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오래전부터 알고는 있었으나 생업에 쫓기는 삶 등의 문제로 못 읽고 있었던 작품. 이번에 계기가 생겨 읽었다. 우리 최근작에서 읽을 만한 마땅한 작품을 찾지 못한 덕분(?)에. 두 작가분 모두 이미 작고하셨는데 이미륵 선생(1899~1950)은 우리나라가 일제에 병합되기도 전인 1800년대 말에 태어나셔서 내가 태어난 해인 1950년에 돌아가셨다. 이번에 이 작품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작품은 해방 이듬해인 1946년에 처음 발간되었지만 내가 안 건 3~40대였던 거로 기억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검색 자료에는 1959년에 처음 출간한 거로 나온다.
작품 내용은 고향인 황해도에서 보낸 어린 시절에서부터 경성(서울)로 유학하여 3.1 운동에 참여하고 낙향했다가 일경의 체포를 피해 독일로 유학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는데- 검색 자료 및 아래 출판사 소개 글 참고- 70이 넘은 내 나이에서 보자니 내용이 너무 간결하게 쓰인 것으로 보여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하소설로 쓸 수 있는 소재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이는 김은국 선생 작품을 읽을 때도 같은 생각이었는데 아쉽다는 쪽은 김은국 선생 쪽이 훨씬 더 강했다. 왜냐하면 김은국 선생은 1932년에 태어나 2009년까지 사셨기 때문에 일제강점기를 유소년 시절에, 해방 후 혼란기, 한국전쟁기를 10대 중후반 시절에 다 겪으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품에서는 해방 당일까지의 유소년기 일제에게 핍박당한 체험을 바탕으로 제한된 내용만 담고 있다. 선생의 대표작인 "순교자"보다 늦게 나온 작품인데도 말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해방 후 집안 전체가 남한으로 내려오신 거로 보아 참으로 많은 사연을 가지고 게셨을 텐데 이에 대한 이야기는 안 쓰시고 돌아가셨다. 대하소설로 쓸 수 있는 소재를 가슴에 품고 계셨을 텐데.
두 분은 태어나고 돌아가신 시기는 다르지만 이북 지역- 이미륵 선생은 황해도. 김은국 선생은 함흥-의 부유한 지주 집안에출신이시다. 비록 구한말, 일제강점기 시절이었지만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걱정해야 하는 빈한한 가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일제의 핍박을 받고 사는 건 마찬가지였을 터. 이는 김은국 선생의 작품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데 일제의 핍박이 얼마나 심했던가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고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일본에 대한 분노가 절로 부글부글 끓어오를 수밖에 없게 되는 내용들.
[여담] 현 윤 정부 들어 광복절 기념사에 일본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고, 건국절 논쟁, 뉴라이트 성향 학자의 독립기념관장 임명, 안보실 차장의 "중일마" 발언, 공공 장소에 있던 독도 조형물 철거 등 일방적인 친일적 행태가 많이 나타나고 있더군요. 가슴 아픈 과거사에 집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잊는 것도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두 작품 모두 오래전에 출간한 작품인데 묘하게 읽는 시기가 맞아떨어져,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아픈 우리 역사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굴욕. 개인적으로는 반일, 지일을 넘어 극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젠 어느 정도 일본을 따라잡았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보다는 모든 여건이 나쁜 터여서 항상 긴장하고 나라 발전에 매진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과의 관계도 일본의 통치(극우)세력이 과거사를 반성하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 한 결코 잊지 말아야겠지요.
*작품 및 작가에 대한 해설은 아래 자료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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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미륵의 자전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 ‘나’는 선비이자 지주인 집안에서 사촌 수암과 함께 뛰어놀고 한학을 공부하며, 누이들과 구월이 등 식구들과도 행복한 유년기를 보낸다. 그러다가 마을까지 일본 사람과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고, 아버지의 권유로 신식 학교에 가게 된다. 이곳에서 배우는 내용들이 ‘나’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고 어렵게만 느껴지지만, 새로운 학문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아버지께 단어 하나라도 더 전해 드리려면 한시도 주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가운데 경술국치가 일어나고 갑자기 아버지까지 돌아가시고 마는데…….
