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공모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걸 알게되어 읽어본 작품. 공모 당선작의 경우 글쓰기 능력은 이미 전문가의 경지에 들어선 것이나 마찬가지어서 다루는 소재가 관심이 있는 분야인가만 체크하면 된다. (여담: 예외인 작품(작가)이 하나 있긴 했다. 그야말로 예외인데 왜 이런 작품을 수상작으로 했는지 의심스러웠다. 정실 개입이 아닌가 싶었는데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상태인 채로 돌아가는 곳이 수없이 많으니까. 그런데 이 작가 후속작도 기본 글쓰기가 안 된 실력 그대로 냈다. 소재가 내가 좋아하는 서사 스케일이 큰 내용인 것같아 읽으려고 하다가 포기. 재료만 좋으면 무얼하나. 요리 솜씨가 좋아야 맛있는 음식이 나올 것 아니겠는가?)
이 작품의 경우 베트남 출신 엄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재일이란 소년이 우리나라, 미국에서 차별을 겪는 이야기였다. 현재 시점의 이야기인데 빼어난 가독성을 지니고 있어 70 대 내 나이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현재를 사는 10대 소년의 이야기임에도 빠져 읽었다. 심사위원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선정한 이유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빼어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작가가 몇 년 생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작품 내용으로 짐작하건대 MZ세대에 속하는 것은 확실할 것 같다. 작품의 소재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기를 직접 경험했거나 조부모, 부모 세대로부터 전해 들었을 서사 스케일이 큰 내용을 담기에는 쉽지 않을 세대. 대신 나라 경제가 발전하고 이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심해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빈곤한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동남아 지역 가난한 나라 출신 여성과 결혼을 많이 했다. 작가는 이런 가정 출신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아버지는 육체 근로자 출신이어서 생활이 그리 녹록지 않다. 때문에 미국으로의 이민을 선택하는데 이때 베트남 출신 아내와 둘째 아들과는 헤어진다. 작 중에는 아내 아버지가 아프다는 설정인데 자기나라 베트남에서의 삶이 녹록지 않아 우리나라 남자와 결혼을 한 것인데 병든 아버지 핑계를 대고 다시 자국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좀 약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외에는 흠을 전혀 잡을 수 없는 아주 뛰어난 작품이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미국에 이민 가 사는 사촌의 권유로 미국으로 이민을 가지만 여기에서의 삶도 녹록지 않다. 당연히 아들인 주인공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거기에다가 숱한 차별을 겪는다. 혼혈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겪게 마련일 테지만 이민자의 나라라는 미국은 역설적이게도 차별이 더 심한 것으로 나온다. 주인공은 결국 자신을 차별하지 않는 어머니의 나라 베트남으로 간다. 가난을 면하려고 부자나라 대한민국의 부자가 아닌 남자에게 시집온 베트남 여자-주인공의 엄마-가 사는 나라로. 엄마가 자기 나라 베트남에서 가난을 벗어난 것인가.
흠잡을 수 없는 작품이지만 1960년 10대 초부터 70이 넘은 현재까지 온갖 사건을 다 경험-군부 독재, 민주화 운동 등-한 나로서는 소재가 그리 가슴에 와닿지는 않았다. 좀 약하다는 쪽. 다만 작가가 작가로서 성공할 역량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글을 써서 먹고사는 문제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는 별개인 게 우리나라 문단의 현실 아닌가. 이런 난관을 잘 헤치고 대성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작품에 대한 상세 해설은 아래 책소개를 참고 바랍니다.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발췌]
《멜라닌》은 파란 피부로 태어난 한국 베트남 혼혈 소년이 미국 이민을 통해 디아스포라적 상황을 겪는 성장소설이다. 피부색과 인종으로 인해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계급으로 취급되는 존재가 학교 친구와 선생님, 이웃들에게 일상적으로 차별과 멸시를 받는 과정이 9·11테러, 총기 난사 사건, 한국 대통령 탄핵 등의 역사적 사건들과 촘촘하게 맞물리며 펼쳐진다. 자신을 아끼고 보호해주던 이들이 죽거나 멀리 떠나는 상실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사랑을 잃지 않으려는 소년의 분투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김금희 소설가는 《멜라닌》의 매력으로 “한 소년의 이야기를 정치적, 경제적 맥락에서 치밀하게 세공하다가도 불현듯 꿈처럼 환상적이고 애틋해지는 장으로 우리를 데려다놓는다”는 점을 꼽았다. 서영인 문학평론가는 《멜라닌》이 “명백한 불행 속에서 생겨난 새로운 인류를 기반으로 그들과 함께해야 할 공동체를 상상하게 한다”라고 평했으며 편혜영 소설가는 “《멜라닌》을 통해 한국 소설은 차별과 혐오를 가리키는 인상적인 또 하나의 고유명사를 갖게 되었다”라고 상찬했다.
