을 담았는데 양민 학살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국군 중 그나마 마음씨 착한 몇 군인에 의해 학살을 면한 문한돌이란 인물이 갓 태어난 아들과 두 자녀 그리고 아내와 함게 현장을 벗어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형은 보도연맹 사건에 연루되어 학살 당하고 동생 문한득은 입산하여 토벌군과 싸우다가 죽고 노모와 형수, 조카는 학살 당하고 마는데 살아남는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지만 그런 와중에도 살아남은 사람이 더 많아 새로운 역사를 이어가듯이.
책소개
51년 2월의 거창양민학살사건을 주 테마로, 그 사건에 연계된 한 가족과 빨치산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이 책은 한국전쟁 당시의 좌, 우익 어느 이념에도 편들기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당시의 그곳에서 역사적 가능성을 찾아내는 일 자체를 부정한다. 그러나 한국전쟁 당시 특정 계급이나 이데올로기에 속하지 않았던, 그랬기에 가장 처절한 고통을 겪었으나 한마디도 할 수 없었던 하위주체들에 관심을 기울이며, 또한 그들의 억눌렸던 목소리들을 하나하나 충실하게 기록해내고 있다.
[출판사서평:2004년 판에서 발췌]
《겨울골짜기》는 거창양민학살사건이라는 사실에 바탕을 두면서도 선한 인간과 극한 전쟁의 극단적인 대비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전한다. 그 때문에 이 소설은 반전소설로, 나아가 휴머니즘 소설로 읽힌다. 요컨대《겨울골짜기》는 그동안 금기시되어 왔던 한국문학의 한 영역을 구체적으로 확산시켰다는 점, 빨치산의 생생한 생활묘사를 통해 그들을 인간적으로 복권시켜, 그들도 민족공동체의 일부분이었으며 전쟁의 희생양에 불과했다는 것을 소설적으로 확인했다는 점, 반전과 휴머니즘적 시각으로 거창양민학살사건을 재현해 전쟁과 분단의 비극성을 새롭게 환기시켰다는 점, 그리고 궁극적으로 전쟁으로 빼앗겨버린 민족적 삶의 원형질적 공간의 회복에 대한 간절한 희구가 저변에 깔려 있다는 데에서 그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
▶ 《겨울 골짜기》의 시 / 공간적 배경 _ 거창양민학살사건 《겨울 골짜기》는 1951년 2월에 경남 산청군 오부면 종촌리 소재의 산과 거창군 신원면 대현리 마을에서 있었던, 거창양민학살사건을 주 테마로 해서 그 사건에 연계된 한 가족과 빨치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거창양민학살사건은 50년 12월부터 51년 2월 초까지 약 2개월간 빨치산 점령지구였던 거창군 신원면에 국군이 재진주하면서 부락민들을 통비분자로 간주해 집단학살한 사건이다.
▶ 전쟁과 분단의 비극성 환기, 토속어와 고유어로 확보한 소설적 육체 《겨울 골짜기》는 거창양민학살사건이 행해진 바로 그날 막 출산한 아기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한 가족에 중심을 두고 당시의 비극적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그 가족은 소설 속에서 문한돌 일가이다. 문한돌의 형 문한병은 전쟁 직후 보도연맹 예비검속 사건으로 죽임을 당하고, 아우 문한득은 초모병으로 입산하여 315부대 소속 빨치산이 된다. 《겨울 골짜기》는 모두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과 마을을 번갈아가며 1, 3, 5장은 산 생활을 문한득의 시점을 중심으로 빨치산의 엄한 규율과 폭력, 고된 훈련과 사상교육, 추위와 굶주림, 오락 시간, 비역질, 보급투쟁, 거창군 일대 점령 상황, 마을 주민에 대한 위협과 공출 등을 보여준다. 2, 4. 6장은 인공기와 태극기를 번갈아 내걸어야 하는 상황 하에서 문한돌 가족과 신원면 주민들이 군경과 ‘산사람’들에 의해 겪는 고단한 경계선적 삶 그리고 양민학살의 현장 등을 보여준다. 이렇게 하여《겨울 골짜기》는 산과 마을, 또는 좌익과 우익의 사실적인 모습을 통합적으로 형성화시키는 데에 성공하게 된다. 또한, ‘슴벅이다’, ‘살피’, ‘허우룩한’, ‘봉창질’, ‘데바쁜’ ‘제바림하다 ’ 등등의 토속어와 고유어, 사투리의 유창한 구사는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을 통해 보여지는 작가의 모국어에 대한 성찰과 애착으로 한결 구체적으로 소설적 육체를 확보한다.