목차
옮긴이의 말
수암
독약
처음으로 받은 벌
남문에서
칠성
대원 어머니
아버지
신식 학교
시계
방학
옥계천에서
상복기
송림마을에서
새해
가뭄
시험
서울
구학문과 신학문
작별
압록강은 흐른다
기다림
대양에서
해안
목적지에서
작품 해설
이미륵 박사의 생애
이미륵 박사 연보
책 속으로
우리 둘은 늘 꼭 붙어 지낼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기억나는데, 수암과 나는 진한 갈색 고름이 달린 분홍색 저고리와 회색 바지를 똑같이 입었고, 검은 가죽신을 똑같이 신었다. 수암은 나보다 고작 반 살 정도 나이를 더 먹었을 뿐이어서, 우리가 정말 다르게 생기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은 우리를 쌍둥이로 착각했을 것이다.
(중략) 누구도 떼어 놓을 수 없는 짝꿍이었던 우리 둘은 늘 같이 웃고, 같이 울었다. -수암 中
내가 가장 즐겨 보는 것은 어느 목동의 그림이었다. 그는 황소를 타고 가면서 피리를 불고 있었다. 높다란 수양버들을 지나, 저 멀리 언덕 너머로 보일 듯 말듯 숨어 있는 자기의 오두막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양지 바른 오솔길을 느림보 걸음으로 한가롭게 걸어가는 황소가 나를 즐겁게 했고, 피리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림에서 한없는 평화가 느껴졌다. -처음으로 받은 벌 中
우리는 아치형 성문으로 가서 남문이 잘 잠겼는지, 그리고 엿장수가 다시 판을 벌였는지를 살펴보았다. 널찍한 엿판 위에는 맛 좋은 네모난 엿과 가락엿, 조각 엿이 크기와 향신료별로 진열되어 있었다. 그 옆에 작은 등잔불이 세워 있었고, 조각 엿을 자르는 데 쓰는 가위 하나가 엿판 위에 놓여 있었다. 엿장수는 곧잘 슬픈 곡조를 흥얼대기도 하고, 달콤한 엿 속에 자신이 섞어 놓은 온갖 향신료에 대해 떠벌리기도 하고, 거기에 맞추어 작은 가위로 장단을 두들기기도 했다. 우리는 뿌듯한 마음으로 어둑어둑해진 골목길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꼬마 도깨비 따위는 무섭지도 않았다.
벌써 집집마다 방문에서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저녁 음악의 그 감미로운 곡조를 계속해서 흥얼거렸다. -남문에서 中
도시를 벗어나, 나는 한 번 더 국경의 강을 보기 위해 언덕으로 올랐다. 그 언덕들 사이로 나 있는 모래밭을 가로질러서 푸르른 강물이 석양 속에서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이곳의 강은 아주 좁았다. 그 폭이 500미터도 채 되지 않았기에 건너편 강가 사람들의 얼굴을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들은 그물을 널고 있었다. 아낙들과 여자아이들이 저녁 끼니를 요리하기 위해 집 앞에 앉아서 콩 껍질을 까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내아이들은 서로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다.
아주 오래 전 우리 고국을 끝없는 만주 벌판으로부터 갈라놓았던 국경의 강은 쉼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중국의 도시는 모든 것이 거대하고 음산했지만, 저 너머 우리 고국은 모든 것이 아기자기하고 화사했다. 엷은 짚으로 덮인 초가들이 언덕에 기댄 채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굴뚝에선 벌써 저녁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 멀리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로 이 산 저 산 모롱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일광이 산을 비추었다. 그러고는 석양이 한 번 더 그 위를 비추더니, 푸른 어스름이 뉘엿뉘엿 산을 덮어 버렸다. 저기 먼 남쪽으로 수양산 골짜기며 시내가 보이는 듯했다. 또 어릴 적, 매일 저녁 삼층 석탑에서 들려오던 장엄한 저녁 음악 소리가 저기 남쪽 어디에선가 그 웅장한 소리로 울리고 있는 것이 들리는 듯했다.
압록강은 쉼 없이 쏴쏴 거리며 흘러가고 있었다. -압록강은 흐른다 中
어느 날 저녁, 때때로 같은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곤 했던 고국 사람이 이곳에는 나 말고도 조선 학생들이 몇 명 더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는 그들도 여권이 없어서 유럽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나 말고도 네 명의 조선 학생들이 나처럼 황량한 방에 앉아서 행운의 소식이 오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이미 여름부터 이곳 상해에 와 있었고, 공부를 위해 프랑스에 가려고 했다. 거의 반년이 넘도록 여권을 기다리고 있던 그들은 지금은 몹시 낙담하여, 여행할 수 있다는 희망마저 포기한 상태였다. 그래도 그들은 이곳에 머물면서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기다림 中
갑판 위에는 동아시아 출신의 대학생 말고도 싱가포르에서 승선한 인도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그들은 대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처럼 대학생 선실에 머물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일등칸이나 이등칸에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들은 줄곧 갑판 위에서만 지냈다. 그곳에서 잠을 자고, 식사를 했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 두 명과 노파와 젊은 여인이었다. 그들은 갑판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작은 짐과 이불로 살림집처럼 꾸며 놓고 있었다. -대양에서 中
출판사서평
시대의 전환기, 인간적 고독과 역사적 시련을 뛰어넘으며
스스로의 바탕과 삶을 완성시킨 휴머니스트 이미륵의 자전 소설!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꾸준히 사랑받는 클래식,
『압록강은 흐른다』가 70주년을 맞아 완역판으로 돌아왔다!