나는 호수 가장 깊은 곳에 몸을 담그고 헤엄을 친다. 얼마나 오래 숨을 참을 수 있는지 시간을 재고 얼마나 깊이 잠수할 수 있는지 시험한다. 참았던 숨을 파, 하고 내지르면 검은 하늘에 별은 점점이 박혀 있고 하얀 구름이 바람을 타고 흐른다. 클로이가 종이봉투에 담아 온 술을 한 모금, 셀마는 우리 사진을 찍으며 깔깔거린다. 사진 속 피부색을 무지개 색으로 바꿔본다.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의 피부색을 파란색으로 바꿔본다. 한 번 더 크게 깔깔거린다. _279쪽
목차
멜라닌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책 속으로
파란 피부가 저지른 범죄 비율은 다른 피부색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았지만 사람들은 통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파란 피부가 폭력성을 증대시키는 돌연변이 유전자의 영향이 분명하다고, 신이 죄 없는 존재에게 파란색 같은 끔찍한 색을 부여하지 않았을 거라 믿으며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과 차별에 합당한 이유를 부여하려 애썼다. _78~79쪽
나는 은근한 위압감과 불안에 시달렸다. 집단으로 린치를 가하던 중학생들이, 나를 강도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했던 질리언 베일리가, 프랜시스 후버가, 미치 램버트가 두려웠다. 버젓이 남부연합기를 내걸고 프라이드 플래그를 태우던 휴고 리앤더가 두려웠다. 내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잠재적 가해자가 두려웠다.” _127쪽
나는 더 깊은 곳으로 잠수했다. 좋지 않은 기억은 모두 그곳에 버렸다. 느린 걸음을 걷듯 콩닥콩닥, 심장 소리만 남은 몸이 나른히 하늘을 날고 있는 듯했다. 물 밖으로 나오면 입에서는 풀 냄새가 났고, 안개에 섞인 입김은 파랗게 공기 속으로 옅어졌다. _174쪽
파란 피부는 새로운 가능성이겠지요. 생각해봐요. 언젠가 초록색 피부를 가진 인류가 태어날지도 몰라요. 피부색만으로 무지개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여전히 파란 피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불편한 구석이 있죠? 나는 흑인과 백인이 충돌하는 가운데 놓인 외계인이니까요. 하지만 나는 이 갈등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존재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_182쪽
용의자가 크리슈나를 섬기는 신도라는 소문이 퍼져 인근 지역 힌두교인과 인도, 파키스탄 출신에 대한 테러가 벌어졌다. 사실은 미네소타에 거주 중인 소말리아계 난민이 저지른 일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로는 난민 수용 정책에 대한 비난이 화두에 올랐다. 그 난민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자 정신이상자에 대한 통제와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커뮤니티를 휩쓸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사실이 알려질 때마다 면밀하게 타격할 대상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_197쪽
우리는 응축된 분노의 표상이었고 합의된 공격 대상이었다. 핍박받으나 반항하지 못하는 존재였고, 그래서 더욱 응집하지 못하는 개인이었다. 개인이었으나 집단이었고 또한 어떤 개념이었다. 소수의 부정한 존재였으며 위험을 상징하는 대상이었다. 사람들은 그 미지의 존재에게 ‘블루멜라닌’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_286쪽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곳에 속할 수 있는 현자가 아니었다. 나는 개인이었다. 작고 어린 파란색이었다. _291쪽
출판사서평
심사위원 전원 압도적 지지!