▶ 《겨울 골짜기》의 내용과 주요 인물들 _ 분단 이데올로기를 넘어 인간으로 《겨울 골짜기》는 거창양민학살사건을 다루고 있다. 시간적 배경은 50년 11월 하순부터 이듬해 2월 중순까지이며 공간적 배경은 산청군 오부면 종촌리 소재의 산과 거창군 신원면 대현리 마을이다. 모두 6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산과 마을을 번갈아가며 산 생활은 문한득의 시점으로 빨치산의 염한 규율과 폭력, 고된 훈련과 사상교육, 추위와 굶주림, 오락시간, 비역질, 보급투쟁, 거창군 일대 점령 상황, 마을 주민에 대한 위협과 공출 등을 보여주고 마을 생활은 문한돌의 시점으로 그의 가족과 마을 주민들이 군/경과 ‘산사람’들에 의해 겪는 고단한 경계선적 삶 그리고 양민학살의 현장 등을 보여준다. 거창군당에서 비무장 대원이었던 18세 소년 문한득은 거창군 신원면 일대의 지리를 잘 안다는 이유로 315부대로 전출되어 거창군당 내에서 최정예부대인 315부대 기포지대 일중대 일소대원 전사가 된다. 그의 입산 동기는 그의 형 문한병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문한병은 그의 형제들 가운데 가장 의식에 눈을 뜬 인물이다. 그는 소작농한테는 공산 세상이 살기가 괜찮다고 주장하는 이념 지형적 인물로 자형인 박 생원과 마찬가지로 해방 직후 남로당 한재리 부책 일을 보았다. 그러나 여순반란사건 이후 그 폭동이 흐지부지 끝나고 단속이 심해지자 박 생원과 함께 그 일에서 손을 떼었다. 문한병은 1949년 보도연맹 창설 시 가담했다가 전쟁이 나자 예비검속망에 걸려 총살당하고 말았다. 문한득은 인민공화국 세상이 되자 죽은 문한병 대신 분주소 심부름을 하다가 빨치산이 된다. 그는 형이 끌려가 죽은 사회현실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틈만 나면 코앞에 있는 고향과 어머니, 그리고 곽 서방의 딸 달분이를 그리워하는 순진한 소년병이다. 어렵고 혹독한 산막생활을 잘 견디고 전투에 용맹스럽게 참가하여 ‘전사의 영예훈장’까지 타지만 실제 그의 관심은 오직 전쟁이 빨리 끝나 마을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사는 것뿐이다. 한득의 형 문한돌은 땅만 파먹고 사는 농민이다. 문한돌뿐만 아니라 그가 살고 있는 대현리 주민 대부분이 가난한 소작농이다. 이들은 가난하여 겨울을 지낼 식량도 넉넉하지 않고 피난 갈 곳도 없는 처지에 있다. 문한돌을 비롯한 농민들은 빨치산과 군경의 틈바구니에서 이중의 고통을 당하며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빨치산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반동분자로 몰려 처벌을 당할 것이고 만약 세상이 바뀌어 경찰이 진주하면 통비분자로 몰려 총살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전쟁은 농민들을 더욱 곤핍하게 몰아가 배고픔과 생명의 위험에 불안하다. 빨치산은 식량과 생필품을 마련하기 위하여 농민들에게 할당량을 부과하고 비협조적인 사람들은 반농으로 몰아 가혹한 처벌을 가하기 때문에 농민들은 삶은 극도로 곤궁하여 굶어 죽기도 한다. 빨치산이 요구하는 식량을 채우지 않으면 반동으로 몰려 혹독한 핍박을 당하거나 대창에 찔려 죽기도 하기 때문에 설날 제수로 숨겨둔 쌀까지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빨치산의 점령 하에서는 15살 이상 50살 미만의 남자는 ‘농민 자위대’에 조직되어 군사 훈련을 받아야 하고 17살 이상 40살 미만의 여성들은 ‘애국여자연맹’에 결성되어 빨치산의 월동장비와 보급품을 만드는 일에 시달린다. 마을에 남아 있는 중늙은이, 부녀자, 아이들도 빨치산의 사상교육과 선전 작업에 매달려야 할 형편이다. 이 와중에 문한득의 어머니는 막내아들과 도통 죽었다고 믿기지 않는 큰아들에 대한 그리움에 부대끼며 세월을 보낸다. 문한돌 일가는 한득의 빨치산 활동이 득이 될 수도 있고 해가 될 수도 있는 국면의 전환을 여러 번 맞이하며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애쓴다. 한편 문한득은 빨치산의 하급 전사 김익수와 만나면서 차츰 전쟁에 대해 희미하나마 인식을 갖고 회의를 품기도 한다. 서울의 중학교에서 사회 선생을 한 적이 있는 김익수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유일한 지식인이다. 그는 해방 후에 친일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이승만 정권에 결증났고 이때 북조선 말에 솔깃해서 좌악에 가담하게 된다. 그러나 정치심문반에서 자신의 의론을 개진했다가 종파주의로 비판받자 양쪽 이데올로기에 회의를 느낀다. 그리고 전쟁이 나자 인민군에 뽑혀 나가게 된다. 그는 이데올로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군대 조직에 강한 회의를 갖고 있다. 