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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기록문학] 신도 버린 사람들:나렌드라 자다브

Bawoo 2025. 1. 13. 17:36
저자:나렌드라 자다브
출간:2007.6.8.
 
[소감]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못(안) 읽은 책 중 하나. 이번에 시간을 내어 읽었다. 이용하는 도서관에서 읽을 마땅한 책을 찾지 못한 김에 아들이 사놓은 책 중에서 발견하여. 
내용은 워낙 유명세를 탄 책이라 대충은 알고 있었다. 인도에 "불가촉천민 - 나무위키"
이라는 계급이 있다는 것도 처음. 그동안은 4대 계급만 있는 것으로 알았었는데. 그러나 매스컴을 통해 아는 내용은 아주 지엽적인 게 대부분이라 속 깊은 내용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책 내용전체를 읽어봐야 독자 나름대로 느끼는 것이 있게 마련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으로 느낀 건 불가촉천민의 삶을 묘사한 부분.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악독할 수 있는가를 절절하게 느끼게 해준다. 인도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노비제도는 양반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책의 내용은 불가촉천민인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저자 본인 그리고 딸의 이야기가 책의 말미에 곁들여 있다. 불가촉천민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한 인물- 불가촉천민의 해방자 바바사헤브 암베드카르 -의 이야기도 들어있다. 간디가 불가촉천민 제도의 폐지에 반대했다는 내용은 뜻밖. 힌두교라는 종교가 불교를 몰아내고 인도인의 주종교가 된 데에는 불교보다 좋은 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참고: 지식브런치:https://youtu.be/oq8ey-jqYZI-실제로는 사원을 이용하는 데도 차별을 두었다니 얼마나 끔찍한 종교인가.
 
저자의  부모는 영국 식민통치 시절에 태어났다. 반면 저자는 1953년 생이니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1947년-한 이후에 태어났다.  독립한 이후에도 신분제가 완전히 타파된 것은 아니지만 교육을 받는데는 문제가 없었던 모양이다. 저자는 부모의 피나는 노력으로 정규 교육을 받고 지도층에 오른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 있어도 부모의 뒷받침이 없다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부모의 노력이 감동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았다. 아마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소설가-라면 감동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아버지 "다무"는 일자리를 잃고 다시 얻고를 반복하고 어머니 "소누"는  좌판에서 야채 장사를 한 것 같은데 말이다. 이런 부모의 노력으로 저자는 물론 형제가 교육을 제대로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인데 이에 대해 강조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영국의 식민통치(1858~1947, 89년)에 대한 호불호 견해가 전혀 없다는 점일 것이다. 오히려 아버지 "다무"가 어린 시절에 영국인 집에 가서 호의적인 대접을 받은 내용이 나온다. 저자가 영국의 식민통치에서 해방된 이후에 태어났기에  식민통치 시기에 태어난 부모의 삶이 동족으로부터 불가촉천민으로 대접받은 그 자체가 더 강하게 다가와서였을까? 

하긴 우리나라의 경우도 일제 강점기 시절 항일독립운동이 아니라 가족들 먹고사는 문제에만 매달린 대부분 사람들의 삶은 일제의 식민통치에 순응(?)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겠는가. 그게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분제가 폐지된 것은 1894년 갑오개혁 때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폐지된 것은 해방 후 일어난 한국전쟁(1950~1953)년 때라고 본다. 그만큼 신분제를 없애는 것이 어렵다는 얘기인 것이다.  
 
인도의 요즘은 신분제에 관계없이 삶의 성공 여부에 의해 평가가 좌우된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니 신분보다는 얼마나 성공적인 삶을 사는가가 중요한 시대가 되어 있는 것이다. 당연히 세속적인 기준. 그러나 과연 그럴까? 가지지 못한 자들의 끊임없는 저항의 산물일 수도 있는 민주주의 제도는 무늬만일 뿐 가진 것이 많은 자들은 자기들만의 울타리를 만들어 다른 계층의 접근을 봉쇄하는 것이 현실이 아닐까? 이는 시대, 나라를 불문하고 인간세계에서는 꼭 존재하기 마련인 것 아닐까? 그나마 민주국가의 형태를 띄고 있는 나라에서만 누리는 혜택이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요즘 계층간 사다리가 없어졌다고 하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지 않은가. 그만큼 가진 자들의 자신들만을 위한 탐욕은 끝이 없기 마련인 것이다.  
 