2024년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이 피부색은 나를 계급의 가장 낮은 단계로 내려보낸다”
첨예한 문제의식, 개성 넘치는 인물, 현실과 환상이 직조된 서사……
불평등의 역사로 핍진하게 그려낸 이방인의 성장담
《멜라닌》의 주인공 소년 재일은 어린 시절부터 파란 피부 탓에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은근한 냉대와 이웃들의 노골적인 멸시 속에서 자라났다. 학교에서는 이름 대신 “아바타, 스머프, 도라에몽”“똥남아 튀기” 같은 별명으로 불리며 늘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재일에게 대차고 강직한 성격의 어머니는 유일하게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존재였다. 새 빌라로 이사를 가던 날 윗집 부부가 “파란 피부가 어쩌네, 집값이 어쩌네” 하며 쑥덕거리자 어머니는 바로 계단을 뛰어올라 문을 두드린다. 삿대질을 하고 고함을 지르며 맞서 싸우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랬던 어머니가 미국 이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베트남으로 떠난 뒤 돌아오지 않자 재일은 크게 상심한다. 난생처음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경험에서 소년은 어찌할 바를 몰라 눈물조차 흘리지 못한다.
한국은 어느덧 과거였다. 내가 소유한 유일한 세계는 조지아의 좁고 지저분한 아파트 속 작은 방 하나였다. 곰팡내를 풍기는 벽지와 기계 소리, 낯선 언어 사이에서 나는 뭍으로 올라온 해파리처럼 수축하고 있었다. _56쪽
그렇지만 외롭고 험난한 미국 생활에도 재일을 돕는 이들은 나타난다. 이렇다 할 능력도 없이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아버지에게 선뜻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강우 삼촌과 셰인빌고등학교에서 만난 클로이, 셀마가 든든한 조력자이자 친구가 되어준다. 강우 삼촌은 세탁소 겸 세차장을 운영하며 재일을 친아들처럼 보살핀다. 재일에게 ‘제이’라는 영어 이름을 지어주고 미국 문화와 생활 방식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클로이는 백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파란 피부로, 학생들이 재일에게 거리를 두는 상황에서도 기꺼이 말을 걸어온다. 셀마는 수업 시간에 ‘칭챙총’ 같은 인종차별 발언을 하는 교사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으며 재일을 돕는다. 이후로도 클로이와 셀마는 공격적인 혐오나 괴롭힘으로부터 재일을 보호한다. 셋은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학교생활, 진로, 음악, 영화, 연애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빠른 속도로 가까워진다. 하지만 재일에게 평온한 시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나는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안전하고 포근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나와 같은 파란 피부, 내가 좋아하는 셀마 사이에 앉아 소속감을 만끽했다. 우리는 저녁이 될 때까지 함께 있다가 헤어지곤 했다. 들뜬 마음은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착 가라앉았다. 겨울을 앞둔 어느 저녁, 어두운 거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_121쪽
얼마 후 클로이는 미네소타로 이사를 간다. 셋은 예전처럼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소통한다. 낯선 곳에서 적응하는 동안 클로이는 자신의 블로그에 많은 글을 쓴다. 그중에는 파란 피부로서 자신의 느낀 차별적 시선, 재일이 경험했던 모욕에 대한 폭로도 있다. 그 내용이 일파만파 퍼지며 클로이는 유명세를 얻는다. “변혁을 꿈꾸는 십대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에 반발심을 느낀 범죄자에게 끔찍한 일을 당한다.
파란 피부, 살해, 용의자, 체포, 카니발리즘. 기사를 아래로 내리자 웃고 있는 클로이의 사진이 나왔다. 클로이의 블로그를 열었다. 새로운 댓글이 잔뜩 달려 있었다. 추모와 애도 사이에 간헐적인 조롱이 섞여 있었다. 까불더니 꼴좋다. 언젠가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맛있으려나? 어떤 댓글은 초밥 이모티콘으로 도배가 돼 있었다. _195쪽
재일은 클로이가 당한 일에서 쉬이 헤어나지 못한다. 같은 파란 피부로서 평생 이 고통을 떨쳐버릴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던 중 강우 삼촌도 불의의 사건을 겪는다. 갱의 총격을 받아 치료를 받던 중 목숨을 잃는다. 셀마는 숲에 난 화재에 휘말려 의식 불명 상태에 이른다. 그러자 재일은 주변에서 일어난 모든 불행을 제 탓으로 여긴다. 그동안 자신이 감내해야 했던 경멸과 야유를 떠올리며 삶에 대한 비관에 빠져드는 것이다. 과연 재일은 이러한 역경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사랑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할 수 있을까.