▶ 책 소개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
교과서에 수록된 것은 물론 독일에서도 재출간 된 책!
2016년은 『압록강은 흐른다』가 세상에 나온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 작품은 이 땅의 안온한 자연과 온화한 사람들의 모습을 절제된 언어로 담아냈다. 그리하여 독일에서 출간 당시 100여 편이 넘는 서평을 통해, 독자들에게 ‘아름다운 휴식 시간’을 선사해 준 것에 대한 감사와 ‘아이들이나 어른이 똑같이 매료’되며 그들의 ‘영혼을 일깨운다’는 내용의 찬사를 받았다. 또한 작품 속의, 여러 종교와 철학이 융합을 이룬 한국의 정신문화에 많은 사람이 매혹되었고 평온함,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실성과 신뢰감을 느꼈다. 출간 당시는 물론 여전히 『압록강은 흐른다』가 사랑 받고, 독일 여러 주의 교과서에 수록된 이유일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문학성은 물론, 개화기부터 일제치하와 민족의 망명 과정까지를 다룬 한국 근현대사의 귀중한 자료로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번역은 ‘사단법인 이미륵박사 기념 사업회’의 회장이자, 지은이의 삶과 문학을 오래도록 연구하여 평전까지 집필한 박균 선생이 직접 옮기어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올 것이다.
민족이나 시대에 국한되지 않고 ‘누구나의 내면에 깃든 순수함’과
‘늘 돌아가고 싶은 어느 시절의 따스함’, ‘긍정의 시선’을 불어 넣는 수작
평화를 원하는 마음은 성별이나 나이가 신분이 다르더라도 매한가지 아닐까.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날들이 계속되고, 그 삶이 고단할 때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잊고 있던 순간들을 건져 올린다. 소중한 사람들,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았던 순간, 이제는 돌아갈 수 없을지라도 마냥 행복했던 시절 등을 말이다. 『압록강은 흐른다』가 청소년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것은 그런 것들이다. 생의 굴곡을 견딘 인간이 무엇을 떠올리게 되는지, 어떤 내외부의 변화가 인간의 삶을 변하게 하는지. 그리고 이 과정을 거쳐 마음속에 남는 것은 무엇인지 등 소설은 이미륵이 마주했던 메시지에 다가간다.
삶의 버팀목을 잃고, 격변과 낯선 땅에 놓일지라도
스스로를 포기하지도 절망하지도 말고
‘생의 한가운데로 걸어’가라!
지금의 청소년들은 과거의 어떤 시대보다도 더, 끊임없이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두려워하고 좌절할 것인가, 스스로 걸어갈 것인가. 니체는 말했다.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한다. 그대의 운명이 평탄하기를 바라지 말고 가혹할 것을 바라라.’라고.
주인공도, 지은이도 사무치는 고독과 시련에 꺾이지 않고, 새로운 곳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한다. 언어도 문화도 사고방식도 다른 곳에서 혈육 하나 없이, 그리움과 고독이 그를 끊임없이 찾아오는 가운데 그것으로 오히려 자기 존재의 근거인 동양적 바탕을 보완하고 삶을 완성시켜 나간다. 낯선 것을 관찰하고 활용하는 한편,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에 대한 물음과 탐구를 놓지 않았던 것이다. 앞으로 청소년 독자들이 삶을 묵묵히 헤쳐 갈 수 있는 힘, 그에 대한 실마리를 이 책은 담고 있다.