저자는 불가촉천민 출신이지만 시대의 변화, 부모의 노력 덕분에 성공한 삶을 살고 있고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게 눈에 확연히 보인다. 또 저자 덕분에 자녀가 혜택 받은 삶을 살고 있는 게 책 내용에 확연하게 나와 있다. 딸의 글을 보면서 자기 조부모가 겪었던 힘든 삶의 흔적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부모를 잘 만난 덕분에 어렵지 않게 새로운 상위 계층이 되어 있는 느낌만 들었다.  뭔가 모르게 거부감이 드는 느낌.
하긴 우리나라에도 이런 일은 있었다. 정치인 중에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머리가 좋은 덕분에 사법고시에 패스하여 순식간에 상위 계층이 된 뒤에 승승장구한 인물이 있다. 과거 가난했던 시절은 까맣게 잃어버리고 으스대는 꼴불견인 인간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인물이 중첩- 데자뷔 -해서 연상이 된 건 평범한 삶을 살아온 나만의 자격지심인 걸까?
 
책에 관한 상세한 해설은 아래 책소개 전문-출처:인터넷 교보문고-을 참고 바랍니다. 

책소개

전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인도의 살아있는 영웅' 나렌드라 자디브의 『신도 버린 사람들』. 인도에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즉 '달리트'가 있다. 그들은 천민보다 못한 천민으로, 다른 신분의 사람과 닿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인정된 권리는 구걸뿐이다. 태어나면서 정해진 신분은 죽어서도 바꿀 수 없는 인도에서, 그들의 삶은 슬프기만 하다.

인도에서 12년간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그러한 불가촉천민에서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지도자가 된 저자의 자유와 희망에 대한 논픽션이다. 3,500여 년이나 묵은 인도의 신분제도, 카스트에서 불가촉천민을 탈출시키기 위해 투쟁한 불가촉천민의 아버지 '암베드카르'를 추종하던 부모의 결심으로 교육을 받게 된 저자가 전세계가 미래의 인도 대통령으로 점치는 '인도의 살아있는 영웅'이 되기까지의 애절한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곳곳에는 해맑은 인도 아이들의 사진도 담았다.

저자는 자신은 물론, 아버지 '다무'와 어머니 '소누', 그리고 딸을 화자로 내세운다. '다무'와 '소누'의 이야기는 인도의 사회, 생활, 계급, 그리고 '암베드카르'가 이끈 '불가촉천민'의 투쟁의 역사를 생동감있게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와 그의 딸의 이야기는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1억 7천만 명의 불가촉천민의 '자유'를 향한 뭉클한 도전기다.

 

저자

나렌드라 자다브 대학교수

나렌드라 자다브는 태어난 신분을 절대 바꿀 수 없는 인도의 절대적 신분제도를 무너뜨리면서 전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인도의 살아 있는 영웅’이다. 인도 불가촉천민(달리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명성을 지닌 경제학자로 자리잡은 그는 현재 세계가 주목하는 인물이다. 외국 언론은 그를 향후 인도중앙은행 총재, 재무장관, 나아가서는 인도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기대통령으로 평가하고 있다. 1953년에 태어난 나렌드라 자다브는 인도 뭄바이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를,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여러 국제무대에서 인도를 대표하는 그는 인도중앙은행 수석 경제보좌관으로 근무했고 국제통화기금과 이디오피아, 아프가니스탄의 중앙은행 자문관 등 국제기구에서 많은 활약을 했다. 또 대중 연설가 및 사회 활동가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현재 인도 최상위 랭킹 대학인 푸네 대학의 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인도의 금융 경제학》 《암베드카르 박사》 등의 책을 지었으며 지금도 수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책을 완성하고 있다.