나와 가까웠던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다치거나 나를 떠났다. 어떻게 그 모든 일이 셰인빌에서, 하필이면 내게, 융단폭격처럼 쏟아진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사람들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이 피부색은 인간이 아닌 짐승의 것인지도. 나는 음흉하고 어두운 천성을 타고났을지도. 이것은 내가 가지고 태어난 저주인지도. _277~278쪽
“나는 시스템과 싸워야 했다”
공동체의 미래를 비판적으로 응시하며
불행을 딛고 나아가는 새로운 인류의 탄생
《멜라닌》은 세상에서 가장 희소한 외형을 지닌 소년이 잔혹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선의를 잃지 않으며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소설이다. 폭력적이고 혹독한 “이 모든 시간을 겪어낸 제이가 마침내는 어른이 되기 때문이다.”(박서련 소설가) 이 과정에서 재일은 쉬이 도식화할 수 없는 고유한 매력과 생명력을 보여준다. 일방적인 구타와 조소에 움츠러들기만 하던 시기를 지나 증오가 제 영혼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나서서 행동하기에 이른다.
나는 더 이상 백인을 우러르지도, 흑인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누군가를 선망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았다. 인간을 무채색으로 만들고 나면 가진 것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사람들, 일터와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들, 애국심과 규율로 무장한 벙커에 숨어 떨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였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서로를 공격하고 있었다._291쪽
문화 다양성과 인류 공영이 표방되고 있으나 정작 현실의 세계는 차별과 혐오가 만연해지는 추세이다. 이러한 와중에 파란 피부를 지닌 인간의 등장은 우리에게 소수자성에 대한 첨예한 질문을 던져놓는다. 기후 재난과 국가 간 전쟁으로 인해 디아스포라가 점점 늘어나는 오늘날, 《멜라닌》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이민자와 그로 인한 계급 문제를 지극히 현실적인 에피소드와 환상적인 존재를 경유해 지적한다. 인종주의는 인류 스스로 만들어낸 제약이자 불행임을 깨닫는 재일의 모습을 통해서 순진한 낭만 없이, 그럴듯한 낙관 없이 앞으로 우리가 함께 써나가야 할 공동체의 미래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응시한다. 이러한 분투는,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는 안간힘은 《멜라닌》 이후 하승민 작가가 펼쳐나갈 작품 세계를 더욱 기대하도록 만든다.
탄생부터 이주민이자 이방인으로 규정지어진 주인공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첫 울음의 순간부터 우리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_김숨 소설가, ‘추천의 말’에서
《멜라닌》의 매력은 현실에 대한 핍진성과 ‘블루멜라닌’으로 대표되는 환상성의 조합에 있다. 작가는 한국과 미국의 도시 변두리에서 성장한 한 소년의 이야기를 정치적, 경제적 맥락에서 치밀하게 세공하다가도 불현듯 꿈처럼 환상적이고 애틋해지는 장으로 우리를 데려다놓는다. 읽는 사람의 감정을 움직여 인물 하나를 오롯이 세워놓는 일, 그런 창조가 《멜라닌》에서는 일어난다. -김금희(소설가)
이 소설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주인공 재일과 뭐든 ‘함께하는’ 몰입의 경지에 도달한 독서를 즐기게 된다. 책 속 종이와 잉크를 재료로 탄생한 존재와 ‘함께 존재’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슬그머니 선물하기. 소설 쓰는 기술이 있다면, 그것만큼 고난이의 기술도 없을 것이다. -김숨(소설가)
성장기 내내 이어지는 크고 작은 불운은 파란 피부 이주민 소년 주인공이라는 고유한 설정을 넘어 서사의 안팎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핍진하게 포착해낸 차별과 혐오는 이 서사가 가닿을 눈부신 성취를 가리키는 역설적 위치에 있다. -박서련(소설가)