전공을 세우기 위해 광기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는 빨치산 중대장 등과 충돌하고 핍박을 받으면서도 혹독한 산막생활을 견디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신념 때문이 아니라 오직 처자를 만나기 위한 일념에서다. 김익수와 문한득은 남다른 동지애를 보이며 서로를 위로하고 마음을 나누며 의지한다. 전투에 투입된 김익수와 문한득은 동족을 죽일 수 없다면 싸우는 시늉만 하고 뒤로 빠진다. 결국 두 사람은 이 전투에서 장렬하고 허무한 죽음을 맞는다. 공비들이 신원면 기습으로 군경이 큰 타격을 받게 되자 3대대는 다시 신원면으로 회귀한다. 빨치산 점령지구였던 거창군 신원면에 국군이 재진주하면서 견벽청야작전의 일환으로 부락민들을 통비분자로 간주하고 대대적으로 몰살시켜버리려 한다. 군경은 빨치산의 내통이 용이한 산간 지역의 가옥을 불 지르고 농민들을 학살지로 몰아낸다. 좌익으로 찍힌 문한돌 일가는 마을에 있다간 죽음을 면치 못할 형편이다. 문한돌은 늙은 어머니와 형수, 그리고 해산날이 임박한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피난길에 오른다. 하지만 길목 곳곳을 차단하고 좌익 세력을 애 어른 가리지 않고 가차 없이 총질하는 군경과 맞닥뜨리게 된다. 결국 어머니 실매댁과 형수 그리고 조카는 죽음을 당하고 만다. 문한돌네도 끝내 마을 일대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잡혀서 신원국민학교에 소집된다. 경찰 및 지방유지 가족을 골라낸 뒤 산골짜기로 끌고 가 집단학살을 한다는 흉흉한 소문 아래 심판을 기다리는 형편이다. 문한돌은 자신 때문에 어머니와 형수와 조카가 죽고 말았다는 가책과 함께 해산이 임박한 처를 보며 괴로워한다. 마침내 문한돌 처는 아들을 순산한다. 이를 또 다른 군인들에게 들키고 말지만 군인들은 산모와 갓난아기에게 총부리를 겨누지 못한다. 오히려 따뜻한 국밥을 가져다주고 이들의 생명을 지켜주려 한다. 꼼짝 말고 여기 있으라는 군인들의 당부를 들었지만 살아남기 힘들 거라는 걸 짐작한 문한돌은 탈출을 감행한다. 문한돌 가족은 산으로 끌려간 부락민들이 질러대는 소음과 연이어 들리는 총소리에 진저리를 치며 양지리로 빠져나간다. 문한돌은 이제 핏줄을 이을 아들을 얻었지만 그 어떤 보람이나 기쁨도 느낄 수 없다. “저 많은 죽음의 보상으로 이렇게도 모질게 한 생명이 세상 구경을 하겠다고 태어났는가 싶으니” 울음만 북받칠 뿐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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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판]
“거창사건을 감싸고 있는 국내외의 역사적 층위들을 두텁게 쌓아나가면서도 작품의 초점을 문한돌 일가에 묶어둠으로써 얻어지는 효과는 비교적 자명하다. 그것은 이념분자와 같은 거대서사의 체현자들이 아닌 이른바 억압된 서발턴(subaltern)들의 역사를 기술함으로써 이념 바깥에서 이념의 세계를 상대화할 수 있게 해준다. 학살의 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이 문한돌 내외와 새로 태어난 아이라는 사실은 작품의 이러한 지향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증좌일 것이다. 여기서 이 작품의 최초 발표 시기가 87년 6월항쟁을 불과 1년 남짓 앞둔 시점이었다는 사실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90년대 이후 두드러진 한국문학의 탈이념적 흐름은 이미 80년대 중반에 시작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군사독재의 이념적 금제에 맞서 사상의 자유를 추구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좌우 이념 대립 자체를 해소하고 벗어나려 했던 당시의 시대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정치적으로 결정된 ‘민중’을 체제담론과 저항담론의 경계 지대에서 자라난 서발턴들의 분출이 대체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대서사가 감당하지 못하는 필부들의 역사와 삶을 가시화하면서 인간 실존의 최저경계를 묘파하려 했던 작가의 지향은 아직 살아 있는 현재다.”
강경석 문학평론가 | 작품 해설에서
목차
겨울 들머리산 1
들피진 삶?마을 1
전투, 첫 경험?산 2
빼앗긴 사람들?마을 2
하루살이?산 3
먼 봄, 겨울 끝?마을 3
작품 해설 사실과 중립_ 강경석(문학평론가)
초판본 작가의 말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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