한편, 미륵이 압록강을 건너 오랜 기다림과 긴 여정을 거치며 만나는 인물들 역시 자신들의 삶을 바꾸어 가기 위해 분투한다. 그러면서 열악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데, 이들의 현실과 아픔, 실낱 같은 긍정은 세계대전과 나치즘을 겪으며 고달팠던 유럽 사람들의 마음은 뮬론 나름의 근현대사와 굴곡을 겪은 그 누구에게라도 울림을 줄 수밖에 없다. 성인이 될, 지금의 청소년들 또한 하루하루를 이 시대와 나름의 어려움 속에서 보내고 있기에 이 작품에서 자그마한 위안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줄거리
‘나’는 선비이자 지주인 집안에서 사촌 수암과 함께 뛰어놀고 한학을 공부하며, 누이들과 구월이 등 식구들과도 행복한 유년기를 보낸다. 그러다가 마을까지 일본 사람과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고, 아버지의 권유로 신식 학교에 가게 된다. 이곳에서 배우는 내용들이 ‘나’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고 어렵게만 느껴지지만, 새로운 학문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아버지께 단어 하나라도 더 전해 드리려면 한시도 주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가운데 경술국치가 일어나고 갑자기 아버지까지 돌아가시고 마는데…….
▶ 책속으로 추가
언젠가 우체국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나는 어느 낯선 집 앞에 멈춰 섰다. 빨간 열매가 맺힌 꽈리 한 포기가 햇볕 반짝이는 그 집 정원에 피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집 뒤뜰에서 본 적이 있는 그 꽈리를, 어릴 적 그렇게 좋아하고 갖고 놀았던 그 꽈리를 보고 나는 얼마나 기뻤던지! 마치 고향 땅의 일부분이 내 앞에 생생하게 있는 것만 같았다. -목적지에서 中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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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시대와 싸우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한 소년의 분투기 『잃어버린 이름』. 일제 강점기 말기에서 해방까지, 혼란과 아픔을 견뎌낸 한 가족과 그 속에서 당차게 성장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식민지 국민이라는 굴욕과 혼란에 휩싸인 소년의 내면 성장과 역사적 성찰을 함께 담아냈다. 이야기는 소년의 부모님이 만주로 건너갈 때를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소년은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만주에서 지내다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지만, 그곳에서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온전한 내 이름을 인정받을 수 없고, 우리말을 쓸 수도 없었던 시절. 소년은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지만, 부당한 현실을 극복하고 견딜 수 있는 의지를 찾아나가는데….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강을 건너서
귀향
옛날 옛적, 어느 일요일에
잃어버린 이름
제국과 고무공
누가 죽어가고 있는가?
함께 역사를 만들며
작품 해설
출판사서평
세계적인 작가 펄 벅이 극찬한 우리 작가 김은국의 자전적 역사 소설
일제 강점기를 견뎌낸 한 가족과 그 속에서 당차게 성장한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잃어버린 이름』이 청소년을 위한 책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일제 강점기 말기에 고통과 수난을 하루하루 견뎌야 했던 우리네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식민지 국민이라는 굴욕과 혼란에 휩싸인 소년의 내면 성장과 역사적 성찰을 함께 담아내었다.
일제 강점기 말기, 어린 시절에 부모님을 따라 만주로 떠났다가 황해도로 돌아와 해방을 맞은 소년의 이야기는 작가 김은국의 일대기와 닮았다. 김은국은 1932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만주에서 지냈다. 그 후 다시 황해도 해주로 내려와 살다가 해방과 한국 전쟁까지 경험했던 그의 생애는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그의 작품들에 현실감을 더해 주었다.
특히『잃어버린 이름』은 신사 참배, 창씨개명, 제2차 세계 대전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작가의 어린 시절과 닮은 소년을 중심으로 그 시절을 견뎌낸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동시에 소년의 깊은 내면에서 오는 혼란과 갈등, 성장을 밀도 있게 그려내어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에게도 공감을 얻어내면서 동시에 생각의 고리를 던진다.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시대와 싸워야 했던 소년의 분투기
이 작품은 주인공의 부모님이 만주로 건너갈 때를 회상하면서 시작한다. 기독교인이면서 선비 집안 출신이었던 아버지는 독립운동 혐의를 받고 옥살이를 하며 수난을 겪다가 만주로 건너가 아이들을 가르치기로 한다. 덕분에 소년은 어린 시절을 만주에서 선교사 가족들과 함께 어울려 지낸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고향. 하지만 그곳에서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학교 앞 게양대 국기는 당연 일본 국기다. 아이들은 모두 똑같은 까만 제복을 입고 있다. 아이들 몇 백 명이 군대처럼 줄을 맞춰 서서 동쪽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한다. 천황에 대한 예다. 물론 일본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은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없다. 아이들은 교실 안에서 “천황 폐하 만세” 같은 문구를 외운다. 얼떨떨하고 낯설고 부당하게 보이는 이런 광경들 속에 들어간 주인공은 만주에서 지낸 시간들이 그립기만 하다. 하지만 향수에 젖을 시간도 없이 소년은 나라 잃은 민족이 겪어야 할 설움과 마주한다.