자본과 노동의 이동이 이미 전 지구적인 시대에, 우리의 자유란 한없이 왜소하고, 새로운 출발이란 불가능해 보인다. 《멜라닌》은 이 명백한 불행 속에서 생겨난 새로운 인류를 기반으로 그들과 함께해야 할 공동체를 상상하게 한다. 죽고 사라지고 상처받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인류가 되고자 하는 꿈, 《멜라닌》은 이 원대한 꿈에 대한 이야기다. -서영인(문학평론가)
온갖 차별과 폭력을 통해 혐오의 문화사를 ‘꼬인 시선’ 없이 펼쳐내는 한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대신 모든 곳에 속하지 않는 자유가 주어지는 게 과연 개인에게 충만함을 안기는 일인지를 묻는 이민자 청소년의 마음을 강단 있게 그려낸다. -양경언(문학평론가)
《멜라닌》의 인물들은 단일한 어휘로 도식화할 수 없는 모호함과 충만함을 지니고 있다. 주인공 재일이 그렇고, 그의 모친인 응우옌 우 녹이 그러하며, 클로이와 셀마가 그렇다. 수치에 무너지지 않는 힘. 이로써 한국 소설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새로이 얻게 되었다. -이기호(소설가)
“기피 대상”이자 “관심과 보호의 표적”인 파란 피부 소년 재일은 좌절하고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희박한 희망의 탐색자가 되어 세계를 떠돌기를 선택한다. 《멜라닌》을 통해 한국 소설은 차별과 혐오를 가리키는 인상적인 또 하나의 고유명사를 갖게 되었다. -편혜영(소설가)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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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어쩌면 작가의 유소녀 시절일 1970년 대의 체험을 소재로 한 것 아닌가 싶다. 서울 자하문 밖 어느 동네의 한 집에서 주인과 셋방살이를 하는 세 집안에 얽힌 이야기. 주인공의 어린 시절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당시의 시대상에 관한 이야기에는 중점을 두지 않고 주인공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네 가정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아래 책소개에서 말한 것처럼 그야말로 한 장의 흑백사진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그림으로 치자면 담백한 수채와 같은 느낌. 아울러 인간의 감성 중에 따뜻한 면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남지심 작가의 "솔바람, 물결소리"를 연상하게 했지만 굳이 우열을 비교한다면 열 쪽.
작품 내용 중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이야기는 주인공이 학교에 들어가서 경험하는 새마을 운동, 이웃 방에 사는 두부장수하는 할머니와 월부책 장수 아들의 경우 남편(아버지)이 자진 월북자여서 연좌에 얽혀 대학까지 나왔는데도 취업을 못하고 월부책 장사를 하고 있고, 집주인은 북파 공작원이어서 군에 기록이 없는 탓에 군 복무를 두 번이나 했다는 이야기 정도. 나머지는 공장에 다니면서 집안을 뒷바라지하던 아가씨가 노동운동을 하다가 쫓겨나 급기야 주인집에서 하는 술집까지 나오게 되었는데 이때 책장수 총각과 사랑에 빠져 노모의 반대를 극복하고 결혼해 손자를 노모에게 안겨주는 해피엔딩 이야기, 어수룩한 집주인을 등치려고 온 술집여자 옥화와 그녀가 데리고 온 주인공(화자) 또래인 앵두라는 코가 들창코인 아이 와 기둥서방 이야기, 자식 없이 살던 점방 부부가 한동네에 총각, 과부로 살면서 사랑에 빠졌는데 시어머니의 결혼 반대에 부딪혀 자식 둘을 놔두고 야반도주하여 가슴에 응어리을 안고 살아가는 설정이다.
"이 소설의 무대는 서울 변두리 동네의 쇠락한 양반 집안인 초 씨 어르신의 오래된 한옥이다. 모두 말 못 할 과거를 가진 사람들이 그 집에 모여 산다. 6·25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인 60년대를 막 벗어난 70년대 서울 변두리에 모여든 이들 중에는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식모살이를 떠났던 누이도 있고, 어린 나이에 공장에 들어간 이모도 있다. 그들은 자신을 희생하여 오늘날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일으킬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던진 사람들이다. 하나같이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살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풍요로운 해학과 익살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조금 더 가진 사람이나 덜 가진 사람이나, 조금 더 배운 사람이나 덜 배운 사람이나 차별이나 편견 없이 서로를 인정했던 사람들이다.