 

목차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프롤로그

속박의 굴레를 벗고
자유를 향해
권리를 구걸하지 말고 투쟁하라
내 존엄성은 내가 입증한다
내 안에 숨어 있는 백조
꿈을 그려라 네 인생이 그려질 것이다
의지의 사내
어머니의 소박한 세상

에필로그
그리고 손녀가 덧붙이는 말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인도를 통치한 영국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마하르 집단이 마을에서 수행하는 의무는 ‘비천한 마을 하인’의 잡무였다. 마하르는 ‘마을의 야경꾼이자 보초이며 대소사의 살아 있는 알림판’이었다. 마을의 언쟁을 중재하고 마을을 지키면서 부고를 알리고 다른 마을에 서신을 전달하며 화장에 필요한 장작을 나르고 마을의 담장을 손보는 일이 그들의 일이었다. 지주들을 마을회관으로 불러서 지세를 걷고, 나라의 재물을 운반하는 사람들을 호위하며, 마을의 길을 쓸고, 관리들의 심부름을 하고, 도둑을 쫓고, 가축의 시체를 마을 밖으로 치우는 것도 마하르의 의무였다.
예스카르(yeskar)라고 부르는 이 전통적인 의무는 모든 마하르들이 돌아가며 맡았다. 마하르의 생득권처럼 인식된 이 의무를 수행하는 대가로 마을에 사는 카스트들은 마하르에게 약간의 토지를 불하하고 곡물과 고기, 죽은 가축의 가죽을 얻을 수 있는 일종의 권리를 보장하였다.
마하르가 이 권리를 얻게 된 계기를 알려주는 전설이 있다. 암루트나크라는 잘생긴 마하르 출신의 군인이 베다르 왕국의 술탄을 섬기고 있었는데 술탄의 왕비가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왕비를 구해오겠다고 나선 암루트나크는 아프가니스탄으로 먼 길을 떠나기 전에 술탄에게 작은 상자 하나를 맡기며 보관해 달라고 부탁했다.
수많은 모험과 난관을 겪고 왕비를 왕국으로 데려오는데 성공한 그를 기다리는 것은 보상이 아니라 왕의 분노였다. 왕비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 그를 의심하는 왕에게 암루트나크는 빙긋이 웃으며 자신이 맡긴 ‘작은 상자’를 언급하였다. 상자 속에는 그의 충성심을 증명할 증거물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를 거세하며 용맹을 입증한 암루트나크는 왕에게 자신의 부족인 마하르에게 52가지 권리를 달라고 요구했다.
17~19쪽

“마하르를 개돼지만도 못하게 취급하는 게 뭔 놈의 전통이야? 그런 비인간적인 전통은 개나 물어 가라고 해. 나는 그런 전통 따위는 지키지 않겠어. 나는 존엄성을 지닌 인간이야.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말로만 권리인 발루타(곡물이나 고기, 죽은 가축의 가죽 등을 취할 수 있는 권리)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어쩔 건데? 나를 죽이기라도 할 거야?”
사촌들은 경악했다. 라고지가 고함을 쳤다.
“의무를 저버리면 어떻게 되는지 어디 보자. 이제껏 육십 평생을 살았지만 마하르 사람 중에 자기가 맡은 예스카르 의무를 거부하거나 대충 하다가 만 사람의 얘기는 듣도 보도 못했어. 내가 살아 있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거다.”
40~41쪽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닿는 것조차, 같이 숨쉬는 것조차 금지된 불가촉천민의 위대한 드라마가 시작된다!”
카스트제도의 굴레에서 벗어나 ‘인도의 살아있는 영웅’이 된 나렌드라 자다브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우리는 우리의 더러운 발자국을 지우기 위해 허리춤에 빗자루를 매달고 다녀야 합니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 마실 수도 없습니다. 사원에 들어가 신께 기도드릴 수도 없습니다. 신성한 곳이 더렵혀진다는 이유로 그곳에 그림자도 드리울 수 없습니다. 신이 우리에게 주신 권리는 오직 하나, 구걸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우리가 천하게 태어난 것은 전생에 지은 죄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우리와 닿는 것만으로도 오염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이름은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달리트입니다.