옛날에는 우리 것이었지만 이젠 더 이상 우리 것이 아닌 땅-외국 땅이 아니면서 외국이 되어버린 땅-에 이식되어, 혼자 울적하게, 친구도 없이, 어리둥절하니 앉아 있다. 눈에 눈물이 고여드는 것을 느낀다. 나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목구멍에 올라온 커다란 덩어리를 꿀꺽 삼킨다.
(중략)
선생님은 교실 안에 걸린 지도에 관해서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조선인이지만 일본말로 얘길 하고, 나도 일본말로 대답하게 되어 있다. 3학년에 올라오면서부터 학교에서는 꼭꼭 일본말을 쓰게 되었고, 집에 가서도 그렇게 하는 걸로 되어 있다. 조선어나 조선 역사는 이제 배우려야 배울 수가 없다. -본문 59쪽~111쪽 중에서
일본인 교사는 조선 아이들에게 거침없이 폭력을 휘두른다. 조선말이나 외국어를 쓰면 온몸에 피멍이 들고 정신을 잃을 정도로 두들겨 맞는다. 소년은 학교생활을 견뎌내지만 늘 가슴 한쪽에 뜨거운 눈물이 고여 있다. 그리고 스산하고 침묵이 감도는 어느 겨울, 선생님의 입에서 낯선 일본 이름들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모두 일본식 이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이 소년의 가슴을 후려친다.
눈앞을 가리는 눈발과 숨이 턱턱 막히는 찬바람 속을 달리며 미끄러지며, 쌓인 눈 더미에 자빠지기도 하면서 허겁지겁 내닫기 시작한다. 나의 새 이름, 나의 옛 이름, 나의 진짜 이름, 진짜가 아닌 이름? 나는 눈발 속을 달리며 부딪치며 생각한다.
‘이제 내 이름을 잃어버리는구나…… 내 이름을 잃어버리는구나…… 모두가 자기 이름을 빼앗기는구나.’ -본문 153쪽 중에서
강제로 자신의 ‘이름’을 버려야 하는 상황에서 소년은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이런 역사를 만든 이전 세대에 대한 원망도 서린다. 부당한 현실을 견디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답답함도 느낀다. 하지만 그 속에서 소년은 극복하고 견딜 수 있는 의지를 찾아나간다. 동시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당차게 나아간다. 때로는 누명을 쓰거나 위협적인 매질을 당해도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의식에 따라 옳고 그름의 기준 달랐고, 부당함을 묵묵하게 따라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먹고 사는 일에만 매달려서 국가의 독립까지 생각할 겨를도 없는 혼란스러운 시절이었다. 세대 간의 갈등, 입장 차이에서 오는 갈등, 사상의 차이로 빚는 갈등이 복잡하게 얽힌 때였다. 그 속에는 시대에 순응하여 일본식 교육을 따르다가 참회하는 조선인 선생님도 있고, 조선 학생에게 가한 부당한 체벌에 맞섰다가 파면 당하는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패전을 예감하고 자신의 안위를 부탁하는 일본인 선생님도 있다. 소년은 이렇게 주변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꼿꼿하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은 세대가 바뀌었지만 역사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시각을 지녀야 하는 건 변함이 없다. 동시에 어지러운 세상과 얽혀 살기 위해서 자신만의 의지와 생각을 갖추어야 단단해질 수 있다. ‘성장’과 ‘정체성’에 대한 물음표는 어느 시대든지 성장기의 아이들이라면 모두 겪어야 할 숙제다. 더불어 시대의 부조리와 맞서고 이전 세대보다 더 발전하고자 하는 욕구는 ‘청소년’의 당연한 몫이다. 때문에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절을 견디고 성장한 소년의 이야기는 당차게 앞길을 열어가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징검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
▣ 추천사
나는 이 작품을 김은국의 최고작으로 꼽고 싶다. 그는 한 가족의 눈을 통해서 외세에 의한 강점과 수난을 겪고 마침내 해방되기까지의 한 나라의 국민감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었다. 이 작품은 한국을 소재로 해서 쓴 창작으로선 내가 여태 읽은 그 어느 것보다 훌륭하다.
-펄 벅(소설『대지』의 작가)
주인공 소년은 바로 작가의 어린 시절을 거의 닮게 그려냈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는 그때 무엇을 잃었으며, 또 잃었다가 되찾았는가를, 해방은 그 되찾음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이 소설을 읽어야 할 것입니다.
-최지훈(아동 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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