아옹다옹 날마다 서로 투덕거리면서도 바깥채 세 집은 모두 한 울타리 안에서 한 우물물을 먹으며 함께 살았다. 날이 밝으면 눈 비비고 일어나 나란히 붙은 각자의 가게에서 장사했고 날이 저물면 또 나란히 붙은 각자의 살림방에서 밥을 지어 먹고 잠을 잤다. 성격이 서로 다르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었지만 한 집에서 밤낮 붙어 지내는 한 식구였다.
- 본문 중에서
줄거리(출처;인터넷 교보문고)
나는 어머니와 함께 미국에 살고 있으며,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가난하던 젊은 날의 기억을 놓지 못하는 어머니가 자하문 밖 옛집을 추억하게 된다. 그 집은 어머니뿐 아니라 나에게도 소중하게 기억되는 집이다. 산림청 공무원으로 일하던 남편을 사고로 잃은 엄마는 친정 오빠가 있는 서울로 왔으나 다들 어렵게 살던 시절 오빠네 집에서도 달가워할 리가 없다. 올케에게 설움을 겪던 엄마는 나를 데리고 오빠 집을 나와 자하문 밖 초 씨 어르신의 한옥에 세 들어가게 된다.
초 씨 어르신의 한옥은 주인집 식구들이 사는 안채와 세입자들이 사는 바깥채로 나뉜다. 집안의 중심 역할을 하는 초 씨 어르신에게 조금 모자라는 아들 새달과 며느리 조막네가 있었다. 바깥채에는 살림방이 딸린 가게가 셋 있었다. 엄마가 하는 편물가게와 두부 할머니가 하는 손두부 가게, 그리고 박 씨 부부가 주전부리를 늘어놓고 파는 점방이 있었다.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한 집에 모여 좌충우돌하며 살게 된다. 항상 병약한 며느리 조막네가 죽은 후, 새달을 찾아온 여자는 어린 딸을 하나 데리고 들어오면서 평화롭던 집안에 소동이 벌어진다. 새달이 술집에서 만났던 여자였는데, 아이가 새달의 딸이라고 했다. 나는 굴러들어온 돌 앵두가 박힌 돌 나를 밀어내고 안채의 딸로 귀염을 받는 것에 잠시 샘을 내긴 했으나 이내 자매처럼 친구처럼 잘 지내게 된다.
두부 할머니에게 월부책을 팔러 다니는 아들 형석이 있다. 형석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속없이 착하다. 아저씨는 아버지가 없는 나에게 책가방도 사주고 공책도 사주었다. 글자를 모르는 나와 앵두에게 글자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점방 박 씨 부부는 아이가 없이 두 내외만 살았다. 남의 험담하기 좋아하는 점방 아주머니에게 어느 날 장성한 딸이 찾아오게 되면서 점방 아주머니와 박 씨가 정식 부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초 씨 어르신은 새달 아저씨에게 옥화가 찾아온 충격으로 쓰러져서 앓다가 죽고, 그때까지 눈치를 보며 주눅이 들어있던 옥화는 갑자기 새달을 휘어잡으며 안채를 장악하게 된다. 옥화는 친척 동생이라는 남자를 집에 들이고 안채와 바깥채를 나누어 담장을 치고 안채에 술집을 내기까지 한다. 안채가 술집이 되면서 책 장사 형석은 안채 앵두네 집에 들어온 도경과 사랑에 빠진다. 대학까지 마쳐놨더니 작부와 눈이 맞았느냐고 따지고 드는 두부 할머니에게 형석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연좌제에 걸려 아무런 꿈을 이룰 수 없는 자신의 처절한 심정을 토로한다. 대학까지 마쳤지만, 술집 작부 도경과 아무것도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옥화가 최병수와 함께 사기를 치고 도주해 왔다는 사실이 발각되고 옥화와 최병수는 경찰에 잡혀갔다. 그때 경찰을 앞세우고 들이닥친 옥화의 옛 애인 나봉수의 얼굴을 본 식구들은 모두 깜짝 놀라고 만다. 그의 얼굴은 앵두와 판에 찍은 듯이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새달은 이미 앵두가 자기 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앵두와 정이 들기도 했고 남들이 자기를 우습게 보는 것이 두려워 비밀에 부치고 있었는데 결국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되고 말았다. 모든 것에 화가 난 새달은 앵두의 이모에게 연락하여 당장 앵두를 데려가라고 호통친다.