▶그림자만 닿아도 오염되는 불가촉천민에서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지도자가 된 ‘나렌드라 자다브’가
들려주는 인도 역사상 가장 뜨겁고 가장 애절한 순간의 기록!
인간이라는 사실이 불행한 사람들, 개ㆍ돼지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야 했던 사람들, 신이 내린 은총은 오직 ‘구걸할 권리’뿐인 사람들 불가촉천민! 태어난 신분을 절대 바꿀 수 없는 인도의 절대적 신분의 족쇄를 풀어버림으로써 전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인도의 살아 있는 영웅’ 나렌드라 자다브. 그는 불가촉천민(달리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명성을 지닌 경제학자로 자리 잡았으며 인도중앙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도 푸네 대학 총장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세계의 언론은 그를 향후 인도중앙은행 총재, 재무장관, 나아가서는 인도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기 대통령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책《신도 버린 사람들(원제 : Untouchables)》을 통해 제도를 넘어 자식들에게 ‘자유’라는 삶의 발판을 마련해준 부모들의 세계와 불가촉천민이 감수해야 했던 배고픔과 무자비한 모욕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자신의 운명을 온몸으로 개척한 자다브와 그의 아버지, 어머니의 삶은 이 시대 최고의 성공스토리이자 한 편의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다.
인도에서 93년 출간되어 12년 연속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신도 버린 사람들》은 영어판으로 2002년 출간되었고, 현재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 소개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소설보다 재미있고 역사보다 섬세한 이 책은 나렌드라 자다브의 가족이 겪어낸 투쟁의 스토리를 통해 인도의 역사, 종교, 신분, 생활상 등 인도의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인간이면서 인간답게 살지 못했던 1억 7천만 불가촉천민의 위대한 도전기!
“내 운명에 손대지 마라. 내 운명은 신이 아니라 내가 만든다.”
오늘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여섯 명 가운데 한 명은 인도인이고, 인도인 여섯 명 가운데 한 명은 불가촉천민, 즉 달리트다. 이들은 힌두 카스트제도의 맨 밑바닥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다. 우리는 그동안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교과서에서 인도의 카스트제도를 배울 때도 네 가지 신분으로 이루어졌다는 것만 알려 줄 뿐, 그 카스트 안에 속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인도의 15%, 1억 7천만 명이나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1억 7천만 명이라는 숫자는 미국 인구의 절반도 넘는 숫자다.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신분을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 브라만(승려), 크샤트리아(왕이나 귀족), 바이샤(상인), 수드라(피정복민 및 노예, 천민)로 이루어진다. ‘아웃카스트’인 ‘불가촉천민’은 이 네 가지 신분 계급 안에 속하지 못한다. 불가촉천민은 계급 제도 밖의 구성원으로서, 인간 사회의 한 부분으로 포함되지 못하고(천민인 수드라 계급에도 속하지 못한다) 전통적으로 가장 비천하다고 여기는 직업에 종사해 왔다. 오물 수거, 시체 처리, 가죽 가공, 세탁, 마을의 소식을 알리는 일 등이 주로 그들의 몫이었다. ‘불가촉천민’이란 단어는, ‘이들과 닿기만 해도 부정해진다’는 인도인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3500년이나 묵은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너무나 견고해서 그 신분의 벽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인도에서는 서로의 이름만 들어도 그들이 속한 계급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다. 1955년 불가촉천민법에 제정되어 공식적으로는 이들에 대한 종교적ㆍ사회적ㆍ직업적 차별을 금하고 있지만 실상 이 법의 보호를 받는 달리트들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에서 간디와 함께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꼽히는 암베드카르(B.R. Ambedkar)는 불가촉천민 출신으로 운 좋게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1927년 ‘개나 돼지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으면서 마실 물도 얻어먹을 수 없는 이 땅을 조국이라 부르겠는가’라며 투쟁을 벌였고 여성과 천민의 자유와 권익을 헌법에 명문화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천민 1만 명을 이끌고 상수원 저수지로 몰려가 물을 마심으로써 ‘천민의 물 마실 권리’를 세상에 선포했으며, 50만 명의 추종자들과 함께 신분제의 근원인 힌두교를 버리고 불교로 개종하기도 하였다. 1956년 이루어진 이 개종식은 인류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단일 개종식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가촉천민은 사원에 들어가 신에게 기도를 드릴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들의 그림자가 사원에 드리워져 신성한 곳이 더렵혀진다고 믿고 있었다. 이후에도 신분차별과 힌두사원 출입제한에 반발하는 불가촉천민들의 개종이 뒤를 이었다.