점방을 하던 박 씨 네가 다른 곳으로 가게를 확장하여 이사했고, 도경과 엄마가 동업으로 작은 의상실과 봉제공장을 운영하게 되었다.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은 이제 옛날처럼 한데 어울려 북적대지 않았다. 식구들 모두를 잃은 새달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옥화와 앵두를 그리워하며…….(지내다가 급기야 보육원에 가 있는 앵두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
책소개
미국 뉴저지에 살면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장은아의 세 번째 장편소설 『앵두네 집』이 출간되었다.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와 5·16 군사 정변을 겪으며 폐허 위에서 도시든 농촌이든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큰 일이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들었던 격동의 시대를 이야기하는 한 편의 흑백사진 같은 소설은 불과 50여 년 전의 서울의 모습이다. 그때는 모두가 그렇게 살았고 살아왔다. 암울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았던 60년대를 지나고 어떻게 70년대를 견디며 이겨 나왔는지, 마치 허물을 벗어낸 매미처럼 눈이 부시도록 성장한 오늘을 만들어낸 주역들의 아프고 서러웠던 세월. 그러나 그립고 아름다웠던 삶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작가의 말
앵두네 집 …… 13
기억의 시작 …… 18
엄마 …… 24
앵두네 집, 사람들 ……29
조막네 아주머니 …… 35
앵두 …… 43
책 장사 아저씨 …… 50
새달 아저씨 …… 63
글자 공부 …… 83
초 씨 어르신 …… 94
학교 …… 104
독구·메리·쭁과 병아리 …… 113
텔레비전과 승택이 …… 125
점방 아주머니 …… 132
수상한 손님 …… 148
복숭아꽃, 도화 언니 …… 161
눈물의 씨앗 …… 178
모든 슬픔은 아름답다 …… 186
떠나간 사랑 …… 202
성장통 …… 209
안녕, 앵두 …… 228
불어오는 근대화 바람 …… 238
송옥화의 변론 …… 250
그리움을 찾아서 …… 258
앵두네 집 …… 266
출판사서평
눈이 덮인 언덕 길가에 철물점, 연탄집, 문방구가 어린아이가 그린 듯 조악한 간판을 매달고 고만고만 늘어섰다. 어느 구멍가게에서 등이 잔뜩 굽은 노인네가 두꺼운 스웨터 앞섶을 여미며 연탄재를 버리려 나왔다. 가게 옆 담벼락 앞에 연탄재를 내려놓은 노인네가 엎어질 듯 언덕길을 오르며 울고 있는 나를 돌아보고 혀를 차며 무어라 하는데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본문 중에서
이 소설의 무대는 서울 변두리 동네의 쇠락한 양반 집안인 초 씨 어르신의 오래된 한옥이다. 모두 말 못 할 과거를 가진 사람들이 그 집에 모여 산다. 6·25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인 60년대를 막 벗어난 70년대 서울 변두리에 모여든 이들 중에는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식모살이를 떠났던 누이도 있고, 어린 나이에 공장에 들어간 이모도 있다. 그들은 자신을 희생하여 오늘날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일으킬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던진 사람들이다. 하나같이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살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풍요로운 해학과 익살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조금 더 가진 사람이나 덜 가진 사람이나, 조금 더 배운 사람이나 덜 배운 사람이나 차별이나 편견 없이 서로를 인정했던 사람들이다.
아옹다옹 날마다 서로 투덕거리면서도 바깥채 세 집은 모두 한 울타리 안에서 한 우물물을 먹으며 함께 살았다. 날이 밝으면 눈 비비고 일어나 나란히 붙은 각자의 가게에서 장사했고 날이 저물면 또 나란히 붙은 각자의 살림방에서 밥을 지어 먹고 잠을 잤다. 성격이 서로 다르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었지만 한 집에서 밤낮 붙어 지내는 한 식구였다.
- 본문 중에서
줄거리
나는 어머니와 함께 미국에 살고 있으며,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가난하던 젊은 날의 기억을 놓지 못하는 어머니가 자하문 밖 옛집을 추억하게 된다. 그 집은 어머니뿐 아니라 나에게도 소중하게 기억되는 집이다. 산림청 공무원으로 일하던 남편을 사고로 잃은 엄마는 친정 오빠가 있는 서울로 왔으나 다들 어렵게 살던 시절 오빠네 집에서도 달가워할 리가 없다. 올케에게 설움을 겪던 엄마는 나를 데리고 오빠 집을 나와 자하문 밖 초 씨 어르신의 한옥에 세 들어가게 된다.
초 씨 어르신의 한옥은 주인집 식구들이 사는 안채와 세입자들이 사는 바깥채로 나뉜다. 집안의 중심 역할을 하는 초 씨 어르신에게 조금 모자라는 아들 새달과 며느리 조막네가 있었다. 바깥채에는 살림방이 딸린 가게가 셋 있었다. 엄마가 하는 편물가게와 두부 할머니가 하는 손두부 가게, 그리고 박 씨 부부가 주전부리를 늘어놓고 파는 점방이 있었다.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한 집에 모여 좌충우돌하며 살게 된다. 항상 병약한 며느리 조막네가 죽은 후, 새달을 찾아온 여자는 어린 딸을 하나 데리고 들어오면서 평화롭던 집안에 소동이 벌어진다. 새달이 술집에서 만났던 여자였는데, 아이가 새달의 딸이라고 했다. 나는 굴러들어온 돌 앵두가 박힌 돌 나를 밀어내고 안채의 딸로 귀염을 받는 것에 잠시 샘을 내긴 했으나 이내 자매처럼 친구처럼 잘 지내게 된다.
두부 할머니에게 월부책을 팔러 다니는 아들 형석이 있다. 형석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속없이 착하다. 아저씨는 아버지가 없는 나에게 책가방도 사주고 공책도 사주었다. 글자를 모르는 나와 앵두에게 글자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점방 박 씨 부부는 아이가 없이 두 내외만 살았다. 남의 험담하기 좋아하는 점방 아주머니에게 어느 날 장성한 딸이 찾아오게 되면서 점방 아주머니와 박 씨가 정식 부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초 씨 어르신은 새달 아저씨에게 옥화가 찾아온 충격으로 쓰러져서 앓다가 죽고, 그때까지 눈치를 보며 주눅이 들어있던 옥화는 갑자기 새달을 휘어잡으며 안채를 장악하게 된다. 옥화는 친척 동생이라는 남자를 집에 들이고 안채와 바깥채를 나누어 담장을 치고 안채에 술집을 내기까지 한다. 안채가 술집이 되면서 책 장사 형석은 안채 앵두네 집에 들어온 도경과 사랑에 빠진다. 대학까지 마쳐놨더니 작부와 눈이 맞았느냐고 따지고 드는 두부 할머니에게 형석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연좌제에 걸려 아무런 꿈을 이룰 수 없는 자신의 처절한 심정을 토로한다. 대학까지 마쳤지만, 술집 작부 도경과 아무것도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옥화가 최병수와 함께 사기를 치고 도주해 왔다는 사실이 발각되고 옥화와 최병수는 경찰에 잡혀갔다. 그때 경찰을 앞세우고 들이닥친 옥화의 옛 애인 나봉수의 얼굴을 본 식구들은 모두 깜짝 놀라고 만다. 그의 얼굴은 앵두와 판에 찍은 듯이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새달은 이미 앵두가 자기 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앵두와 정이 들기도 했고 남들이 자기를 우습게 보는 것이 두려워 비밀에 부치고 있었는데 결국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되고 말았다. 모든 것에 화가 난 새달은 앵두의 이모에게 연락하여 당장 앵두를 데려가라고 호통친다.
점방을 하던 박 씨 네가 다른 곳으로 가게를 확장하여 이사했고, 도경과 엄마가 동업으로 작은 의상실과 봉제공장을 운영하게 되었다.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은 이제 옛날처럼 한데 어울려 북적대지 않았다. 식구들 모두를 잃은 새달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옥화와 앵두를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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