암베드카르를 불가촉천민의 아버지였다.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 불가촉천민은 자신들의 운명을 전생의 죗값으로 생각하고, 자신들의 비천한 처지를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내세에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생각으로 주어진 천한 신분과 핍박, 굴욕을 견뎌냈다. 하지만 암베드카르는 교육과 세력, 민주주의를 통한 자유와 평등을 주장했고 불가촉천민은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를 열렬히 추종하던 한 남자는 자식을 교육시키기에 이르렀고, 그 교육의 혜택을 입은 어린 소년은 훗날 인도를 이끌 대통령이 될 사람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 소년이 바로 《신도 버린 사람들》의 저자 나렌드라 자다브이다.
지금껏 불가촉천민에게는 목소리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신도 버린 사람들》, 이 위대한 기록은 지금까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결과물이다. 목소리가 없던 이들에게 안겨준 목소리! 평등과 정의를 위해 싸운 가족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나간 나렌드라 자다브는 신이 정해주지 않은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여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새로운 역사를 써낸 것이다.

▶인도를 넘어 전세계인의 가슴을 사로잡다!
눈물과 고통을 딛고 이루어낸 가슴벅찬 자유와 희망 이야기!
《신도 버린 사람들》에는 네 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나렌드라 자다브의 아버지 ‘다무’와 어머니 ‘소누’, 그리고 나렌드라 자다브 자신과 자다브의 딸까지. 다무와 소누의 회상과 대화는 읽는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인도의 사회상, 생활상, 계급제도, 그리고 암베드카르를 주축으로 한 투쟁의 역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또한 진보적인 다무와 전통적인 소누 사이의 의견차이를 통해 불가촉천민 안에서도 신분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자들과 인간의 존엄성을 외치는 자들로 분분함을 알 수 있다.
‘다무’의 인생이, 나아가 그의 아들 나렌드라 자다브의 인생이 바뀐 순간은 다무가 자신의 신분과 인도의 신분제도에 항거한 날부터 시작된다.
뭄바이에서 살던 ‘다무’는 불가촉천민이 행해야 하는 ‘예스카르’ 의무를 실행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밤새 굶어가며 저수지에 빠진 시체를 지키고, 열심히 일한 대가로 구걸할 권리를 겨우 얻는 등,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항거하다 몰매를 맞는다. 뭄바이에서는 일도, 돈도, 희망도 없었기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그는 다시 뭄바이로 향한다. 그는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인간답게 살기를 원했다. 뭄바이로 향하는 ‘다무’와 ‘소누’는 아무런 대책도 계획도 없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자긍심을 지키겠다는 생각만이 있었다.
부모의 깨어있는 의식 덕분에 나렌드라 자다브와 그의 형제들은 어렸을 적부터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불가촉천민은 그동안 ‘감히’ 자식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고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암베드카르 박사는 “부모는 자녀들을 교육함으로써 그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나렌드라 자다브는 학교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신성한 언어이기 때문에’ 천민들은 배울 수 없었던 산스크리트어 시험에서도 모든 상층 카스트 아이들을 제쳤다. 어떤 교사는 불가촉천민이 공부를 잘 하는 이 나라 교육 제도가 의심스럽다며 한탄했다고도 한다. 교사조차도 차별의식 속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그는 항상 1등을 하면서도 상층 카스트보다 잘했다는 이유로 선생님들에게 혼이 날까봐 나서지 못했다.
그는 ‘내 운명은 내가 선택했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바로 교육이었다’고 말한다. 나렌드라 자다브는 자신의 부모세대가 투쟁했던 것처럼 자신 역시 투쟁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중앙은행 총재가 되어 불가촉천민이 사인한 돈이 인도의 전역에 뿌려지고, 나아가 대통령이 되어 보다 현실적으로 불평등 사회를 무너뜨리고자 한다. 인도의 살아있는 영웅, 이 전설적인 이야기는 《신도 버린 사람들》 그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